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1화 〉소꿉친구의 전용 생체 오나홀: 59화
칼디르의 신혼방이 또다시 옮겨진 후로 며칠의 시간이 흐른 어느 야심한 새벽. 신혼부부 세 명이 일요일을 맞이하여 하나의 트윈베드에서 함께 잠을 청하기로 한 사이, 신장이 170cm는 넘어갈 것 같은 메이드 로봇 하나와 토끼 귀를 이리저리 흩날리는 작고 귀여운 여초딩의 그림자가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나가는 것이 보인다.
두 개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더니 이내 더욱더 짙은 어둠 속에 집어 먹히고 말았다. 그림자들은 이내 행정청 건물 안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더니, 부부의 인연을 맺은 세 명- 원래대로라면 두 명이 되어야 맞겠지만-에게 말해주지 않은 공간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여러 잡다한 폐품이 수북하게 쌓여있는 수거장의 철문 앞에 그녀들은 서 있었고, 또한 그녀들의 발밑에 놓인 부품 쪼가리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들의 발밑에 어지러이 흩뿌려져 있는 이 기계 부품들의 정체는 오로라(였던 것)였다.
“칼디르 언니, 슈가 언니, 아틀란티아 공주님... 세 명이 어떻게 화해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로 했으니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해야겠지.”
둘 중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솔트였다. 그랬다. 솔트의 말마따나 세 사람은 삼인 부부관계 성립이라는 참으로 희한한 합의를 보는 데 성공했고, 그들이 그러한 ‘성과’를 낸 이상 이쪽도 남은 일을 마저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몰래 걸어 나오는 수고까지 한 것이다.
“플랑, 준비됐어? 그때 우리 둘이 대화하다가 분위기 타서 오로라를 해체하는 데 나도 조금 보탬이 되긴 했지만, 복잡한 건 네가 다했으니까 이 일을 마무리 짓는 것도 네 손으로 해야지.”
“걱정하지 마세요, 솔트님. 저도 여기까지 와서 우물쭈물할 정도로 우유부단한 아이는 아니랍니다.”
솔트에게 한 소리를 들은 플랑이 자동 조립장치를 꺼내 오체분시 당한 오로라의 부품들을,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모든 부품을 플랑 자신에게 뜯기고 인공두뇌만 덜렁 남은 오로라와 껍데기처럼 남은 자신의 소녀형 소체를 결합하기 시작했다.
재조립이 끝나고 나면 꽤 기묘한 결과물이 나올 것 같았다. 상상해보라. 원래 부품을 다 털리고, 여태까지 만만하게 여겨왔던 소녀형 로봇의 소체에 갇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주제에 성인 여성에 해당하는 정신연령을 가진 인공지능을 모습을.
아, 그래도 생식기만큼은 원래 것을 그대로 부착해줄 테니 그다지 외롭지는 않을 것이다... 플랑은 그렇게 생각했다. 만일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별로 상관은 없었다. 어디 오로라에게 한두 번 당해봤어야 말이지...
“아, 플랑. 그 부품들은 빼도록 해. 비전투 모듈이라고 하더라도 혹시 모르는 거니까 빼두는 편이 나을 것 같아.”
“이것들을 빼라고요? 그러면 빈공간이 생기게 되는데...”
“그러면 대체 부품을 대강 때려 박든지 해서 채워 넣어. 어차피 그년, 떡집에 팔아넘길 건데 고급 모듈을 장착할 필요도 없으니까.”
떡집에 팔아넘긴다, 그것은 솔트의 발상이었다. 플랑과 함께 지내면서 오로라의 손에 의해 떡집에 팔려나간 인공지능- 그 이름하여, 카넬리안-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솔트의 머리는 한 가지 아주 사악한 계획을 내놓았고... 그 계획에 따라 오로라는 플랑의 손에 의해 재조립되고 있었던 거다.
오로라를 떡집에 팔아넘길 겸, 원래는 플랑의 몸에 부착되어있던 고급 모듈들을 따로 분리한다면 칼디르가 새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강제로 소녀형 소체에 처박히게 된 오로라를 떡집에 팔아넘기고 건네받을 예정인 자금은 칼디르의 연구와 작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칼디르 언니라면 우리가 굳이 이 부품들을 챙겨가지 않아도 더 좋은 걸 뚝딱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착한 어린이는 재활용을 철저히 해야 하는 법이지. 그러면... 내가 말한 부품들은 빼는 거로 하고... 너, 칼디르 언니 앞에서 계획이 틀어지는 일은 없을 거라고 한 말, 정말이야?”
“제가 주인님 앞에서 감히 거짓말을 일삼을 못된 인공지능으로 보이세요, 솔트님?”
“오로라 같은 거의 밑에서 자라다 보면 저도 모르게 때가 타지나 않을까 싶어서 물어봤다. 거짓말이 아니면 말고.”
솔트는 플랑의 재조립 과정을 감독하는 동시에 은발 미녀의 속셈을 한 번 떠보기까지 했다. 플랑의 마음을 그런 식으로 철저히 알아둔다고 해서 그 자신에게 무슨 이익이 생기는 것은 아니요, 엉뚱하게도 제삼자인 칼디르에게 이익을 돌리는 일이 될 테지만, 솔트는 그 말을 하는데 전혀 망설임이 없어 보였다.
슈가 언니와 부부가 된 이상, 칼디르 언니는 내게 연적일 텐데... 칼디르 언니를 도와주는 건 무슨 연유에서 나온 행동일까? 글쎄... 일단은 최대 연적과의 대결은 나중 일로 미뤄둬도 좋을 것 같다. 발칙하게도 황실 소유의 메이드 로봇을 떡집에 팔아넘긴 오로라에게 똑같은 운명을 선고하는 일은 불쾌한 사실을 당장은 잊어둘 만큼 즐거운 일이었거든.
“다 끝났어요, 솔트님. 주요 부품들을 빼고 나니까 생각보다 더 빨리 끝났네요.”
한 10분쯤 흘렀을까. 전투용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부품들은 모두 배제된 채로 오로라의 재조립이 끝났다. 플랑의 신체를 가진 오로라의 정신이라, 빨리 깨워보고 싶어지네. 솔트는 플랑의 말을 듣자마자 바로 그녀의 뒷목에 붙어있던 전원 스위치를 눌러 그녀가 자신이 처한 운명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플랑... 그리고 솔트님.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런데... 너, 플랑 맞아? 그 찬란한 은발을 보면 플랑이 맞긴 한 것 같은데... 어느 틈에 키가 그렇게 커버린 거야? 가슴이랑 엉덩이는 또 어떻게 된 거고? 내 몸은... 아...?”
“크흐흐흐... 드디어 진실을 깨달은 거냐, 오로라?”
오로라가 무의식중에 손으로 자기 몸을 더듬어 이변을 알아차리는 모습을 보고 솔트가 삼류 액션 영화에 나오는 악당처럼 사악하게 웃어주었다. 이렇게 내 몸은 한 오라기 상하는 일 없이 남을 일방적으로 패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었다.
“이, 이...! 플랑, 이게 무슨 짓이야! 다시 원래대로 되돌려놓지 못해?!”
“그건 곤란해, 오로라. 스토리 전개상 너는 여기서 떡집으로 팔려나가야 하거든.”
“그게 무슨...! 아, 혹시 이게 다... 솔트... 네가 지시해서 한 일이야?”
오로라가 에너지 건을 꺼내 들어 둘을 쏘려고 했지만, 그녀가 불러내려고 했던 무기가 소환되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원래 소체에는 붙어있던 전투 모듈이 죄다 제거당한 것까지 확인한 오로라는 이제 솔트를 향해 경칭조차 붙이지 않고 반말을 찍찍 내뱉었다.
“원래대로라면 너는 칼디르 언니를 보좌하며, 언니의 계획이 차근차근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최대의 영광을 누리게 되었겠지만... 캐릭터가 너무 많아져서 말이야. 이제 슬슬 하나쯤 더 보낼 때도 됐지. 네가 하던 일이야, 여기 서 있는 플랑이 대신 맡아서 하면 되니까... 안심하고 눈을 감아도 좋아.”
“도대체가 조금 전부터 도무지 알아들을 수도 없는 이야기를...! 야, 플랑! 네가 설명 좀 해봐!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니까?”
오로라가 쏘아붙였음에도 플랑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모든 저항 수단을 빼앗긴 깡통 로봇 따위의 협박 따위, 전혀 두렵지 않다. 여태까지 나를 상대로 온갖 성희롱과 성추행을 일삼아온 오로라 언니야가 겨우 이 정도였다니, 실망감마저 느껴진다.
그렇게 되니 불안해지는 것은 오히려 오로라 쪽이었다. 이제 소녀형 소체의 몸 안에 갇혀서 저항 수단은커녕 워프 엔진과 같은 탈출 수단조차 남아있지 않은 이상, 이 둘이 자기 몸을 가지고 뭔짓을 하든 간에 자기한테는 그것을 막을 힘이 없었으니까.
“내, 내 몸을 이렇게 작게 만들어서 뭐하려는 건데... 답도 안 나오는 페도필리아들한테 나를 팔아넘기고 포르노 영상을 촬영하게 할 거야? 에로망가에 나오는 것처럼?”
“잘 아네. 하지만 너무 억울해하지는 마. 카넬리안... 아, 이 이름을 기억하고 있나 모르겠네. 하여튼, 네 손에 당한 어느 불쌍한 아이의 운명을 따라가게 되는 것뿐이니까, 억울하다고 소리쳐봐야 소용없어. 플랑, 이제 푹 재워줘.”
“나는 절대로... 굴복하지 않는...다앗...”
오로라가 두 팔로 자신의 알몸을 가리며 엉덩이를 뒤로 뺐지만, 구석에 몰린 이상 그녀가 빠져나갈 길은 없었다. 그녀는 그렇게 깊은 잠에 들게 되었고... 언젠가 그 자신의 손으로 팔아넘겼던 붉은 머리의 안드로이드, 카넬리안의 곁에서 눈을 뜨게 되었다.
“야, 이년 일어났다. 어서 감동의 이산가족 상봉이나 시켜줘라.”
“간만에 재미 좀 보겠군. 뭐하다 이제 일어났느냐, 개년아? 일어났으면 어서 아저씨 자지 맛있게 빨아봐!”
“아아악! 머리채 잡아당기지 마! 원래 몸이었으면 한주먹거리도 아니었을 놈들이...!”
“뭐가 어쩌고, 저째? 이... 건방진 계집년이...!”
찰싹! 오로라는 플랑의 작은 소체 안에 갇힌 채 낯선 공간에서 눈을 뜨자마자 일단 따귀를 한 대 맞고 시작했다. 뒤편으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후배위로 자신의 물건을 삽입하려는 가면 남의 모습이 보이는 가운데, 오로라의 그곳은 그사이 몇 번이고 사용당했던 것처럼 정액으로 범벅되어 있었다.
사정은 이러했다. 맨 먼저, 솔트와 플랑은 오로라가 카넬리안을 떠넘겼던 바로 그 떡집에 찾아가서 100만 달러- 공주님께서 16시간 동안 몸을 팔아서 벌어들인 금액의 1/3에 해당하는 금액-을 뜯어냈다. 간만에 페도필리아 고객들을 상대로 좋은 건수를 잡았다 싶었던 마피아들은 이 거래를 군말 없이 수락했고, 알음알음 높으신 분께 값을 올려서 팔아넘겼다.
아, 그래서 결국 오로라를 사들이게 되었다는 분이 얼마나 높으신 분이냐고? 발정 난 수퇘지처럼 자지를 껄떡거리는 남자 새끼들은 죄다 가면을 쓰고 있고, 계집년들은 그밑에 깔려서 마약 주사를 맞아가며 앙앙대는 가운데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바닥에는 고급스러운 레드 카펫이 깔린 걸 보면 모르겠는가?
하긴 말로만 들어서는 모르는 게 당연하겠다. 이곳은 다름이 아니라 괴뢰 아틀란티스 제국의 수도 행성, 지구, 그리고 그중에서도 황궁 안에 비밀스럽게 마련된 난교 파티장이었다. 참석자들은 모두 귀족 가의 남성 아니면 비싼 값에 이곳에 팔려와서 엉덩이를 대주는 역할을 맡게 된 여성들뿐.
“크, 외국놈들은 윤리 도덕이다 뭐다 해서 어린아이는 범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어디, 이런 재미를 보고도 그렇게 점잔을 뺄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군...”
“그래, 이 맛이야. 내가 이래서 이걸 끊을 수가 없어요.”
귀족 가의 남성들은 귀족 사회의 국룰에 따라 저마다 다른 무늬가 새겨진 가면을 착용한 채로 품격이 떨어지는 어휘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구사하며 자신의 뚱뚱한 몸 아래에 깔린 계집년의 엉덩이를 거세게 두들겨 주었다.
누군가가 언급한 대로, 아동 인권이라는 개념이 성립되어있는 타국이었더라면 성인 여성을 상대로 한 매춘이라면 모를까 아동을 상대로 그런 짓을 벌이는 것은 불가능했을 터였다. 그러나 이곳은 여성 인권이 땅바닥에 떨어져 있으면서도 치안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다 못해 온 세상이 치외법권인 아틀란티스였고, 여기서는 모든 것이 가능했다.
제대로 된 나라 같았으면 이를 단속해야 할 경찰, 검찰, 법원은 모두 루시드 인들이나 그들의 뜻에 복종하는 고위 귀족들이 틀어쥐고 있었고 오로라는 꼼작없이 다른 여자들처럼 흉폭하고 무도한 자지들을 상대해줘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것도 다른 여자들만 못한 소녀의 몸으로.
“야, 야! 똑바로 봐둬라, 오로라! 네년이 떡집에 팔아넘겼다는 카넬리안이라는 계집이 지금 어떤 꼴이 되어있는지를!”
한 남성이 오로라의 뒷목에 마약 주사를 놓아주더니, 고개를 억지로 돌려 옆에서 펼쳐지는 광경을 두 눈에 똑똑히 담을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거기에는 놀랍게도 오로라의 손에 팔려나갔던 카넬리안이 역상위로 자지들을 착취하는 동시에 지금 이 상황이 너무나도 즐겁다는 듯, 손과 혀까지 써서 남자들을 적극적으로 상대해주고 있었다.
“아아, 귀족님들의 고귀한 자지와 정액...♥ 좀 더, 좀 더 원해요오오! 보지랑 애널 좀 더 힘차게 박아주세요!”
“오라, 이년아! 네년의 자궁이 아주 그냥 빵빵해질 때까지 정액을 주입해주마!”
안드로이드로서 레즈비언이라는 성 정체성을 가지고 있던 카넬리안은 이제 그 자신이 보좌하던 아틀란티아 공주님마저 잊은 채로 높으신 분들의 자지 앞에서 완전히 무릎을 꿇어버린 모양이었다.
나도... 곧 저렇게 되는 건가...? 싫어... 시러어어어...! 오로라가 자기 입에 들어온 고기 기둥을 이빨로 콱 깨물고는 냅다 달려보았지만, 몇 발자국도 가지 못하고 도로 붙잡혀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
“이 미친년이, 내 소중한 물건을 그렇게 무식하게 깨물어버리면 어쩌자는 거냐! 봐주는 것에도 한계는 있는 법이다!”
오로라가 카넬리안처럼 아주 마음을 놓는 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구경꾼들은 저 독한 것이 얼마나 오래 버틸지를 두고 저마다 베팅을 걸었는데, 고위 귀족님들의 베팅답게도 참가하는 데 필요한 최소 베팅액이 지구만 한 크기의 비옥한 행성 하나부터 시작했다. 서민들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이었다.
오로라가 무슨 일을 당하거나 말거나, 솔트는 그녀를 팔아넘기고 받은 돈을 헤아려보기에 바빴다. 백 달러짜리 지폐가 무려 만 장이나 되니까... 아마도 사람 손으로 일일이 헤아려보려면 시간 좀 걸리겠지. 그래도 이렇게 일일이 확인해보면서 냄새를 좀 맡아줘야 돈을 벌어들인 것 같은 기분이 나지 않겠어? 쓰으읍... 푸하...
“앞으로도 누군가를 스토리 상에서 아웃시킬 일이 있으면 떡집 교정 강간 엔딩을 안겨주도록 하자고, 플랑.”
지폐 점검을 잠시 멈춘 솔트가 지나가는 듯한 투로 플랑에게 말했다. 과연 플랑의 말대로 그것은 이 이야기의 최대 플래그이자 자연법칙이 될 것인가? 그것은 아직은 알 수 없었다. 아무튼, 간에, 이것으로 오로라에 관한 이야기는 끝이 났다. 오로라, 아웃. 오로라, 아웃.
그리고... ‘네, 솔트님. 앞으로도 모든 문제는 이번 일처럼 잘 해결될 것입니다.’ 솔트의 말에 대한 플랑의 대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