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장 (87/161)

11장 Close But No Cigar

“에스퍼 단합회 치면…… 이렇게, 연관 검색어에 제일 먼저 헬멧이 뜬다니까요?”

“진짜네요.”

거짓말인 줄 알았는데. 굳이 입 밖에 내지 않아도 들렸을 말을 모르는 척 무시한 빛나가 스크롤을 내렸다.

작은 화면에서는 검은 헬멧을 뒤집어쓴 에스퍼가 화려한 능력을 뽐내며 다른 에스퍼를 거침없이 두들겨 패는 영상이 자동으로 재생되었다. 쓸데없는 동작은 빼고 오직 급소만을 노리며 달려드는 그녀는 노련한 맹수와 같았다.

비록 랜덤으로 정해진 상대라 등급도 천차만별이지만, 난전 속에서 승리를 움켜쥔 세화는 피 흘리면서도 그렇게 생기 넘칠 수 없었다.

“제 주변에서도 다들 멋있다고 하더라고요. 애초에 폭주 에스퍼가 참가한 것 자체가 처음 있는 일이고,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면서…… 아, 그러고 보니 주현 씨는 능력이 뭐예요?”

말을 이어 가던 빛나는 썩 관심 있어 보이지 않는 주현을 눈치챘는지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

빛나 옆에 쪼그려 앉아 있던 주현이 멍하게 눈을 깜빡였다. 경계심을 가린 의아함이 붉은 눈에 가득했다.

“이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벌써 네 번째 함께하는 임무인데요.”

“염동력 계열이라는 건 아는데 자세한 건 몰라요.”

“그냥 평범한 염동력입니다. 뭐 들고 흔들고 때리고 하는 거요.”

사실은 들고 흔들고 때리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으나 솔직하게 말할 필요는 없다. 특히나 상대가 속을 알 수 없는 미지의 상대라면 더더욱.

그다지 살가운 대답도 아니건만 빛나는 편리한 능력이라 부럽다느니 칭찬을 쏟아 냈다.

협회에서는 주기적으로 게이트의 안전성을 검사한다. 비교적 외진 곳에 있어서 24시간 감시가 여의찮은 게이트나 괴물의 출현이 적은 게이트에 실시되는데, 그냥 꼼꼼히 둘러보는 게 다다.

“저희 다음 임무도 같이하는 거 아세요?”

땅속에 숨은 괴물이나 보이지 않게 은신한 괴물까지 탐지할 수 있는 빛나는 조사 임무에 탁월한 인재였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네 번이나, 빛나의 말이 사실이라면 다섯 번이나 임무에 동행하는 게 무슨 우연인가 싶었다.

물론 걸레처럼 지저분한 곳이라면 어디든 다 문질러지는 입장상 임무 파트너에 대해 불만을 표할 권리는 없다.

다만, 빛나의 지나치게 친절한 태도는 주현의 경계심을 정면으로 찔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