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장 (144/161)

16장 봄이여 오라

진봄은 스물네 살의 겨울, 한 호텔에서 폭주했다.

그녀의 능력은 수복이다. 단 한 번, 물건이든 생명이든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가능하다. A등급인 만큼 최대 5년 전까지 되돌린다는 제법 굉장한 힘이다. 덕분에 젊어지고 싶은 부자들에게 하루가 멀다 하고 불려 가는 게 일이었다.

대단한 업적을 가진 박사, 진달래의 조카이자 쓸모 있는 에스퍼로서 바쁘게 살던 봄의 일상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산산이 조각났다. 몸이 좀 안 좋다 싶더니 정신을 차리니까 모든 게 끝나 있었다.

그날의 고객이던 늙은 부자와 그의 비서가 죽었다. 젊어지고 싶어 큰돈을 내고 그녀를 찾아왔던 부자는 세포 조각이 되었고, 도망치던 비서는 하반신만 어린아이가 된 채 싸늘하게 죽어 있었다. 카펫은 실뭉치가 되었고 소파는 조립되기 전으로 돌아갔다. 미완성으로 가득 찬 방은 호기심 넘치는 아이가 만든 지옥처럼 보였다.

“폭주했을 때 느낌이 어땠나?”

자신의 조카가 폭주했다는 소식을 들은 진달래는 봄을 찾아와 반짝이는 눈으로 그리 물었다. 봄은 작은할아버지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그렇게 가게 된 C동은 삭막하고 늘 추운 감옥이었고, 죄수는 죽음만을 기다리며 사는 시체들이었다.

그곳에는 유난히 어린 소년이 있었다. 늘 시무룩한 얼굴로 다니는, 기껏해야 고등학교는 졸업했을까 싶은 창백한 아이. 몸은 다 컸어도 어린 티는 숨기지 못했다. 잘 먹지도 못하면서 유난히 둥그스름한 볼을 보면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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