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6
#36
집 안에 귀한 보석을 두고 온 기분에 범익은 몇 번이고 뒤를 돌아봤다. 중요한 회의가 아니었다면, 정말 서범익은 출근하지 않았을 것이다.
“언론을 통해 내 사생활을 좀 더 흘리세요.”
“어디까지 흘려야 할까요? 이미 이효원 화가가 JK 그룹의 스폰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습니다.”
아무리 쉬쉬해도 언론을 통제할 수는 없는 법. 이효원이 서범익의 숨겨진 연인이라는 사실이 기정사실화되었다.
“처음부터 다 흘리세요. 내 병까지 모두 다 공개해도 됩니다.”
“정말 그렇게 해도 될까요?”
“사실 그대로 흘려야 합니다. 사실을 부정하는 순간, 제가 효원을 부정하는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서범익은 자신이 욕을 먹어도 효원에게 상처가 없기를 바랐다. 효원을 꽃뱀 취급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가 아닌 저라는 것을 말해 주고 싶었다.
“매달리는 쪽은 나야. 그가 나를 잡은 것이 아니라, 내가 그를 잡은 것. 그 점을 강조해.”
* * *
세단은 회사 주차장에 정차했다. 서범익의 눈에 익숙한 세단이 보이자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하긴, 오히려 늦은 편이라고 봐야 할까?
서범익의 입술에서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엘리베이터는 곧장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
역시, 회장실 앞에는 눈에 익은 사람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깐깐한 노인네, 아직 죽지 않았다고 경고하는 걸까? 그들은 현재 JK 그룹에서 영향력이 있는 전 회장의 사람들이었다. 물론, 그 중에 서범익에게 맞설 자는 없지만.
비서실 직원들이 전원 긴장한 채 서범익을 맞이했다.
“모두 나가 있으세요.”
“네, 회장님.”
“아무도 들이지 마세요.”
눈치 빠른 비서들이 회장실을 통째로 비웠다.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서범익은 타이를 비스듬히 풀었다.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물건이 날아왔다. 이런 물건을 피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전 회장은 예전처럼 정확히 물건을 던지지 못할 만큼 기력이 쇠약해졌다. 그렇다고 해도 노병은 죽지 않는다 했던가?
그의 기백은 남달랐다. 알파의 기운이 사방으로 퍼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서범익은 그보다 더 강한 우성 알파의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당장 흥분한 그를 향해 뿜어 낼 마음은 없었지만, 언제고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면 그에게 적대감을 드러낼 생각이었다. 범익은 그에게 받아야 할 빚이 아주 많았다.
“네가 정말 미친 거야? 호적 정리? 내 허락도 없이 배우자로 넣어?”
“부모의 동의를 받을 만큼 어리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이미 보셨다시피, 우리에게 아이가 있죠.”
“애를 낳았다고 내가 그 애를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했냐? 정부의 아이는 그대로 정부의 아이일 뿐이야!”
“말씀 정정하세요. 정부가 아닌 제 아내입니다.”
전 회장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부들부들 떨고 있는 입술에서 금방이라도 독설이 쏟아질 것 같았다. 그가 효원을 부정해도 유리까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좋다. 내 양보해서 첩으로 두는 것까지 말리지 않으마. 아이도 네 피를 이어받았으니 정식으로 호적에 넣어도 좋아. 그러나 그 애는 안 돼. 네 짝으로 허락할 수 없어.”
“이미 호적 정리 끝난 상황입니다. 아버지가 허락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란 말씀입니다.”
“끝까지 가 보겠다는 거냐? 너, 정말… 이 아비보다 그 애를 포기할 수 없다는 거야?”
“네.”
그의 표정이 일그러질 때마다 서범익의 입가에서 웃음이 튀어나왔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질린 것을 보니 통쾌했다.
“어떻게… 네가… 한 번도 내 뜻을 거스르지 않았는데… 하필… 그런 거지같은 걸 만나서…….”
“욕심이 과하시군요. 이제 JK 그룹에 정략결혼은 더는 필요 없지 않습니까?”
“그건…….”
그가 입을 다물었다. 서범익이 3년간 그룹을 키운 건 그가 정략결혼으로 얻을 것이 없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이제 명실상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는데도, 효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그의 뼛속까지 보수적인 성향 때문이었다.
그가 효원을 싫어하는 이유는, 남자라서다.
“더는 저를 방해하지 마세요. 아버지 며느리는 여자가 아닌 남자입니다.”
* * *
효원은 붓을 내려놓고 기지개를 켰다. 작업실에서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유리가 뛰어왔다.
“마마, 졸려.”
“아이구, 낮잠 잘 시간이었구나! 미안. 마마가 너무 미안해.”
아이가 꾸벅꾸벅 졸았다. 낮잠을 잘 땐 꼭 엄마가 있어야 하는데, 깜빡 잊었다. 예전에는 아기 때부터 돌봐주던 베이비시터가 있었지만, 새로 온 베이비시터와는 적응 중이었으므로 아직 시간이 더 필요했다.
아이는 금방 효원의 품에서 눈을 감았다. 곧이어 아이는 새근새근 잠에 빠졌다. 효원은 아이를 품에 안고 아이 방으로 들어갔다. 애착 인형을 양쪽에 끼워 두고 한참을 등을 토닥였다.
그러나 문득 밖이 소란스러웠다. 가드 목소리 틈으로 앙칼진 여자의 음성이 묻어났다. 몇 년 만에 듣는 목소리였다.
효원은 그녀의 목소리를 잊을 수 없었다. 눈을 감았다 뜨는 게 버거울 정도로 힘겨웠다. 이설과 재회가 생각보다 빨랐기 때문이다. 가급적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뒤 만나고 싶었는데…….
효원은 입술을 아득 깨물고 몸을 세웠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거실로 내려왔다. 남 비서가 전화를 하려고 휴대폰을 들었다.
“두세요.”
“그렇지만…….”
“괜찮아요. 범익 씨에게 보고하지 마세요. 제가 나갈게요. 유리 잠들었으니 소란스럽게 하지 말아요.”
“네.”
효원은 마른세수하듯 얼굴을 쓰다듬고 밖으로 나갔다. 역시, 정문에 붉은색 페라리가 세워져 있었다. 뾰족한 구두코가 보이더니 곧이어 이설의 모습이 시야에 잡혔다. 효원의 눈이 가늘게 접혔다.
그다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여전히 화려하고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몸에 딱 달라붙은 검은색 드레스가 잘 어울렸다.
이설이 효원을 보고 휘청휘청 다가왔다. 그리고 효원의 손을 덥석 잡았다.
“효원아! 너, 어디서 뭘 하고 있었던 거야? 어쩜, 내게 연락 한 번 하지 않았니?”
“나 잊고 살라고 했잖아? 그때, 누나와의 관계도 끊은 거 같은데.”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내가 널 얼마나 찾았는지 알아?”
“왜?”
“그거야! 우린 남매니까. 세상에 하나뿐인…….”
“우리가 남매였던가? 라이벌이라고 생각했는데?”
“뭐?”
이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놀라지 마. 난 예전의 이효원이 아니거든. 결혼식 전날 누나가 그런 제안을 했던 거 되짚어 봤더니. 결국 누나도 같은 마음이라는 거 알았으니까.”
항상 부드러웠던 효원의 목소리에 불쾌함이 맴돌았다. 서범익에게 실망한 것만큼 이설에게도 실망했다.
서범익은 회장의 계략에 의해 빠졌다고 해도, 이설은 멀쩡한 정신이 아니었던가? 뻔히 제 남자라는 것을 알면서 그를 유혹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피로 맺어진 혈육이라고 볼 수 없었다.
“너, 효원이 맞아? 내가 알던… 내 동생 맞는 거야?”
“아니, 예전 이효원은 없어.”
효원의 차가운 목소리에 이설은 흠칫 놀랐다. 이설은 고개를 수그린 채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도 효원은 무미건조한 눈으로 이설을 바라보았다. 되돌리고 싶어도 두 사람의 비틀린 관계는 회복될 수 없었다. 잔뜩 쉰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어. 내가… 잘못했다고… 그때, 그런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었는데… 난, 네가 그와 헤어지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어.”
서범익에게 들었다. 그녀가 회장과 어떤 거래를 했고, 그 대가로 무엇을 받았는지 똑똑히 들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조작되었음을 확인했다.
서범익은 이설과 자지 않았다. 서 회장이 그렇게 보이게끔 만든 것이었다.
배신감이 하늘을 찔렀다. 그 사실로 얼마나 비참한 날을 보냈는데… 고작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모두 씻겨질까?
인생에서 제일 절망스러웠던 날. 수년간 제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던 두 사람의 모습…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누나의 사과는 받겠어. 하지만 그게 다야. 정말 미안하다면…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싶다면, 평생 내게 그 얼굴을 보여 주지 않는 게 좋아. 두 번 다시 나를 찾아오지 마.”
* * *
이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효원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찝찝한 마음을 털어 버릴 수 없었다.
‘목욕이나 하자…….’
기분 전환을 위해 뜨거운 물에 목욕을 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효원은 바디 워시로 풍성한 거품을 만들어 온몸을 덮었다. 따뜻한 물줄기를 맞으며 거품을 씻어 내자 가슴과 엉덩이로 물줄기가 흘러내렸다.
욕조에 적당한 입욕제를 풀고 욕조 안으로 들어갔다. 뜨끈한 물에 몸을 넣자 쌓여 있던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원치 않던 만남이 효원의 신경을 날카롭게 만든 모양이었다.
어렴풋이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난 방향으로 눈길을 돌리니 보기만 해도 황홀한 나신이 샤워기 밑에서 서서 물을 맞고 있었다.
언제 퇴근을 한 걸까?
넓은 어깨 아래 탄탄한 근육을 타고 물줄기가 흘러내렸다. 그의 몸매를 보고 있으니 다리 사이가 후끈 달아올랐다. 보기만 해도 흥분하게 만드는 육체였다.
“그 여자가 왔다고 하던데…….”
몸을 씻은 서범익이 욕조로 터벅터벅 걸어왔다. 우람한 페니스에 효원은 괜히 긴장되었다. 엉덩이 사이가 뜨끈한 게 벌써 애널이 젖어 가는 느낌이 들었다.
“네… 사과를 하기에 받아 주긴 했어요.”
“…그래?”
더 궁금해하지 않는 서범익을 보며, 효원이 이설에게 매몰차게 대했던 게 그에게도 전달되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가 발을 넣은 것과 동시에 물이 찰랑거렸다. 욕조에 앉자 물이 출렁거리며 파동에 의해 물이 넘쳤다.
심장이 뛰었다. 지정석처럼 효원의 뒤에서 자리를 잡은 범익은 효원의 허리를 잡아 허벅지에 앉혔다. 발기한 페니스가 엉덩이 주위에서 꿈틀거렸다. 범익이 목덜미에 코를 묻고 혀로 살살 핥으며 자신의 페니스를 만지는 손길에 긴장했다.
“하아, 좋아… 하루의 피로가 싹 달아나는 기분이야.”
“으응- 아윽…….”
입욕제 덕분인지 몇 번 손가락으로 넓히지 않아도 페니스가 수월하게 삽입되었다. 거의 하루걸러 하루 섹스를 하다 보니 삽입이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밀착한 피부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손길은 부드러웠으나 부딪혀 오는 입술은 굉장히 성급했다.
서범익의 혀가 성급하게 밀려들어 오더니 농도 깊은 키스가 쏟아졌다. 두 개의 손이 서로 다른 중요 부위를 더듬으며 효원의 쾌감을 끌어냈다. 거품이 잔뜩 묻은 페니스를 훑으며 유두를 꼬집었다. 아래로는 두꺼운 페니스가 끊임없이 왕복하며 포인트를 눌렀다.
“하윽…! 윽, 아아-! 으읏… 아!”
“사랑해. 효원아. 효원아… 크읏.”
뜨거운 숨이 맞닿으며 입술에서 뭉개진 신음이 흘러나왔다. 팽팽하게 솟은 불기둥은 효원에게 쩌릿쩌릿한 쾌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사랑을 고백하는 서범익의 목소리에 가슴이 설렜다.
관능적으로 움직이는 그의 육체 또한 효원의 가슴을 뛰게 했다. 이제 두 사람은 온전히 사랑에 집중할 수 있었다. 더는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사랑해요…….”
* * *
며칠 후, 온갖 포털을 장식한 건, 서범익 회장의 러브스토리였다. 그가 어떤 병을 앓았고, 그 병을 치료하기 위해 한 오메가를 만났다는 것 그리고 그 완치 과정까지 세세하게 실렸다.
어린 시절 첫사랑이 어른이 되어서도 이어진 것을 강조했다. 다만, 그와 만난 오메가가 돈을 받고 성 상납을 한 것만 쏙 빼놨다. 효원이 수억을 받은 건 기사에 실리지 않았다.
서범익의 사랑은 현실에서 이뤄지기 어려운 사랑 이야기로 포장되었다. 그 사랑의 결실로 태어난 아이까지 모두 기사에 나왔다. 다만, 유리의 얼굴은 모자이크가 되어 실렸다.
“이게…….”
효원은 공항에서 찍힌 사진을 바라보며 헛, 소리를 냈다.
아이를 안은 서범익과 그의 팔을 잡고 있는 제 모습은 누가 봐도 한 가족으로 보였다. 공항 로비를 걷는 서범익의 표정은 행복함 그 자체였다.
지금 이 순간까지 겪어야 했던 모든 일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일순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며 가슴이 부풀었다.
‘정말 이대로 행복해도 될까?’
효원은 스크롤을 조금 더 내렸다. 그러자 검색 몇 번으로 쓰러진 전 회장의 기사가 나왔다. 전 회장이 쓰러졌다는 내용이었는데, 아마도 포털에 뜨기 전에 기사를 접하고 쓰러진 것이 아닐까 싶다.
‘모두에게 축복받을 수 없는 걸까…….’
그때였다. 남 비서가 노크를 하고 작업실로 들어왔다. 남 비서의 등 뒤로 두 개의 음영이 드리워지더니 이윽고 누군가가 작업실로 들어왔다.
들어온 사람들을 본 효원의 입이 환하게 열렸다. 효원은 벌떡 일어나 그들을 향해 팔을 벌리고 뛰어가 안겼다.
“우혁 선배, 승주 선배…….”
“못난 놈. 나쁜 놈. 독한 놈…….”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너무도 반가운 사람들이었다. 3년 내내 그리웠던 이들이었다. 승주가 효원의 머리카락을 엉망으로 헝클었다.
“이 자식, 애를 낳았다고 하더니, 네가 더 애가 되면 어쩌자는 거야?”
“선배, 저… 연락할 수 없었어요.”
“알아. 도망치자마자 눈 뒤집힌 놈에게 잡혀 봤자 좋을 거 없었을 거야.”
승주가 장난스럽게 웃자, 우혁이 한마디 거들었다. 효원의 입가에 배시시 웃음이 걸렸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응접실로 나갔다.
키퍼가 차를 내오자 나란히 앉아 창밖을 바라봤다. 따스한 햇살 아래에서 즐겁게 노는 아이들은 셋이었다. 효원은 아이들과 승주의 배를 차례차례 바라봤다.
“그 몸으로 애를 둘이나 낳다니. 선배도 대단해요.”
“배가 꺼질 틈이 없었어. 아시다시피 저쪽도 짐승이라.”
우혁이 딴청을 부렸다. 효원은 피식 웃음으로 마무리했다.
“어떻게 된 건지 말해 줘요. 두 사람 결혼했어요? 우혁 선배 ** 아트전에서 수상한 것은 기사로 봤어요. 화가가 아닌 디자인이라니…….”
“그림을 그린다고 모두 화가가 되는 건 아니니까. 난 디자인 쪽이 더 적성에 맞았지. 덕분에 큰 회사에 들어가게 됐어. 그곳에서 승승장구했고, 지금은 디자인 팀장으로 근무해.”
“나 먹여 살리느라 뼈 빠지게 일해. 푸하하.”
말은 그렇게 해도 행복해 보였다. 둘은 정말 독립을 했다. 집안의 반대에도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그를 토대로 승주도 화가가 되었다. 행복한 부부를 보니 괜스레 효원까지 설렜다.
“사실, 지난달에 아버지가 그이를 허락했어.”
“정말이요?”
“그럼, 애를 둘이나 낳았는데 어쩌겠어? 주식도 다시 받았어.”
승주가 어깨를 활짝 폈다. 그러자 우혁이 너털웃음을 짓다가 승주의 머리를 가볍게 잡고 강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이제 내 돈은 필요 없다는 거야?”
“아니. 어떻게 그러겠어? 난 네가 벌어다 주는 돈이 좋아.”
승주가 우혁의 품에 안겨 애교를 부렸다. 두 사람의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졌다. 그들의 행복을 보며 몇 배로 기분이 좋아졌다.
정말, 아이를 낳은 것으로 허락을 받을 수 있을까?
그의 집안의 일원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시간이 흐르면 해결될 거야. 넌, 그때까지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될 뿐이야.”
“고마워요.”
“응원할게.”
“네!”
효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처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가족으로 받아들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