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장 (31/161)

4장 Payphone

최근 주현은 차인호가 준 후드티를 매일 입었다. 센터에서 지급해 주는 일상복보다 훨씬 부드럽고 편안한 데다 모자까지 달려서 덮어쓰면 아늑한 기분이 들었다.

비좁고 딱딱한 매트리스는 세상에서 주현이 유일하게 마음 놓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창살이 박힌 창문, 회색 벽과 천장, 지나치게 단조로운 가구. 누군가는 감옥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주현에겐 집이었다.

한참 누워 있던 그가 슬쩍 손을 들었다. 소매에 때가 타서 지저분했다. 흰색 옷을 가진 게 처음이라 이런 부작용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단순히 피와 화약 정도만 조심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사실 그가 가진 옷이 대부분 검은색이라 몰랐을 뿐이지, 죄다 더러울지도 모른다.

잠시간의 평화를 만끽하던 주현이 눈을 감고 느지막한 낮잠에 빠지려던 그때, 초커에서 찌릿한 전기가 통했다. 다가오던 잠은 순식간에 달아났다.

주현은 벌떡 일어나 후드티를 벗고 제복을 입었다. 겹겹이 옷을 걸치고 부츠도 꽉 동여매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해야 2분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상대의 기분에 따라 늦었다며 혼날 수도 있다.

초커를 통해 에스퍼를 깜짝 놀라게 만들곤 하는 전기는 임무가 있으니 집무실로 오라는 신호였다. 그냥 방송으로 부르거나 직원에게 시키거나 하다못해 통신기로 부르면 될 텐데 굳이 이렇게 고통스러운 방식을 선호하는 것에 진저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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