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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5화 〉사악한 동맹의 가능성: 1화 (205/225)



〈 205화 〉사악한 동맹의 가능성: 1화

아틀란티스 파견 카테스 제국 의용군 사령관 겸 아틀란티스 주재 임시 대사, 워커 유니온 워싱턴. 오늘날 아틀란티스 영내에서 그의 이름이 가지는 무게감은 21세기 헬조센 지옥 불반도로 치환할 경우 주한미군 사령관 겸 주한 미국 대사 정도는 된다고 할  있었다.

아니, 카테스 제국이 아틀란티스에 해준 것을 생각하면 이 정도 평가로도 박하고, 유엔군을 이끌고 인천에서 대규모 상륙 작전을 펼치던 맥아더 원수 정도는 된다고 보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마침 워커의 계급도 원수에, 카테스 제국군 의전서열 상 10위 안에 드는 고위 원수였으니만큼 이런 표현을 받는 데 모자람은 없었다.

다만 카테스 제국의 세계관 속에서 아틀란티스란 핵심 동맹국일 수 없었고, 대규모 의용군 파병 이전에 별다른 외교관계를 맺은 일도 없는 데다 이제와서 동맹국으로 삼는다고 해도 크게 이익을  만한 것이 없다고 평가받는 상황에서 졸지에 아틀란티스 파견군 사령관직을 떠맡게 된 워커는 사령관 임명 당시에 이를 자신에 대한 좌천성 인사라고 받아들이고는 테티스에 대해 분노를 감추지 못한 바 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이런 이야기다. 주미 한국 대사로 갈래, 저~어~기 멀리 아프리카 대륙에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듣보잡 국가의 대사로 갈래? 워커에게 아틀란티스 파견군 사령관 임명은 전자보다는 후자에 훨씬 더 가까운 인사였다.

뭐, 이제 와서 돌아보면 무작정 좌천성 인사라고 취급하기에는 어폐가 있었다. 보통 좌천당한 사람은 중앙정부로부터 어떠한 관심도 받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워커를 아틀란티스에 보낸 장본인인 테티스는 워커가 보내오는 보고서를 항상 직접 챙겨보았고 그가 요청하는 지원이라면 그 어떤 것이든 들어주는 등 지속적으로 관심을 표해왔다.

여태껏 테티스가 아틀란티스에 들여온 공을 생각하면 지금은 아닐지라도 머지않은 미래에 아틀란티스가 카테스 제국의 핵심 동맹국으로 부상할 것이며, 아틀란티스 파견군 사령관직을 거쳐 간 워커 자신의 입지 역시 강화되리라는 계산이 가능했기에, 그도 지금에 와서는 10여  전의 인사를 좌천성 인사로 취급하지 않았다.

‘그때는 내가 생각이 너무 짧아서 훗날을 내다보지 못했지. 설령 이것이 좌천성 인사가 맞다고 해도 조국이 명령한 이상, 군인이 된 자로서 마땅히 이에 응해야 할 의무가 있는 법이거늘...’

워커의 생각이 이처럼 긍정적으로 변화한 데는 현지인들의 열렬한 환대와 고급진 대우 역시 한몫했다. 제아무리 어떤 국가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던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막상 그 국가에 가서 상상하던 그 이상의 화려함으로 환영받고 나면 눈물이 절로 솟아날 수밖에 없는 법.

워커를 아틀란티스에 보낸 카테스 제국이 자본주의 국가들의 대변자 취급을 받는다고는 하나, 아틀라인 1세, 케인스 등 인민정부를 대표하는 공산주의자들도 워커의 존재감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그에게 테러를 저지를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았고, 그가 파견군 사령관으로서 아틀란티스에 지내면서 불편한 점이 없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의전, 음식, 침대, 여자 등등... 아틀란티스 인민 정부는 그 모든 부문에서 이데올로기라는 이름의 명분을 버리는 대신 실리를 취하여 비굴하다 싶을 정도로 워커를 극진히 대접했고, 워커가 조금이라도 ‘나를 소홀히 여기고 있다.’는 식의 생각을 할 틈이 없을 정도로 그를 띄워주고는 해왔다.

이데올로기 상의 차이점만을 이유로 들어 오랫동안 자기를 도와준 나라의 외교관을 공격한다...? 이는 소련이 렌드리스를 쳐묵쳐묵하며 겨우 독일을 밀어놓고는 렌드리스를 보내준 은인인 미국의 대사를 감금하는 격의 일이 될 것이었다.

그나마 소련은 미국과 함께 세계를 반분할 정도로 강력하기라도 했지, 아틀란티스와 카테스 제국 사이의 국력 차이를 고려하면 카테스 제국에서 넘어온 핵심 인사를 소홀히 대접하는 것은 북한이 대낮에 미국 보고 ‘나 죽여 줍쇼’하고 미국 대사를 살해해버리는 격의 일이 될 터였다.

그런 그가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에 한 개 집단군 규모의 의용군을 이끌고 아틀란티스 영내에 파견될 적에, 카테스 제국의 실권자인 테티스로부터 은밀하게 내려받은 지령이 있었다. 아틀란티스 인들에게는 굳이 말해주지 않은 비밀 지령.

“이제 곧 아틀란티스 영내로 진입하게 될 우리 제국의 병력은 구 아틀란티스 제국을 계승하는 현 아틀란티스 인민정부가 아니라, 아직은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어떤 초능력자에 의해 아틀란티스 땅에 세워지게 될 신정권을 지지하기 위해서 파견되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네.”

“...카우디요께서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을 위해서 그런 규모의 의용군을 꾸렸단 말씀이십니까... 아니, 그전에 세상 빛을 보지도 않은 사람이 그 땅에 신정권을 세우리라는 것을 어찌 그렇게 장담하실 수 있단 말인가?”

“글쎄... 워커 자네가 나처럼 미래를 볼 줄 아는 것도 아닌데, 이걸 설명해줘 봐야 알아는 듣겠나?”

아틀란티스 의용군 파병을 추진한 테티스의 발언을 참고하면, 그는  아틀란티스 정권을 지지한다기보다는 10여 년  시점에서는 ‘태어날지, 안 태어날지 확실히 알 수도 없는 사람’이 세우게 될 신정권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의용군을 파병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임을  수 있었다.

 부분을 더 정확히 파고들어 가보면 테티스는 아틀란티스에 의용군을 파병함으로써 직접적으로 루시드 제국을 몰아내는  결정적인 도움을 제공하기보다는, 그저 아틀란티스에 일성 수준 이상의 은혜를 베풀어두어 차기 정권의 수장이 親 카테스적인 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게 하는 기반을 마련해주려는 의도로 의용군을 보내는 수고를 하는 것임을  수 있었다.

뭐... 그때 대화를 나눈 대로 테티스 그 자신은 미래를 볼 줄 아는 사람이었지만, 워커는 해당 사항이 없었기에 그저 ‘장차 카테스 제국의 핵심 동맹국이 될 상대는 현 아틀란티스 정권이 아니라 카우디요께서 예언하신 신정권이며, 아틀란티스 신정권은 카테스 제국의 국익에 큰 도움이  것이다.’라는 추측만을   있을 뿐이었다.

여기서 머리를 조금만 더 굴려보자면, ‘카테스 제국에게 아틀란티스 신정권은 기존 열강  하나인 루시드 제국을 전면적으로 적대할 정도로 중요한 동맹자로 떠오르게  것이며, 아틀란티스 신정권을 적대하고 루시드 제국과 손을 잡는 것은 카테스 제국의 국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아직은 신정권을 세우게  사람의 부모가 서로 만나지도 않았지. 하지만 그 둘은 조만간 만나게  것이며, 그 사이에서 ‘그녀’를 낳은  그  모두 목숨을 잃게 될 것이네. 아, 당연한 말이지만, ‘그녀’의 부모의 죽음은 ‘그녀’가 의도한 일이라기보다는 ‘우연히’ 일어난 ‘불우한’ 사고이네.”

확실히 태어나자마자 친부모를 잃는 것만큼 ‘불우한’ 사고는 또 없을 테고, 테티스가 저런 식으로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것을 보면 그 자신이 언급한 초능력자에 관련된 미래를 확실하게 본  같기는 한데... 미래 예지 능력이 없는 사람의 입장에서 영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무튼,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자네의 임무는 아틀란티스 파견군 지휘 및 현지인들과의 협력이지만, 자네의 진정한 임무는 ‘그녀’를 찾아내고 카테스 제국을 대변하여 ‘그녀’를 초청하는 일이네.”

“‘그녀’라고 하신다면... 카우디요께서 말씀하신 그 초능력자는 여성이라고 봐도 되겠습니까? 혹시... 그 외에 해당 초능력자를 찾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제공해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이 정도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말해줬다고 생각하네만... 힌트를 너무 많이 주면 재미가 없지 않겠는가. 자네가 재주껏 찾아보게나. 으음, 여기서 한마디만 더 해주자면... 아마 ‘그녀’를 만나게 된다면 ‘아, 이 사람이 그 사람이다!’라는 감이 오게 될 것이네.”

이 말을 마지막으로, 테티스는 워커에게 추가 힌트를 주지 않았고, 은밀성을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별다른 출정식 행사도 없이 그를 바로 아틀란티스로 보내버렸다.  뒤로부터 제법 시간이 흘러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다.

천애고아, 여성,  우주 최강의 초능력자로 여겨지는 테티스가 눈여겨볼 정도로 강력한 초능력자... 그 오랜 세월 동안 워커는 테티스가 제공한 몇 가지 단편적인 정보를 가지고 그가 언급한 ‘그녀’를 찾기 위해 아틀란티스 곳곳을 뒤지며 부단히도 노력해왔다. 그리고 이제 결실을 맺을 순간이 온 것 같았다.

“칼디르 아스트라... 분명 그녀가 카우디요께서 언급하신 바로  초능력자다.”

워커는 그러한 결단을 내리기 전까지 동원할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정보를 수집해왔고, 그렇게 수집한 정보는 모두 15살짜리 거유 백마 미소녀, 칼디르야말로 카테스 제국이 진정으로 화친하고자 하는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일반적인 경우, 우주적으로봐도 특히나 보수적인 가부장제도와 신분제 문화를 가진 아틀란티스 영내에서 귀족 가문 출신도 아닌 평민 처자가 향후에 정권을 장악하게 되리라는 가정을 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것이었지만, 아틀란티스가 처한 현 상황은 이미 충분히 비상식적인 것이었다.

많은 사람이 굶다 못해 옆에 있던 가족을 죽이고 그 살을 퍼먹거나, 아니면 가족 사이에는 차마 죽일 수 없다고 다 같이 굶어 죽거나, 여러 가족이 상대방 가족의 구성원을 교환하여 잡아먹거나... 이게 지금 상식적인 국가에서 일어날  있는 상황으로 보이는가?

‘그리고 비상식적인 시대를 타개해나갈 해법으로는 비상식적인 해법이 필요한 법이지.’

워커가 하고많은 인물 중에서도 유독 칼디르를 주목한 데는 그녀가 아틀란티스의 고위층과 맞닿은 홍일점이라는 것 외에도 몇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첫 번째, 아틀란티스는 자체 공업력이 워낙에 형편없어서 도시 단위의 재건 사업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해왔는데, 그녀가 등장한 이후에는 행성계 단위의 대규모 재건 사업을 척척 진행해나가는 동시에 절망적이던 공업력을 수십 수백 배 이상 끌어 올리고 있었다.

“이 나라가 20여 년간 이어진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자력으로 완전히 복구하기까지는 수백 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워커는 언젠가  번, 아틀란티스 인들이 보지 않은 곳에서 이런 말을  적이 있었다. 헌데 칼디르의 등장을 계기로 하여 아틀란티스의 상황은 워커의 예측과는 정반대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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