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2화 〉총독부의 사정: 1화
아틀란티스의 수뇌부가 자기네가 지금 단 거 쓴 거 가릴 처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칼디르가 제공하는 무기와 정보를 받아들여 전투력을 보충하고 난국을 타개할 실마리를 잡은 사이, 이들의 반 루시드 저항운동 움직임을 사전에 포착하고 철저히 박멸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총독부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만일 그들이 제법 유능한 자들이었더라면 변방에서 일어난 이변을 일주일씩이나 눈치 채지 못해 전선이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뒤로 밀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터였다. 아틀라늄 장갑이라는 새로운 방어수단을 파훼할 수단이 그들에게는 없다고 할지라도, 최소한 미치광이처럼 날뛰는 카이프의 발목을 잠시라도 묶어둘 방법을 강구했을 것이었다.
그 누구라도 카이프의 공세 앞에 홑몸으로 노출된 끝에 생존자를 단 하나도 남기지 못하고 사르르 녹아버린 루시드 주둔군 부대‘들’의 추태를 목격했다면, 이러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아틀란티스 총독부는 전적으로 무능했다.
그들이 무능하지 않았더라면 몇 개 사단에 달하는 대병력이 외딴 행성에 상륙 작전을 한답시고 짱박혀서 상륙을 명령한 당사자인 총독부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는 일도, 그 결과 장기간 보급을 받지 못한 채 굶주리는 일도, 카이프가 진두지휘하는 단 한 개의 기갑 사단의 공세에 맞닥뜨려 역으로 포위 섬멸당하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었다.
총독부는 자신들에게 신임을 보내준 본국 정부를 철저히 배신했고, 안드로메다은하에 고향 집을 두고 이 먼 곳까지- 그냥 ‘먼’ 정도가 아니라 수백만 광년에 달하는 간극을 넘어 이곳까지- 강제로 끌려 나온 병사들을 가차 없이 버렸다.
그들은 모두를 배신한 채, 자신들에게 주어진 지위와 권력을 십분 활용하여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눈이 멀었다. 아니,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만’ 눈이 밝았다 해야 할는지도 모른다. 그 외에 나머지 일에 관해서는 장님 그 자체였으니.
반 루시드 저항운동의 종식과 아틀란티스 식민지의 발전? 본국의 번영? 200조 명에 달하는 주둔군 병사들의 무사생환? 이는 모두 총독부의 주관심사에서 한참이나 벗어나 있는 사안들이었다.
만약 그들의 마음속에 본국을 향한 충성심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었더라면, 그리고 관료로서의 책임감이 그 두꺼운 낯짝에 눈곱만큼이라도 붙어있었더라면 세금 납부를 한없이 미루는 일도 없었을 테고, 그랬더라면 완전히 파탄 나버린 본국의 경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었다.
만약 그들의 마음속에 주둔군 병사들의 목숨을 소중히 생각하는 양심의 편린이 박혀 있었더라면 루시드 주둔군 장부에 기록되어 있는 200조 대병력 중 20%가 이미 한 줌의 잿더미로 화하고, 그보다 더 많은 수가 부상당하거나, 병에 걸리거나, 굶어 죽거나, 실종되거나, 도망가서 실제 전력이 형편없어지는 일도 없었을 테고, 그랬더라면 반 루시드 저항운동이 지금처럼 격화되기도 전에 짓밟아버릴 수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역사에 ‘만약’은 없는 법이요, ‘현재’ 역시 ‘역사’를 이루는 하나의 조각인 법일지니.
발틱 총독으로 대표되는 총독부의 요인들은 자기네를 그 자리에 임명해준 루시드 본국 정부가 세금을 독촉하든 말든, 카이프가 신형 전차에 몸소 탑승하여 자기네 병사들을 상대로 무쌍을 찍으면서 자기네 병력이 기껏 점령한 행성을 도로 찾아가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가면을 쓴 채로 흥에 흠뻑 취해 계집들과 더불어 놀아나기에 바빴다.
“마셔라, 마셔라! 마셔라, 마셔라! 칵테일이 들어간다, 쭉, 쭉, 쭉, 쭉!”
둠칫둠칫. 역시 자지 껄떡거리는 아저씨들과 잘 쳐줘도 딸뻘 정도밖에 안 될 것 같은 소녀들이 한데 어우러져서 노는 자리에는 흥겨운 음악과 현란한 불빛, 그리고 마약 시장의 신흥 강자 칼디르 칵테일이 빠질 수가 없었다.
한 사내의 주문에 따라 하나같이 개 목줄을 착용한 채 무릎을 꿇은 채로 있던 여인들이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눈빛을 띤 채로 고개를 숙여 그릇에 담겨있는 액상 마약을 들이켜고, 거부한 이들은 따로 분류되어 이미 온몸에 온갖 마약을 주입당한 상태에서 또다시 마약을 강제로 주입 당했다.
남자고 여자고 죄다 옷은 한 올도 걸치지 않고 알몸으로 돌아다니며 이 문란한 연회가 베풀어지는 장소는- 언제나 그래 왔듯이- 지구에 있는 황궁이요, 초대받은 자지들은 모두 이 나라에서 방귀 좀 뀐다 하는 높으신 분들이었다.
“케헤헤, 미친놈! 이거 술 아니다! 그런 식으로 마셔라, 부어라, 쭉쭉했다가는 네놈 지갑이 남아나지 않을 텐데, 자신 있는 거냐?”
“제기랄, 내가 알게 뭐냐! 오늘 돈이 왕창 깨진 만큼 또 어디선가 벌어오면 되는 거지 뭐! 그렇지, 옳지, 이년들아. 그렇게 쭉 들이켜면 오빠들에게 예쁨 받을 수 있을 테니까, 앞으로도 계속 착하게 굴어라, 알겠지?”
“그래, 말 되네! 돈을 구해올 때야 이 나라에 널리고 널렸으니, 아무 데나 가서 뜯어오면 되겠지! 돈 걱정은 하덜 말고 지금은 일단 비트에 몸을 맡기고 봐라, 이 말씀이야!”
“아, 이년들 마약을 좋다고 들이켜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자지가 꼴려서 더는 못 참겠군. 지금 이 박자에 맞춰서 보지에 내 자지를 처박다가 와야겠어!”
높으신 분들이었으니만큼 기존 마약들과는 그 가격 면에서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비싼 칼디르 칵테일도 바가지째로 챙겨 와서 육노예들에게 강제로 마시도록 명령을 내릴 수도, 그 뜨거운 물을 억지로 꼴깍꼴깍 삼키다가 헤으응 거리며 자신의 여흥을 돋워줄 노예들을 바리바리 사들일 수도 있었다.
육노예들의 숫자는 많고도 많았고, 외모와 몸매, 젖통과 골반의 크기, 키와 성숙도는 죄다 천차만별이었지만, 그래도 모두 바깥에 나가면 남자들을 후리고 다닐 수 있을 정도의 외모는 된다는 공통점이 존재했다. 노예로 팔려 나온 처지라서 바깥에 나가서 남자를 자유롭게 사귈 수 있는 몸이 아니라는 게 문제지.
죄다 새끈하게 잘빠진 육노예들은 얼핏 보면 죄다 얼굴이 비슷해 보이기도 했는데, 실은 그들을 분별하는 방법이 하나 있었다. 억지로 입 보지에다가 자지를 밀어 넣었는데 귀두를 이빨로 씹어버리면 이제 막 들어온 신입이구나, 자기 입에 받아들이기는 받아들였는데 정액을 다 씹어 삼키지 못하고 뱉어버리면 신입은 벗어났는데 경험이 많지는 않은 년이구나, 뭐 이런 단편적인 정보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이곳에 끌려오기 전에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계집의 몸으로 이곳에 한 번 들어온 이상 나갈 방법은 없으며, 들어온 자들의 몸에 대어지는 평가의 잣대는 단 한 가지뿐이다: 색기를 얼마냐 잘 부려 대느냐 마느냐 하는 것.
사실 자지를 맛깔나게 잘 빨든, 미숙하여 흥을 돋우지 못하든 간에 모든 여인은 이곳에서는 절대적 을에 지나지 않았고, 사내들을 만족시킨다고 해서 달리 여인들에게 돌아가는 보상 같은 것은 없었으므로 이년은 따먹기 좋네 마네 하는 평가는 오직 자지들에게만 유용한 정보로서 통용되었다.
어쨌거나 계집의 몸으로 이 잣대에 따라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면 높으신 분의 손에 이끌려 푹신한 침대 방에서 편안한 하룻밤을 보내게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나쁜 평가를 받게 된다면 그 후과는 최소가 체벌이었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행해지는 것처럼.
“야, 이년들아! 이거 존나 비싼 거니까 한 방울도 흘리지 말고 끝까지 다 들이켜야 한단 말이야! 저쪽에 있는 년들은 다 잘 마시는데 왜 너희는 쭈뼛거리는 거냐? 우리 오빠들 자지 쪽쪽 빨아내서 좆물 삼킬 때처럼 마셔보란 말이야!”
“아우우, 오, 오빠들... 이거, 더 안 들어가여어... 암캐 배때지는 미 오빠들 정액으로 가득 차서 더 들어갈 곳이 없어요!”
“어쭈, 니들 아주 오빠들 말이 말 같지가 않지? 좀 제대로 할 수 없겠어?”
“살, 살려주세요! 더는 이런 식으로 살 수 없어요! 여기서 나가게 해주세요!”
“뭐라고, 이 씹년들이... 네년들을 사들이는 데 얼마나 많은 돈을 쓴 줄 알기나 해! 좆물이랑 오줌도 잘 받아마셨으면서 지랄 떨지 말고 좋은 말로 할 때 마셔!”
짝, 짝! 어차피 이 장소에서 벌어지는 각종 부도덕한 행위를 탓하거나 법으로 걸고넘어질 이는 없었으므로, 이 자리에 배석한 자지들은 육노예가 감히 주인님의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낌새를 보였다 하면 바로 주먹과 채찍부터 나갔다.
주먹과 채찍 정도로 끝나면 차라리 다행이었다. 이 자리에 모인 자지 중에서 다혈질인 치들은 어디선가 칼을 꺼내 들어 자신을 만족시키지 못한 계집을 베어 넘기기까지 했고, 더 심하면 주변 평판만 듣고는 참교육을 시전한답시고 피부터 보고 시작했다.
“야, 야! 애들 좀 살살 다뤄라! 그런 식으로 초장부터 세게 다뤘다가 애들 몸 다 망가지면 뭘 가지고 놀라는 거냐? 오늘 밤은 아직 한참이나 남았다구!”
“아니지, 네놈처럼 그렇게 애들을 부드럽게 굴리면 안 돼! 이년들 기를 아주 그냥 콱콱 눌러둬야 나중에라도 반항할 생각을 못 하지!”
어디선가 계집들이 뺨이라도 맞거나 채찍질 당하는 소리가 났다 하면 항상 그 주변에서 사내들이 그것을 보고 왁자하게 떠들어대는 소리가 뒤를 따랐다. 그 누구도 그 행위를 말리지 않았고, 오히려 낄낄 대면서 다른 자지가 계집에게 체벌을 가하는 장면을 즐겁게 구경하기까지 했다.
“악! 아악! 차라리 나를 죽여라, 이놈들아! 내가 오늘 죽어도 네놈들 같은 배불뚝이 아저씨들을 오빠라고는 못 부른다!”
“오냐, 이런 식으로 저항하는 년도 있어야 재미가 있지! 어디, 진짜로 물은 정답을 알고 있는지 이 오빠하고 알아볼 시간을 가져 볼까?”
새로운 구경거리가 생겼다 싶은 자들이 삼삼오오 한군데 모인다. 그들의 손아귀에는 여인들의 가녀린 목에 연결되어있는 목줄이 한 아름 들려 있었고, 그것을 꽉 쥐고 있는 거로 보아 하건대 풀어줄 생각은 전혀 없는 듯했다.
지금 그들이 치르는 이 ‘행사’에 끌려온 육노예들을 사들이는 비용과, 그들의 몸에 투입된 칼디르 칵테일을 생산할 비용이면 얼마나 많은 루시드 주둔군 병사를 먹여 살릴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무기를 생산하여 병사들에게 쥐여주고, 얼마나 많은 황무지를 다시 사람이 살 수 있는 행성으로 돌릴 수 있을까?
발틱 총독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런 복잡한 문제는 괜히 관심을 둬봐야 단시간에 해결되는 일도 드물었고, 차근차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머리도 터져나가지만 지금처럼 본능에 몸을 맡기면 모든 것이 편안했다. 그래, 누가 한 말인지는 몰라도 ‘포기하면 편하다’는 말은 참으로 옳은 말이었다. 그로즈니고 카이프고 뭐고, 일단 놀고 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