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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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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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 에스퍼 90화
의외로 심장은 침착하게 뛰었다. 평소와는 달리 자신이 이기는 데 모든 것을 건 주현이 빈털터리가 된 채로 손바닥을 긁적였다. 눈알이 화끈거렸는데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이게 수치인지 분노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이름도 모른 채 감정을 전부 한데 모아 꿀꺽 삼킨 주현이 죽을 것 같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전화는 왜 했어요?”
철컹. 주현은 대답도 듣지 않고 일어나 전화를 끊어 버렸다. 수화기 줄이 달랑달랑 흔들렸다.
폭주 에스퍼로서 11년을 살아온 주현은 폭주하기 전부터 타인에게 거절당하는 데엔 이골이 나 있었다. 그러니 차인호의 거절도 아무렇지 않아야 하는 게 정상이다. 이렇게 아프면 안 된다는 말이다.
별것 아닌 게 나쁜 것이 된 시간 속에서 주현은 오랫동안 낡은 공중전화 앞에서 기다렸다. 일곱 번째는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