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3화 〉은밀한 비밀 공유: 6화
눈을 뜨자, 익숙한 밧줄의 감촉이 느껴졌다. 옷은 당연하다는 듯이 걸치지 않은 채로 팔을 들어올려 겨드랑이를 훤하게 드러낸 자세로 손목을 결박당하고 발목 역시 꽁꽁 묶여 각각 천장과 바닥에 고정된 자세. 거기다가 눈앞을 가로막는 안대의 존재까지.
칼디르는 이 모든 것이 너무나도 익숙했다. 예전에 공주님께 배빵을 당할 때도 꼭 이런 식으로 꽁꽁 묶이고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태에서 당했다. 그때와 달라진 것은 가해자가 공주님에서 슈가로 바뀐 것밖에는 없었다.
뭔가가 내 머리 위에 씌워진 것 같은데... 이건 토끼 귀 머리띠겠지? 애널 구멍에서 느껴지는 이 감각은 토끼 꼬리 애널 플러그일 테고... 공주님께 처음 배빵을 당할 때와는 다르게 이 두 가지 요소만큼은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것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피해자는 그때와 마찬가지로 칼디르 그 자신.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뀌지 않은 셈이다.
“흐으읏... 다, 다들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내 몸에서 그렇게 야한 냄새가 나는 건가... 내 몸이 그렇게 줘패고 싶어질 정도로 꼴리는 건가...?”
자기가 말해놓고도 순간적으로 어리석은 질문이었다는 생각에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여태까지는 아틀란티스 국방군, 기성 정치가 등 남초 조직과 주로 접촉했기에 내 몸에서 풍겨나온다는 페로몬의 위력을 제대로 시험해볼 기회가 없었지만, 공주님과 슈가가 보여준 반응만 보더라도 충분한 대답이 되고도 남았다.
그녀는 온몸을 휘감고 도는 서늘한 감촉과 앞으로 겪게 될 일에 대한 불안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가볍게 전율했다. 한편으로는 요새 슈가를 의식적으로 피하면서 하루 일정 대부분을 공주님과 함께 소화했는데, 이에 분노한 슈가가 아랫배에 얼마나 센 주먹을 날려줄지 기대되기도 했기에 보지까지 부르르 떨리면서 애액이 스며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슈가야... 거기에 있는 거야? 내 앞에 있는 거지? 그렇지?”
칼디르가 문뜩 자기 앞에 서 있는 슈가의 존재를 느끼고는 아래쪽으로 숙이고 있던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안대를 쓴 상태였기에 그녀가 지금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 어떤 무기를 들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슈가는 칼디르의 물음에 바로 답을 주지 않고 잠시 뜸을 들이다가 짐짓 화난 투로 대답했다.
슈가의 목소리 톤이 올라가자, 그에 따라 칼디르의 보지에서 분비되는 애액의 양도 늘어났다. 투투둑, 투둑... 그녀의 애액은 어느샌가 보기 좋게 붙어있는 한 쌍의 허벅지를 타고 흐르다가 부슬비처럼 떨어져 바닥에 작은 웅덩이를 만들 정도로 분비되고 있었다. 아, 이제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오늘은 슈가한테 온종일 처맞고 끝나겠지...?
“역시 암 노예라 그런지 안대를 쓴 상태에서도 제 주인이 서 있는 위치를 잘도 파악하는구나. 그러면 뭘 해! 제 주인한테는 다리를 벌려줄 생각도 않고 내가 벌려달라고 꼭 말로 해야만 벌려주는 주제에 엉뚱하게 다른 여자한테는 프리섹스 마음껏 하게 해주면서...! 이제 방해꾼도 없으니 나한테 교육받자!”
“그, 그거... 내가 다 말로 설명할 수 있으니까 이러지 말고 우리 말로 하자, 말로...! 말... 커어억...! 컥! 끅! 흐으윽! 윽!”
슈가는 글러브조차 끼지 않고 맨주먹으로 칼디르의 아랫배를 사정없이 내리찍었다. 슈가의 주먹에 맞을 때마다 칼디르의 몸이 크게 요동쳤지만, 팔과 다리가 단단히 고정된 상태였기에 쓰러지지는 않았다.
차라리 바닥에 쓰러졌더라면 도망칠 기회를 잡거나 잠시라도 배빵을 피할 수 있었을 텐데... 몸이 크게 요동치더라도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니 정면에서 뻔하게 날아오는 주먹조차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맞아주어야만 했다.
아윽, 끄으윽, 큭...♥ 칼디르는 한 대 맞을 때마다 야동 배우들이 그러는 것처럼 매우 과장된 신음을 내질렀다. 원래도 고통을 받으면서 쾌락을 느끼도록 설계되어있던 몸인데, 이런 상황에서 음기를 더욱더 잘 흡수할 수 있는 자궁 문신이 진동하며 이 상황을 반기고 있으니 신음을 내지르지 않고 버틸 재간이 없었다.
슈가는 칼디르의 아랫배에 선명한 피멍을 새겨준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는지, 곧이어 다른 부위를 골고루 때려주었다. 보지에서 가장 가까운 아랫배만 괴롭혀주는 건 다른 부위에 대한 차별이지만 아랫배를 때리는 걸 그만둘 생각도 없으니, 이왕에 차별할 거면 ‘평등하게 차별’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헤, 으, 응... 이제... 그만 때려... 그만... 온몸에 멍을 뺀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이러는 거야...”
슈가의 폭행은 거의 1시간 가까이 계속되었다. 공주님께서 그녀에게 손수 선물해주신 마사지 시간에 거의 맞먹는 시간 동안 일방적으로 처맞은 것이었다. 슈가도 결국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투사는 아니었기에 시간이 그쯤 흐르자 온몸에 땀을 흘리며 한 발짝 물러서 주었지만.
“후아, 때리고 나니까 스트레스가 좀 풀리는 것 같네. 칼디르는 역시 딱 때리기 좋은 샌드백이라니까. 그것도 배빵을 놔주는 보람이 있을 정도로 엄청 야하게 생긴.”
“내, 내가 그렇게 야하게 생겼어?”
“그럼, 당연하지. 너의 그 야릇한 몸매는 보는 사람의 가학성을 절로 자극한다니까? 너는 진짜 거울도 안 보고 다니는 거야? 아니면... 자기 알몸을 봐서는 꼴리지 않는 건가?”
슈가가 말한 대로, 칼디르에게는 어떤 여자가 자기를 목격했을 때 강간, 폭행, 사육, 조교, 노예계약 체결한 다음 임신, 출산까지 하게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 여자가 원래는 이성애자였다고 해도 예외는 없었고, 그 여자가 료나물을 보면서 자위하는 얀데레라면 그 효과는 배가 되었다.
정작 당사자는 자기 몸을 보고 클리토리스나 젖꼭지가 발딱 서는 일이 없어서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애초에 극단적인 나르시시스트가 아니고서야 자기 몸을 딸감 삼아 보짓살 벌리고 손가락을 쑤셔대는 일이 있을까?
“이, 이건... 내 몸이야... 애초에 내 몸을 보고 어떻게 꼴릴 수가 있겠어...”
“어허, 지금은 엄연히 네가 내게 교육받는 중일 텐데 왜 자꾸 말대답이야. 내가 네 몸을 보고 꼴렸다고 하면 그런 줄로 알 것이지... 나한테 그렇게 섭섭한 짓 해놓고 이렇게 나오는 거야?”
섭섭한 짓이라고 한다면 칼디르에게 범혁이 생자지 대딸을 명령한 슈가가 더했지만, 슈가는 슈퍼 갑이었다. 이 상황에서 칼디르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단 한 가지뿐.
“히이익...! 안 돼! 내, 내 말 취소할 테니까... 며칠 전에도 너한테 엄청 맞았는데 오늘은 이만 쉬게 해줘...!”
칼디르가 지레 겁먹고 슈가에게 빌었지만, 그녀는 거기서 주먹을 더 휘두르지는 않았다. 칼디르가 그 자신의 초능력으로 말끔하게 치유해버린 피멍과 상처를 다시 그 몸에 그대로 추가해준 것이 만족스럽기도 했고 1시간 동안 사람을 때리느라고 힘을 좀 많이 빼서 뭐라도 먹으면서 쉬어줘야만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면 저번에 칼디르가 ‘킴’과의 일을 끝내고 돌아온 날에 각을 잡고 몇 시간을 줘패줬을 때보다는 훨씬 적은 에너지를 소모한 셈이었지만... 지금도 이미 온몸에 땀이 줄줄 흐르고 뒤질 것처럼 힘들었다.
“휴식 시간을 주면 그 틈을 타서 공주님께 쪼르르 달려갈 거면서, 지랄은. 너는 내 보지를 꼴리게 하는 토끼 귀 장식들을 장착한 채로 한곳에 묶여있는 게 딱이야.”
그리고 영양분을 섭취하기로 한 이상, 먹을 것을 구하러 어디 멀리까지 나갈 필요는 없었다. 바로 눈앞에 고열량 고단백 고당분 모유를 분비하는 젖통이 있었으니까. 슈가는 망설임 없이 칼디르의 젖꼭지를 자기 입 안에 넣고 빨면서 양분을 섭취하려 들었다.
칼디르의 모유를 한 방울씩 들이켤 때마다 얼굴을 타고 흐르던 땀방울도 다시 들어가고, 갑갑했던 숨과 쿵쾅거리던 차츰차츰 가라앉았다. 그녀의 모유는 무슨 마법 포션도 아니고 슈가의 체력을 순식간에 회복시켜주었다.
슈가는 칼디르의 모유를 포션 삼아 체력을 회복한 뒤에 다시 주먹질을 이어나가지는 않았다. 그 대신에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칼디르의 몸을 속박하던 밧줄을 정성스럽게 풀어주었다. 슈가가 천장에서 떨어져 내리는 그녀를 받쳐주는 정도의 배려도 해주지 않았기에 그녀는 속박에서 풀려나자마자 쿵하는 소리를 내며 떨어져야만 했지만.
“크으윽...! 정말로 나를 풀어주는 거야? 오늘은... 1시간도 안 된 것 같은데...”
“아무래도 안대도 마저 벗겨줘야겠네. 내가 왜 너를 순순히 풀어줬을까?”
약 1시간만에 눈앞을 볼 수 있게 된 칼디르는 슈가가 새하얀 알몸에 어디에선가 구해온 소련군 군복 외투를 구해와 걸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였다. 그녀도 자기처럼 완전 알몸으로 있는 줄 알았던 칼디르에게 그 모습은 뜻밖의 일로 다가왔다. 슈가는 하고 많은 옷 중에서 왜 하필 저 옷을 걸친 상태에서 내게 씌워놨던 안대를 벗겨준 걸까?
“슈가야... 그, 그 모습은 대체... 딜, 딜도까지 착용한 걸 보면... 네가 말한 교육시간이 아직 끝나지 않은 거야?”
칼디르가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아래쪽으로 내리니 어느샌가 슈가의 사타구니에 끼워져 있던 길쭉한 딜도가 시선을 강탈했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침을 꼴깍 삼켰고,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해 금방 눈을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그래도 그쪽으로는 눈치가 있네. 애초에 내가 너를 포획한 뒤로 1시간 만에 풀어주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
“우리... 딜도는 사용하지 않기로 한 거 아니었어?”
“하! 그 약속을 주선한 플랑도 네 몸을 보고는 꼴려서 매일밤 네 이름을 부르며 몇 번이고 자위하는 판에, 그년에게 나한테 뭐라고 할 자격이나 있나?”
슈가가 지적한 대로 플랑은 슈가, 공주님의 배에 돌아가며 깔리고 겁탈당하면서 한때는 장기(臟器)자랑까지 했던 칼디르를 구해준 바 있었지만, 동시에 순수했던 과거가 있었노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칼디르의 암컷 향취를 이겨내지 못하고 날이 갈수록 자위 횟수와 그 강도를 늘려왔다.
플랑은 지금에 이르러서는 하루에 10번 이상, 칼디르의 얼굴과 알몸을 상상하며 딜도로 깊숙한 곳을 찌르지 않고는 가버릴 수 없는 몸이 되고 말았다.
의도하고 유혹한 것도 아닌데, 자기가 만든 안드로이드조차 홀리는 데 성공한 칼디르는 도대체...? 플랑이 인간처럼 성욕을 품을 수 있다면 마찬가지로 양심도 가지고 있을 터, 소련군 군복을 입고 파시스트를 자처한 칼디르를 강간하면서 공산주의가 다량 함유된 인공 정액을 질내에 사정해준다고 해도 간섭하지는 않을 거라고 슈가는 생각하였다.
“슈가 아루미나 개인 자격으로 개최한 교육시간은 끝났지만, 전 세계 프롤레타리아 대표 자격으로 집행할 형벌은 이제 시작이다, 쌍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