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파멸의 늪-2화 (2/40)
  • chapter 2

    #02

    그때였다.

    쾅쾅쾅!!

    누군가 현관문을 강하게 차는 소리에 흠칫 놀랐다. 그 소리를 들은 이설이 욕실 문을 열고 나와 창밖을 내다보더니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설은 흡사 넋이 빠진 사람처럼 자신의 가방을 뒤적거렸다.

    “어디 있지? 그 돈! 아, 어디로 간 거야? 분명 받아서 뒀는데?”

    “누나? 왜 그래?”

    “돈! 돈이 없어졌어. 오늘 두 배를 받았는데… 아… 어떻게 해. 그 돈으로 이자를 내야 하는데. 어떡해!”

    “알아듣기 쉽게 말해! 도대체 무슨 일인데?”

    이설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닥으로 털썩 주저앉았다. 곧이어 사시나무처럼 떨기 시작했다. 효원은 불안감이 치밀었다. 이설의 이런 모습에 기시감이 들었다. 2년 전 1억의 빚을 져 파산 신청을 할 때와… 똑같았다.

    설마 또……?

    순간, 밖에서 뭔가 부서지는 소리에 효원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문을 쳐다봤다. 도어 록이 통째로 뜯겨나가며 건장한 남자들이 구둣발로 안에까지 성큼성큼 들어왔다. 미처 방어할 틈도 없이 우락부락한 남자들이 효원과 이설을 에워쌌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효원아! 나 어떡해! 사창가로 잡혀갈 거야!”

    “뭐!”

    험상궂게 생긴 남자들은 효원의 뒤에서 바들바들 떠는 이설에게 손가락을 까딱였다.

    “이리 와. 비싼 몸 흠집 내고 싶지 않으니 말로 할 때 와. 이년아,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지. 네 몸뚱이에 처바른 돈이 얼마인데 이번 달도 그냥 넘기려고 해?”

    “돈! 돈… 있었어요! 분명…….”

    “아욱! 저년이 누구를 호구로 보나? 야, 잡아!”

    “안 돼!”

    효원은 이설의 앞을 가로막으며 보호하려고 했으나, 저보다 머리 하나 큰 덩치의 힘에 맞설 수 없었다. 퍽! 소리와 함께 복부에 주먹이 날아왔다. 배가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다.

    남자들이 효원을 마구잡이로 폭행을 했다. 효원이 바닥으로 쓰러지자 두 남자가 효원의 등을 밟았다.

    “비리비리하게 생긴 새끼가 어딜 덤벼?”

    “으윽… 놔… 놔줘…….”

    이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남자들은 이설의 손목을 틀어잡고 억지로 잡아끌었다.

    “놔! 갚으면 되잖아?”

    “그래, 갚아. 네 몸뚱이로 갚으라고!”

    “싫어! 그런 곳으로 끌려가기 싫다고! 놔놔! 효원아! 효원아!”

    효원은 제 눈앞에서 이설을 끌고 가는 남자들을 보자마자 순간, 눈이 뒤집혔다. 효원은 자신의 등을 밟고 있는 남자의 다리를 힘껏 물어뜯었다. 그러자 남자가 비명을 지르며 효원의 뺨을 후려쳤다.

    “돈 갚아! 내가 갚는다고!!”

    효원이 빽 소리를 지르자 남자들이 동시에 효원을 바라봤다. 그들의 눈이 휘둥그레진 것은 순간이었다. 효원에게 물린 남자가 효원의 머리카락을 휘어잡고 눈을 맞췄다.

    그때, 효원의 눈에 흥분한 그의 페니스가 들어왔다. 속으로 아차 했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남자는 굉장한 것을 발견한 것처럼 웃었다.

    “이거, 이거도 예쁘게 생겼네요? 형님 어떠십니까? 요런 놈은 남창이 필요한 놈들에게는 꽤 비싼 값에 팔 수 있을 거 같은데요?”

    “좋은 생각이네… 둘 다 가져다 팔아버리면 큰돈을 만지겠어! 끌끌…….”

    누런 이를 드러낸 남자가 효원과 이설을 번갈아 쳐다봤다.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느낌이었다. 남매가 나란히 모르는 남자에게 다리를 벌리는 것이 연상되었다. 왠지 모를 두려움에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그때, 안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아버지가 소란스러움에 깼는지 거실로 나왔다. 아직 잠이 덜 깬 그가 난장판이 된 거실을 보며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그의 앞섶이 다시 축축하게 젖는 것이 보였다.

    예전 아버지가 빚 독촉에 죽기 직전까지 맞았던 것이 떠올랐다. 분명 아버지도 그때 일을 떠올렸을 것이다.

    효원은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시간을 줘! 일주일! 그 안에 돈을 못 갚으면 그때, 얌전히 따라가 줄 테니까!”

    * * *

    그날, 효원은 이설에게 5억의 사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타고 다닌 페라리와 명품 가방과 옷 그리고 화려한 액세서리 모두 사채로 산 것이었다.

    그녀에게 돈을 투자한 사람들은 화류계에서도 악명이 높은 조직 폭력배였다. 그들에게 가난한 오메가 이설은 훌륭한 먹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장 일주일 기간을 벌었으나, 그 큰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아득했다. 효원은 학교 공동 작업실에 쌓아 둔 작품을 하나둘 살폈다.

    얼마나 될까?

    작품 개수를 세어보다 입술을 물었다. 효원은 신경질적으로 붓을 집어 던지고 괴로움에 몸을 떨었다.

    ‘아직 정식으로 데뷔하지 않은 화가의 작품을 누가 큰돈을 주고 사겠어?’

    한두 작품은 운이 좋아 팔 수 있어도, 5억이라는 너무 큰돈이었다. 그동안 그려 팔아 온 작품들의 값을 합쳐도 나오지 않을 금액이었다.

    효원은 부러져 못으로 대충 박아 놓은 이젤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한참을 전화를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 전화를 받았다.

    - 이효원 학생 맞습니까?

    “…네. 그런데, 누구신지…….”

    - 아, 맞네요. 저는 JK 그룹의 남 비서라고 합니다. 우리 구면인데, 기억하나요?

    “아… 남 비서님! 네, 그간 안녕하셨어요? 안 그래도 어르신 한번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려고 했는데… 제가 찾아뵙는 건 오히려 실례일 것 같아서 망설였어요.”

    - 혹시, 지금 학교에 있습니까? 제가 곧 학교 정문에 도착할 것 같은데 잠깐 만날 수 있을까요?

    “네, 지금 나갈게요.”

    효원은 바닥에 던진 붓을 정리하고 가방을 맸다. 남 비서가 학교까지 찾아온 건 필시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정문으로 후다닥 뛰어갔다.

    학교 앞에는 벌써 검은 롤스로이스가 정차되어 있었다. 워낙 고급 리무진이라 학생들이 힐끔힐끔 그 차를 쳐다봤다. 용케 그 차를 알아본 효원은 조수석 창을 똑똑 두드리자 창문이 스르륵 내려가며 운전석에 앉은 남 비서가 보였다.

    “타세요. 저 혼잡니다.”

    “네.”

    효원은 어색함을 뒤로 한 채 조수석 문을 열고 탔다. 차 안은 의외로 좋은 향기가 감돌았다. 아마도 이 차의 주인의 향기인 듯했는데, 향기가 몹시도 달콤하고 향기로웠다.

    입가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걸릴 만큼 좋은 향기에 저절로 고개가 뒷좌석으로 향했다. 그러자 운전석에 앉은 남 비서가 큼큼 목을 가다듬었다.

    “아, 죄송해요.”

    “출발합니다.”

    차가 출발하고, 효원은 긴장한 채로 앞을 바라봤다. 효원을 태운 차는 곧장 인적이 드문 곳에 정차했다. 차 안에는 베타인 남 비서뿐이라 상관없음에도 효원은 자신의 페로몬이 흘러나올까 걱정됐다.

    남 비서는 그런 효원을 보며 입을 열었다.

    “회장님께서 효원 씨에게 은밀한 제의를 할 겁니다. 그 전에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미리 말하려고 합니다.”

    “무슨…….”

    효원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남 비서를 바라봤다. 남 비서는 답답한지 목에 맨 타이를 느슨하게 푼 후 효원에게 서류를 건넸다. 그건 누군가의 검사결과였다.

    검사지……?

    그때, 효원의 시선에 검사지 주인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서범익… 서범익이라면, 그 아이?

    예전에 처음 그 집으로 인사를 갔을 때 만났던 회장의 외아들 이름이 분명했다.

    그때 만났던 서범익을 떠올리자 괜스레 소름이 돋았다. 자신에게 별로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절대 잊을 수 없는…….

    효원은 저도 모르게 자신의 입술을 매만졌다. 그때의 일이 입맞춤이라고 볼 수 없지만, 효원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효원은 바짝 마른 입술을 억지로 열었다.

    “서범익이라면 회장님 아들이잖아요? 그런데 이게… 무슨 검사를 한 거죠? 어려운 용어라 잘 모르겠어요.”

    “대표님은 그냥 알파가 아닌 우성 알파로 발현하셨습니다.”

    “우, 우성 알파요?”

    효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회장의 집안이 알파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가 우성 알파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 전 세계의 인구에서 약 70%가 베타이고, 알파와 오메가 비율이 각각 15% 정도 된다. 15% 중에 우성 알파는 아주 극소수로 1%도 되지 않았다. 그들 중 한 사람이 서범익이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대표님에게 약간의 문제가 있습니다.”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거죠?”

    “오메가 페로몬에 거부감을 느끼십니다.”

    “…네?! 그, 그게…….”

    “러트사이클이 오면 억제제를 먹거나 오메가와 섹스를 통해 넘기는 게 보통입니다. 그런데 대표님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 페로몬 거부증도 문제지만 억제제에 대한 부작용도 있으시거든요. 게다가 러트와 함께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셔서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다행히 대표님께 맞춘 별도의 억제제로 어떻게 버티시기는 하지만 그것도 부작용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서…….”

    “어째서 그런 일이…….”

    “모르겠습니다. 회장님께서 전 세계 유능한 박사들에게 조문을 구해 봤는데, 간혹 이런 경우가 있다고 하더군요. 다행히 치료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럼, 치료하면 되잖아요?”

    남 비서는 효원에게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 게 조금 걸렸지만, 서범익을 위해 필요한 일이었다.

    “그… 치료법이 좀 그렇습니다. 여자 오메가가 아닌 남자 오메가와 섹스해야 합니다.”

    “…….”

    효원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효원은 그제야 남 비서가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효원은 입술을 깨물었다.

    10년간 저를 후원했던 회장의 제의를 거절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자칫 회장의 제의를 거절하면 앞으로 화가로서의 길은 영영 접어야 할지 모른다. 효원은 혼란스러움에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어디까지나 테스트를 거쳐야 합니다. 효원 씨가 우리가 찾는 오메가가 아닐 수 있으니까요.”

    “테스트라면…….”

    “첫 섹스로 가리는 방법입니다. 대표님이 효원 씨와 무사히 섹스하면 테스트가 통과되고 회장님과 정식으로 계약할 수 있습니다.”

    계약이라… 계약이라면, 서범익의 병이 완치될 때까지 관계를 지속해야 한다는 거겠지?

    그의 정부가 되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효원 씨를 찾아온 건 이 집사의 조카라 모르는 사람보다 믿을 수 있어서입니다. 더군다나 오랫동안 회장님이 후원한 학생이기도 하고요.”

    오랫동안 후원했다는 말에 뜨끔했다.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받은 은혜에 보답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니까. 효원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효원은 한 번도 성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겁이 나는 건 당연했다.

    효원의 어깨가 축 늘어지자, 남 비서는 차 시동을 걸었다. 비록 효원의 입에서 받아들이겠다는 답이 없어도 우선은 회장님에게 가야했다. 학교에서 출발한 세단은 고급 주택이 늘어선 곳으로 향했다.

    * * *

    커다란 저택은 높은 담으로 둘러싸여 요새처럼 보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숨이 막혔다. 왠지 몸이 움츠러드는 느낌도 들어 저도 모르게 손목을 문질렀다.

    효원은 대문을 보며 어렴풋이 기억나는 과거를 떠올렸다. 서범익을 처음 만난 건 12년 전이었다.

    자신이 열두 살 때, 아버지를 따라 이 집을 방문했었다. 운 좋게 먼 친척의 소개로 후원을 받게 되어 인사차 아버지와 이 집으로 왔다. 어린 나이에도 커다란 철문이 웅장해 보였는데, 지금도 여전했다.

    차고 문이 열리자 검은 롤스로이스는 미끄러지듯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회장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쪽으로…….”

    “네.”

    효원은 긴장감을 애써 감추며 차고를 나와 정원과 이어지는 계단으로 올라갔다. 순간, 효원의 시선을 끈 것은 아름드리 수목들과 이름 모를 야생화였다. 정원 곳곳에 핀 꽃과 나무를 마주하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효원은 당장이라도 붓을 꺼내 화폭에 담고 싶은 욕망이 솟구쳤다. 창작 욕구가 밀려오자 묘하게 흥분감이 맴돌았다. 조금 더 걷자 거대한 저택이 보였다. 심장이 사정없이 떨렸다.

    ‘뭐야… 이건… 집이야? 궁전이야?’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저택은 마치 고대 그리스 신전을 옮겨 놓은 것처럼 커다란 기둥으로 설계되었다. 온통 백색이었는데 금방 지어진 것처럼 흠이 없었다. 바닥은 온통 대리석으로 만들어졌는데 맨발로 다녀도 될 것처럼 깨끗했다.

    그때, 저쪽에서 익숙한 얼굴이 효원을 보며 웃었다. 효원은 재빨리 달려가 그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간 안녕하셨어요?”

    “그래. 어서 가자.”

    “네, 당숙 어른.”

    “다른 사람 있을 땐 이 집사라고 불러야 해.”

    “명심할게요.”

    한 사람이라도 아는 얼굴이 있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효원은 당숙을 따라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저택 안의 웅장함과 화려함은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멋졌다.

    더군다나 곳곳에 멋진 미술품이 되어 있어 시선을 빼앗기기 충분했다. 거의 갤러리를 옮겨 놓은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였다.

    “회장님은 특히 그림을 좋아하신다. 너를 후원하게 된 것도 네 그림을 마음에 들어 하셨기 때문이야.”

    “아… 그랬어요?”

    “회장님 눈은 정확해. 넌 분명 크게 될 거야.”

    “과찬이세요. 아직 부끄러운 실력이라…….”

    효원은 초등학교 때부터 미술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각종 대회에 나가 상을 타기도 했다. 스스로도 늘 한국 미술계에 유명한 화가분들처럼 성장하고 싶어 했다.

    “충분히 실력이 있으니까 너를 후원하시는 거야. 회장님은 자신의 뜻을 거르지 않으면 뒤는 확실히 밀어주실 분이야. 자, 여기야.”

    효원은 침을 꿀꺽 삼켰다.

    * * *

    JK 그룹의 서 회장을 보는 건 그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외모로 인자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눈매가 날카롭고 매서웠다. 특히 턱을 세우고 아랫사람을 보는 듯한 표정은 가장 위에 선 포식자의 행동이었다.

    그래서인지 압박감이 느껴져 괜스레 기가 죽었다.

    “얼굴은 선해 보이는군. 흘러나오는 페로몬도 나쁘지 않고… 그래. 흠… 혹시? 지금 히트사이클인가?”

    “…아닙니다.”

    “다행이군. 혹시라도 러트사이클과 히트사이클이 맞물리면 곤란하지. 아무리 급해도 오메가 히트사이클 시기는 달라야 하니까. 내가 찾던 오메가 같군.”

    효원의 얼굴이 벌겋게 익었다.

    “나도 후원하는 자네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 게 쉽지 않았네. 하지만 내 아들의 문제가 워낙 시급하다 보니 어쩔 수 없군. 아, 혹시라도 나중에 테스트를 통과 못한다고 해도 비밀은 지켜야 하네.”

    “네, 물론입니다.”

    말하는 회장의 표정에서 곤란한 낯빛이 스쳤다. 효원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부드럽게 말을 했으나, 간간이 그의 입에서 한숨이 쏟아졌다.

    척 봐도 그는 보수적인 성향이었다. 보수적인 성향의 알파는 남자 오메가보다 여자 오메가를 선호했다. 그런 성향을 가진 회장이 이런 결정까지 한 것을 보면 사정이 급한 것 같았다. 회장은 서랍에서 서류를 꺼내 효원의 앞에 턱 놓았다.

    “남 비서를 통해 대충 들었으니 알겠지만, 우리가 지금 좀 급하네. 우선 테스트 비용으로 2천만 원을 지급하지. 만약 자네가 테스트를 통과한다면 2년 동안 내 아들의 러트사이클에 함께 밤을 보내야 하네. 그에 대한 값은 후하게 보상할 테니, 서류를 읽어 보게.”

    효원은 침을 꿀꺽 삼키며 떨리는 손으로 노란 봉투를 열었다. 그곳에는 세세하게 계약 사항이 적혀 있었다. 조항이 꽤 많았지만, 내용은 간단했다. 결국 서익범의 러트사이클에 섹스 파트너가 되어 주는 것이다.

    계약서를 살피던 효원은 계약서 끝에 적힌 계약 금액을 보고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십… 십억!! 지금 십억을 주겠다는 거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