0.프롤로그 – Overture
(1/12)
0.프롤로그 – Over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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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림마장조. 첫 음은 시 플랫.
시에서 반음 내려간 검은건반을 누르던 긴 손가락.
그 약지에서부터 시작됐다, 나의 침몰은.
***
그로부터 십수 년이 지났지만, 문규화는 여덟 살이었던 그해 5월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봄치고 꽤 무더운 날씨였다. 코끝에 끼치던 찜찜한 습기가 어제 일처럼 생생했다.
5월의 첫째 주 주말. 문규화는 화원 아트홀에서 열린 초등부 콩쿠르 본선에 진출했다. 고작 사흘 전에 일곱 번째 생일상을 받은 아이는 학생이라기보다 사실상 미취학 아동에 가까웠다. 같은 초등학생이라 해도 1학년과 6학년은 차이가 컸다. 본선 통과자는 대부분 5, 6학년이었고, 규화는 동년배 기준으로도 체구가 작은 편이라 그 아이들과 나란히 서면 머리통 두 개 정도 차이가 났다.
하지만 여덟에도 스물셋에도, 문규화는 주눅 드는 법이라곤 없었다. 여물기 전인 앳된 얼굴은 긴장이란 없이 태연자약했다. 제 이름이 불리길 기다릴 기다리는 표정은 결연하기까지 했다.
마침 앞 참가자가 연주를 마쳤다. 15번 아이는 무대를 채 벗어나기도 전에 울음을 터뜨렸다. 흘낏 그 모습을 올려다본 규화는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결 좋은 머리칼이 고갯짓을 따라 물결처럼 흔들렸다.
- 16번 문규화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