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파멸의 늪-16화 (16/40)
  • chapter 16

    #16

    “으읍!”

    “하아, 하아…….”

    그때, 몸이 허공에 붕 떠올랐다. 엄청난 힘에 효원은 깜짝 놀랐다. 그는 효원의 다리를 허리에 감게 한 뒤 바지 버클을 풀었다. 범익이 효원의 바지를 벗겨 버리자 효원이 놀라 파르르 떨었다.

    “아… 안 될 거예요.”

    “될 거야.”

    “잠깐만요… 으읏…….”

    “여기 봐. 이미 흠뻑 젖었어.”

    애널에서 애액이 흘러나왔다. 언제든지 알파를 받아들일 수 있게 구멍이 녹진녹진하게 풀어졌다.

    양쪽 허벅지를 크게 벌린 서범익은 효원의 허리를 잡고 구멍에 페니스를 맞췄다. 키스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어져 끅끅, 숨을 뱉었다. 밀려 들어오는 혀가 깊어질수록 가슴이 턱턱 막히며 숨이 차올랐다. 억누를 수 없는 쾌감에 그의 팔에 손톱을 세웠다.

    단단한 몸이 효원의 몸을 덮쳐 온다. 젖은 입술 안쪽에서 쉴 새 없이 혀가 움직였고, 구멍에 삽입하는 행동에는 주저함이 없었다.

    “으읏!”

    아래가 벌어졌다.

    “하아… 하앗…….”

    뜨거웠다. 왈칵왈칵 쏟아지는 액은 구멍을 적시는 것을 넘어 넘쳐흘렀기에 흥분했다는 것을 숨길 수 없었다. 그의 성기가 구멍을 헤집고 안으로 들어오자 낮은 탄성이 터졌다. 효원은 몸만큼이나 솔직한 신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그의 혀가 다시 입 안으로 들어와 엉망진창으로 휘저었다.

    “아앗-!”

    “하아… 으윽- 크읏, 좋아…….”

    서범익의 입술에서 낮은 신음이 터졌다.

    찌꺽, 찌꺽.

    구멍에서 젖은 소음이 쉼 없이 쏟아졌다.

    구멍은 피스톤 운동에 착실하게 반응하며 맑은 애액을 주르륵 흘렸다. 팽팽하게 발기된 페니스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효원을 몰아붙였다.

    “아앗…….”

    “하아… 하아… 맛있는 꿀이 흘러. 이렇게, 하읏-.”

    효원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머릿속이 뿌연 안개 속에 갇혀 뒤죽박죽으로 엉켜 있다. 제멋대로 혀를 섞는 그의 호흡을 따라갈 재간이 없어 헉헉거렸다.

    그의 페니스가 효원의 포인트를 마구 찔렀다. 번쩍번쩍 섬광이 내리쳤다. 효원은 미칠 것 같은 짜릿한 감각에 신음을 내질렀다.

    * * *

    남자가 이곳에 방문한 건 극히 드문 일이었다. 그가 방문한 곳은 회장의 컬렉션을 모아 둔 고급 빌라였다. 남자는 회장의 부름이 있을 때만 이 빌라로 왔다.

    빌라에 들어오자마자 화려한 갤러리를 재현한 것처럼 그림들이 벽을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그림을 산 목적은 개인 비자금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그림들은 모두 수십억을 호가했다.

    남자는 서범익에게 받은 봉투를 회장 앞에 꺼내 놨다. 그리고 서범익이 낮에 찾아와 했던 말을 그대로 전했다. 서 회장은 골치가 아픈 듯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으나, 다른 말은 없었다.

    “어떻게 할까요?”

    “…….”

    “회장님.”

    “그냥 두게. 우선은 녀석이 하고 싶은 대로 놔두지. 그동안 참았던 욕정을 모두 쏟아 내면 관심도 사그라들겠지.”

    “다른 박사들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단순한 욕정으로 끝날 거라고 하더군요. 이제까지 오메가를 안지 못하다가 처음 관계를 가진 것이니 더 깊게 빠져든 것일 뿐, 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치료만 된다면 떼어 내는 건 문제가 아니지.”

    서 회장은 와인을 들이켰다. 그러자 비서실장이 주치의에게 봉투를 다시 내밀었다. 주치의는 인사를 한 뒤, 호텔을 빠져나갔다.

    “그 아이, 외국으로 보내야겠으니 어디가 적당한지 찾아봐.”

    * * *

    효원의 하루는 바빴다. 이사한 후로 작업실은 학교가 아닌 서범준의 저택 별채가 되었다. 그는 오늘도 변함없이 차를 보냈다. 강의를 마치기 무섭게 효원은 짐을 정리했다. 그때, 우혁이 효원을 불렀다.

    “잘되고 있는 거야?”

    “아, 선배.”

    “담배 한 대 피울래?”

    “네.”

    효원은 우혁과 한적한 벤치에 앉았다. 어째 요즘 우혁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워크숍에 다녀온 후로 승주와도 서먹해 보였다. 매번 붙어 있던 두 사람이 서로 피하기 바빴다.

    “그날 실수를 하고 말았어.”

    “네?”

    “사실… 나 그때 러트사이클이었거든. 그런데 억제제를 먹는 걸 잊어버려서. 승주에게… 미쳤지.”

    “헉! 서, 선배!”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어. 갑자기 친구에서 연인으로 바뀌는 것도 우습고. 고작 한 번의 실수로 친구를 잃는 것도 그렇고.”

    “…의외네요. 저는 선배가 승주 선배의 기업에 수주를 받는 것이 걱정되어 연인이 되지 않은 줄 알았는데요.”

    “어? 그, 그것도 그렇지만… 제일 걱정인 건 녀석의 마음이니까.”

    효원은 우혁의 순진함에 웃고 말았다. 저도 연애를 잘 모르지만 선배도 다르지 않았다. 하긴, 20년 가까이 친구로 지냈을 정도라면 얼마나 바보 같을까? 서로 좋아하면서도 그것을 모르는 건…….

    “이미 답은 나왔네요. 저기 보세요.”

    그때, 저 멀리 승주가 보였다. 승주는 두 사람을 흘겨보며 효원을 원망스럽게 바라봤다. 효원은 승주에게 손을 흔들었다.

    “질투하는 거 안 보여요? 어서 가요. 응원할게요. 두 사람, 잘 어울리니까요.”

    질투한다는 효원의 말에 우혁이 벌떡 일어나 승주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승주의 어깨를 감쌌지만, 승주는 차갑게 손을 쳐냈다. 멀리 떨어져 있어서 들리지 않았지만, 승주가 우혁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러다 울음을 터트리며 그의 가슴을 퍽퍽 쳤다. 승주도 고민이 깊었던 것처럼 보였다.

    우혁은 흥분한 승주를 꽉 껴안고는 턱을 잡아 키스를 시작했다.

    오오!

    주변에서 그들을 싸움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손뼉을 쳤다. 오랜 친구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던 만큼 둘이 언제 연애를 시작할지 궁금해하던 사람들도 많았다. 아마도 둘은 CC가 될 것이다. 공개적으로 연애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부러웠다. 효원의 입가에도 사르르 미소가 번졌다.

    효원은 벤치에서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다가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2층에서 효원을 바라보는 매서운 눈을 발견했다. 유준태였다.

    ‘가자… 피하는 것이 상책이야.’

    * * *

    이건 그림을 그리려고 온 건지 섹스를 하러 온 건지 알 수 없었다. 효원은 서범익과 매일 섹스를 하고 있었다. 그의 러트사이클에는 물론이고 평소에도 섹스를 하는 단계까지 진행되었다.

    효원이 끝끝내 우겨 히트사이클은 피했지만, 자칫 자신의 히트사이클에도 섹스를 할 뻔했다.

    오늘은 그와 여행을 가기로 해 효원은 인천 국제공항에서 그를 기다렸다.

    곧이어 저쪽에서 남 비서가 효원에게 다가왔다.

    “전세기가 도착했습니다. 대표님께서 오실 겁니다.”

    “네…….”

    오늘은 JK 그룹의 전세기를 타고 프랑스로 간다. 꼭 한 번쯤 가고 싶은 나라였는데, 서범익의 출장길에 따라가게 되었다.

    둘이 묵을 호텔이 루브르 박물관 근처였기에 효원은 그가 일을 할 때 전시된 작품을 마음껏 볼 계획이었다.

    효원이 전세기를 타자 뒤이어 서범익이 올라왔다. 한껏 멋지게 꾸민 서범익은 웃으며 효원의 옆에 앉았다.

    “이러다 기자들이 눈치채면 어쩌시려고 그래요?”

    “상관없어.”

    서범익은 효원의 손을 잡고 눈을 감았다. 밤 비행이니 내일 아침이면 전세기는 프랑스 하늘을 날고 있을 것이다.

    효원은 믿어지지 않았다. 매일매일 꿈만 같았다. 그 앞에서는 좋아하는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풍선처럼 부풀어 들떴다.

    효원은 서범익의 품에 안겨 눈을 감았다. 어깨를 가볍게 안은 그의 손길이 너무도 따뜻해 왠지 모르게 울컥했다.

    * * *

    눈을 뜨자 아침이 되었고, 프랑스에 도착했다. 호텔에 짐을 풀기 무섭게 서범익은 일을 보러 나갔고, 효원도 미술관으로 가기 위해 준비했다.

    기분이 좋았다. 세계 유명한 명작을 감상할 마음에 아침부터 흥분감이 가라앉지 않았다. 효원은 세수를 하고나서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천천히 살폈다. 그러다가 좋았던 기분이 확 사라졌다.

    ‘흔적이…….’

    이번에는 흔적이 더 많았다. 쇄골 주위에 빼곡하게 남아 있는 흔적은 본연의 색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붉었다. 울긋불긋 가을 단풍잎이 물들기라도 한 듯 참으로 화려했다.

    “사랑받는 거 같잖아… 이건…….”

    싫은 것은 아니지만, 잠시 잠깐 울적해졌다. 비록 오래가지 못할 꿈이라도 지금 순간의 추억을 간직하고 싶었다. 효원은 억지로 기분 좋은 웃음을 걸었다.

    * * *

    루브르 박물관은 효원의 상상을 초월했다. 미디어로만 보다가 실제로 보니 그 웅장함에 입이 떡 벌어질 지경이었다.

    박물관은 16세기 왕궁의 실내를 그대로 재현했다. 건물 전체가 예술품에 가까웠다. 이곳에는 프랑스를 빛낸 화가뿐 아니라 지난 5세기 동안 나온 수많은 유럽 화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값어치를 매길 수 없을 만큼 귀중한 작품들이었다. 효원은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며 순서를 기다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박물관이라 그런지 평일임에도 관람객들이 많았다.

    이윽고 효원의 순서가 되었고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혼자 관람하는 것이 좋은 건,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고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아… 저 그림은……! 역시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야.”

    효원은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작품 유채화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평소 유채화에 관심이 많았던 효원의 눈길을 사로잡은 그림은 19세기 앵그르의 대표작으로, 아름다운 여자의 누드였다. 작품에 나타나는 전경으로 압축된 공간감이나 윤곽, 사실적인 묘사에 흠뻑 빠졌다.

    “이 작품을 내 눈으로 직접 보다니 꿈만 같아.”

    효원이 스스로 제 볼을 꼬집은 후, 다른 작품을 보기 위해 이동했다. 효원의 눈은 초롱초롱 빛이 났다. 저도 후세에 저런 작품을 남길 수 있는 화가가 되고 싶었다.

    ‘과연 그만큼 성공할 수 있을까? 노력한다면, 아주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겠지?’

    효원은 가슴이 벅차올랐다. 비록 꿈이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행히도 효원에게는 신이 준 재능이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그의 재능을 인정해 줬다.

    효원은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그림을 찬찬히 감상했다.

    효원이 한 그림에 빠져 그 앞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는데 누군가 옆에 나란히 섰다. 그리고 그림에 시선을 빼앗겨 있던 효원은 이곳에서 들을 리 없는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왜, 말 안 했어? 서범익과 사귄다고.”

    “……!”

    소스라치게 놀란 효원은 고개를 확 돌렸다. 효원은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파르르 떨었다.

    “교, 교수님! 교수님이 왜 여기에.”

    유준태가 프랑스에 있다니. 그것도 같은 시간에 박물관에서 만나다니…….

    “…나도 프랑스에 볼일이 있었거든. 지난번 말했던 것 같은데?”

    그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평소 다정했던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비틀린 미소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효원은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거절하는 방법을 이런 식으로 하는 건가?”

    “죄송해요. 저도 어떻게 말해야 할지…….”

    “사귀는 사람 있다고 말했다면 그런 고백 하지 않았을 거야.”

    “…….”

    효원은 그가 상처를 받은 것 같았기에 미안했다. 서범익과 자신이 사귀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지만, 사실대로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가시방석 같은 이 자리를 빨리 뜨고 싶었지만 다시 한번 그에게 상처를 줄 것 같아 망설였다. 입 안이 텁텁했다.

    “어디 가서 차라도 한잔하지.”

    “네?”

    “그림은 나중에 보고 차 마시자고. 거절도 순서가 있다는 거 모르는 거야?”

    “네, 그래요. 그럼 잠깐 전화 좀…….”

    효원이 주머니에서 전화를 꺼내자마자 유준태가 잽싸게 휴대폰을 빼앗아 전원을 껐다. 그리고 자신의 주머니에 휴대폰을 넣었다.

    “이런 것까지 보고할 정도로 깊은 관계냐? 안 잡아먹을 테니 나가자.”

    효원은 할 수 없이 유준태의 뒤를 따랐다. 유준태는 박물관 뒤에 자리 잡은 거리를 걸었다. 프랑스는 거리 곳곳이 예술품인지라 효원은 주위를 둘러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는 여러 블록을 걸었다. 점점 복잡한 거리를 벗어나는 것 같더니, 작은 아파트 단지가 늘어선 골목에 접어들었다. 차를 마신다고 했지만, 그가 가는 곳은 상점이 없는 인가였다.

    “저기… 교수님. 어디로…….”

    “친구 집. 몇 명이 모여 파티를 준비 중이거든. 파리로 돌아온다고 하니까 벌써부터 신이 난 것 같더라.”

    “정말, 학교 그만두시게요?”

    “그래. 재미없기도 하고, 그림을 더 그려 볼까도 싶고.”

    “…….”

    그가 발길을 멈춘 곳은 커다란 주택 앞이었다. 벨을 누르자 문이 열리며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넓은 주차장에 즐비한 차들을 보고 놀랐다. 꼭 자동차 모터쇼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스포츠 세단이 한두 대가 아니었다.

    “손님이 많네요?”

    “다른 놈들도 불렀나 봐.”

    괜스레 긴장이 되었다. 문 밖으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와 사람들 목소리에 긴장이 되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화려한 샹들리에가 눈에 와 박혔다. 그리고 넓은 거실에 열 명쯤 되는 남자들이 시선이 꽂혔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효원은 움찔 놀랐다. 사방이 알파였다. 그때, 한 남자가 유준태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 뒤로 효원이 들어오자 시선이 집중되었다. 누군가는 흡, 하고 탄성을 뱉었고, 어떤 이는 넋을 놓고 효원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었다. 수십 쌍의 눈이 효원 한 사람에게 집중되자 부끄러웠다.

    “뭐야, 오메가잖아?”

    몇몇 남자들이 효원의 주위를 에워쌌다. 남자들의 눈빛에 묘한 이질감이 돋았다. 노골적으로 훑어보는 눈빛은 오해할 여지를 남겼다. 농밀하고 끈적끈적한 느낌… 그건 한 남자만 그런 게 아니었다.

    효원은 마치 많은 남자 앞에서 벌거벗겨지는 느낌이 들었다 뜨거운 시선들이 자신을 발가벗기고 알몸을 감상하는 것 같았다. 효원은 그들의 시선이 불편해 유준태의 등 뒤로 슬며시 숨어 버렸다. 그러나 효원의 허리를 감싸는 낯선 손길에 화들짝 놀랐다.

    “……헉!”

    그의 입술이 교묘하게 비틀렸다. 핏발이 돋은 눈동자는 결코 호의적이 아니었다. 불안해진 효원의 손에 힘이 실렸다.

    “교, 교수님…….”

    “교수는 씨발…….”

    그때, 유준태가 효원의 목덜미에 뭔가를 찔러 넣었다. 그 순간 혈관을 타고 흐르는 뭔가에 효원의 의식은 점차 흐릿하게 변했다. 알파들이 낄낄 웃었다. 그들에게서 이상한 냄새가 났다. 그리고 명백하게 비웃음을 띠고 제 몸을 잡는 유준태…….

    유준태는 효원의 머리카락을 휘어잡고 얼굴을 돌렸다. 그가 품에서 뭔가를 꺼내 코에 흡입했다.

    “너에게 공들인 시간이 얼마인데, 이대로 끝날 줄 알았어? 얼마나 뒷맛이 훌륭하기에 서범익 새끼가 옆에 끼고 도는지 경험하고 싶었지.”

    “교, 교수님… 어, 어떻게… 이럴 수…….”

    “그러게. 내가 사귀자고 했을 때 받아들였다면 이런 일은 없잖아? 돈 많은 알파와 사귀고 싶다면 나를 찾아야지. 바로 옆에서 고백하는 나를 두고 그놈과 사귀어?”

    “아…….”

    그들은 서로의 귓가에 뭔가를 주고받으며 키득거렸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의 눈동자가 이상하게 풀려 있는 것 같았다. 공포감이 몰려왔다. 너무 두렵고 겁이 났다.

    효원의 몸에서 점점 힘이 빠졌다. 이내 뺨이 붉어지고 몸이 가려워졌다. 온몸이 간지럽고 뜨거워 효원은 답답한 코트를 벗고 손톱으로 몸을 긁었다.

    온몸으로 벌레가 기어 다니는 느낌이 들었다. 몸에 점점 힘이 빠지더니 정신이 몽롱해졌다.

    “슬슬 약 기운이 도나 보네. 마침 나도 러트사이클이거든.”

    “윽- 으윽…….”

    효원은 옅은 신음을 뱉었다. 유준태는 이를 바득 갈며 효원의 머리카락을 휘어잡았다.

    “좋은 거야. 너도 나도, 다 좋을 거야.”

    “아… 안 돼… 이러지 마… 세요…….”

    효원의 귀에서 소리가 웅웅 울렸다. 눈앞의 사람들이 슬로모션처럼 느리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피식, 피식, 웃음이 튀어나오려고 하고, 몸은 점점 뜨거워졌다.

    답답했다. 옷을 모두 벗고 싶은 맹렬한 갈망이 효원의 정신을 헤집었다. 효원은 저도 모르게 셔츠 단추를 열었다. 그러자 집 안 가득 효원의 페로몬이 가득 메워졌다. 약에 취한 알파들. 그 앞에 선 매혹적인 오메가 효원… 남자들의 시선이 한곳에 쏠렸다.

    몇몇 남자가 휘파람을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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