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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14/161)

폭주 에스퍼 14화

“어차피 이 시간에 가 봤자 할 일도 없어요. 얌전히 누워서 가이딩이나 받으세요.”

이윽고 차인호의 따뜻한 손이 주현의 손등을 감싸 쥐었다. 그제야 주현은 죽음에서 간신히 살아났다는 걸 새삼스럽게 실감했다.

주현은 가끔 자신이 잘못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다들 그렇듯 그도 슬슬 죽어야 하는데 이상하게 살아 있다는 생각. 늘 거기서 끝나던 생각에 오늘따라 왠지 쓸데없는 속삭임이 뒤따랐다. 어차피 이상하게 살아 있다면 조금은 더 살아도 이상할 것 없지 않을까, 하고.

가이드는 여전히 손을 잡은 채 주현의 손등을 쓰다듬었고, 새까만 창밖에서는 밤벌레 소리가 들려왔다.

주현은 자신이 언제 잠들었는지 모른다.

다음 날 눈을 떴을 때, 차인호는 곁에 없었다. 부러졌던 뼈는 밤새 붙었고 어째서인지 입술이 조금 부어 있었다. 무언가 꿈을 꿨던 것 같지만 기억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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