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5
#15
그로부터 이틀 후, 이삿짐 차가 효원의 집 앞으로 왔다. 효원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곁에 선 이설이 효원의 옷을 잡아끌었다.
“갑자기 이사라니? 너, 누구를 만나는 거야?”
“…….”
효원은 멍한 표정으로 이삿짐 사다리차를 쳐다봤다. 사람들은 집 안의 살림을 모두 버리고 옷과 책을 비롯한 자잘한 물건들만 박스에 담았다. 효원은 어제 저녁 서범익의 연락을 받았다. 이사를 하라기에 농담으로 흘려 들었는데, 놀랍게도 그는 정말 집을 구해 이사를 시킬 모양이었다.
효원은 바로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뭐예요? 갑자기, 이사라뇨? 어제 농담 아니었어요?]
[내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으로 보여? 나 돈 많다고 했잖아. 호구라면 좀 더 호구답게 굴어야지. 잔말 말고 이사해. 아, 그리고 환자를 돌볼 사람도 구했으니 앞으로 그 사람이 아저씨를 볼 거야.]
[왜 이러는 거예요? 정말, 사람 헷갈리게.]
[헷갈리고 하는 거야. 계속 헷갈려.]
효원은 어이가 없어 웃어 버렸다. 도대체 서범익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자신은 그저 정부에 지나지 않는데…….
그가 이렇게 일상까지 침투해 오면 저도 사람인지라 괜한 기대를 하게 된다.
싫다고 하면서도 효원의 심장은 두근거렸다. 기분 좋은 울림은 10년 전 첫눈에 반한 그를 향한 마음이었다. 지금도 어제 있었던 일처럼 떠올릴 수 있었다. 그는 장난으로 효원을 물에 빠트려 놓고는, 효원이 허우적대자 망설임 없이 수영장으로 뛰어들어 그를 구했다.
‘야. 꼬맹아. 장난이잖아? 왜, 이래? 이 녀석.’
귓가에 쩌렁쩌렁하게 울리던 그의 목소리가 좋았다. 막 2차 성징을 지난 그에게서 좋은 향기도 흘러나왔었다.
아마도 그의 러트사이클은 그때가 시작이 아니었을까? 오메가로 각성하지도 않았는데도 저도 모르게 그 향기에 매료가 되었으니까.
그는 기절한 효원의 입술에 숨을 불어 넣었다. 몇 번을 반복하자 효원은 콜록거리며 눈을 뜰 수 있었다.
그리고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아름다운 남자에게 매료되었다. 흠칫했다. 그가 세상에서 가장 반짝이는 보석처럼 보였다. 그가 햇빛을 등지고 있어 몽환적인 느낌이 들게 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입술이 닿은 채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그가 화들짝 놀랐다. 그가 놀란 것은 효원에게서 페로몬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페로몬에 이끌려 저도 모르게 키스를 하고 있었다.
‘너… 오메가야?’
그의 첫마디는 오메가냐는 것이었다. 고개를 끄덕이자 그의 얼굴은 핏기가 사라진 것처럼 하얗게 질렸다.
그는 끔찍한 표정을 짓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술을 북북 닦았다. 그러고는 마치 더러운 것을 본 듯한 눈을 하고 벌떡 일어나 수영장을 벗어났다.
순간, 효원은 충격을 받았다. 물론 제 몸이 오메가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그렇게 끔찍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내내 일그러진 표정이 지워지지 않았다.
아마도 그때부터가 아닐까?
효원이 매번 억제제를 입에 넣고 베타 흉내를 내기 시작한 것은.
효원은 자신이 오메가라는 것이 싫었다. 원치 않게 알파를 유혹하는 것도 싫었고, 히트사이클이 터지는 것도 싫었다. 자신이 오메라가는 사실을 인식할 때마다 그의 노골적인 혐오가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효원은 자신이 베타인 척 굴었다.
그가 원망스러웠다. 그건 제 의지가 아님을 뻔히 알면서도 괴물을 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으니.
그러나 원망은 어느덧 다른 감정으로 바뀌었다. 효원은 차창에 비치는 제 얼굴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래. 첫눈에 반했던 남자가 보아 주니 좋아? 이효원?’
제 자신에게 질문을 해 봤다. 심장은 거짓 없이 대답했다. 두근두근 뛰는 심장을 느끼며 효원은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그 감정, 숨겨야 할 거야. 드러내는 즉시 넌 회장님 눈 밖에 나고 이 계약은 파기될 테니. 사랑? 그 사랑은 덧없는 꿈이라는 거, 네 자신이 더 잘 알 거라고 믿어.’
효원은 스스로를 채찍질을 했다. 굳은 마음을 먹었다. 회장님 눈 밖에 나지 않게 조심해야 하루라도 그의 곁에 있을 수 있음을 확신했다.
이삿짐 차가 멈춘 곳은 원래 살던 아파트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옆 동네의 고급 아파트 단지였다. 그곳이 새로 살 곳이었다. 눈에 익숙한 경호원이 효원에게 와 인사를 했다.
그리고 여러 사람이 효원의 이사를 도왔다. 이설은 휘둥그레진 눈빛으로 주위를 살폈다. 집으로 올라가자 호텔을 방불케 하는 고급 가구와 살림을 보고 입이 찢어지게 벌어졌다.
“너, 이리 와.”
효원의 팔을 잡아끈 이설은 빈 방으로 집어넣었다. 이설의 입술에서 싱글싱글 미소가 퍼져 나갔다.
“어쩐지, 그림을 그리네 뭐네 그러더니. 스폰서를 잡았구나! 그치?”
“…….”
“5억의 돈을 갚은 것도 그렇고, 집과 부리는 사람까지… 하… 누구야? 어떤 알파를 만났기에 이렇게 많은 돈을 써? 여자야? 아니면 남자?”
“나, 남자.”
상황이 이렇게까지 변하니 더는 숨길 수 없었다. 이설의 성격이 궁금한 것은 끝까지 파고들기에 사실대로 말했다. 이설은 배를 잡고 깔깔 웃었다. 그리고 효원의 머리카락을 헝클었다.
“내가 너 크게 한 방 터트릴 줄 알았어. 그럼, 당연하지. 이 얼굴이 그냥 얼굴이야? 나보다 더 예쁜데! 알파들이 그냥 놔둘 리 없지. 호호호! 잘했어! 대단해!”
“…….”
스폰의 대가가 무엇인지 알면서도 이설은 침을 튀기며 효원을 칭찬했다. 이설은 생전 처음 보는 고급 가구에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효원의 어깨에 힘이 쭉 빠졌다. 너무 큰 선물에 이미 부담이 한가득했지만 한 사람이라도 행복하면 그것으로 만족스러웠다.
그때, 아버지가 불안한 발걸음으로 방으로 들어왔다. 효원은 아버지를 보자 그늘진 얼굴을 폈다.
“아저씨, 안전한 곳이니 안심해요. 여기가 새로운 집이에요. 앞으로 이곳에서 살면 돼요.”
* * *
서범익은 회의를 마치고 효원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메시지를 보자 서범익의 입술에 실웃음이 걸렸다. 눈가를 부드럽게 휘며 휴대폰을 닫았다.
[집은 빌리는 것으로 할게요. 저는 꽃뱀이 될 마음은 없으니까요.]
역시, 귀여웠다. 보면 볼수록 귀엽고 예쁘다. 서범익은 서류를 펼쳤다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영상 전화를 걸었다. 곧이어 얼굴이 아닌 통통한 귓불이 보였다.
“귀 보여.”
- 아… 영상 전화였어요?
당황하는 입술을 보니 깨물어 주고 싶었다. 당장 물고 빨고 싶은 걸 보니 확실히 그는 특별했다. 효원은 큼큼 목을 가다듬더니 입을 열었다.
- …이사 잘했어요.
“그림은 언제 그리러 올 거야?”
- …집도 넓은데 이곳으로 옮겨 그리면 안 될까요?
“내가 그 집을 드나들어도 되겠어?”
- 뭐… 뭐요?
“난 상관없지만, 밖에서 만나는 건 파파라치가 신경 쓰이니까.”
잠깐 고민에 잠기는 것 같더니 바로 원하는 답을 듣게 되었다.
- …제가 갈게요. 뒷문으로 들어가면 정말 회장님이 모르시는 거 맞아요?
“사용인들에게 특별히 말해 두었어. 아무도 모를 거야. 그러니 편하게 작업실로 써.”
- …네, 이따 갈게요.
“몇 시에 올 거지? 사람 보낼 테니.”
- 아니에요. 택시 타고 갈게요.
“타고 와. 괜스레 정신 빼고 다니다 이상한 사건에 휘말리지 말고.”
- …네.
“5시. 준비해.”
효원은 알았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저는 좀 더 통화를 하고 싶었는데, 효원은 냉정하기만 하다. 다른 때 같았다면 화가 났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서범익은 피식피식 웃었다. 실없는 사람처럼 웃자 남 비서가 이상한 표정으로 서범익을 바라봤다.
“보면 볼수록 낯이 익는데… 혹시, 나와 효원이 만난 적 있었어?”
“…기억 안 나십니까?”
“무슨 기억?”
“10년 전 저택 수영장에 빠진 아이를 구하신 적이 있으셨죠. 그때, 그 아이가 바로 이효원 씨입니다.”
“…뭐? 누, 누구라고?”
서범익은 화들짝 놀랐다. 10년 전 수영장에 빠진 아이? 물론 기억났다. 제 장난으로 사람이 죽을 뻔했는데, 기억하지 못할 사람은 없다. 다만, 놀란 건 그 사람이 효원이라는 점이다.
서범익은 10년 전을 떠올렸다. 당시, 서범익은 열여섯 살의 소년으로 우성 알파로 발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었다.
그때는 철이 없어 장난기가 많았다. 당시에는 보이는 사람 모두에게 장난을 치지 않으면 심심해 미칠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알파로서의 충동을 장난으로 쏟아부은 게 아닌가 싶었다.
그날도 변함없이 경호원을 골탕 먹이고 수영장으로 도망쳤다. 그런데 그곳에서 한 아이가 수영장 근처에 서서 물을 보고 있었다. 뒷모습이 아주 귀여웠다. 수영을 하고 싶은 모양인데, 물에 들어가지 않고 보고만 있는 걸 보니 괜히 장난을 치고 싶었다.
서범익은 한쪽에 굴러다니는 축구공을 발아래에 두었다. 그리고 소년을 향해 힘껏 공을 차 날렸다. 공은 정확히 소년의 등에 맞았고 그는 수영장에 풍덩 빠졌다.
어푸, 어푸,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발이 닿는 낮은 수영장에 서지도 못하는 것이 너무 웃겼다. 한참을 그 모습에 웃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놀란 범익은 수영장 안으로 펄쩍 뛰어들었다. 바닥에 가라앉는 그를 보자 덜컥 겁이 났다. 죽을지 모른다는 끔찍한 생각이 들었다.
서범익은 미친 듯이 그를 끌어올려 심폐소생술을 했다. 가슴에 흉부 압박을 하고 입술에 숨을 불어 넣었다. 흰 얼굴이 죽은 사람처럼 보였기에 겁이 났다.
정신없이 숨을 불어넣자 그제야 아이가 눈을 떴다. 그런데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갑자기 러트사이클이 시작된 것이다. 그의 몸이 처음으로 오메가에게 반응했다.
서범익은 낯선 감각에 몹시도 놀랐다. 처음 겪는 러트사이클인데 오메가와 입술까지 마주하는 바람에 몸속의 혈류가 뒤엉켰다. 그 낯선 감각이 두려웠다. 그렇기에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갔다.
서범익의 입술에 걷잡을 수 없는 웃음이 터졌다.
“하하… 내 몸이 처음으로 반응한 오메가가… 그 녀석이었는데, 그 녀석이 효원이라고?”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건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거지?”
서범익은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내 병은 그 녀석에게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어.”
“네? 그게…….”
“주치의를 만나야겠어. 당장.”
“네, 준비하겠습니다.”
서범익은 서류를 탁 덮고 벌떡 일어났다.
* * *
병원에 서범익이 나타나자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장신의 키의 훤칠한 미남이 로비를 지나치자 마치 모델이 걸어가는 것 같았다.
서범익은 곧장 주치의를 찾았다. 미리 전후 사정 이야기를 들은 주치의가 신경정신과 교수를 함께 불렀다. 서범익은 첫 러트사이클에 한 오메가를 만났고 그때부터 병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말했다.
“신경정신학적으로 연관성이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 당시 그런 일이 있었다면 불안정한 상태에서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사람을 죽일 뻔했다는 건 큰 충격이었을 테니까요. 그것이 거부감으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첫 러트사이클에 의도치 않게 오메가 페로몬을 느꼈고, 상황적으로 부정적인 느낌이 드셨을 테니 오메가 페로몬에 대한 거부감이 생겼을 수도 있고요.”
“역시…….”
“다행입니다. 원인을 찾았으니 회복하는 건 더 빠르죠. 그 오메가를 통해 불안정했던 러트사이클이 안정이 된다면 반드시 회복할 수 있습니다.”
“그럼, 제 러트사이클은…….”
“제가 전후 사정을 전달받고 유럽 몇몇 저명한 박사님들과 이야기를 나눠 봤습니다만, 그때, 충격받은 것을 치료하지 못하고 지나간 것이 원인일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아……!”
이제야 제 병의 원인을 알게 되었다. 원인이 밝혀졌으니 치료법도 확실했다. 주치의의 얼굴에서 환한 미소가 흘러나왔다.
“확실합니다. 그 오메가를 통해 안정되신다면 정상적으로 살 수 있습니다. 축하합니다, 서 대표! 하하하.”
“…….”
“왜 그러시죠? 기쁘지 않습니까? 병을 고칠 수 있어요.”
서범익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속에서 불쾌한 감정이 올라왔다. 그는 몸을 뒤로 기대고 잠시 침묵했다. 어색한 침묵은 한참이 흐른 뒤 풀렸다. 서범익이 의사들을 쳐다봤다. 그러자 그에게서 압도적인 위압감이 흘러나왔다.
일시에 의사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서범익은 품에서 봉투를 꺼내 의사에게 건넸다. 봉투를 확인한 의사들이 깜짝 놀랐다. 엄청난 돈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사실 회장님께 비밀로 해야 합니다. 제가 따로 말씀드릴 때까지 제 병은 회복되지 않은 거로 하죠.”
* * *
효원은 아파트 앞에서 차를 기다렸다. 역시 그는 약속 시간에 맞춰 차를 보냈다. 점점 다가오는 차를 보고 효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눈앞에 선 것은 롤스로이스였다. 서범익이 직접 효원을 데리러 온 것이다.
차가 효원 앞에 멈추기 무섭게 기사가 직접 문을 열어 주었다. 효원은 주위를 둘러본 후 냉큼 차를 탔다.
“소문나면 어쩌려고 대낮에 와요? 으읍!”
놀란 건 그때였다. 순식간에 그의 혀가 밀려왔다. 그리고 혀뿌리를 강하게 옭아 미친 듯이 빨았다. 그의 혀가 효원의 입 안을 헤집고 다녔다.
“으읍… 읍!”
그가 정신없이 입 안을 헤집는 통에 효원은 그를 밀어낼 새도 없었다. 넋이 나간 표정으로 그를 받아 냈다. 뇌수가 녹아내릴 듯 절절 끓었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부딪친 입술에서 젖은 입맞춤 소리가 쉼 없이 들렸다. 서로의 타액이 섞여서 내는 소리는 삽입했을 때와 또 달랐다. 더 몽환적이고 시야가 하얗게 변하는 느낌이었다.
‘왜? 갑자기 키스하는 거야?’
효원은 그에게서 벗어나려 입술을 틀었다. 그러나 바로 턱이 잡히고 도로 입술이 겹쳐졌다.
“으읍, 으읍-.”
숨 쉴 틈 없이 혀를 섞는 통에 호흡이 거칠어졌다. 뜨거웠다. 점점 몸도 흥분하기 시작해 열기를 내뿜었고, 덩달아 차 내부도 뜨거워졌다. 이내 효원의 머릿속이 성욕으로 가득 찼다.
두 사람은 철저한 갑을 관계였다. 그가 내리는 명령에 효원이 수동적으로 행동해야 하는…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
“갑자기… 이러는 이유를… 아윽…….”
“내 마음이야. 하고 싶을 때 할 거니까.”
“네? 으읍…….”
그가 효원의 바지춤을 열어 페니스를 잡았다. 효원이 깜짝 놀라 앞을 보자 앞좌석에서 볼 수 없도록 가림막이 올라갔다.
그는 한 손으로 효원의 페니스를 훑다가 귀두 끝을 손톱으로 꾹꾹 눌렀다. 효원의 몸이 파들파들 떨렸다. 다른 한 손으로는 효원의 복부를 부드럽게 만졌다. 효원의 몸만큼 그의 몸 또한 뜨거웠다.
서범익은 손목을 움직여 빠르게 수음을 했다. 그의 손바닥은 땀과 효원의 쿠퍼액으로 엉켰다. 그의 움직임이 빨라질수록 효원의 눈이 몽롱해졌다.
“으아, 앗…….”
“하아…….”
자신의 성기가 그의 손안에 잡힌 모습이 몹시도 야했다. 그의 작은 움직임에도 귀두에서 쿠퍼액이 줄줄 흘렀다. 동시에 효원의 입가에서 옅은 호흡이 터져 나왔다.
“하아- 아…….”
그가 효원의 입술을 핥았다. 그 모습이 너무도 섹시해 갈증이 날 정도였다. 키스를 피한 게 잘못일까? 효원은 그의 입술을 빨고 싶었다.
“발라먹을 것처럼 보지 않아도 빨아 줄 거야. 남김없이 빨아 주지.”
“아읏-.”
서범익이 효원의 페니스를 움켜잡으며 입술을 비틀었다. 번들거리는 눈빛은 위협적이었지만, 그 속에 다른 누구도 볼 수 없는 욕망이 숨어 있었다.
순간, 서범익은 효원에게 그 욕망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혀를 감아 챘다. 뒤엉키는 혀가 너무도 강렬하고 뜨거워서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서범익이 얼마나 세게 부딪쳤는지 입술에서 비릿한 쇠 맛이 느껴졌다.
그가 효원의 입 안 은밀한 점막을 정신없이 건드리며 혀로 살살 문질렀다. 혀끝에 감도는 서범익의 타액을 넘기지 못해 입술 밖으로 흘러내렸다.
전신으로 퍼지는 숨 막히는 키스에 서 있기가 버거웠다. 몸이 흔들릴 때마다 서범익의 탄탄한 팔뚝이 허리를 움켜쥐며, 더 깊게 혀를 삽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