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 개새끼들 (5/5)

4. 개새끼들

“단테!”

푹신한 침대에 누워 있던 포이베가 대뜸 단테의 이름을 불렀다. 방 안엔 그녀를 제외한 다른 이의 인기척은 없었다.

밖에 있는 이를 부르려는 건지, 목소리 톤이 꽤 높았다.

“단테! 단테!”

그녀가 몇 번 더 이름을 입에 담자,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불렀어, 베베?”

방문이 벌컥 열리고, 난데없는 부름에 헐레벌떡 달려온 단테가 숨을 고르며 헥헥댔다. 그러나 돌아온 건 포이베의 뾰족한 질책뿐이었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미, 미안해…… 밖에서 장작 좀 패고 있느라…….”

“그래? 그럼 잘 됐네. 나 더우니까 벽난로 좀 꺼.”

“응!”

한창 바쁜 와중에 쓰잘데기 없는 거로 저를 부른 게 싫을 법도 한데, 단테는 싫은 내색 하나 없이 곧장 벽난로의 불을 죽였다.

활활 타오르던 장작불이 서서히 잦아지고, 작은 불씨마저 완전히 사라지고 난 후에야 포이베가 시킨 일을 마쳤다는 듯 단테가 허리를 펴며 스트레칭을 했다.

“아, 아니다.”

“응?”

“벽난로 끄니까 춥네.”

방금 막 불이 꺼진 탓에 방 안에 온기가 남아 후끈거렸음에도 포이베는 태연하게 말했다.

“추워, 다시 벽난로 켜.”

“어, 어? 하지만 방금 껐는데…….”

“내가 춥다잖아. 안 켜?”

머뭇거리는 단테를 한심하다는 듯 보며 포이베가 눈썹을 씰룩였다. 그러자 단테가 곧장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미안해, 베베! 당장 다시 불붙일게!”

“진즉 그럴 것이지.”

포이베가 쯧, 작게 혀를 차고는 다시금 푹신한 이불 속으로 몸을 파묻었다.

그렇게 얼마나 더 얌전히 누워 있었을까.

“라드고!”

이번엔 또 다른 이름이 포이베의 잇새로 흘러 나왔다.

“라드고! 라드고-!”

“베베! 불렀어?”

포이베에게 호명당한 라드고 또한 단테처럼 허겁지겁 방으로 달려들어 왔다.

“나 오렌지 주스 마시고 싶어.”

“아, 지금은 착즙해놓은 게 없는데…… 포도 주스는…….”

“나는 분명 오렌지 주스라고 했다.”

포이베는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라드고의 말을 잘라냈다. 그러자 라드고가 곧장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응! 잠시만 기다려. 당장 착즙해서 가져올게!”

라드고가 나가기 무섭게 벽난로에 꺼졌던 불이 다시금 화르륵 붙었다. 단테가 할 일을 모두 마쳤다는 듯 작게 한숨을 내쉬며 포이베를 불렀다.

“베베, 벽난로 다시 불붙였어.”

거무튀튀한 재를 얼굴에 잔뜩 묻힌 채, 단테가 배시시 웃으며 칭찬해달라는 듯 말했다. 그러자 포이베가 싱긋 웃으며 단테를 바라봤다.

“그래? 고생했어.”

고작 고생했다는 말 한 마디일 뿐인데도, 단테는 기껍다는 듯 살포시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모양새가 마치 수줍음 타는 풋소년 같았다.

그런데 그런 그의 귓가에 이어진 말이 있으니.

“아 막상 다시 켜니까 또 덥네. 꺼줄 수 있어?”

단테의 몸이 흠칫 떨렸다.

“어…… 응? 아…… 으응…… 아, 알겠어. 다시 끌게.”

그러나 반박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단테는 시무룩한 얼굴로 다시금 불을 끄기 위해 벽난로를 뒤적였다.

얼마나 더 그러고 있었을까.

“베베! 오렌지 주스 착즙해왔어!”

이번엔 라드고가 유리병에 한가득 오렌지 주스를 담아오며 포이베에게 내밀었다.

“와, 빨리 해왔네? 고마워 라드고.”

고맙다는 말과 함께 유리병을 건네받으려는 포이베를 보며 라드고가 얼굴을 붉혔다. 그런데 오렌지 주스를 향해 손을 뻗던 포이베가 문득 행동을 멈췄다.

“아…… 이를 어쩌지?”

동그란 포이베의 눈매가 속눈썹을 나풀거리며 두어 번 위로 깜빡였다.

“미안한데 블루베리 주스로 다시 착즙해올래?”

포이베가 라드고와 눈을 마주치며 보기 좋게 웃어 보였다.

“막상 보니까 별로 안 땡기네. 블루베리로 다시 부탁해!”

결국 라드고마저 시무룩한 얼굴로 다시금 돌아가야 했다. 포이베는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통쾌하다는 듯 속으로 키득거렸다.

‘쌤통이다.’

해가 중천에 뜬 낮이었음에도 포이베는 태평하게 침대를 뒹굴며 소설 책 따위나 뒤적였다. 예전이라면 산에서 나물을 캐다 시장에서 팔고 있었을 텐데, 이제는 그런 고된 일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돈 같은 거 알게 뭐람.’

저놈들이 알아서 벌어오겠지.

“베베, 블루베리 주스 착즙해왔어!”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기 무섭게 뒤에서 라드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새 블루베리를 착즙해온 모양이다.

“고생했어.”

그러거나 말거나 포이베는 이불 밖으로 나와보지도 않고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런데 내가 지금 졸려서. 별로 주스 생각이 없네. 그냥 다시 가져가.”

결국 라드고가 열심히 착즙해온 블루베리 주스 또한 포이베의 선택을 받지는 못했다.

시무룩해진 라드고와 달리 포이베는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기분 좋게 눈을 붙였다.

처음엔 저를 속이고 겁탈까지 했던 그들이 몹시 괘씸하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이런 삶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포이베와 네 마리의 개새끼들 같은 느낌도 들고…….’

어쨌든 평화로운 포이베의 나날이었다.

* * *

넓은 침대 위에는 네 명의 사내와 한 명의 여인이 흘레붙듯 뒹굴고 있었다.

“하으…….”

“베베, 베베야…… 넣어도 돼? 넣게 해주라. 응?”

포이베가 노골적으로 제 아래를 빨아대는 사내의 입술을 느끼며, 거칠게 숨을 할딱였다. 남자는 좆을 한껏 세운 채 괴롭다는 듯 끙끙 앓는 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다리 사이의 은밀한 구멍에서 뻐끔거리며 흘러나오는 애액이 아깝다는 듯 게걸스레 받아마셨다.

“빨리…… 하, 씹…… 돌아버릴 거 같아.”

“그거 하나 못 참고 돌면 네가 사람 새끼야? 개새끼지?”

그러나 잔뜩 흥분한 사내의 귓가에 내려앉은 건 매몰찬 거절의 말이었다.

“흣…… 아직 별로 안 꼴려서.”

방금까지 교성 섞인 숨을 토하며 할딱였으면서, 포이베가 태연한 척 말했다.

“박히고 싶게 만들면, 박게 해줄지도.”

과거에 저를 기만했던 그들에 대한 복수였다. 물론 그때 그들의 행동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복수였지만.

포이베의 말에 사내의 얼굴엔 옅은 절망이 드리웠다. 그러나 절망은 짧았다.

수려하니 반듯하게 생긴 사내의 얼굴이 다시금 그녀의 다리 사이로 파묻혔다.

“그리고 흥분하면 말 험하게 하는 거 고쳐. 안 그러면 화낼 거야.”

“응, 미안해 베베…….”

거칠게 숨을 토하며 당장에라도 달려들 것처럼 굴던 사내는 결국 시무룩하게 몸을 낮추며 얌전히 포이베의 음부를 할짝였다.

도톰하게 다물린 뽀얀 살 틈으로 사내의 혀가 부드럽게 움직였다. 질척하게 젖은 구멍을 파고들 것처럼 집요하게 굴다가도 볼록 솟은 살점을 기분 좋게 문지르니 애써 신음을 참으려던 포이베의 입에서 젖은 숨이 뱉어졌다.

“흐으…….”

그런 그녀의 양옆에 있던 또 다른 사내들이 조심스럽게 옆구리와 배 쪽을 더듬거리며 올라왔다. 슬금슬금 올라온 손들은 각자 젖가슴을 한쪽씩 움켜쥐고는 부드럽게 주무르며 톡, 튀어나온 정점을 꼬집었다.

“아흐…….”

“포이베…… 입 맞춰도 돼?”

젖가슴을 주무르던 사내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포이베가 허락의 뜻으로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기다렸다는 듯 입술을 맞부딪혔다.

네 명의 사내들이 발정 난 종마처럼 들러붙어 포이베의 몸을 마음껏 탐하며 이곳저곳을 매만지고 주물렀다. 온몸이 타인의 손길로 빈틈없이 꽉 채워지는 기분에, 포이베가 기분 좋다는 듯 몸을 바르르 떨었다.

“하으, 읏…….”

집요하게 아래를 핥던 이가 혀끝을 뾰족하게 세우고 음핵을 짓누르니, 포이베가 저도 모르게 허리를 들썩였다. 찌르르하게 울리는 쾌감이 아래에서부터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하아…….”

애써 소리를 억누르려 했지만, 마냥 쉽지 않다. 이러다 얼마 못 버티고 앙앙거리며 매달릴 것 같다는 불안감에 포이베가 먼저 곁에 있는 사내의 목을 그러안고 입을 맞췄다.

다물린 잇새를 가르고 뜨거운 살덩이가 비집고 들어와 타액을 뒤섞었다. 간지르듯 치열을 훑고 혀가 뒤엉켰다.

“으응…….”

아래를 난잡하게 빨아대는 사내 덕에, 포이베는 몽롱한 와중에도 아찔한 쾌락을 느끼며 허리를 튕겼다. 혀가 질구와 음핵 사이를 오가며 느릿하게 예민한 살점을 쓸어 올릴 때면, 절로 눈앞에 불꽃이 튀는 듯하다.

구멍은 벌름거리며 삽입을 원한다는 듯 사내를 보챘으나, 포이베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았으니 좆을 쑤셔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베베…… 네 아래가 계속 오물거려. 망할…… 자지 박고 싶어.”

사내가 애써 욕정을 죽이며 이를 꽉 깨물었다. 아슬아슬하게 붙잡고 있는 이성의 끈이 위태로웠다.

“손만…… 흣, 손 먼저 넣어.”

그 말에 사내는 기다렸다는 듯 손끝으로 질구를 지분거렸다. 끈적한 애액들이 그의 손을 적시며 구멍 속으로 빨아들일 듯 움찔거렸다.

“젠장…….”

새하얀 살 틈에서 뻐끔거리는 자그마한 선홍빛 구멍은 가히 색정적이었다. 어떻게 이 꼴을 보고도 빠는 것밖에 할 수 없는 건지.

과거의 제 행동을 후회하며 사내가 천천히 중지를 밀어 넣었다.

“흣…….”

손을 찔러 넣자 구멍이 천천히 벌어졌다. 포이베의 안은 뜨겁고 끈적하고 녹진녹진했다. 당장 여기에 좆을 쑤셔 박으면 사정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하…… 포이베, 포이베…….”

사내는 고작 손가락 하나만 넣었을 뿐인데도 기껍다는 듯 그녀의 이름을 입에 담으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가느다란 다리 사이로 사내의 손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한다.

찌꺽이며 난잡하게 물이 튀는 소리 그리고 사내들의 거친 숨소리가 방을 가득 채웠다. 포이베는 꽤 매섭게 속살을 쑤시는 감각에 황홀하다는 듯 숨을 헐떡였다.

“아흐…… 읏, 으응…….”

흐릿한 시야 사이로는 다부진 근육의 사내들이 가득 들어찼다. 탄탄한 가슴과 그린 듯 잘 짜여진 복근이 탐스러웠다.

하나같이 단정하고 수려한 외모에 포이베의 심장이 콩, 콩 뛰다가도 그들이 과거에 저를 농락했던 일을 떠올리면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

“……개새끼들.”

그래서였을까. 난데없이 포이베의 입에서 험한 말이 나온 건.

포이베가 관계 중 비속어를 뱉었음에도 그들은 별 다른 반응이 없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는 대뜸 포이베의 입에서 자신들을 욕하는 단어가 나와도 익숙하다는 쪽이 맞겠다.

“미치겠네…… 욕하는 것도 꼴려.”

아래에 있던 사내가 욕정이 그득 묻은 숨을 토하며 미간을 좁혔다. 잔뜩 발기한 아래가 뻐근하고 아려왔다. 하지만 여기서 멋대로 삽입했다간 그땐 정말 포이베가 저를 상종도 안 해줄 것이었다. 그 사실을 알기에 사내는 억지로 제 허벅지를 꼬집어가며 흑심을 죽였다.

흥분감을 해소하려는 듯, 사내가 조그마한 구멍을 더욱 세게 들쑤셨다. 그러자 다른 이들 또한 허겁지겁 손을 내려 포이베의 음순 위를 더듬거렸다.

누군가의 손이 다물려 있던 두 개의 살덩이를 벌렸고, 그와 동시에 다른 사내가 발딱 선 음핵을 짓이겼다.

“아흑……!”

은밀한 부위를 더듬거리는 세 개의 손에 포이베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가냘픈 다리를 한껏 벌리고 그들이 희롱하는 대로 휩쓸려 쾌감에 잠식됐다.

여린 살점이 빠르게 비벼지며, 아래가 꿰뚫리니 제대로 삽입하기 전부터 물이 흥건해 침대 시트를 적시고 있었다.

뭉툭한 손끝이 구멍을 후벼파듯 비벼대자 절로 몸이 동해진다. 생각보다 너무 일찍 져주는 것 같아 아쉬운 감이 있었지만 포이베는 참기 버거운 감각에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허리를 비틀었다.

“포이베…….”

“흣, 흐으…… 으응…….”

“이제 넣어도 돼?”

살짝 갈라진 목소리에서 묘한 조급함이 느껴졌다. 마음 같아서는 안 된다며 어깃장을 놓고 싶었으나, 급하기는 포이베 쪽도 매한가지였다.

포이베가 억울하다는 듯 입술을 살짝 깨물며 작게 읊조렸다.

“……마음대로 해.”

그녀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바지 버클이 풀어지는 소리 같았다. 다급한 손짓과 함께 사내의 앞섶이 풀어지고, 흉포한 것이 꺼떡이며 위용을 드러냈다.

하늘을 향해 꼿꼿이 치솟은 성기는 어찌나 부풀었는지 꽤 단단해 보였다. 힐끔 시선을 아래로 내렸던 포이베가 익숙한 성기의 모양에 저도 모르게 꼴깍, 마른침을 삼켰다.

“베베…… 너도 내 좆이 그립지 않았어?”

사내가 작게 웃으며 기둥을 쥐고 선단으로 포이베의 음부를 문질렀다. 성기에 의해 살덩이가 벌어지고 연한 분홍빛 속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기억날지 모르겠네…… 예전에 네가 맛있게 물고 빨았던 좆인데.”

길쭉한 눈매가 야살스레 접혔다. 사내의 말에 포이베는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라 얼굴이 확 붉어졌다.

-왜, 좆 빨 줄 몰라?

-남자 좆 빨아본 적 있어?

틀림없다. 언젠가 제 입에 물렸던, 한스네 말의 거기만 했던 그 좆이었다.

검붉은 것이 찬찬히 음핵을 짓눌렀다. 원을 그리듯 살살 돌리며 비비기도 했고, 당장 삽입할 것처럼 구멍 입구를 깔짝거리기도 했다.

“떨려.”

“아으으…….”

“네 보지…… 가 아니라 구멍은 너무 오랜만이라서…….”

그는 천박한 단어를 입에 담았다가 자제하라던 포이베의 말이 떠올라서 다급하게 말을 바꿨다. 그러나 보지든 구멍이든 듣기 좋은 말이 아닌 건 매한가지였다.

움찔거리며 투명한 애액을 흘리는 질구가 외설적이었다. 사내는 당장 뿌리까지 좆을 찔러 넣고 싶은 욕구를 참기 위해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기껏 허락 받은 기회인데, 전처럼 함부로 굴어선 안 됐다.

사내가 천천히 허리를 붙이며 다물린 질구로 귀두를 밀어 넣었다. 그러자 조그마한 구멍이 벌어지며 빠듯하게 그의 것을 물었다.

“후…….”

사내의 입에서 낮은 숨이 흘러나왔다. 오랜만에 마주한 아래는 가히 기분 좋다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찔했다.

벌름거리며 성기를 빨아들인 구멍은 힘겹게 오물거리면서도 곧잘 물을 흘렸다. 좆이 점점 찔러질수록, 구멍과 기둥 틈 사이로 애액이 비집고 새어 나왔다.

여린 속살은 기둥에 잔뜩 일어선 핏대도 모두 느낄 수 있을 만큼 예민했다. 포이베가 울퉁불퉁한 삽입감을 느끼며 허리를 잘게 떨었다.

“하으응……!”

이제 겨우 절반쯤 넣었을까. 그럼에도 포이베의 입에서는 연신 교성이 터져 나왔다.

사내가 바짝 조여드는 구멍을 느끼며 그녀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한 손으로 열심히 음핵을 지분거렸다.

“흣, 흐아…….”

두꺼운 것이 아래를 꿰뚫고 들어가고 있음에도 버틸만한 건지 괴로운 기색은 없어 보인다.

포이베의 눈치를 살피던 그가 기어코 성기를 뿌리까지 찔러 넣었다. 그러자 그녀의 허리가 절로 휘어지며 손끝이 하얘질 정도로 침대 시트를 움켜쥐었다.

“흐으, 흡…….”

젖은 숨이 토해짐과 동시에 허벅지 안쪽이 경련이라도 인 것처럼 발발 떨렸고, 아랫배에는 뜨거운 몽둥이가 들어온 것처럼 꽉 막힌 기분이었다. 두께감이 어찌나 생경한지 숨쉬기가 버거울 정도였다.

“하으…….”

“베베…… 괜찮아?”

“흣, 으응…… 괜찮아…….”

포이베가 다급하게 손을 뻗어 제게 좆을 욱여넣은 이를 그러안았다. 근육으로 딱딱한 몸에 말캉한 살이 맞닿으니, 사내의 아래가 더욱 팽창한다.

포이베는 엄청난 삽입감에 아랫배가 불룩 튀어나온 건 아닌지 걱정스러워서 저도 모르게 제 배를 더듬거렸다. 다행히 기분만 그럴 뿐, 배는 멀쩡했다.

“흑, 기분…… 이상해…….”

“왜 이상해. 우리 예전에 자주 했잖아.”

느른하게 속살거리는 목소리에 포이베가 눈을 질끈 감았다.

“흐으…… 너무…….”

“너무?”

사내가 포이베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시선을 맞췄다.

“너무 커…….”

“그거 칭찬이야?”

“글쎄…….”

확실히 작은 것보단 낫지만…….

포이베가 끙, 앓는 소리를 흘리며 괴롭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아프진 않았지만 불편하긴 불편했다. 온몸의 장기가 꾹꾹 짓눌리는 그런 기분이다.

빳빳이 부풀어 내벽을 비집고 들어온 성기가 천천히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얄따란 속살을 한껏 벌려 젖히며 두터운 귀두가 질구까지 빠져나갔다. 숨통이 트이는 감각에 급히 숨을 고른 것도 잠시. 다시금 치받고 들어오는 감각에 포이베의 몸이 힘없이 흔들렸다.

“하윽……!”

툭 불거진 귀두와 우둘투둘한 성기의 표면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비쩍 마른 다리가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며 흔들렸다.

한 번 움직임을 시작한 좆은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무자비하게 안을 들쑤시기 시작했다.

그러잖아도 빠듯하던 내벽이 툭, 불거진 귀두로 사정없이 비벼졌다.

뻐끔거리는 구멍으로 검붉은 흉기가 쉼 없이 들락거렸다. 퍽, 퍽, 매섭게 살끼리 맞부딪치는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울렸다.

묵직한 것이 빠르게 안을 휘저어대니, 포이베는 제정신을 차리기 버거웠다.

“아, 아흐으…… 읏!”

눈가엔 물기가 그렁그렁 맺혀 시야가 흐릿했고, 찌릿한 전율이 흐르는 기분과 함께 아래가 찌르르 하니 기묘했다.

그리 정신없는 와중에 다른 사내들 또한 들러붙어 가슴을 움켜쥐고 솟아오른 젖꼭지를 잡아 비트니, 미처 몸에 다 담기지 못한 쾌감들이 아찔하게 올라왔다.

사내가 포이베의 다리를 어깨에 걸치고, 찍어 누르듯 푹, 푹, 좆을 쑤셔댔다. 그가 허리 짓 할 때마다 단단한 복근이 유연하게 움직이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포이베는 저도 모르게 입맛을 다시며 보기 좋은 사내의 몸을 훑었다.

“흐아, 아, 아으……!”

그는 한참 큰 덩치로 포이베를 가두듯 끌어안고 격렬하게 움직였다. 내벽 안쪽을 문지르고 비비고 긁어대며 앞뒤로 왕복하는 게 꽤 거칠었다.

머리카락이 곤두설 정도로 기분 좋은 쾌락이었다. 눈에서는 열락에 젖은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날렵한 미형의 근육들이 포이베의 몸을 깔아뭉개듯 바싹 붙어왔다. 탐스러운 복근과 깎아 만든 듯한 장골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다.

질구를 한껏 벌리며 들쑤시는 성기는 귀신같이 포이베가 자지러지는 곳만 괴롭혔다.

아까부터 사내는 말이 없다. 아니,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그녀가 듣기 싫어하는 말임을 인지하고 꾹 참는 듯하다.

보지니, 좆이니 하는 질 낮은 단어들이 입 안에서 구르기만 한다. 사내가 미간을 좁히며 애써 미운 말을 뱉지 않기 위해 입술을 깨물었다.

“하윽, 아, 아으…… 좋아……!”

애써 참고 있던 신음이 터져 나오며, 포이베의 입에서 걸러지지 않은 본심이 뱉어졌다. 그러자 허리 짓하던 사내의 눈에 묘한 이채가 돌았다.

“큿…… 베베, 방금…….”

그가 제 것을 꽉 물어오는 구멍을 느끼며 더욱 움직임에 속도를 높였다.

“방금 좋다고…….”

두 번 다시 그녀 입에서 못 들을 줄 알았던 말이 나오자, 사내가 감동 받은 얼굴을 지우지 못하고 더욱 난잡하게 움직였다. 마치 본능밖에 남지 않은 들짐승처럼 푹, 푹, 찔러 넣는 성기가 흉포했다.

“하윽, 아……!”

사내의 것이 단번에 깊은 곳을 쑤시고 들어가니, 구멍이 와락 조여왔다. 속살이 꽉 물어대는 감각에 그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파였다.

“하, 씹…….”

큼직한 손이 가느다란 허리를 거세게 붙잡았다. 그러고는 마구잡이로 구멍을 쑤석거렸다.

“흡, 흐윽…… 흣…….”

어느새 눈물로 얼룩진 포이베의 얼굴은 엉망이었다.

제 아래에 깔려 헐떡이는 포이베라니.

그가 몰려오는 사정감을 참지 못하고 억세게 허리를 쳐올렸다. 혹여 포이베가 아파할까 봐, 싫어할까 봐, 절제하며 쑤신다고 온 신경을 아래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좆을 물어대니 미치지 않고 배길 수가 없다.

쫀득한 속살이 좆을 물고 놔주지 않는다. 이대로 뽑힐 것만 같은 기분도 든다.

“아흐…… 흣, 자, 잠깐만…… 흐아, 아, 자, 잠깐……!”

무자비하게 쑤셔대는 통에 요의가 치민 포이베는 멈추라는 듯 사내의 등을 할퀴고 애원했다. 그러나 절정에 눈이 먼 사내에게 그런 것 따위는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버둥거리는 몸을 체격 차이 나는 몸으로 꾹 짓누르고, 마구 올려쳤다. 찔꺽대는 소리와 함께 구멍에서 음란한 물이 흠뻑 새어나온다.

일순 내벽을 긁어대던 뭉툭한 귀두가 끈적한 속살 깊은 곳까지 푹, 꽂힌다. 그러더니 멋대로 크기를 부풀리며 두어 번 더 꿀떡거렸다.

“흡, 흐윽, 아, 아아……!”

눈물로 흐릿했던 시야가 기어코 새카맣게 변한다. 포이베의 몸은 나무토막처럼 딱딱하게 굳더니 뒷골이 저릿해지는 감각과 함께 끅끅 울음인지 신음인지 모를 소리를 내질렀다.

구멍에 꽂힌 성기는 저를 잔뜩 조여대는 구멍 안에다가 좆물을 가득 싸질렀다.

“하…… 포이베, 포이베…….”

사내가 그르렁거리듯 목소리를 낮게 깔고 중얼거렸다.

“빌어먹게 좋아. 망할…….”

오랜만에 느끼는 관계의 여운에 사내의 입에서도 옅은 신음이 흘렀다.

“좆질 한 번 한 번이 아쉬울 정도로 숨넘어가게 좋았어.”

사내는 말을 잇다 말고 문득 포이베에게 미움 받고 평생 이런 행위를 못하면 어쩌지, 따위의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들자 온몸의 피가 싹 빠져나간 것처럼 머리가 차갑게 식는다.

“역시 베베 너는 우리랑 평생 살아야 해.”

안을 가득 채웠던 좆을 빼내자, 미처 다 담기지 못한 백탁색 액이 질구 밖으로 흘러나왔다. 한 명의 사내가 자리를 비키니, 기다리던 또 다른 사내가 다시금 포이베의 위로 올라탔다.

녹초가 돼 침대 위에 널브러진 그녀와 달리 새로운 사내는 이제 시작이었다. 그가 잔뜩 발기한 귀두를 구멍에 문대며 중얼거렸다.

“나도 동의해, 포이베.”

“흣…….”

“평생 우리랑 살자. 응?”

뜨겁고 단단한 살덩이가 아래에 비벼지는 촉감에 그녀는 흠칫 몸을 떨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안 된다는 말은 뱉지 않았다.

“우리가 더 잘 할게. 그러니까 제발…….”

대답 없는 포이베를 보며 사내가 속상하다는 듯 입술을 달싹였다. 과거의 행동을 후회하는 건지, 진위를 알 수 없는 표정이다.

“네가 시키는 대로 전부 할 수 있어.”

“…….”

“……강압적으로 굴고 싶지 않아. 네가 원해서 우리 곁에 있었으면 좋겠어.”

좋게 말해서 시키는 대로 전부 하겠다는 거지, 결국은 자신들의 곁에 남지 않으면 강압적으로라도 곁에 두겠다는 말이었다.

소름 끼치는 속내에 인상 쓸 법도 한데, 포이베는 익숙하다는 듯 태연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별 다른 대답은 없다.

‘사실 떠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그 사실을 굳이 말해줄 필요도 없지.

포이베는 일부러 입술을 꾹 닫고는 어깨를 들썩였다.

“너희 하는 거 봐서.”

무심한 목소리가 그들을 향했다.

“뭐 지금처럼 내 말 잘 들으면, 너희가 다시 좋아질 거 같기도 하고…….”

그 말에 사내들은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을게. 지금처럼 말 잘 들을 테니까 평생 우리 곁에 남아.”

애절한 사내의 목소리와 동시에 질구 주변을 깔짝이던 성기가 푹, 처박혔다.

“흣……!”

포이베의 얼굴은 열락으로 얼룩져 울긋불긋했다. 단번에 아래를 관통한 성기에 그녀는 버둥거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 포이베, 사랑스러운 포이베…….”

저를 향한 자상하고 달콤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왔으나 사내의 애정에 취해 있을 만큼 여유로운 상태가 아니었다.

울퉁불퉁한 흉기가 가차 없이 속살을 휘저어댔다. 들락거리는 귀두의 촉감이 여전히 낯설었다. 타인의 좆물로 가득한 구멍을 후벼파듯 찔러대니 안에 있던 액들이 추저분하게 주변에 튀어댄다.

털 하나 없이 뽀얀 음부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애액과 땀들로 뒤섞여 엉망이었다.

사내가 좆을 뽑아낼 때마다 함께 딸려 움직이는 발간 속살이 외설적이었다. 쫀쫀한 질주름을 문지르며 핏대가 잔뜩 선 기둥이 엇박으로 움직였다.

“하으, 읏……!”

원치 않았음에도 몸이 절로 들썩였다.

“사랑해, 포이베…….”

다정한 목소리와 달리 하체는 다정치 못했지만, 그럼에도 사내는 그녀와 코를 맞대고 기분 좋게 부비적거리며 쿡쿡 웃었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곧 숨이 넘어갈 사람처럼 할딱이는 그녀의 입술에 또 다른 성기가 맞닿았다. 짙은 사내의 체향을 느끼며 포이베가 본능적으로 그것을 입에 담으려 했다. 그러자 누구의 것인지 모를 손이 포이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젠 먼저 자지도 물 줄 알고…… 예쁘다. 베베.”

포이베가 혀끝을 세워 묵직한 좆의 선단을 할짝였다. 그러자 낮게 깔린 신음이 짧게 흘러나왔다.

“그러고 보니 접때 기억 나? 보지에 좆 두 개 넣었던 날.”

걸러지지 않은 보지라는 단어에 흠칫한 것도 잠시. 사내의 아래에 깔려 허덕이던 몸이 불현듯 번쩍, 허공으로 떠올랐다.

아래는 여전히 좆에 꽂힌 채, 자세가 완전히 바뀌었다. 포이베의 몸이 사내의 위에 올라타졌다. 손바닥 아래로 바위처럼 단단한 가슴 근육들이 만져졌다.

“흣…….”

난데없이 바뀐 체위에 놀란 것도 잠시. 다른 사내가 포이베의 뒤로 다가와 선 건지 등 뒤로 큰 그림자가 졌다.

“너, 너희 지금 뭐 하는……!”

“네 명을 동시에 받는 건 무리더라도, 세 명까지는 할 수 있잖아.”

말이 끝나기 무섭게 또 다른 성기가 포이베의 엉덩이 골을 타고 천천히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묵직한 물건이 멈춘 곳은 이미 한 개의 좆이 꽂혀 있는 구멍이다.

그들이 무얼 하려는지 알아차린 포이베가 놀라 구멍을 바짝 조이며 버둥거렸다. 안 된다는 말을 뱉으려는 순간, 흉측한 좆이 다시금 잇새를 가르고 목 끝까지 치고 들어왔다.

“으읍……!”

위아래로 체격 좋은 사내들이 짓누르니, 포이베는 옴짝달싹도 하지 못했다. 마치 샌드위치 속 햄이 된 것처럼 그들에게 꼭 끼어버린 채 이미 한계까지 벌어진 구멍 틈을 파고 들어오려는 사내를 고스란히 느껴야 했다.

질척한 구멍 주변을 배회하던 귀두가 일순 비좁은 틈을 파고 천천히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포이베는 아무 저항조차 할 수 없었다. 욕정에 젖은 사내는 새하얀 그녀의 목덜미에 이를 박아 넣으며 기어코 제 것을 끝까지 쑤셔 박았다.

“흡, 흐으…… 흐…….”

견디기 버거운 쾌락에 머릿속이 타버린 것만 같다. 포이베가 입에 문 좆을 쪽쪽 빨며 훌쩍였다. 한계까지 벌어진 구멍 탓에 음순 또한 다물리지 못하고 벌름거렸다. 모양새가 퍽 음란했다. 뽀얀 살을 꿰뚫은 두 개의 검붉은 흉기라니.

“이럴 줄 알았어. 베베, 역시 너도 두 개는 꽂아줘야 좋지? 고작 자지 하나로 만족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음란한 포이베. 하기야 그러니 그런 곳에서 우리를 안주 삼아 자위한 거겠지만…….”

포이베를 놀리는 듯한 목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하…… 말을 예쁘게 해야 하는데…… 그래야 베베 네가 좋아하는데…….”

“흣…….”

“이렇게 뻐끔거리는 보지를 보고 어떻게 말을 예쁘게 해. 좆을 잘라먹을 것처럼 움찔움찔 조여대는데…….”

뒤에서 좆을 꽂아 넣은 사내가 버둥거리는 엉덩이를 콱 움켜잡았다.

“엉덩이는 왜 흔드는 거야. 혹시 뒷구멍에도 박아달라는 건가?”

뒷구멍이라는 말에 포이베가 마구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곳만큼은 절대 싫었다.

격하게 거부하는 그녀를 보며 사내가 포이베의 등허리를 찬찬히 쓸어내렸다. 간질간질한 감촉에 포이베의 질구가 와락 조여들었다.

“걱정 마, 네가 싫다면 안 할게.”

분홍빛 주름이 자글자글한 뒷구멍을 보며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그 아쉬움을 해소하기 위해 일부러 엉덩이를 주물거리며 뒷구멍이 잘 보이도록 한껏 벌려 젖혔다.

네 사람의 입에서 거친 숨소리가 토해졌다.

그런 그들을 보던 남은 사내 또한 포이베의 손을 잡아당겨 제 다리 사이로 가져다 놓았다. 보드라운 손바닥에 딱딱한 사내의 성기가 맞닿았다. 사내는 포이베의 손 위로 제 손을 덮어놓고는 위아래로 쓰다듬게 만들었다.

“하…… 포이베, 포이베…….”

“베베…….”

어느 누가 포이베를 부르는 건지 구분조차 하기 버거울 정도로, 발정 나서 흘레붙어 움직이는 달뜬 목소리들이 방을 채웠다.

구멍을 빼곡히 채운 두 개의 성기는 서로 번갈아가며 그녀의 구멍을 괴롭혔다. 뭉툭한 귀두들이 쉴 새 없이 오가며 아래를 푹, 푹, 찔러대니 녹아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다.

쑤석이는 소리가 질펀하게 울려 퍼졌다. 퍽, 퍽, 퍽, 매섭게 살이 맞부딪치는 소리 또한 멈추지 않고 들려온다.

욕정 어린 사내들의 허리 짓에 잘 다져진 근육들이 사방에서 꿈틀거렸다.

미칠 것 같은 쾌감에 잠식되며 유약한 몸은 인형처럼 낭창하게 흔들렸다.

그런 와중에 포이베는 생각했다.

확실히 이건 그들 외에는 다른 누구도 줄 수 없는 쾌락이라는 걸.

“사랑해, 베베…… 정말 잘해줄게.”

저를 향한 다정한 말들이 귓가에 속살거려도 그녀는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단순히 분이 풀리지 않아서였을 뿐.

포이베는 사내들의 사랑 고백이 싫지 않았다.

* * *

모처럼 떠들썩한 날이었다. 이유라면 추웠던 겨울이 가고 드디어 고대하던 혼인식 날이 왔기 때문이리라.

다만 조금 특이한 점이라면…… 신부는 한 명인데, 신랑은 넷이라는 점일 뿐.

그들의 혼인식은 귀족들의 혼인식처럼 으리으리하지도, 수많은 보석들로 가득하지도 않았다. 그저 좋아하는 이웃 주민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으며 하하호호 이야기꽃을 피우고, 새로이 탄생한 부부의 앞날을 축하해줄 뿐이었다.

마을의 제일가는 미남들을 전부 독차지한 포이베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행복한 혼인식의 주인공이 되었다.

선 자리를 알아봐 달랬더니, 저보다 먼저 혼인을 올리는 포이베를 보며 젤라가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

“저놈 계집애…… 대체 언제 결혼 준비를 했던 거야?”

섭섭하다는 듯 중얼거렸으나, 젤라에게선 포이베를 향한 노골적인 애정이 느껴졌다.

사내들 틈에 둘러싸인 포이베는 오늘따라 유독 기가 살아 보였다. 어깨가 조금 으쓱거리는 것 같기도 하다.

하기야, 저런 미남들을 넷이나 끼고 살 텐데 무엇이 부럽고 무엇이 두려우랴.

축하해주러 온 이들 중에는 혀를 차며 수군거리는 이들도 존재했다. 그럴 만도 했다. 최근 베세튼 대공이 한 명의 본처와 열네 명의 기사들을 첩으로 들였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여럿이 함께한다는 게 일반적인 부부 관계는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확실한 건, 미남은 다다익선이라고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다.

포이베는 제가 손짓하면 죽는 시늉이라도 할 법한 기세의 사내들을 보며 방긋 웃었다.

확실히 이건 포이베와 네 마리의 개새끼들이 맞다는 생각을 하며.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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