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4화 〉암캐 재사회화: 7화
칼디르는 그나마 완전한 알몸으로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의 눈에 환각을 씌워 마치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가장하는 것보다야 투명화 상태로 돌아다니는 편이 나을 것으로 생각하며 스스로 위안했다. 아무리 긍정적인 생각만 하면서 걸어 다니려고 해봐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가라앉힐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원래 부정적인 생각은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끈끈이 풀처럼 달라붙는 법이다. 착한 생각, 착한 생각... 나, 나는 할 수 있다... 내 손으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갈 수 있다...!
죽을 것만 같은 부끄러움 속에 얼굴을 완전히 붉게 물들인 채 풍만한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천천히 걸어가는 칼디르의 맞은편에서 한 무리의 군인들이 걸어왔다. 그들은 옷 한 올 걸치지 않고 다만 토끼 귀 머리띠와 애널 플러그를 장착했을 뿐인 거유 미소녀가 자기네 옆을 스쳐 지나갔다는 사실도 모른 채 이야기를 나누는데 신경을 쏟았다.
“칼디르... 육군원수 각하의 앞에서도 당당하던 그 자세가 아직도 기억나더군. 그런 자세라면 분명 큰일을 해내고 말 테지. 하지만... 내가 그 처자의 부하가 되는 모습은 잘 상상이 되지 않는군.”
“그 말이 맞네. 손녀뻘 되는 처자의 명령을 받는 내 모습이라니... 그 처자라면 분명 큰일은 해내겠지만, 그렇다고 그 처자의 부하가 되고 싶지는 않아. 그 처자와 함께 일해보고 싶다던 친구들이야 우리 말고도 한 트럭씩은 있으니 괜찮겠지.”
점점 멀어져가는 말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보니 OKW에서는 칼디르의 존재 자체가 상당한 화젯거리인 모양이었다. 하긴 가뜩이나 놀 거리도 없는 군대 안에서 몇 번이고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가십 거리가 생긴 이상, 어떤 식으로든 입방아를 찧으리라는 것 정도는 예상했다. 시간이 좀 더 흐르면 기성 장군들과의 이질감도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하으으, 부, 부끄러워... 투명화 상태라지만, 알몸으로 건물 안을 돌아다닌다니... 나중에 벌을 받게 될 거야...”
그것과는 별개로 완전한 알몸으로 OKW 안을 활보하는 데서 오는 이질감은 도저히 지워버릴 수 없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아틀란티스 국방군의 총칼이 향할 방향을 결정하는 최고 사령부 안에서 옷을 홀딱 벗되 개 목줄 채워져서 끌려다니는 것도 아니고 내 발로 걸어 다니고 있으려니 배덕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거기 건물 안이 좀 넓나 보네. 그래도 그렇게 계속 걸어 다니기만 할 거야? 저기 있는 저 방들이 뭐 하는 곳인지 나한테 소개 좀 해줘 봐.”
“아... 공주님... 저기는, 저, 그러니까... 영관급 장교들이 쓰는 집무실인데...”
“뭐야, 그게. 그런 건 관심 없어. 우리 마키는 상급대장도 아니고 원수들이랑 같은 물에서 노는데... 다른 데도 소개해줘.”
투명화 상태로 건물 안을 돌아다니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 공주님인데 공주님 눈에도 보이지 않으면 모든 노력이 헛수고가 되어버리니, 칼디르는 화면 너머 공주님에게만큼은 자신의 치부가 보이도록 투명화 능력을 조절한 바 있었다. 그런데 공주님께서는 칼디르의 노고도 알아주시지 않고 태연자약하게 추가 지령을 내리시기 바빴다.
칼디르는 속으로 한숨을 쉬면서 여캠방 BJ가 된 기분을 내기로 했다.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개방적인 사고관을 가진 외국의 19금 여캠들도 합동 참모 본부쯤 되는 곳을 알몸으로 돌아다니는 짓까지는 하지 않을 것 같은데, 그것만 빼고 생각한다면 일단 특정 장소에 와서 이것저것 소개해준다는 점에서 BJ 노릇을 하게 된 셈 칠 수 있었다.
여기는 뭐하는 공간이고, 저기는 또 뭐하는 공간인데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고... 여기가 무슨 놀이동산이나 관광지도 아닌데 알몸으로 소개를 해드리려니 자괴감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쳐 올랐다. 도네만 없을 뿐이지, 이거 완전 전문 창녀잖아... 뭐, 아주 틀린 말도 아닌가?
가슴속에서 자괴감과 수치심이 부풀어 오르는 동안, 보지 깊은 곳에서는 샘물이 솟아 나와 바닥에 뚝뚝하고 떨어지고 있었다. 남자 화장실이나 집무실에서 자위할 때보다도 지금이 더 수치스러웠지만, 그랬기에 칼디르의 마조 본능에 본격적으로 발동이 걸릴 수 있었고- 그녀의 보지는 애액이 터져 나오는 것을 주체할 수 없었다.
“으음...? 여기에 웬 물기가 떨어져 있는 거지... 청소부가 지나갔나?”
그렇게 대책도 없이 애액을 흘리고 다니다가 지나가던 사람이 그것을 군홧발로 밟고 잠시 멈춰 섰다가 누가 물을 흘리고 간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고 가던 길을 가는 것을 본 순간, 칼디르의 가슴은 미칠 듯이 쿵쾅거렸고, 공주님을 향해 늘어놓던 OKW 관광 해설은 잠시 중단된 가운데 입 꼬리는... 웃고 있었다...?
윗입으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치부를 들키고 싶지 않다고 말하지만, 아랫입으로는 세상 사람 모두가 나의 이런 모습을 보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하고 다니는 칼디르다웠다. 어머머, 내, 내가 미쳤지... 왜 웃고 있는 거야? 정신 차리자. 칼디르가 서둘러 웃음기를 쫙 뺀 뒤에 공주님을 향해 말을 내뱉었다.
“공주님... 저, 제가 드리는 말씀 듣고 계신 거죠? 아까부터 화면 너머로 제 엉덩이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계시는 것 같은데.”
“응? 어어, 잘 듣고 있어. 나를 도대체 뭐로 보고 그렇게 의심부터 하고 보는 거야?”
“아니, 조금 전부터 아무 말씀도 없으시길래... 그러면 제가 육군원수님과 함께 대화를 나누실 때도 뭔가 들으신 게 있나요?”
너무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그로즈니와의 사이에서 오간 말은 국방군의 최고급 기밀이었기에 공주님과 같은 전혀 상관없는 민간인이 알게 해서 좋을 것은 없었고 칼디르는 확인 차 공주님께 그렇게 여쭈어 보았다.
“육군원수... 아아, 생각났다. 알몸으로 복도를 돌아다니기 전의 일이었지. 그때는 네 보지를 확대해서 화면을 꽉 채워놓은 다음 자위하느라 바빠서 뭐라 말하는지 제대로 듣지는 못했는데,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했길래 그러는데?”
“아, 아니에요... 공주님... 못 들으셨다면 됐구요...”
칼디르는 대강 얼버무린 다음 다시 천천히 걸어가면서 다른 사람들의 귀에 들리지 않도록 홀로그램 화면을 향해 나지막이 속삭이는 식으로 해설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공주님의 반응을 봐서는 지금도 내 알몸에 정신이 팔려서 내 말을 제대로 듣고 계시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주님의 지시를 소홀히 수행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여기는 조금 전에 살펴본 곳보다는 좀 더 높은 지위의 군인들이 사용하는 공간이에요. 그쪽 집무실을 사용하는 사람 중에서 가장 높은 계급의 사람이 대령이었는데, 이쪽은 소장부터 시작해요. 그리고 길목을 돌아서 밖으로 나가면... 저쪽에 있는 저 건물은 장군님들이 지내시는 관사고요.”
듣는 체 마는 체하는 공주님을 화면 너머에 둔 채로 설명을 이어나가는 칼디르의 뒤편에서 또 사람들이 나타났다. 아마 앞으로도 사람들과 마주치는 일이 몇 번은 더 있을 것 같은데... 그럴 때마다 투명화 상태인데도 쥐구멍에 들어가 숨고 싶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뭐지? 방금 누가 말을 건 것 같은데... 자네들은 못 들었나?”
“여기에 우리 말고 아무도 없는데 누가 있다고 그러나? 아무래도 귀신 소리라도 들은 게로군. 으레 군대가 귀신이 자주 나오는 장소라고는 하지만...”
“아니, 귀신같은 게 아니라... 분명히 여자 목소리를 들었는데...”
“여자 목소리라... 처녀 귀신인가? 아무튼, 별 시답잖은 소리는 하덜 말고 일이나 하러 가세. 우리가 지금 이러고 있을 때인가?”
히이익...!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져서 저 사람들에게까지 들린 모양이다. 다행스럽게도 투명화 능력 덕분에 저 사람들에게 내 치부가 까발려지는 일은 없겠지만, 어디에서나 흔하게 떠도는 귀신 목격담에 마조 암퇘지 귀신 하나가 더 추가되게 생겼네... 앞으로 집에 돌아가기 전까지는 더더욱 주의를 기울여야겠다.
그 뒤로 원래도 그다지 크지 않았던 칼디르의 목소리는 바닥을 기어가다 못해 땅을 파고 들어갈 정도가 되었고, 공주님께서는 칼디르의 설명을 잘 듣고 계시지도 않던 주제에 너무 대충하는 것 아니냐며 짜증을 내시면서 칼디르에게 잠시 다리를 M자로 벌리고 앉으라는 명령을 내리셨다.
“아, 보기 좋다... 그 상태에서 자위해.”
“자, 자위라면... 아까 전에도 많이 한 것 같은데 여기서도...?”
“많이 하기는 뭘 많이 했다고. 남자 화장실에서 한 번, 집무실에서 한 번 한 게 전부구만. 아니면 투명화 풀고 자위하고 싶은 거야?”
칼디르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공주님께서 내리신 벌칙을 수행하기 위해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채로 다리를 벌리고 손가락을 보지 속에 집어넣었다. 바닥에 맞닿은 엉덩이에서부터 한기가 등을 타고 올라와서 소름이 끼쳤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이런 벌칙은 내려왔을 때 빨리빨리 해치워버리는 편이 나으리라.
그녀의 보지는 이미 흠뻑 젖어있는 상태였기에 손가락은 한 번에 안쪽까지 들어갔다. 때마침 칼디르가 앉아있는 장소는 두 개의 복도가 건물 안에서 교차하는, 사거리라고 할 수 있는 곳이었기에 그녀는 손가락으로 보지 온도를 점점 데워 올리면서도 고개를 틀어가며 OKW 관광 해설을 해야만 했다.
“저기는, 흐으음... 연, 연구실... 화장실... 또 저기는 무기고로 가는 길이구... 하으으... 으으응, 하응... 휴우우... 휴, 휴게실도... 있...구...”
물론 그런 상태에서 설명을 오래 이어나갈 수 있을 리는 없었고, 손가락이 보지를 쑤시는 속도만 빨라져 갔다. 그러다가 사거리에서 그대로 절정을 맞이하며 애액을 바닥에 왈칵 쏟아내고 말았다.
절정을 맞이하기 직전에 간신히 이빨을 꽉 깨물어 신음을 꽥꽥 내지르는 일은 없었지만, 아랫배에서부터 터져 나온 신음이 온몸을 웅웅 울려대는 것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으으으으음...! 으흐으음...! 그, 그래도... 멀리 퍼져서 좋을 게 하나도 없는 소리를 이 정도로 억제했으니 아예 성과가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좋아, 네 덕분에 오늘 좋은 구경 많이 했으니까 이만 집에 들어오도록 해. 앞으로는 일만 할 생각일랑 말고 퇴근은 꼭 하고! 아니다... 그 정도로는 부족하지. 하루에 8시간씩만 채우고 바로 뛰쳐나와. 알아들었으면 일어나서 대답을 좀 해봐라, 미친 마조 암캐 년아.”
“네... 네에에, 주인님들을 화나게 하면 대가를 치르게 되리라는 교훈을 얻었으니...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게요...”
칼디르는 공주님의 귀가 허락이 떨어진 뒤에도 몇 분간 계속 거기에 앉아 있다가 증거를 모두 지워 없앤 다음에야 OKW를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