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롤로그 (1/5)

포이베와 벽 너머의 사내들

곽두팔

포이베와 벽 너머의 사내들

프롤로그

포이베에게는 사실 죽었다 깨어나도 남들에게 말하지 못할 엄청난 비밀이 한 가지 있다.

그게 무엇이냐고?

“흡, 흐아…….”

“너 혹시 이날만 기다린 거 아니야?”

“아, 아니, 흣, 아니야아…… 그, 그럴 리가 없잖아…….”

바로 매주 토요일 자정이 되면, 폐허가 된 저택 울타리에서 의문의 사내들과 함께 몸을 섞는다는 것이었다.

“아, 아흐…… 사, 살살……!”

당장 지금만 해도 그랬다. 포이베는 빛 한 점 없는 어두컴컴한 폐허의 울타리에 끼인 채,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내들에게 잔뜩 희롱당하고 있었다.

옴짝달싹 못하게 끼인 포이베의 뒤로 듬직한 체구의 사내 여럿이 서서 살랑살랑 흔들리는 치맛자락을 한껏 들춰냈다.

한 명의 손이 포이베의 속옷 위를 더듬거렸고, 다른 한 명의 손은 엉덩이를 주물렀다. 또 누군가는 허벅지를 더듬거렸고, 또 누군가는 옆구리를 은근히 쓰다듬었다.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곳에서 느껴지는 촉감에 포이베가 끙끙 앓는 소리를 흘렸다.

겁탈하는 거라기엔 사내들이 포이베를 만지는 손길은 퍽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인 사이로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애당초 여인 한 명에 사내 여럿이었으니, 연인 사이라기에도 우스운 상황이다.

“흐응…….”

“오면서 무슨 음탕한 생각을 했길래 아래가 다 젖었네. 여기도 발딱 서서는…….”

사내가 낮게 속삭이며 쿡쿡 웃었다. 듣기 좋은 중저음이 귓가에 울림과 동시에 남자의 손이 도톰히 부푼 음핵을 살살 문질렀다.

“하윽…… 아!”

“이름도 모르는 사내들한테 다리 벌리러 오면서 기대했나 봐?”

찌릿한 쾌감과 함께 포이베가 몸을 파르르 떨며 버둥거렸다. 하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느끼기 시작하는 그녀의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속옷을 젖히고 과감히 맨살 위를 더듬거리기까지 했다.

뻐끔거리던 질구에서 줄줄 흐른 물은 사내들의 손을 금세 적셨다.

그들 중 한 명이 푹 젖은 질구에서 애액을 묻혀 움찔거리는 음핵 위로 펴 바르듯 둥글게 문질렀다. 그러자 포이베의 고개가 절로 젖혀지며 발발 떨어댔다.

“흡, 흐아, 아……!”

“좋아? 너 여기 만져주는 거 좋아하잖아. 더 세게 비벼줄까?”

“아, 아니이…… 흣, 아니야…….”

“조금만 만져줘도 좋다고 허리 흔들 거면서, 아니긴 뭐가 아니야.”

사내가 쯧쯧 혀를 차며 포이베의 엉덩이를 가볍게 때렸다. 큰 마찰음과 달리 통증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뽀얀 살점 위로 붉은 손자국은 옅게 남았다.

“하으…….”

확실히 그들의 말마따나 이름도, 얼굴도, 나이도 아무것도 모르는 사이였음에도 포이베는 이 행위를 즐기고 있었다.

난잡하게 아래를 쑤셔주는 손가락도, 자비 없이 음핵을 짓이겨주는 손길도.

전부 아찔하고 황홀한 것들이었으니까.

뻐끔거리며 액을 흘려대는 구멍으로 서너 명의 손가락이 하나씩 비집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흐으…… 아, 아아……!”

앙증맞게 다물려 있던 질구가 꿰뚫리고, 사내들이 각기 다른 속도로 손을 쑤셔대자 포이베가 교성을 내지르며 허리를 퉁겨댔다.

누군가가 속살 깊은 곳을 푹, 찌를 때면 누군가는 내벽을 훑으며 빠져나갔다. 그런 식으로 엇박자로 왕복하는 손가락만 최소 세 개였다.

굳은살로 다져진 사내들의 손이 거침없이 포이베를 괴롭혔다.

포이베는 머릿속이 새하얘질 것만 같은 낯선 감각을 느끼며 쾌락 젖은 숨을 힘겹게 토할 뿐이었다.

난잡하게 아래를 찌르는 손들만 해도 버거운데, 또 다른 이가 그녀의 음순을 벌리고 단단해진 음핵을 꾹 짓눌렀다.

“흡……!”

결국 포이베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물을 뚝뚝 흘려댔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것은 쾌락의 눈물이었다.

하반신이 마비될 것만 같은 찌르르한 감각은 그녀를 새로운 세상에 눈뜨게 만들었으니까.

질척이는 음란한 소리가 야외에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그러나 폐허 주변에는 지나가는 사람 따위 없었다.

그들과 포이베만의 은밀한 비밀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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