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7화 〉뱀파이어에게 엉덩이를 대준 거유 백마 미소녀: 9화
흐음... 언제부터 깨어 있었던 거지... 이제 슬슬 아는 체를 해줄까... 아니야... 자기 배 위에 올려진 뜨거운 음식의 감촉에 놀라 눈꺼풀을 질끈질끈 감으면서도 아랫배에서부터 전해져오는 쾌락을 최대한 즐기기 위해서 깨어나지 않으려고 용을 쓰는 칼디르의 모습... 참 귀엽단 말이지.
아르민이 칼디르가 의식을 완전히 되찾았음에도 깨어나지 않은 척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것은 그녀가 눈앞에 놓인 스테이크를 절반 정도 먹었을 때쯤이었다.
아르민은 자신이 칼디르의 발칙한 짓거리를 알아차렸노라고 말해버릴까 말까 계속 고민하던 끝에 결국 그녀에게 진실을 털어놓아 버렸고,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뜨며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그녀의 볼을 가볍게 쓰다듬어주며 매도해주었다.
“답도 없는 마조 변태년. 진작 의식을 되찾고도 아랫배가 화끈거리는 감각을 떨쳐낼 수 없어서 여태까지 가만히 있었던 거지? 촛농 플레이 좋아할 것처럼 생겼다 싶었는데... 우리 칼디르는 한낱 접시 따위로 다뤄지는 걸 좋아하는 아이구나?”
“으읏... 그, 그게 아니에요... 식사하시는데... 방해되면 안 되니까...”
“변명할 필요는 없어, 칼디르. 지금 네 모습은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아름답고, 귀엽고, 사랑스러우니까.”
아르민은 짐짓 부끄럽다는 투로 이 상황을 변명하려 드는 칼디르의 볼에 가볍게 뽀뽀를 해주는 것으로 쐐기를 박아버렸고, 그녀에게 기습 뽀뽀를 당한 칼디르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분홍색으로 물들었다. 읏, 으으... 칼디르는 이상한 신음을 내면서도 더는 그녀가 하는 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이로써 칼디르는 완전히 의식을 되찾은 뒤에도 아르민의 지엄한 명령 아래 굴복하여 식탁 위에 가만히 누운 채로 접시 노릇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칼디르는 슬프지 않았다. 칼디르로서는 아르민이 자신을 그녀와 동일한 인간으로 대우해주기보다는, 이처럼 한낱 도구 따위로 다뤄주는 편이 훨씬 좋았기 때문이었다.
“햐읏... 앗, 흥... 포, 포크가... 제 복근을 찌르고 들어와요... 앗... 거, 거기 앙... 대... 아랫배 달, 달아올랏...!”
“어허, 도대체 어느 나라의 접시에 입이 달려있다고 그런 식으로 자꾸 사람의 말을 사용하는 거야? 그리고 나는 그저 식사를 즐기고 있을 뿐인데, 너는 왜 내 허락도 받지 않고 멋대로 느껴버리는 건데?”
“머, 멋대로... 느껴버려서... 죄송해요... 하, 하지만... 흐읏... 제 배 위에 올려진 음식이 너무 뜨거워서... 흐아앗...♥”
칼디르는 지금 이 순간, 오로지 아르민을 위한 접시 노릇을 하면서 몇 번이고 가버릴 것만 같은 감각을 속으로 겨우 억눌러가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댔다. 지금 당장에라도 허리째로 들썩이며 시원하게 가버리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으나, 아르민은 그녀가 절정하는 것을 허락해주지 않았다.
아르민은 칼디르가 보여주는 추태를 계속해서 감상하다가 준비된 스테이크를 다 먹어치우고 스파게티를 해치울 시간이 되어서야 칼디르를 자신의 옆에 앉혀서 함께 밥을 나눠 먹을 수 있게 해주었는데, 물론 공짜는 아니었다.
“후르릅... 역시 내 생각대로네. 우리 귀여운 칼디르의 입을 와인잔 삼아서 포도주를 부어 마시니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아.”
칼디르는 식탁에서 내려온 뒤에도 아르민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도구처럼 행동해야만 했는데, 자신의 입에 와인을 한가득 머금고 아르민의 입술을 덮쳐 와인을 마시게 해줘야 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꼴깍, 꼴깍... 츄릅, 츕...
아르민은 칼디르가 먹여주는 와인의 맛을 최대한 음미하다가 입안에 담긴 와인이 다 떨어진 뒤에도 한동안 칼디르의 혀를 맛보다가 한참 뒤에야 겨우 입술을 떼어주고 다시 새 와인을 부어주었다.
“후아아... 와, 와인 키스... 죠, 조아여어... 호, 혹시... 계곡주도 드셔 보실래요?”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인걸. 나한테 대접해주겠니?”
아, 그래도 가슴골을 모아서 거기에다 와인을 담아 마시거나, 다리를 다소곳이 모아 사타구니에 와인을 따라 마시는 건... 내가 떠올린 아이디어가 아니라 칼디르가 먼저 이렇게 하자고 꼬리를 쳐서 나도 정말 ‘어쩔 수 없이’ 따라준 거다?
공주님을 상대로 이미 한 잔의 어엿한 와인잔으로서 활동해본 적 있는 칼디르는 아르민을 상대로도 능숙히 와인잔의 역할을 해냈는데, 그녀는 자신이 입고 있던 하얀색 란제리가 적포도주에 물들어 더러워지는 말든 아르민과 함께 혀까지 뒤섞어가며 와인의 향취를 즐겼다.
모처럼 술의 기운에 취하여 아르민이 보는 앞에서 연약한 소녀를 연기하고 싶었던 칼디르는 초능력자 특유의 신체 내성을 한없이 꺼뜨린 뒤에 와인에 몸을 내맡겼고, 그 결과... 그녀가 와인을 마시는 건지, 와인이 그녀를 마시는 건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칼디르가 적극적으로 나서준 덕분에 아르민은 남은 식사 시간 역시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었다. 전 우주 최고의 창녀, 칼디르가 바로 내 옆에 앉아 접대를 해주고 있는데 어찌 즐겁지 않을 수 있을까?
“쓰읍, 하아아... 이 풍만한 젖탱이... 이것도 나를 유혹하려고 달고 다니는 거지? 이렇게 폭력적일 정도로 큰 걸 가슴에 떡하니 붙이고 다니는 건... 반칙이야...”
한때 대학교수 노릇을 해보았다고는 하나, 앞길 창창한 20대 여성의 몸으로 고급 룸살롱에 초대받은 늙은 대학교수처럼 구는 아르민이었다.
그녀는 식사를 끝낸 뒤에도 칼디르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고 그녀의 야들야들한 허벅지를 매만지거나, 몸에 걸친 의미가 없을 정도로 얇은 슬립 속옷 속에 손을 집어넣고 젖통의 윤곽을 가늠하거나, 팬티에 손을 집어넣어 한참 전부터 흥건하게 젖어있던 그녀의 보지를 애무하는 등, 칼디르를 한 명의 접대부 대하듯이 대하였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로렐라이 이후로 훼방꾼이 한 명 더 나타나는 바람에 기분을 잠시 잡치기는 하였으나...
“뭐야. 네년... 또 직접 오지 않고 다른 사람을 보낸 거냐? 정말이지, 이번에도 배빵으로 다시 왔던 곳으로 돌아와야 정신을 차리겠군.”
“흥. 여전히 무식한 년이네. 하지만 나라고 해서 저번처럼 순순히 당해줄 생각은 없... 큭...! 비, 비겁하게... 아직 대사도 안 끝났는데... 배빵을 쳐버리는 거야...?”
...아르민은 별로 어렵지 않게 그 훼방꾼을 다시 돌려보내고 칼디르와 오붓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이번에 나타난 훼방꾼은 슈가의 몸에 빙의한 아틀란티아 공주님. 엄청난 빽이 있어서 함부로 다루기는 조금 껄끄러운 부분이 있는 로렐라이 때와는 다르게 아르민은 가슴팍에 칼디르처럼 폭력적인 젖탱이를 매달고는 있으나 이렇다 할 빽이 없는 슈가의 몸에 아낌없이 배빵을 날려주어 그대로 쓰러뜨려 버렸다.
“아 씨발... 이제는 내가 그나마 아는 얼굴 중에서 빙의할 만한 사람이 없는데... 이걸 어떻게 한다지...?”
로렐라이의 몸에 빙의했을 때는 그저 정찰을 나간다는 느낌으로 가볍게 아르민이 거처하는 방을 들렀을 뿐이었던 공주님은, 휴대용 보호막 생성기를 챙기는 등 나름대로 만반의 준비를 끝마친 후에 슈가의 몸에 빙의하여 행한 이번 방문 역시 아르민의 무력 앞에 간단히 파훼되었다는 사실 앞에 참담한 심정을 느꼈다.
“씨...이...바...알... 칼디르, 아틀란티아... 이제는... 다, 필, 필요없어... 내가 가질 수 없다면 죽여버릴... 거야...”
덕분에 칼디르와 떨어져 지낸 시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피를 토하는 등 유혹 페로몬에 대한 금단현상을 다시금 호소하고, 벽에 붙여놓은 칼디르와 공주님의 얼굴 사진을 칼로 벅벅 긁어버리는 등 얀데레적인 성격을 오래간만에 각성하였던 슈가만 불쌍하게 되었다.
씨, 씨발... 여, 여기 어디야... 내가 왜... 배를 얻어맞고 있는 거... 컥... 공주님의 빙의가 풀려 자아를 되찾자마자 아르민의 무자비한 배빵 러쉬 앞에 의식을 잃기 직전에 슈가가 한 생각이었다.
유혹 페로몬에 대한 금단현상을 계기로 얀데레적 성격에 다시금 불을 붙였다고는 하나, 그때까지는 두 사람의 얼굴 사진을 거칠게 찢어버리거나 혼자서 저주의 말을 퍼부어주는 것 말고는 딱히 벌인 일도 없었던 슈가였으나, 달리 억울함을 호소할 곳은 없었다.
누군가를 탓하고 싶다면, 두 사람에게 저주를 퍼부어주다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어버린 사진 앞에 쓰러지듯 잠이 들어 공주님이 서큐버스 특유의 꿈-빙의 능력을 활용하여 자신의 몸에 녹아들 여지를 내어준 슈가 자기 자신을 탓해야 하리라.
부들부들... 슈가는 낯선 장소에서 아르민의 눈앞에 쓰러진 채 하얀색 거품을 쏟아내며 온몸을 떨었다. 아르민은 아무런 옷가지도 걸치지 않은 채 자신의 앞에서 무방비하게 쓰러져 있는 그녀의 몸매를 감상하였다.
“그러니까... 이... 토끼가 네 소꿉친구다, 이 말이지?”
“하읏... 네... 네, 아르민님...”
슈가를 내려다 보는 아르민의 오른손에는 칼디르의 거대한 유방이 놓여 있었고, 반대쪽 손에는 그보다는 아담하지만 쫄깃한 것이 만지는 맛은 있는 로렐라이의 유방이 놓여 있었다. 아르민은 그녀들의 가슴을 매우 자연스럽게 만지면서 그 감촉을 머릿속에 새겨 넣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흐응... 아르민님... 가슴 그렇게 만져주시면... 저... 너무 기분 좋아요...”
샤워실에서 혼자 온몸에 묻은 섹스의 흔적을 지우고 나오자마자 아르민에게 가슴을 만져지게 된 로렐라이가 수줍게 신음했다.
아, 그로즈니를 생각해서라도 로렐라이는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되겠노라고 마음을 먹은 아르민이 왜 로렐라이까지 건드리고 있냐고? 그야... 바로 옆에서 칼디르가 암컷 향기 내풍기면서 아르민의 성욕에 제동을 걸어줄 이성을 마비시켜놓고 있으니까!
아, 아니야... 이 이상 로렐라이의 몸을 더 갖고 놀았다간... 주체를 못할 것 같아. 오늘은 이쯤 해두자. 그나마 아르민은 마지막 순간에 간신히 브레이크를 잡는 데 성공했다.
“자, 우리 로렐라이는 내가 준비해둔 옷을 입고 이만 돌아가 봐도 좋아요. 착한 어린이는 일찍 자야지.”
“네헤엣... 남, 남은 하루도 부디... 잘 보내세요, 아르민...님...”
여전히 칼디르 제 최면 어플의 위력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멍한 눈을 하고 있는 로렐라이를 돌려보낸 후, 아르민은 칼디르의 소지품 중에서 담뱃갑과 철십자 마크가 그려진 라이터를 어떻게 찾아내서는 식후땡의 여유를 만끽하며 칼디르와의 대화를 이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