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8
#38 외전. 가시 (1)
아침부터 비가 와 습해지니 자연스럽게 기분이 가라앉았다. 거기다가 반갑지 않은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계속해서 오니 기분이 더욱 저조해졌다. 지속적인 전화에 집 앞까지 찾아올 기세라 할 수 없이 집 근처 커피숍으로 오라고 했다.
한국에 돌아오고 2년 만에 다시 본 얼굴이었지만, 그다지 반갑지는 않았다.
“그 집으로 들어갔다는 이야기 들었어.”
“고작 그걸 물어보기 위해 찾아온 거야? 요즘 한창 바쁜 것 같던데.”
“바쁘지. 앞으로 해외촬영 들어가게 되면 한 1년은 한국에 못 돌아오니까. 그전에 네 얼굴 한번 보고 가고 싶어서.”
이설의 입가에 쓴 미소가 걸렸다.
그런 그녀를 보고 있자니 효원은 속에서 울화가 치밀었다. 서로 얼굴을 마주해 봐야 좋은 게 없는데도 몇 번이고 자신과 만나려고 하는 이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내 얼굴을 보면 오히려 더 속이 나빠지는 거 아닌가? 누나, 원래 갖고 싶은 자리가 이 자리였잖아?”
“…할 말 없네. 네가 그렇게까지 말하지 않아도 알아. 나도 그간 꽤 힘들었어. 믿고 싶지 않겠지만.”
“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는 거야? 그리고 내가 지난번에 말했다시피 앞으로 얼굴 보기 싫다고 말했잖아? 언론에서도 누나와 내가 남매라는 것에 열을 올리며 취재를 하려고 해서 부담스러워. 이런 와중에 이렇게 만나는 건 범익 씨에게 부담을 안겨 주는 것과 같아.”
사실 효원은 이설과의 관계가 드러나는 것보다 그녀의 과거가 서범익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아직까지 그녀의 과거가 밝혀지지 않았으나 워낙에 화려한 과거라 언제 터질지 모를 일이었다. 그런 과거가 밝혀지면 그녀를 후원하는 JK 그룹 이미지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고, 그것은 지금 그룹을 경영하는 범익에게 부담이 될지도 모른다.
“나와 남매라는 게 그렇게 싫은 거니?”
“어, 아주 끔찍해.”
이설과 얼굴을 마주하고 있자니 속이 더부룩했다. 여전히 명품으로 휘감은 온몸이 괜히 구역질이 났다.
“…내가 그렇게 싫어?”
“처지를 바꿔 놓고 생각해 봐. 내 하나뿐인 혈육이 나와 결혼할 사람을 유혹했는데, 그걸 하하, 웃으며 넘길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효원은 불편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리고 제 앞에서 시선을 내리깐 이설을 차갑게 노려보았다.
“그때… 욕심에 눈이 멀어서… 그랬다고 말했잖아? 나, 얼마나 뜨고 싶었는지 너도 잘 알면서, 내가 속한 기획사가 일을 따올 생각은 하지 않고, 매번 돈 많은 알파들에게 성매매를 하는 것에 열을 올렸던 거… 너도 알잖아?”
“웃기지 마. 그건 누나가 명품과 고급 차를 타고 싶어서 그랬던 거잖아. 그걸로도 부족해서 사채까지 쓴 거로 아는데. 자신이 처한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제 분수에 맞지 않게 행동한 건 바로 누나야.”
고급 창녀를 자청한 건 그녀였다. 외제차와 명품을 사기 위해 빚을 내고 그 빚을 갚기 위해 알파들에게 성을 팔았다. 끊임없는 악순환이었다.
효원은 그녀의 과거를 말끔하게 도려내거나 숨길 수 없다면 언론에 남매 관계로 알려지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괜스레 구설에 올라 봤자 좋을 게 없기 때문이었다.
“나도 할 말은…….”
“그만. 그런 시답잖은 변명, 들을 생각 없으니까. 자꾸 전화하지 마.”
“효원아…….”
“내가 누나를 가장 용서할 수 없는 게 뭔지 알아? 서범익을 유혹한 것보다 더 싫은 건, 누나가 아버지를 짐짝으로 여기고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았던 거야.”
이설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지만, 효원은 그 모습이 가증스럽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마음껏 독설을 내뱉으며 그녀를 할퀴었다. 그렇게라도 해야 속이 시원해질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인지 오히려 제 가슴이 아팠다.
“아버지는 누나를 제일 예뻐했어. 치매에 걸려서 기억을 잃어 가면서도 늘 누나의 어린 시절의 기억만 남아 누나를 걱정했던 거… 누나는 그것을 알면서도 아버지를 귀찮은 존재로 여기고 빨리 죽기를 바랐지.”
“…내, 내가 아버지가 죽기를 바랐다고? 설마! 내가 아무리 못된 딸이라고 해도 그런 마음을 먹었겠니? 그리고 아버지의 기억이 나에게만 한정된 건 그간 내게 주지 못한 사랑을 주기 위해서야. 부모님이 너에게 거는 기대가 얼마나 컸는지 잊었어? 우리 가족의 모든 일이 너를 중심으로 돌아갔던 거 기억 안 나? 그 속에서 내가 얼마나 외로웠는지 너는 아니?”
이설의 입장에선 차별받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그녀의 잘못에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자신의 상처로 정당화하려는 모습도 보기 싫었다.
무엇보다 그녀를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남매의 관계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아니, 몰라. 알고 싶은 마음은 손톱만큼도 없어. 내가 기억하는 건 아버지가 사고를 당한 날, 누나가 잘 먹던 간식을 사려고 그 아파트 현장을 갔다가 사고가 났다는 것만 기억할 뿐이야.”
“…마치, 그 사고가 나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 같구나.”
“그때 아버지는 며칠간 집에 안 들어온 누나를 걱정하며 밤새도록 방문 앞에서 기다렸어.”
“…….”
이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당연히 몰랐을 것이다. 제대로 아버지를 대하지 않았으니 모르는 것이 당연했다. 효원이 잇새로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기껏 잊었는데, 누나를 보니 다시 생각나게 되잖아? 씨발…….”
“효원아…….”
“왜, 놀랐어? 나 욕 잘하는데, 그간 허파에 바람 빠진 놈처럼 실실거렸던 과거의 내가 병신 같을 뿐이야.”
“그래… 네 마음이 그렇다면…….”
이설은 한숨을 쉬었다. 효원의 마음을 돌리기 어렵다는 것을 느꼈는지 어깨가 축 쳐졌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갑자기 아랫배가 당겨 왔다. 만삭이라 조심해야 하는데, 괜히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두 사람은 1시간을 같은 장소에 마주 앉아 있었다.
“윽…….”
“아픈 거야? 산달이라고 하더니, 얼마 안 남았지?”
계속 아랫배가 아파 오니 신음이 절로 나왔다. 그러자 이설이 벌떡 일어나 효원의 팔을 잡았지만 효원은 거칠게 그녀의 손을 쳐냈다.
“관심 꺼.”
“알았어. 안 만질게. 흥분하지 마. 아기에게 안 좋아.”
“괜히 걱정하는 척하지 마. 가증스러우니까.”
“…….”
효원은 부러 더 독설을 뱉었다. 그러자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효원은 그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세우며 그녀를 싸늘하게 쳐다봤다.
“불쌍한 척 울지도 마. 안 넘어가.”
“아니야. 알았다고, 그래도 다른 건 몰라도 이거 하나만 알아줬으면 좋겠어. 네가 떠나고 나 무척 외로웠어. 가족이 그리웠고, 네가 보고 싶었다는 거 이거 하나만은… 진심이야.”
그녀는 자신의 진심을 효원이 알아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효원이 받아 주지 않자 포기한 듯 가방을 들고 일어났다.
효원은 이설을 외면하며 커피숍 밖을 쳐다봤다. 이설을 만난다고 서범익에게 전화를 해 둔 터라, 그는 이곳으로 올 게 뻔했다.
“그만 가. 곧 그가 올 거야.”
서범익과 마주치는 건 그녀도 싫은 듯했다. 그녀는 다시 한번 효원을 바라보며 애써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응. 늦었지만 임신 축하해.”
그 한마디를 끝으로 그녀는 커피숍을 빠져나갔다. 그녀가 나가자 효원은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길게 심호흡을 했다. 보기 싫은 사람이 눈앞에서 사라지면 편할 줄 알았는데, 기분은 더 나빠졌다.
얼마나 혼자 있었을까? 누군가 제 앞으로 와 앉는 기척을 느끼고 그제야 시선을 들어 상대를 바라봤다. 서범익이었다.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사람……. 그게 바로 그였다.
“왜 이러고 있어?”
“아니에요.”
“이설이 만나고 싶으면 나 신경을 쓰지 말고 언제든지 만나. 상관없으니까.”
“안 만나요. 오늘이 마지막이에요.”
효원은 고개를 저으며 어깨를 폈다. 효원은 그가 건넨 시원한 물을 마셨다. 다행히도 조금은 속에 개운해지는 것 같았다.
“…그래. 난 네가 행복한 것이 최우선이니까.”
“저도요. 이제 저는 앞만 볼 생각이에요. 내 삶에 조금이라도 악영향을 끼칠만한 사람은 모두 제 손으로 쳐 내버릴 거고요.”
“네 혈육인데도?”
“혈육이 뭐 별거인가요? 지난 5년간 저는 많은 것을 보고 배웠어요. 그간 얼마나 내가 어리석었는지 알게 되었고, 모든 것을 배려해 주는 게 능사가 아니란 것도 깨달았어요.”
제 안에도 이렇게 냉정한 마음이 있었는지 새삼스레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이제 착하기만 한 효원은 없었다.
그런 효원의 변화가 탐탁지 않았던 걸까? 그의 매끈한 이마로 실주름이 잡혔다. 그러나 곧이어 그가 손을 뻗어 효원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만졌다.
“원래 사람의 잘 변하지 않는다는데…….”
“그래서 싫어요?”
“그럴 리가. 내가 원하던 바였어. 하지만 난 네 마음이 좀 더 편하길 바랄 뿐이야.”
“이게 편해요. 으윽…….”
다시 배가 아파 왔다. 효원의 신음에 그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진통이 시작된 거야? 병원에 갈래?”
“아니에요. 아직 일주일 더 남았어요.”
“혼자 있다가 양수라도 터질까 봐 걱정이네… 휴가라도 낼까?”
“저 혼자 아니잖아요. 아버님도 계시고, 집안에 상주하는 사람이 몇인데…….”
“내가 없잖아.”
그의 입에서 한숨이 터졌다. 효원도 그가 있는 것이 몇백 배 더 좋지만, 그의 하루가 얼마나 귀한지 잘 알고 있었다. 아직 아이를 낳으려면 일주일이 남았으니, 벌써부터 부산을 떨고 싶지 않았다.
“괜찮아요. 당신 바쁜 거 내가 잘 아는데, 진통이 온다고 아이가 바로 나오는 것도 아니니 진통이 시작되면 병원으로 가면 돼요.”
“그럼 이왕 나온 김에 외식이라도 할까? 유리는 가드에게 데리고 오라고 하고.”
“아뇨. 집밥이 좋아요. 아버님 혼자 식사하시는 것도 그렇고.”
“노력하지 않아도 돼.”
“저 노력하는 거 아니에요. 그냥, 같이 사는 것뿐이니까 제 걱정하지 말아요.”
효원은 밝은 웃음으로 대신했다. 그러자 서범익도 환하게 웃으며 효원의 몸을 가볍게 당겨 안았다. 그의 품에 안겨 그의 향기를 힘껏 들이마시자, 얼어붙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 * *
그날 밤, 저녁 식사를 한 뒤 작업실로 향했다. 별채는 효원에게 훌륭한 작업실이자 안정감을 주는 곳이었다. 하지만 최근에 배 속 아이 때문에 한참 작업을 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오늘은 머릿속에 떠도는 잡념을 지워 보려 애써 작업에 몰두했다. 그러나 잡념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고, 그림은 뜻대로 그려지지 않았다.
작업에 몰두한 지 두어 시간이 지났을 즈음 서범익이 작업실로 내려왔다. 그리고 등 뒤에서 효원을 부드럽게 안았다.
“몸도 만삭인데 또 그림을 그리는 거야?”
“잡생각을 털어 버리기에 작품에 몰두하는 것만큼 좋은 건 없으니까요.”
“…이설 때문인가?”
그의 입에서 이설의 이야기가 나왔다. 저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데, 왜 자꾸만 그녀를 언급하는지 모르겠다.
사실 한국에 돌아왔을 즈음 이설의 얼굴을 보고 한참을 보지 않았었다. 굳이 그녀도 찾아오지 않기도 했었다. 그런 이설이 갑자기 해외로 간다고, 그 전에 얼굴 한번 보자고 끈질기게 청한 것이 의외이긴 했다.
“그런 건 아니지만, 누나가 왜 해외시장으로 가게 된 건 궁금하네요.”
“우리 그룹에서 더 이상 후원하지 않으니까.”
“네? 정말이에요?”
의외의 말에 효원은 붓질을 멈췄다.
후원하지 않는다고?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JK 그룹과의 계약을 해지했다는 뜻인데 그렇다면 지금은 누구의 후원을 받는 거지?
이렇게 인연이 끊어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응, 최근에 쌍방 합의로 후원 계약을 해지했어.”
“…그렇군요.”
“왜? 궁금해?”
그가 다정한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 뺨이 따가웠다. 그가 제 표정을 낱낱이 살피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아뇨. 그 모지리 같은 혈육이 또 빚을 져 해외로 도는 건 아닐까 생각 했거든요.”
“그 정도는 아닐 거야.”
“오늘 보니 명품을 좋아하는 건 여전한 것 같던데…….”
“직접 제 돈으로 사는 건 거의 없을걸?”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이설이 입거나 걸치면 그 제품 회사 매출이 훌쩍 뛰거든. 그래서 여러 회사가 앞다퉈 협찬을 해 주고 있다고 들었지. 그녀가 정식으로 데뷔했을 때 명품 같은 고급 이미지를 컨셉으로 했으니까. 지금은 완전히 명품이 잘 어울리는 배우가 되었지.”
“아… 그랬군요. 그럼 빚은 아니겠네요.”
빚으로 명품을 휘감는 짓은 끊은 것 같으니 다행이었다.
“언론에서 너와 이설에 대한 불씨가 꺼지지가 않네. 그룹 차원에서도 막고 있긴 하지만… 그냥, 이설과 남매라고 밝히는 편이 좋지 않을까 생각 중인데…….”
“깨끗하지 못한 과거가 세탁한다고 사라지지는 않아요. 언제 어떻게 터질지도 모르고 당신에게 피해 주고 싶지 않아요.”
“나 때문이라면 괜찮다고 말하고 싶은데. 이설의 과거는 그룹 측에서 충분히 막을 수 있고.”
범익은 걱정할 것 없다는 듯이 말했지만 효원은 그가 이설을 위해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싫었다. 효원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싫어요. 그냥, 이설과 내가 남매라는 것이…….”
“강요하는 건 아니야.”
그는 늘 효원을 생각했다. 언제나 제 기분이 최선이라는 듯, 강요하지 않았다.
“키스해 줘요.”
효원은 그에게 키스를 요구했다. 그러자 그의 입술이 다가왔다. 서범익의 혀가 정신없이 입 안을 헤집었다.
“으읍…….”
그의 입술에서 쉼 없이 따뜻한 숨결이 쏟아졌다. 서범익의 체온은 평소보다도 더 뜨거웠다. 그보다 더 뜨거운 것이 배를 쿡쿡 찔렀다. 옷 위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서범익의 페니스를 내려다보았다. 러트가 아니어도 키스만으로 흥분하는 그였지만, 최근에는 조심하는 편이었다.
“앗…….”
“하아… 하아…….”
서범익은 효원의 얇은 옷자락을 잡고 벗겼다. 흘러내린 옷자락에 살갗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가 가늘고 긴 목부터 더듬더듬 빨았다. 효원의 몸은 흠칫흠칫 떨렸다. 그의 손은 부지런히 효원의 은밀한 곳을 만졌고 바지와 속옷이 동시에 바닥으로 내려갔다.
커다란 손에 귀두가 잡히는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뜨거운 열기를 품은 입술이 점점 아래로 미끄러져 그대로 유두를 깨물었다. 오돌오돌하게 솟은 유두를 이 사이에 넣고 깨물자 새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서범익은 장난스럽게 유두를 물었다. 아릿한 쾌감에 효원의 허리가 휘었다. 서범익의 손가락이 구멍 아래로 조심스럽게 들어오자 쿨쩍이는 소음이 들렸다. 키스를 시작했을 때부터 젖은 구멍은 언제 그의 것을 받아도 전혀 어렵지 않았다. 질척한 느낌에 효원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으읏…….”
서범익의 입술이 위로 올라오더니 혀가 귓바퀴를 핥고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그의 페니스는 터질 것처럼 팽팽했다. 서범익은 효원의 손을 잡고 제 페니스로 이끌었다. 불룩 솟은 페니스를 그가 잡았다. 서로의 페니스를 잡고 가볍게 훑었다. 옷감 너머로 젖은 귀두가 느껴졌다.
“더는 안 되겠어. 만삭인데 조심해야지.”
“키스… 아니. 애무만 해요. 아… 아아… 하고 싶어요.”
효원의 몸은 솔직했다. 그와 좀 더 닿고 싶어 애원하는 듯 그의 어깨에 매달렸다. 효원의 몸은 그의 애무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범익은 잠시 고민에 잠긴 표정이었다.
“이러면 곤란한데…….”
“괜찮아요. 그냥, 애무하는 것뿐이잖아요? 이거 봐요. 흥분한 거. 풀어 주세요.”
“이렇게 예쁘니 참을 수 없네. 좋아. 오늘 못한 건 나중에 아기 태어나면 두고두고 할 테니까…….”
“네…….”
서범익은 더없이 행복한 미소를 보였다. 다시 입술이 닿았다.
서범익의 입술이 다가오자 허겁지겁 입을 벌렸다. 그가 본격적으로 애무를 하자 입에서 교성이 터졌다. 발끝은 오그라들었고, 아래는 참을 수 없이 저릿저릿했다. 발기한 두 개의 성기가 그의 손에 쥐어졌다. 살갗이 비벼지는 느낌만으로 끝까지 도달할 만큼 흥분이 되었다.
“하아…….”
“앗! 읏, 으읏!”
그는 거친 호흡을 뱉으며 두 개의 성기를 단단히 잡았다. 살갗이 벗겨질 듯 힘껏 쳐 올렸다. 그는 틈을 주지 않고 몸을 움직였다. 뜨거웠다. 온몸이 활활 타는 느낌이었다.
“흐읏! 으읏…….”
“…흐흑, 윽.”
열에 들뜬 그의 호흡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작업실에 퍼지는 공기도 뜨거워졌다. 두 개의 페니스에서 끊임없이 애액이 흘러나와 음란한 소리를 만들었다.
그가 격한 움직임으로 인해 마찰이 커지자 소리로도 쾌감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으앗! 아아!”
효원의 뒤통수를 움켜잡고 혀를 집어넣었다. 말캉한 상대의 혀가 혀를 잡고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효원의 혀를 자신의 혀로 쓸어 올렸다. 반듯한 치열을 훑으며 끓어오르는 욕정을 내리눌렀다.
“아앗…….”
그는 한껏 솟은 젖꼭지 입에 넣고 쭉쭉 빨았다. 이미 붉은 자국이 난무한 젖꼭지가 작은 스침에도 아릿한 쾌감에 젖어 들었다. 살갗이 부딪히는 음란한 소리가 창고 깊숙이 퍼졌다. 척추를 타고 퍼지는 찌릿하게 저리는 감각에 혼이 쏙 빠질 것 같았다.
지금 순간, 쾌감에 효원은 이성이 마비될 것 같았다. 아니, 막상 흥분하면 이성은 사라지고 온전히 쾌감을 찾았다.
“하아… 하아!”
“앗! 으윽, 읏!”
그가 점점 더 흥분했는지 페니스가 크기를 더욱 부풀었다. 그대로 까무러치고 싶었다.
그의 허리 짓의 박차를 가하더니 빠르게 위아래로 왕복운동을 했다.
“아아… 아아, 아…….”
“헉, 헉… 크읏, 하악…….”
그는 자신이 주는 쾌락에 신음하는 효원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흘렸다.
서로의 몸에서 흐르는 땀조차 매혹적으로 느껴졌다. 살갗에 비벼지는 젖은 몸이 상당히 음탕했다. 그가 쉼 없이 뺨과 입술을 핥았다.
“아아-.”
그때, 한참을 페니스를 잡고 흔들던 그의 손이 우뚝 멈췄다. 그리고 뭔가 팍 터지는 느낌을 받았다. 온몸이 쩌릿쩌릿했다. 귀두 끝까지 차오른 정액이 터지는 느낌이 아찔했다.
“크읏…….”
이미 사정을 했음에도 그의 손은 축 늘어진 효원의 페니스를 느릿하게 배회했다. 좋았다. 몸이 느끼는 쾌감은 설명할 수 없을 만큼 황홀했다. 쾌감에 생리적인 눈물이 고였다. 그러자 그가 혀를 내밀어 그 눈물을 달콤하다는 듯 핥아 마셨다. 커다란 손이 다가와 턱을 붙잡고 시선을 맞췄다.
검은 눈동자는 오직 효원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가 효원의 입술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땀이 비 오는 듯 흘러내렸다. 그의 머리카락이 뺨에 붙자 효원은 넋이 나간 듯 그에게 홀렸다.
“사랑해. 효원아.”
서범익은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효원의 입술을 삼켰다. 간간이, 피식 웃는 숨결에 효원 또한 웃었다.
그는 효원의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까지 혀로 핥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