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3화 〉파렴치한 짓: 2화
슈가가 내건 미션을 칼디르가 수행하기 위해서는 일단 범혁이 잠자리에 들 필요가 있었지만, 그는 지칠 줄도 모르고 꼬박 일주일 이상을 먹지도, 자지도, 쉬지도 않고 돌격대의 규모 확장을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카리스마 있는 대중 선동가와 칼디르의 통역기, 해킹 도구의 만남은 가히 최상의 조합일 수밖에 없었고, 범혁은 물 만난 고기처럼 대중 선동가로서의 면모를 한껏 뽐내며 사람들을 긁어모았다.
사람들도 웬 미남형의 덩치가 중무장한 덩치들을 끌고 다니면서 먹을 것을 던져 준다니까 어차피 노예 노동이나 귀족 가문의 노비 말고는 이렇다 할 일자리도 없고 따로 할 일도 없는 거, 범혁이 연설을 펼치는 곳까지 직접 찾아가서 뜨거운 박수를 쳐가면서 그의 연설을 들어주었고 이에 그는 더더욱 고무되어 쉴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아아, 히틀러 총통 각하...! 그리고 괴벨스 박사님...! 발할라에서 보고 계십니까? 조선 반도의 제자가 당신들의 위대한 유지를 받들어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습니다! 이 많은 인파를 보아주십시오! 하지만 아직도, 아직도 당신들의 유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이겠지요... 언젠가는... 언젠가는 전우주가 국가사회주의의 대의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우리 제국의 수도인 지구를 해방하고 루시드 인들을 몰아낼 때 내더라도 파시스트의 영향력이 충분히 커지지 않은 상태라면 기껏 전쟁에서 이기고 정권은 다른 놈에게 넘겨주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었기에 그가 이처럼 노력하는 것은 물론 파시스트당을 위해서는 좋은 일이었지만, 슈가의 미션을 받은 칼디르 개인에게는 좋은 징조일 수 없었다.
김범혁이라는 이름의 인간은 이제 대중 선동가로서 완전히 각성하여 스스로 ‘조선 반도의 히틀러’라 칭하였고, 칼디르는 그가 지쳐서 잠이 들 때까지 제3 소우주에 처박혀 있는 무기들을 국방군에 넘겨주고 파괴된 행성을 재건하는 일을 도우면서 시간을 때우는 수밖에 없었다.
“어디 보자... 지금쯤이면 네 몸에 새겨져 있던 키스 마크는 다 지워진 지 오래일 테고... 일주일이나 지났으니까... 어이쿠... 채찍질 정산하려면 하루로도 부족하겠는 걸?”
그 와중에 일방적으로 이루어진 슈가의 통보는 칼디르를 불안에 떨게 하기에 충분했는데, 범혁이도 인간이다 보니 수십 개가 넘어가는 행성계를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대중 연설과 실력 행사를 병행한 끝에 마침내 녹초가 되어서 침대 위에 풀썩 주저앉아주어 칼디르가 그나마 걱정을 한움큼 덜어낼 수 있었다.
“보람찬 일주일이었다... 특히 통역기 덕분에 더더욱 많은 사람에게 ‘국가사회주의의 대의’를 설파할 수 있어서 좋았어...”
그는 돌격대의 전초기지로 삼기 위해 털어버린 모 행성 경찰청 청사의 관사 침대에서 잠을 청하기 위해 눈꺼풀을 감으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공산주의자들을 ‘교화’하고, 전우주의 지성체들에게 ‘국가사회주의의 대의’를 전파하는 것이야말로 그 자신이 진 무거운 의무라고, 범혁은 그렇게 생각하는 듯했다.
그리고 그가 완전히 잠이 들었을 때, 요 며칠 동안 가끔 그에게 지령을 내릴 때 빼고는 그와 특별히 접촉하지 않았던 칼디르가 군복 외투를 걸치지 않고 와이셔츠에 바지만 걸친 차림새로 나타났다.
“휴, 드디어 슈가 네가 준 미션을 수행할 수 있겠네... 그런데 정말로 내가 그런 짓을 해야만 만족할 수 있겠어...?”
“그럼, 뭐... 그 새끼 정액을 네 질 안에다가 받아서 오고 싶어? 그런 건 아닐 테지? 자, 순순히 옷을 벗고 셀카나 찍어.”
슈가는 자고로 레즈비언 주제에 자기 아내보고 알몸으로 외간남자의 옆에 다가가서 셀카를 찍어오라는 요구를 할 줄 아는 못 된 여자였고, 칼디르는 빨리 일을 끝내고 이 방을 나가자는 마음으로 와이셔츠와 바지를 풀어헤친 다음 범혁이 덮고 있는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그러고는 범혁이 입고 있던 SS 제복을 끌어 내리고 근육으로 다부진 상체가 드러나도록 했는데, 그 옆에 웬 늘씬한 거유 백마가 한 마리 누워 있으니 조금 전까지 남자 쪽이 열심히 박아댄 끝에 먼저 곯아떨어진 것처럼 보였다.
여기서 범혁의 얼굴과 내 아랫배의 자궁 문신이 잘 보이도록 카메라 각도를 조정하고... 으으... 정말 부끄럽지만, 한 손으로 V자를 그리면서 셀카를 찍어서 슈가에게 보내주면... 이제 만족했겠지.
“나, 나... 이, 이제 집에 돌아갈 수 있는 거지? 그렇지?”
“호오... 공주님이랑 연락하면서 셀카를 좀 많이 찍어보기는 했나 보네? 셀카 찍는 솜씨가 장난이 아닌데... 그런데 이 각도에서는 네 보지랑 저 놈 자지가 안 보이는데... 다시 찍어. 사진 찍을 때는 방금처럼 울먹이지 말고 활짝 웃고.”
내 이럴 줄 알았다. 칼디르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만 같은 표정을 가다듬어 억지로 웃는 표정을 만든 다음, 범혁의 바지를 마저 끌어내려 우람한 자지가 튀어나오게 한 다음 그 자지와 자신의 보지가 잘 보이도록 각도를 조정하여 사진을 찰칵 찍었다.
“이야, 딜도도 아니고 생자지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건 처음인 것 같은데. 남자들은 진짜로 잘 때도 그게 벌떡 서는 모양이구나. 좋은 공부가 되었어. 자, 그러면 저 흉폭한 몽둥이를 잡고 흔들면서, 한 손으로는 V자를 그리면서 사진을 찍어. 자고로 우수한 수컷에게 봉사하는 건 암컷의 당연한 의무지.”
실제로 범혁은 ‘우수한 수컷’이라고 불리기에 충분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팔뚝만 봐도 웬만한 사람들 다리보다 더 두껍고, 왕자 복근은 총알도 튕겨낼 수 있을 것처럼 탄탄한 가운데 그 몸집의 크기만큼이나 사타구니에 달린 그것의 생김새도 훌륭했다. 얼추 40cm는 넘어가 보이는데... 딜도도 아니고 생자지가 저렇게 클 수도 있는 건가?
슈가도 소유욕이 있는 여자이니만큼 칼디르더러 저 우람한 자지에 보지를 처박아대라는 요구까지 할 생각은 없었지만(두 번째 미션과 함께 내건 첫 번째 미션의 내용은 그냥 두 번째를 고르게 만들기 위한 페이크였다.), 그녀는 자기 여자가 곤란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지 달아올라서 자위해버리는 아주 못 된 여자였다.
저번에는 공주님에게 비슷한 명령을 내렸던 것 같은데... 아, 그때도 생자지에 보지 처박으라는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고, 레즈비언 바에 가서 몸을 팔고 오라는 지시를 내렸던 게 고작이었지.
남자에게 관심이 없는 레즈 년에게 남사한테 성 봉사를 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것만큼 곤란에 처하게 만드는 방법은 또 없겠지. 슈가의 예상대로 칼디르는 몇 번이나 한숨을 내쉬면서 곤란해 하다가 한 손으로 생자지의 뿌리를 잡고 흔들며 한 손으로는 V자를 그리면서 셀카를 찍었다.
칼디르가 슈가를 향해 그냥 흉폭하게 솟아오른 생자지의 뿌리를 잡은 채로 사진을 찍으면 안 되느냐 하는 질문도 해봤지만, 슈가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냉혹하기 그지없었다: 사진 대신 영상으로 찍어.
그나마 쿠퍼액이나 정액 같은 것이 나올 때까지 쳐주라는 지시가 내려오지는 않은 게 불행 중 다행이라고나 할까. 만일 거기까지 갔다면 슈가의 명령이고 뭐고 칼디르는 그 자리에서 혀를 깨물고 자살이라도 해버렸을 것이었다.
“아, 흑... 으흑, 흑... 싫, 싫어... 이런 파렴치한 짓... 제발... 이제 그만...”
칼디르의 마음속은 이미 지금도 혀를 콱 깨물고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이 팽팽하게 들어찬 상태였다. 아마도 슈가가 날카로운 바늘을 하나만 가져다 대도 팡하고 터져버릴 것이었다.
“아... 수치심으로 한계까지 달아오른 우리 칼디르의 얼굴... 너무 꼴린다... 최상의 딸감이야...”
레즈비언이라는 성정체성을 가지고 하고 싶지 않은 짓을 하면서 억지웃음을 짓는 칼디르의 모습은 슈가의 손가락이 그 자신의 보지 속에 쑤욱하고 들어가도록 만들기에 충분했고, 그녀는 외간남자에게 자기 여자를 NTR 당하는 것만 같은 배덕감에 미쳐서 순식간에 조수를 내뿜으며 가버리고 말았다.
그러고 보면 공주님께서도 다른 여자에게 칼디르를 NTR 당하는 것만 같은 상황에서 흥분을 느끼셨다고 하는데, 나는 아예 여자도 아니고 외간남자의 품에 칼디르를 안겨준 셈이 되네. 나 같은 여자한테 걸려서 칼디르도 참 고생이 많아... 그렇지?
그녀는 그 뒤로도 앞보지/뒷보지/입보지/가슴 보지 삽입 외에는 갖가지 파렴치한 짓들을 칼디르에게 명령했고, 칼디르는 그 명령에 따라 범혁을 옆으로 돌려 눕게 한 다음에 봉긋 솟아오른 유두와 함께 새하얀 젖가슴을 그의 등에 대게 하거나, 그를 다시 똑바로 눕히게 하고 그의 몸에 딱 붙어 다리를 올리게 하는 등 성관계를 맺었음을 암시하는 듯한 사진을 찍어서 슈가에게 전송했다.
물론 대딸 말고는 실제로 그 두 사람이 성관계를 맺은 일은 없지만- 40cm나 되는 두 사람의 키 차이를 생각해보면 삽입 성교가 수월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부터 드는데- 이런 사진들을 확보해놓으면 나중에 ‘칼디르, 너 나중에 출세하고 나서도 나를 배신할 생각일랑 하지도 마라.’는 협박용으로 쓰기에 딱 좋을 것 같단 말이지.
킴에게는 미안하게 됐지만, 그도 칼디르에게 이것저것을 받았으니까 별로 불만은 없을 것이다. 여자에게 관심이 없다는 남자한테 여자 경험 체험판을 플레이하게 해줬으니, 나한테 감사해야지, 아무려면. (뭐, 잠결에 있었던 일이라 당사자는 기억을 못 하겠지만.)
“으음, 이제 충분해. 집에 돌아와도 좋아, 칼디르. 뒷정리는 알아서 하고.”
“흐으윽... 정, 정말로 돌아가도 좋은 거 맞지? 뭔가를 더 시키지는 않을 거지?”
슈가가 만족감을 표하며 귀가해도 좋다는 말을 해주어도 칼디르는 쉽사리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당한 게 있으니까.
“그럼, 당연하지. 아니면 내 보지랑 젖꼭지라도 걸어야 믿어주련?”
“그래, 보지랑 젖꼭지라도 걸어. 나는 오늘 그보다도 더한 걸 잃었다구...”
평소라면 슈가의 말에 잠자코 순응했을 칼디르가 홀로그램 화면에다 대고 소심하게 반항할 정도로, 그녀의 감정은 아주 좋지 못했다. 이에 슈가는 채찍질을 면제해주고 자기 몸을 며칠 동안 마음대로 가지고 놀게 해주겠다고 제안하여 그녀를 겨우 달랠 수 있었다.
10년처럼 흘러간 하룻밤이었지만, 마침내 집에 갈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에 칼디르는 감정을 추스르고 옷을 차려입은 다음 침대에 누워있는 범혁에게도 옷을 제대로 입혀주고 흔적이라는 흔적은 모두 없애버린 뒤에 귀가했다. 펨섭 암 노예로서 펨돔 여주인에게 복수해주겠노라는 발칙한 목표를 품에 안은 채로 그녀는 현관문을 끼이익하고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