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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4화 〉파렴치한 짓: 3화 (164/225)



〈 164화 〉파렴치한 짓: 3화

여기는 또 어디지... 잠시 잠이 들었던 것 같은데. 아, 모르는 천장은 아니고 익숙한 천장이네. 내 옆에는 솔트와 플랑이 있고... 얘네는 분명 설탕이랑 함께 묶여 있었는데, 어느 틈엔가 내가 여기 묶여있는 걸 보니 내가 내 수법에 고대로 당해서 여기에 대신 묶인 모양이네. 마취제로 흥한 자, 마취제로 몰락하는 법인가? 으흐흐...

“우웅... 우리 슈가 언니 모유 맛있어... 더 줘, 더... 쯉... 쯉... 쮸우웁...”

“얘는 또  내 젖꼭지를 빨고 있는 거람... 에잇, 저리 가. 나는 여기를 나가야겠어.”

슈가가 쏜 마취제 주사에 목을 맞아 그대로 잠이 들어버린 공주님께서 깊은 잠에서 깨어나 왠지 자신의 웃옷을 벗겨 내리고 훤히 드러난 젖꼭지를 쪽쪽 빨고 있던 솔트의 머리를 옆으로 치워버리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9살짜리 여자애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음란한 혀 놀림을 가만히 앉아서 당해줄 이유도 없겠다...

방금 일어났기에 지금 일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수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밧줄이 헐거워져 있어서 그 자리를 벗어나는 건 쉬웠다. 내가 그 자리를 벗어나면서  사람을 건드렸는지, 이 둘이 나를 따라서 일어나는 사소한 부작용은 있었지만.

“뭐야... 슈가 언니가 아니었잖아... 히잉...”


“네 언니 젖꼭지가 아니라서 나도 유감이다, 이것아. 그래서...  다 괜찮은 거야?”


“아아, 원래는 슈가님이 저희랑 함께 묶여 있었는데... 저희는 괜찮아요. 그런데 공주님께서 저희 곁에 계시는 걸 보면 슈가님이 공주님을 역으로 재워버린 모양이네요...”

“그 말대로야, 플랑. 난 지금 당장 우리 마키가 무사한지, 설탕이는  어디서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지에 관한 정보가 필요한데... 어때, 이 자리에서 검색할  있겠어?”

공주님께서는 방구석에서 일어나서 당장 어디론가 이동하기보다는 플랑을 붙들어놓고 정보를 요구했다. 플랑은 오로라의 소체를 그대로 물려받아 색기 있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러한 겉모습과는 다르게 곳곳에 널려있는 전자 장비들을 해킹해서 정보를 수집하는 것쯤은 일도 아닌 고성능 컴퓨터였고, 공주님께서 요구하는 정보를 아주 빠르게 토해냈다.

케인스와의 신뢰 관계 형성, 김범혁이라는 동갑내기 남성과의 접촉, 우락부락한 남정네들을 모아놓고 ‘돌격대’라는 이름을 붙여놓고는 그들의 눈을 피해 알몸으로 돌아다니면서 셀카 촬영. 뭐, 여기까지는 나도 아는 부분이고.

플랑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 못  슈가가 내가 마키에게 시킨 짓보다 더 심한 짓들을 명령한 모양이었다. 남자를 사적으로 좋아하지는 않는 아이에게 대딸 같은 짓을 시키고, 그 옆에 누워 알몸 셀카를 찍게 하다니...

나도 마키에게 엄청 자상한 주인님은 아니었지만, 우리끼리의 약속이고 뭐고 나를 푹 재워버리고는 시킨 짓거리가 겨우  거라니. 우리 마키가 많이 힘들었겠네. 아마도 지금쯤 어디에서인가 온몸에 피멍이 든 채로 훌쩍 거리고 있지 않을까.


“플랑, 이번 내기는 비긴 거로 하고 이제 누가  오래 자나 같은 주제로 대결을 벌이지는 말자. 나 지금 존나 배고 파...  줘...”

“솔, 솔트님... 착한 어린이는 그런 나쁜 말하는 거 아니에요... 그, 그래도... 제가 부엌에서 밥은 차려드릴게요... 공, 공주님도... 드, 드실래요?”

“아니, 난 됐어. 우리 마키부터 찾고 봐야지. 밥은 그다음에...”


자기들끼리 말을 맞추고는 부엌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솔트와 플랑을 뒤로한 채, 공주님께서는 칼디르가 어디에 있나 두리번두리번 살피다가 1층 화장실 쪽에서 빛이 새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지금 그녀들이 지내는 집은 연한 무드등만 겨우 켜져 있을 뿐, 이렇다 할 등불이 켜져 있지 않아 화장실 문틈에서 새어 나오는 빛조차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안에서 물소리가 들려오는 거로 봐서는 누군가가 안에 들어가서 샤워라도 하는 모양이었다.


바깥에 나가서 마키의 흔적을 찾기보다는 이 안에 들어가서 있나 없나 한 번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안에 있는 게 설탕이라면 마키를 대신해서 아랫배에 수정 펀치를 날려주고, 마키라면... 따스하게 안아주는 게 좋겠지.

철컥... 공주님께서 문고리를 잡아 돌려 화장실 문을 열어젖히자, 과연 그 안에는 칼디르가 있었는데,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뜨거운 물로 찬란한 금발을 적시는 칼디르의 온몸에는 피멍이 새겨져 있었다. 그 피멍을 새긴 범인이 누구일지는 굳이 머리를 굴려보지 않아도 자명한 일이었다.

“마키, 여기에 있었던 거야? 내가 기절해 있는 동안 어디서 뭘 하다가 온 거야?”

공주님께서 칼디르의 뒤에 몰래 다가가 백허그를 해주시면서 자신의 젖가슴을 짓뭉개자, 칼디르의 몸이 순간적으로 움찔거렸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뒤에 다가온 사람이 공주님이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그녀는 공주님의 움직임을 거부하지는 않았으나 대답은 없었다.


이 내가 사랑스러운 걸음으로 다가와 주었는데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움찔거릴 정도라니... 쯧쯧, 보나 마나 설탕이한테 된통 당했겠구만. 파렴치한 짓을 시켜 놓고 열심히 하면 채찍질을 면제해주겠노라고 제안해놓고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분명해.

그런 쪽으로 따지자면 나도 엄청 결백한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설탕이는 레즈비언 세계의 계율(?)을 한참이나 위반했어. 딜도도, 바이브레이터도 아니고 생자지를 개입시키다니! 마음 같아서는 보복도 하고 좋은 영상물을 손에 넣을  킴이라는 남자의 진한 정액이 설탕이의 질 안에 처박히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만, 일단은 참는다.


왜냐? 당장 내 눈앞에 있는 우리 마키가 더 중요하거든. 설탕이는 어디까지나 디저트에 불과한 존재인데 거기에 지나치게 신경을 썼다가 메인 요리라 할 수 있는 마키에게 소홀해지면 주객전도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개입으로 인해 ‘몽마의 권역’을 비롯한 서큐버스 능력을 사용하는 데 제약이 걸린 것만 같아서 지금 상태로라면 설탕이를 완벽하게 제압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다. 설탕이는 지난 히로인 쟁탈전에서 내가 거의 이기고 있던 상황에서도 내 능력을 무효화하고 달려들어서는 발칙하게도 내 처녀막을 강탈해갔잖아?

공주님께서 보지 쪽으로 출타를 나갔던 뇌를 다시 머리 쪽으로 끌어와서 지금 상황을 어떻게 하면 본인에게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사이, 침묵을 지키던 칼디르가 마침내 샤워기를 끄고는 훌쩍거리면서 말했다.


“흐으윽... 공, 공주님... 슈, 슈가가... 제게... 저는 하기 싫었는데... 남자의 몸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알아, 다 알아.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어. 쯧쯧, 힘들었겠구나?”

“네... 네에... 슈가보다도... 더, 더 미운 건... 그런 부끄러운 짓을 하면서도 보지는 달아올랐던  자신이... 우으으...”

아... 내게 백허그 당한 채로 훌쩍이면서 말하지 않아도 좋다고 했는데도 자기가 벌인 야한 짓거리를 일일이 설명해주는 마키의 모습... 너무 꼴린다. 그러나 지금은 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성욕을 잠시 눌러두어야 할 때다. 때로는 더 큰 것을 얻기 위해서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희생할 줄도 알아야 하는 법...

공주님께서는 실로 초인적인 인내력을 발휘하여 칼디르를 당장에라도 샤워실 바닥에 눕히고 겁탈하고 싶다는 욕구를 억누르면서 칼디르가 하는 말을 차분히 들어주었다. (샤워 중이었던 참인지라 흠뻑 젖은 알몸으로 연약한 낯빛을 내비친 칼디르를 상대로 1분 이상 성욕을 참는 건, 공주님 기준으로는 ‘초인적인 인내력’이 맞았다.)

마치 20억 년 같은 20분이 흐른 뒤, 칼디르의 진술은 끝났고 대강 상황 정리를 끝마친 공주님께서는 머리를 재빠르게 굴려 이 상황에서 어떤 대답을 내놔야 좋을지를 시뮬레이션했다. 일단 앞뒤 안 재고 겁탈하는  하수다. 그건 나도 지난날에 실컷 해본 플레이고, 내가 멈춘다고 하더라도 설탕이가 질펀하게 해댈 플레이니까.

 없이 머리를 굴려봐도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아 우리 마키의 진술에 플랑이 제공한 정보를 더해보았다. 내게 역으로 마취제를 쏘아 맞춰 기절시킨 뒤, 설탕이는 분명 부엌칼을 가지고 나를 죽이려 했으나 아랫배에 새겨진 자궁 문신때문에 실패했고 그 뒤에 우리 마키에게 각종 파렴치한 짓을 시키고는 집으로 불러내서 줘팸 지배 섹스를 잔뜩 즐겼다...

이를 토대로 추측해보자면 설탕이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잠재된 얀데레 인격은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태고, 어쩌면 다시 깨어날 가능성마저 있다. 우리 사이에 잠시나마 존재했던 ‘룰’이야... 이번 사례처럼 간단히 깨어질 수 있는 것이고.

으음, 뭔가 결론이 나올  같기도 한데... 아! 그래... 설탕이에게 악역을 떠맡기고 내가 선역을 맡는다면... 플랑의 개입으로 잠시 중단되었던 히로인 쟁탈전에서 내가 최종적인 승리를 거두어들이거나, 못 해도 우리 마키가 나한테 좀 더 의존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리하여, 단 1초만에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마치신- 미칠 듯이 끓어오르는 성욕으로 오버클록 된 상태라서 가능했다- 공주님께서는 진술을 끝마친 뒤에도 여전히 어깨를 가늘게 떨고 있는 칼디르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으시면서 따스한 위로의 말을 건넸다.


“생각해보면 이번 사건은 다 내가 벌여놓은 일에서 시작되었지. 우리 마키에게 그런 심한 짓을 시키면 안 되는 거였는데... 늦었지만, 미안해. 사과하는 의미로 네 알몸이 나오는 동영상들이나 사진은 모두 삭제해줄게.”

공주님께서는 단지 말로만 그치지 않고 스마트폰을 불러와 원래대로라면 대대손손 물려주었을 딸감들을 꼼꼼이 삭제했다. 몰래 백업 데이터를 만들어두는 등의 속임수는 쓰지 않았고, 오히려 슈가의 명령에 따라 촬영한 것들까지 말끔하게 지워주었다. 혹시나 어딘가에 흔적이 남아있다면 플랑을 시켜서 영구 삭제할 계획이었다.

조금 아깝긴 하지만, 마키의 신뢰를 얻는 대가로 최고급 딸감을 삭제하는 정도는 약과지. 어차피 나야 그런 영상물이나 사진 따위에 의존하지 않아도 마키의 몸으로 성욕을 풀어버릴 수 있으니까 말이야.

“공, 공주님...! 아, 정말이지... 공주님께서는 너무나도 자비로우세요! 똑바로 돌아서 꼭 껴안아드려도 될까요?”

“그럼, 당연하지. 사랑하는 사람끼리 포옹하는  당연한 거 아니야?”

공주님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칼디르가 그대로 반 바퀴 돌아 공주님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한 채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잠시 뒤 두 사람의 눈이 맞았고... 누가 먼저라고  것도 없이  사람의 입술이 거대한 충돌을 일으켰다.

칼디르의 온몸에 묻은 물기를 닦아내야 한다거나, 여기는 침실이 아니라 샤워실이라거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앗다.  당시 칼디르는 공주님을 통해 위로받고자 했고, 공주님께서는 칼디르를 통해 성욕을 풀고자 했을 뿐이었다. 단지 그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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