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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의 늪-19화 (19/40)
  • chapter 19

    #19

    효원은 고개를 휘저었다. 효원은 바보가 아니었다. 종종 오메가들이 히트사이클에 원하지 않은 임신을 해 결혼을 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집안이 비등했을 때의 일이었다. 만약 상대가 권력을 쥔 상대라면 애를 빼앗기는 경우도 많았다.

    그건 싫었다. 그를 사랑하지만, 아이를 이용하고 싶지 않았다.

    “회장님께 두고두고 찍히게 될 거예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입에도 오르내리게 될 거고요. 그런 방법은 싫어요.”

    “그럼, 정말로 기다려 줄 수 있겠어? 네가 싫다면 나도 강요하지 않겠어.”

    “…….”

    “대답해. 기다릴 수 있냐는 거야. 1년간 아버지가 어떤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더라도 그것을 곁에서 보면서도 울지 않을 자신 있냐고.”

    “…안 울어요. 이제 그렇게 마음 약하게 흔들리지 않을 거예요.”

    효원은 미래를 약속하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눈물을 훔치며 입술을 꾹 물었다.

    앞으로 어떤 시련이 닥칠지 알 수 없으나, 그를 믿고 기다린다면 언젠가 서 회장도 둘의 사랑을 허락하지 않을까?

    그와 동시에 효원은 그들의 세계에 들어가려면 자신도 성공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록 가난한 효원이라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화가가 된다면 회장님도 다르게 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효원은 약혼식도 거부하고 제 마음을 고백하는 범익이 고마웠다. 그의 말에 효원은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가슴이 뿌듯했다.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제 뺨을 꼬집어보다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러자 그가 효원의 손을 덮고 다른 손으로 입술을 더듬거렸다.

    “믿어. 그리고 기다려. 결혼식까지 가지 않을 테니.”

    “네, 믿어요.”

    “효원아.”

    “범익 씨.”

    범익은 효원을 바스러뜨릴 듯이 껴안으며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같이 목욕할래?”

    효원은 볼을 빨갛게 물들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함께 목욕을 하기 위해 욕실로 이동했다.

    그는 욕실에 도착하자마자 효원의 옷을 하나하나 벗기고 그 자신도 알몸이 되어 손을 내밀었다. 효원의 심장이 가파르게 뛰었다. 그의 진한 페로몬에 빠져든 효원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히고, 범익이 효원에게 손을 내밀며 입을 열었다.

    “…이리 와.”

    * * *

    척추부터 뇌수까지 단번에 녹아내릴 것 같은 열기가 찾아왔다. 열기로 인해 내벽이 뜨거웠다. 그가 간간이 자신을 쳐다보며 제 표정을 즐기는 것 같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서범익은 손톱으로 효원의 유두를 긁으며 몸 여기저기를 쉴 새 없이 애무했다.

    효원은 목덜미가 화끈거리고 쾌감으로 뜨거운 벌레들이 전신을 핥듯이 기어 다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애널 입구가 지끈지끈했다. 그의 페니스는 곧 정액을 터트릴 듯 팽팽하게 솟았다. 효원은 그의 머리카락을 휘어잡으며 신음을 했다.

    “으읏- 아, 아! 읏, 아아…….”

    “헉, 하… 아… 헉헉!”

    그가 숨을 깊게 내쉬다 단번에 치고 빠지자 아래가 뽑힐 것 같았다. 크고 굵은 기둥과 뜨거운 물이 동시에 안을 휘저었다. 벌써 두 번째, 이미 정액으로 흥건한 입구는 찌걱, 찌걱, 젖은 소음을 냈다.

    효원의 다리가 그의 어깨 위로 올라가 허리가 요가의 한 자세처럼 말려 있었다. 퍽, 퍽, 퍼억, 엉덩이로 까슬한 음모가 닿았다. 페니스 뿌리를 넘어 음낭까지 넣을 셈인지, 그는 계속해서 페니스를 강하게 박았다. 그때마다 효원은 눈앞이 캄캄해졌다가 밝아지기를 반복했다.

    “아읏… 아, 아!! 범, 범익 씨… 읏… 아앗!”

    “효원아. 으윽-.”

    그가 효원의 페니스를 쥐며 고개를 숙여 목덜미를 핥았다. 그리고 점점 내려가 효원의 유두를 입속에 넣고 혀로 요리조리 굴리며 장난치더니 쭉쭉 빨았다.

    손으로 엉덩이와 허리를 쓰다듬다 더 아래로 내려가 접합부를 더듬거렸다. 효원은 거친 숨을 훅, 삼켰다. 그곳에 그가 쏟아 낸 정액이 쉼 없이 흘렀다.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창피함에 그의 가슴을 밀어내자, 범익은 웃으며 다시 위로 올라왔다. 그의 애무에 효원의 호흡은 점차 거칠어졌다. 그는 아래에서 열심히 쑤셔 박았다.

    “항, 아읏, 아… 아!!!”

    그가 몸을 들썩거릴 때마다 효원은 쾌감에 눈물이 솟았다. 그리고 곧 오르가슴이 효원을 덮쳤다. 이제 그의 작은 몸짓에도 느껴 버리는 자신의 몸을 효원은 통제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행복했다.

    그는 헐떡거리면서도 효원의 입술이 벌어지면 키스를 하고, 혀를 핥았다. 그의 페니스가 드나드는 구멍이 화끈거렸다. 격렬하게 움직이는 섹스는 몸서리치는 자극을 선사했다.

    “으윽, 으… 아아.”

    여릿한 신음이 튀어나오자 범익은 더 강하게 허리를 치댔다. 민망한 젖은 소음은 청각을 자극했고, 아래는 곧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범익은 효원의 양쪽 허리를 꽉 틀어잡았다. 그리고 페니스를 뿌리까지 박아 넣고 강하게 튕겼다. 효원의 몸이 펄쩍 뛰며 움찔, 엉덩이에 힘이 실렸다.

    “크읏, 읏, 으-! 아!”

    억눌렀던 만큼 힘차게 정액이 뿜어졌다. 구멍 안으로 많은 양의 정액이 쏟아부어졌다.

    밀려오는 오르가슴에 효원의 호흡이 들떴다. 몸을 일으키려 해도 그에게 허리가 붙잡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누워 있었다. 두 번의 섹스로 온몸의 기운이 쭉 빠져 버렸다.

    “한 번 더 할까?”

    “못… 해요. 자고 싶어요.”

    “그렇겠지?”

    그는 더없이 환한 미소를 보이더니 효원의 몸을 번쩍 들어 무릎에 앉혔다. 그의 무릎에 앉자 시선의 높이가 같아졌다. 가슴과 가슴이 맞닿자 또다시 열기가 피어올랐다. 범익은 팔을 쭉 뻗어 작은 상자를 효원에게 내밀었다.

    “뭐예요?”

    “선물.”

    “……?”

    효원이 작은 상자를 열자 그곳에는 한 쌍의 다이아몬드 귀걸이가 있었다. 화려한 장식이 없는 밋밋한 백금에 1캐럿쯤 되는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었다.

    “당장은 커플링을 끼는 건 힘들지만, 증표를 남기는 건 어렵지 않지. 자, 너는 여기 왼쪽 귀에, 나는 오른쪽 가슴에.”

    “네엑?! 가, 가슴이요?”

    “아버지에게 보이면 안 되니까.”

    효원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증표를 나눠 끼우기로 했다. 범익은 상자에서 귀걸이 하나를 빼 효원의 귀에 끼워 주고 가슴을 내밀었다.

    ‘가슴에 어떻게 끼우지… 어? 그러고 보니 여기에…….’

    그의 왼쪽 유두 부근에 구멍이 있었다. 효원의 시선을 알아챈 범익은 나른하게 웃으며 효원의 귀에 매달린 다이아몬드를 만졌다.

    “미리 뚫어 두었어. 앞으로… 섹스를 할 때마다 내가 한 약속을 확인하게 될 거야.”

    효원이 입술을 벌리고 환하게 웃으며 그의 품에 와락 안겼다. 그는 효원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조용히 속삭였다.

    “우리, 내일 타투하러 가자. 서로의 몸에 이니셜로 증표를 생기는 거야.”

    “좋아요! 아무래도 좋아요!”

    효원은 진심으로 행복했다. 너무도 행복해 눈에서 기쁨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 * *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 그 시각 서 회장의 화는 하늘을 찔렀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었다. 약혼식에 나타나지 않은 예비 신랑이라니… 너무 민망해 예비 사돈 앞에서 얼굴을 들지 못했다.

    뜻하지 않게 교통사고가 났다고 둘러댔으나, 그것을 그들이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 어디로 간 거지?”

    “강원도 별장으로 가셨다는 연락입니다.”

    “효원… 그 정부 녀석을 데리고? 하…….”

    회장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화를 참지 못하고 재떨이를 바닥에 내던졌다. 쨍그랑 소리가 나며 산산조각으로 깨지는 재떨이를 보며 이 집사는 흠칫했다.

    “자네, 잘 알아듣게 설명한 거 맞나?”

    “네, 그, 그렇게 했습니다. 효원이 앞뒤 못 가리는 녀석은 아니니, 도련님께서 밀어붙이셨다면 어쩔 수 없이 따라갔을 것입니다.”

    “이건 혹을 떼려다 혹을 붙인 꼴이 되지 않았나? 병을 고치라고 했더니, 사랑을 해? 하… 젠장 할.”

    “회, 회장님, 효원은 그리 막돼먹은 녀석은 아닙니다. 은혜를 모르는 아이도 아니고요.”

    “물론이지! 은혜를 모르면 사람이 아니지. 은혜를 갚지 않겠다면 그 가죽을 벗겨 팔아야 하는 거고.”

    “……!”

    이 집사의 등이 흠칫거렸다. 회장의 말투가 몹시도 음산했기 때문에 등줄기로 소름이 흘렀다.

    회장은 비서실장을 바라보며 언론에 넘길 기사를 살펴봤다. 비록 함께 나란히 찍은 사진은 없었지만, 둘이 약혼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슈트를 입은 서범익과 약혼녀의 사진을 나란히 둔 것만으로도 약혼을 한 것처럼 보였다. 양가 집안은 같은 시간에 서로 다른 언론에 약혼 소식을 공표할 것이다.

    두 녀석이 뜨거운 밤을 보내고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내일 아침이면 서범익은 공식적으로 약혼을 한 남자가 된다.

    “좋아. 이렇게 언론사에 넘기고, 내일 아침 포털 메인에 JK 그룹의 서범익 대표와 민성 그룹의 차녀의 약혼 소식으로 장식하게 해.”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효원의 신상 정보를 줘 보게.”

    회장은 비서실장이 내민 효원의 가족 사항을 살폈다. 그리고 문득 눈에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다.

    “이설? 이 이름… 어디선가 봤는데. 아, 그 배우 아닌가? 몇 개월 전에 샀던 오메가. 그 여배우가 효원의 누나였어?”

    “…네? 그럴 리가요. 그때는 매니지먼트를 통해 사람을 구했는데. 헉! 이런 인연도 있네요?”

    “흠…….”

    회장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골똘히 생각에 잠겼던 회장은 이윽고 탁, 손뼉을 쳤다. 그의 입술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좋은 방법이 생각났네. 이설에 대해서 알아봐.”

    * * *

    이설은 신경질이 났다. 그토록 많은 모임에 참석했는데, 눈이 먼 알파가 보이지 않았다. 수 없이 많은 알파와 잠을 자도 원나잇으로 그치기 일쑤였다.

    “짜증 나. 그 녀석은 어디서 그런 물주를 만난 거야?”

    이설은 백에서 담배를 꺼내 피웠다. 이설이 여배우가 된 건 제 목적을 이루기 위한 관문일 뿐이었다. 이설은 항상 멍청한 알파를 꼬셔 신분 상승의 꿈을 꾸었다. 타고난 아름다운 외모로 재벌을 만나고 싶은 야망으로 뭉쳐 있었다.

    짙은 화장을 한 이설에게서 고혹적인 분위기가 풍겼다. 저를 힐끔거리는 알파를 봤음에도 기분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속에서 비틀린 감정이 꾸역꾸역 치밀었다. 효원의 스폰서보다 더 호구 같은 알파를 찾고 싶은 욕심에 부풀었다.

    드레스 한 벌에 수천이 호가하는 옷을 걸친 이설의 머릿속은 온통 돈과 야망, 그리고 돈 많은 남자를 꼬시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이왕이면 돈 많고 잘생기고, 젊은 탄탄한 육체를 원했다. 과거 잠깐 만났던 서범익은 이설이 그토록 꿈꾸던 동화 속 왕자님이었다.

    ‘아, 그 남자 아까워…….’

    몇 개월이 지났음에도 기억이 났다. 이설은 그렇게 강한 페로몬을 가진 알파를 이제까지 본 적이 없었다. 얼굴, 몸, 그리고 돈까지 많은 완벽한 남자가 세상에 몇이나 될까?

    오늘도 공을 친 것 같았다. 듣기로는 지난번 효원이 클럽 아테네에 갔다고 들었기에 이곳에 또 멋진 남자가 있나 싶었는데…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알파는 이설의 마음에 차지 않았다.

    이설은 담배를 끄고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그때, 눈에 익숙한 남자가 보였다.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빛이 반짝였다.

    그는 효원의 교수였다. 유준태… 잘생긴 외모에 돈도 많은…….

    마침 그도 이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손을 흔들자 이설도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어머나, 이게 누구예요? 그렇지 않아도 한번 뵙고 싶었는데.”

    “여전히 예쁘시네요.”

    “뭐, 효원이만 하겠어요?”

    이설은 그가 효원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예전부터 눈치채고 있었기에 효원을 들먹였다.

    “그나저나 가방을 줬다 빼앗는 건 무슨 경우죠? 돈도 많으시면서?”

    “가방이라뇨?”

    “아, 효원이가 C사의 **백팩을 교수님에게 받았다고 했거든요.”

    유준태가 인상을 찌푸렸다. 효원의 이름이 나오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했다.

    “하, 효원이 사귀는 사람에 대해서. 아직 모르고 있나 봐요?”

    “몰라요. 얼마나 숨기는지… 엄청난 돈을 준 것을 보면 보통 사이가 아닌데요.”

    “보통 사이는 아니죠. 스폰을 받고 있으니.”

    “연예계나 예술계나 스폰이 없으면 어떻게 커요?”

    아무렇지 않았다. 효원이 스폰을 받는 건 연예인이 스폰을 받는 것과 같은 이치니까. 그러나 이설은 그가 다음 꺼낸 말에 깜짝 놀랐다.

    유준태의 얼굴이 그렇게 끔찍할 수 없었다. 괴기 영화 속에 살인마를 보는 듯한 기분에 이설의 솜털이 온통 쭈뼛 솟았다.

    “그 상대가 서범익이라면요. 어떠시겠어요?”

    * * *

    이설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효원의 스폰서가 서범익이라는 사실을 듣자마자 견딜 수 없는 질투심이 치솟았다.

    ‘왜, 하필 효원이야? 왜! 왜! 모든 걸 갖춘 녀석이 내가 찍은 상대까지 가져가는 거야?’

    이설은 입술을 피가 날 만큼 물었다. 이설의 쌍둥이인 효원은 부모의 좋은 점을 모두 가지고 태어났다. 그의 모든 것이 이설보다 뛰어났다. 외모, 두뇌, 심지어는 능력까지 월등했다. 베타 흉내를 내도 주변 알파가 그에게 눈을 돌릴 만큼 페로몬도 특별했다.

    거기다 둘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부모조차 둘을 비교할 정도로 차이가 났기에 이설은 동생인 효원이 미웠다. 하지만 겉으로 티 내지는 않았고, 최근에는 돈에 여유가 생기면서 부정적인 감정도 줄었다.

    그런데 다시 한번 질투의 감정이 샘솟았다. 이설은 주먹을 꽉 쥐며 효원과 서범익을 떠올렸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건 두 사람이 격렬하게 섹스하는 모습이었다.

    눈앞에 섬광이 터졌다. 뭔가 위장에서 타오르는 느낌이 들자 더부룩 답답했다. 그때, 예전에 받았던 전화번호로 전화가 왔다.

    “네? …회장님께서 저를 만나고 싶어 하신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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