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 에스퍼 36화
[-일상의 한 부분을 사진으로 담으라더라고요.]
사진을 건네받은 주현은 제 얼굴이 담긴 사진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어쩐지 처연한 분위기의 폭주 에스퍼는 잠시 입술을 달싹이다 사진을 차인호에게 돌려주었다.
[-가이딩 감사합니다. 덕분에 아프던 곳이 사라졌어요.
-그게 제 일인걸요.]
사진을 주머니에 넣은 차인호가 느긋하게 의자에서 일어났고, 화면이 전환되며 차인호의 집이 다시 한번 나왔다. 달이 뜬 밤하늘을 비춘 카메라는 어느새 잠옷을 입고 침대에 눕는 차인호를 담았다가 이내 스튜디오로 돌아갔다.
[“인호 씨 일찍 주무시네요?”
“가이딩을 하고 나면 평소보다 조금 피로한 느낌이 있거든요. 물론 심하진 않아요.”]
MC에게 대답한 그가 가볍게 웃었다. 몇 마디 대화가 더 오가고, <웬즈데이 필름>의 마지막 코너인 사진 고르기 시간이 되었다. 일상을 찍은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는 코너인데, 늘어선 사진을 바라보는 차인호의 얼굴은 제법 고민스러웠다.
결국 그가 고른 건 검은색 털을 가진 길고양이가 찍힌 사진이었다.
[-너무 귀엽지 않나요?]
그리 웃으며 사진을 흔드는 차인호에 친구가 비명을 지르고 있을 게 보지 않아도 눈에 훤했다.
거의 끝난 방송에 기지개를 켠 은아가 미지근해진 맥주를 단숨에 들이켠 순간이었다.
“어?”
그러고 보니 화면에 나온 사진 중에는 아까 전 폭주 에스퍼를 찍은 사진이 없었다. 못 보고 놓쳤나 싶어 다시 꼼꼼히 살펴봐도 역시나 보이지 않았다.
“소, 소장용…….”
단순히 여러 사정에 의해 빠진 걸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은아가 가볍게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집어 든 찰나, 진동과 함께 친구의 이름이 화면에 떠올랐다.
“여보세요?”
-은아야……. 우리 인호 연애하나 보다.
인사조차 건너뛰고 내뱉는 친구의 목소리는 침통했다.
-하필이면 폭주 에스퍼?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지만 보는 눈이 그렇게 없나?
“야, 그만하면 됐지 뭘 그러냐? 차인호 눈 높은데?”
저도 모르게 주현을 변호한 은아는 고작 한 시간 만에 대형 트럭에 치였다는 걸 깨달았다. 심지어 연예인도 아니고, 그냥 에스퍼도 아닌, 폭주 에스퍼한테!
친구와 의견 차이로 몇 마디 아웅다웅한 은아는 전화를 끊자마자 파랑새를 마스코트로 내세운 sns로 들어갔다. 다행히 은아와 같은 가시밭길로 들어선 사람이 한둘이 아닌 듯했다. 실시간 트렌드는 차인호와 <웬즈데이 필름>, 그리고 폭주 에스퍼로 도배되어 있었다.
물론 차인호의 호의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지만, 그의 매칭이 오직 비즈니스만은 아니라는 걸 많은 이가 알게 되었다.
벌써부터 움짤로 만들어진 에스퍼의 얼굴을 저장하며, 은아가 풀썩 소파에 드러누웠다.
* * *
같은 시간, 웬만한 사람들은 존재조차 모르는 C동의 한 휴게실에서 검붉은 눈의 폭주 에스퍼가 분노와 당황이 섞인 눈으로 작은 TV를 노려보았다.
“저게 뭐야?”
주현의 심정이 그대로 묻어나는 목소리에 옆에 앉아 있던 승철이 큰 소리로 웃었다.
“진짜 뭐냐? 너 완전 찌질한 겁쟁이처럼 나왔잖아.”
“우리 주현이가 많이 긴장했나 보다. 난 나름 귀여운데?”
주현은 세화와 채경의 말을 무시한 채 혹시나 하는 희망을 품고 볼륨을 높였지만, <웬즈데이 필름>은 1분도 안 되어 끝나고 말았다.
임무 때문에 빠진 봄을 제외한 C동 동료들과 함께 방송을 본 주현은 그야말로 억울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차인호와 친해 보이지 말라는 말을 신경 쓰느라 조금 어색했을 뿐인데 사람을 무슨 소심한 새가슴으로 만들어 놨다. 중간중간 의식적으로 쏘아붙이고 일부러 싸가지 없게 굴었는데, 그 부분은 몽땅 잘려 나가고 로맨스 소설에 푹 빠진, 나뭇잎이나 모으는 이상한 놈으로 그려 놓았다.
폭주 에스퍼라는 입장상 멋있고 착하게 나올 거라고는 기대조차 안 했다. 그냥 위험한 살인자 취급을 해도 받아들일 생각이었는데, 설마 완전히 반대로 내놨을 줄이야.
‘분명 차인호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었는데.’
인상을 팍 찡그린 주현이 거칠게 전원 버튼을 눌렀다. 보고 있는데 왜 끄냐고 세화에게 리모컨을 빼앗긴 그는 기분 상한 티를 내며 팔짱을 꼈다.
다시는 방송 같은 거에 안 나간다고 다짐했지만, 늘 그렇듯 세상은 주현의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 * *
<이번 주 웬필 나온 폭주 에스퍼 프로필 찾아옴>
https://tolkyard.net/1429985660
말이 찾아왔다지 ㄹㅇ 기본적인 것밖에 안 됨. 정보가 너무 없어;;;;;
이름: 신주현
나이: 25
놀랍게도 이게 끝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구라 같지? 미안한데 아님.......
아니 ㄹㅇ 지인이 센터 관련 일 해서 어느 정도 찾으려면 찾을 수 있거든? 근데 진짜 뭐가 안 나와;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폭주한 지 최소 8년 이상 됐다는 거임. 그 이하면 무조건 남은 기록이 있을 거래.
나이 보면 알겠지만 아무리 늦게 폭주했어도 17살ㄷㄷㄷ
폭주 에스퍼 취급 안 좋은 건 다들 알고 있지? 옷으로 꽁꽁 싸매고 있어서 드러난 피부가 손밖에 없는데 흉터가 흉터가 어휴ㅠ
연예계 어디에서도 찾지 못했던 최애를 드디어 찾았나 싶었는데 왜 하필 폭주 에스퍼?????
하........... 와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캡처 빨고 움짤 찌고는 있는데 앞으로 우리 쭈 어떻게 덕질할지 막막하다
댓글 529개
아니 막막하다면서 덕질 안 하겠단 말은 안 하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니까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나도 그럼
┗ ㅅㅂ 나도ㅠㅠㅋㅋㅋㅋㅋ
┗ ㄹㅇ 별명까지 붙여놓고 막막ㅇㅈ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7살? 너무 어린 나이에 폭주했네ㅠㅠ
우리 쭈ㅋㅋㅋㅋㅋㅋㅋㅋ뭔데 입에 착 붙냐
25살 먹은 남자가 오만과 편견 읽으면서 책갈피 대신 나뭇잎 주섬주섬 끼워 넣을 거 생각하면 ㄹㅇ 간지러워 죽을 것 같음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ㅠ무ㅠ좋ㅠ아ㅠㅠㅠㅠㅠ
우리 쭈ㅋㅋㅋㅋ빨간 스카프 시강 쩌는데 개잘어울림ㅋㅋㅋㅋㅋ
┗ 옷에 있는 빨간 무늬랑 스카프가 폭주 에스퍼인 거 알리려고 의무 착용해야 하는 거래ㅠㅠ
┗ 헐 ㄹㅇ?
┗ ㅇㅇ 보면 도망치라고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음?
근데 차인호가 신주현 씨? 님? 암튼 되게 좋아하는 거 같지 않았냐ㅋㅋ
┗ 222 그런 모습 처음 봄
폭주 에스퍼 나온대서 겁나 험악할 줄 알았는데 엥? 저 처연 냥냥이는 뭐임? 어? 배우님은 손을 왜 그렇게 쓰다듬는? 어? 하다 끝남ㅋㅋㅋㅋㅋㅋㅋ
말 들어보면 골초인 것 같은데 왠지 존나 맛있게 필 것 같음ㅋㅋ상상만 해도 고자극
┗ 22 에스퍼는 술담배 해도 몸 안 상한다던데 부럽ㅠㅠ
┗ 대신 취하지도 않음ㅋㅋㅋ
┗ 앗 그건 노ㅋㅋㅋㅋㅋ
능력은 뭘까? 이게 진짜 궁금함 왠지 간지날 것 같은데ㅎㅎ
ㄹㅇ 얼굴이 사기야ㅠㅠㅠㅠㅠ하 하다못해 일반인이기라도 해주지ㅠㅠㅠㅠㅠㅠ주현 씨ㅠㅠㅠㅠㅠ
근데 자기 폭주 에스퍼라고 계속 쭈뼛거리는 거 솔직히 불쌍했음ㅠㅠ
┗ ㅇㅈ... 사람들이 무서워할 거라고 말하는데 안쓰럽더라
눈 렌즈 아니지? 너무 예쁘던데
┗ ㅇㅇ빨간 렌즈 판매 금지임 가이딩 수치 낮아진 에스퍼랑 구분 안 된다고
쭈ㅋㅋㅋㅋ 여기저기서 화제던데 방송 많이 나와줬으면 좋겠다
울 엄마 처음엔 무서운 놈이라고 욕하다가 나중에는 흐뭇하게 웃으면서 보더라ㅋㅋㅋㅋㅋ
엥 잘생겼다는 애들 뭐임? 그냥 그렇던데ㅎㅎ;; 눈이 되게 낮나 봐^^!
┗ 차인호 옆에서 그냥 그런 거면 ㅈㄴ 잘생긴 거지 먼 소리야
┗ ㄱㄴㄲㅋㅋㅋ웬만한 사람들은 ㅊㅇㅎ랑 있으면 인간으로 보이지도 않음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웬필 마지막에 사진 고르는 거에서 주현 씨 사진은 왜 빠진 거임?
┗ 아마? 찍은? 사람? 이? 가져가지? 않았을까?
야 아까 ㅇㄱㄹ 가이드가 글 올렸다 삭제한 거 봄?
┗ ㅇㄱㄹ이 누구임?
┗ ㅇㅠㄴㄱrㄹㅏㅁ
┗ 윤가람 말하는 거 맞아?
┗ ㅇㅇ새글 올라왔으니까 보셈 구사일생으로 검색ㄱ
근데 역시 폭주 에스퍼는 좀...ㅠ
┗ 2222 아무리 얌전해 보여도 폭주 에스퍼인데.. 너무 위험함
┗ 지도 프로필 보러 들어와 놓고 이런 말 하는 심리가 뭐임?
┗ 개인 의견 말도 못 함? 요즘 입틀막 ㅈㄴ심하네 진짜
나 빨간 스카프 삼..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너무 예뻐 보였어ㅋㅋㅋ내가 하면 절대 저 느낌 안 나오겠지만ㅠㅠㅠㅠ
배우님 자기 에스퍼 손잡는 거 무슨 떡 주무르듯이ㅋㅋㅋ하던데 암튼 친해 보여서 좋았음. 이 방송으로 성격 차갑다는 루머 사라졌음 좋겠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