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9화 〉소꿉친구의 전용 생체 오나홀: 57화
법봉이 내리쳐지는 것으로 슈가와 공주님의 죗값을 묻는 형사 재판은 끝이 났다고 할 수 있었지만, 플랑은 법봉을 바로 손에서 놓지 않고 몇 가지 조건을 달았다. 조건부 무죄라니 일반적인 법정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이에 토를 달았다간 저 흉측한 고무 딜도에 다시 자궁구까지 삽입 당할 수도 있기에 두 피의자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sm 플레이, 사랑하는 분들끼리 얼마든지 할 수 있죠. 료, 료나물도... 으으, 거기까지는 괜찮아요. 하지만 제발 주인님의 몸을 가지고 스너프 필름을 찍는 짓 같은 건 그만둬주세요. 그리고 딜도도 좀 멀리 치워놓으시고요... 애초에 여자끼리 사랑을 나누는데 어째서 남성기를 본뜬 도구 같은 게 필요한 건가요?”
플랑은 그 말을 하면서 외설적이고 노골적인 단어들을 몇 번이나 꺼내야 했고, 은발 미녀의 얼굴은 부끄러움으로 인해 새빨갛게 물들고 말았다. 안드로이드 주제에 이런 노골적인 단어를 구사하는 건 으레 오로라 담당이었지만, 그런 단어들을 동원하지 않고서는 두 사람이 칼디르의 몸에 엉겨붙어 벌여놓은 짓거리들을 제대로 묘사할 길이 없었다.
“저, 저기 플랑...? 나... 딜도에 억지로 쑤셔 박히는 것도... 기분 좋아서 굳이 그만두게 할 필요는 없는데...”
“주인님! 딜... 딜, 도... 그런... 나쁜 거에 중독되어버리시면 못 써요...!”
“왜... 너도 나랑 같이 그거 해보면 엄청 재밌을 텐데... 한 번 내 몸을 가지고 실험해볼래?”
“그... 그런 식으로 저를 유혹하지 말아 주세요, 주인님! 자꾸 그러시면 저... 주종관계를 잊어버리고 주인님을 덮쳐버릴지도... 몰라요...!”
그 와중에 칼디르는 플랑이 자기를 위해주는 건 좋은데,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식으로 초를 쳤다. 두 사람에게 교차로 당할 때는 죽을 만큼 괴로운데, 막상 그 순간이 지나가고 나면 칼디르의 머릿속에서는 행복한 추억이 된다고나 할까?
지금 상황은 플랑이 오로라의 성인형 신체를 차지하게 된 이상, 자신의 페로몬에 더욱 취약하게 되었을 그녀가 의외로 쉽사리 넘어오지 않고 버티는 모습을 보고는 칼디르가 은근슬적 그녀를 유혹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칼디르의 농염한 유혹에도 불구하고 플랑은 꿋꿋이 버텨냈고, 결코 자기 말을 번복하지 않았다. 그러자 칼디르도 플랑의 팔에 꾹꾹 눌러대던 자신의 맨가슴을 치우고는 아쉽다는 듯이 치명적인 미소를 날렸다.
와, 나라면 저런 말을 하면서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았을 텐데. 저렇게 우물쭈물 대는 걸 보면 플랑의 마음속에 순수한 부분이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모양이네. 칼디르야 뭐, 평소대로 나오네. 그렇다면 여기서는 조금 뻗대도 되겠지?
“지금 안드로이드 주제에 우리의 성생활에 개입하겠다는 거야? 칼디르도 딜도에 쑤셔지는 게 좋다고 말하잖아!”
“판사님의 판결에 불복하는 피의자는 용서하지 않아요!”
응기잇...! 슈가의 정신머리가 잠시 출타를 나갔는지, 입술이 제멋대로 움직이더니 이내 바닥에 똑바로 세워져 있는 고무 딜도를 향해 쪼그려 앉아 스스로 처박히는 형벌을 받게 되었다.
슈가는 자신의 실언을 철회한 뒤에도 1분이나 지나서 겨우 삽입에서 풀려나올 수 있었고, 그 꼴을 보면서 공주님은 이렇게 생각하셨다: 하마터면 나도 당할 뻔했네. 안드로이드에게 보지를 공략당하면서 색기를 써대는 내 모습, 상상하기도 싫어. 왜냐하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보지가 엄청 젖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지거든...♥
“바, 받아들이겠어, 그 조건. 어차피 앞으로 딜도는 쓰지 않기로 했거든. 요일별로 번갈아가며 우리 마키의 몸을 취하는 것도... 우리가 공존하려면 어쩔 수 없겠지.”
그 누구와도 칼디르의 몸을 공유하지 않겠노라는 태도를 견지한 초반의 모습을 떠올리면, 공주님께서 지금 보여주는 태도는 가히 전향적이라 할 수 있었다. 공주님이 저렇게 순순히 수긍해버리면 나도 따를 수밖에 없잖아... 슈가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플랑이 내거는 조건을 수용하기로 했다.
“아앗, 두 사람... 모두 사이좋게 나를 따먹어주기로 드디어 합의를 본 거야? 나, 너무 기뻐서 보지에서 눈물이 다 나와...”
두 피의자 간의 합의(물리)를 원만하게(?) 이끌어낸 플랑의 명재판을 향해 칼디르가 뜨거운 눈물과 함께 열렬한 박수를 보내주었다. 하긴 과정을 다 떼어놓고 오직 결과만 본다면, 두 얀데레를 무릎 꿇린 플랑을 명판사라고 볼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이어서 플랑은 세 사람의 결혼과 자식 문제에 관해서 다루는 가정 재판을 속개했다. 사실 이 앞의 형사재판은 일개 안드로이드의 일탈 내지는 미친 크레이지 사이코 레즈비언 사이에 일어난 해프닝 정도로 취급할 수 있었으므로, 어찌 보면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었다.
꿀꺽, 슈가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다 끝난 거 아니었어? 딜도에 그만큼 박혀줬으면 그만이지, 여기서 또 무슨 말을 덧붙이려고...
“결혼은... 음, 두 분이 주인님을 중심으로 하는 거로 하지요. 두 분과 주인님 사이에서 태어날 아기님들에게 붙일 성씨도... ‘이스트라’로 통일하고요.”
플랑이 꺼낸 이야기의 주제는 슈가가 생각한 것보다는 훨씬 건설적인 것이었다. 칼디르의 새끈한 몸을 앞에 두고 결혼과 가정 계획을 논의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 우리 아틀란티스 제국 사회에서는 본디 자녀에게 아버지 쪽의 성씨를 물려주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었으나, 우리의 경우 셋 모두 여자였으므로 기존의 관례를 적용할 수는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더욱.
그렇다고 양쪽의 성씨를 모두 갖다 붙이자니, ‘아스트라-아루미나’나 ‘아스트라-아틀레노스’ 식으로 자녀의 성이 엄청나게 길어지게 될 테니, 플랑의 결정은 어느 정도는 불가피한 면이 있었다.
사실 두 사람의 관심사는 오로지 칼디르를 마구 따먹고 더 나아가서 칼디르의 자궁에 자기 아기를 심어놓고 싶다는 데 있었기에, 거기서 태어날 아기가 가질 성씨야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성씨를 어떤 식으로 갖다 붙이든 간에 내 핏줄과 칼디르의 핏줄이 모두 뒤섞인 예쁜 딸이 태어날 거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으니.
“예상외로 쉽게 동의해주시네요. 그러면 그다음으로 결혼 순서말인데... 혹시 두 분 중에 자식계획에 대해 생각해보신 분...?”
“나, 나! 혀를 찐하게 뒤섞듯이 나하고 우리 마키의 본명을 섞어서 첫째 딸은 아틀란티르, 둘째 딸은 칼디아라고 이름 짓고 신혼집은 언젠가 재건될 하와이 섬의 모래 해변에다 차리기로 했어!”
사실 공주님께서 일련의 가정 계획에 관해 칼디르에게 말씀해주신 적은 한 번도 없었고 그저 자기 머릿속에서 시작되고 거기서 그대로 끝나버린 뇌피셜에 지나지 않았지만, 칼디르를 처음 본 순간 결혼은 물론이요, 손녀까지 낳고 오순도순 살아가는 상상을 한 건 사실이었다.
“와아! 섹스 온 더 비치! 너무 좋아요, 공주님!”
공주님의 신혼 계획에 관해서 처음 들어보는 것치고 칼디르는 그 내용에 너무나도 기뻐해 주었고, 그런 그녀를 뒤로 한 채 플랑은 공주님과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하와이 섬이라... 제가 알기로 지금 지구는 방사능 구름이 떠돌아다니는 지옥도나 다름없지만 말이죠?”
“하, 하지만 언젠가는 복구될 거야! 환상적인 모래 해변 위에서 금발벽안의 빗치, 아니, 마키랑... 섹스도 잔뜩 할 거야...!”
플랑은 칼디르의 첫 번째 아내 자리를 공주님께 내어드리기로 했다. 여기에는 형사재판 시에 공주님께서 순순히 자신의 죄를 시인한 것도 영향을 미쳤지만, 이어지는 공주님의 설명을 들어보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신혼 계획이 치밀한 것도 강력한 이유가 되었다.
어어? 뭐가 그럴듯하다? 공주님이 후타나리라는 이름의 사도로 들어서서 그렇지, 저토록 당당하게 신혼 계획을 설명하시는 걸 보면 아기님들에게 좋은 엄마가 되어줄지도... 플랑은 얼떨결에 공주님께 설득당하고 말았다.
제기랄, 나 정도 되는 사람이 칼디르와 나 사이에 태어날 아이의 이름조차 생각해놓지 않다니... 슈가의 경우, 장차 칼디르와 함께 실습해볼 여러 섹스 플레이에 관해서만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지 건설적인 미래 계획을 꾸며본 적은 전혀 없었으므로 눈을 뜬 채로 공주님께 코를 베이는 수밖에는 없었다.
“모두가 누군가의 정실 부인이 될 수는 없는 법이잖아요? 대신 슈가님도 공주님처럼 자녀분은 둘 이상으로 하시죠.”
칼디르를 중심으로 정실 부인은 공주님, 두 번째 부인은 나, 자녀의 수는 공평하게 둘 혹은 그 이상. 내가 이 조건을 거부한다고 하더라도 플랑이 자기 뜻을 꺽지는 않을 테니, 일단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사, 사실... 당장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어도 아랫배에 새겨진 이놈의 하트 문신때문에... 보지에서 딜도를 빼낸 뒤에도 다리가 저릿거려서 제대로 걸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잘 모르겠어...
이 뒤로도 플랑은 세 사람과 함께 몇 가지 사항에 관해 조율했고, 어찌 보면 식칼보다 무서운 무기인 딜도를 법봉이랍시고 들고 있는 플랑 앞에서 이견을 제시하는 이는 없었기에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조율할 수 있었다.
“그럼... 이야기 다 끝난 거 맞지, 플랑? 슈가야, 우리 화해와 재결합의 의미로 섹스나 하자! 플랑은 나하고 하는 게 싫대! 공주님이랑은... 진작에 화해의 떡을 쳤으니까 너랑만 하면 우리 사이에 있었던 일은 다 끝나는 거야!”
그렇게 최종 합의안이 도출되자, 가장 기뻐하는 것은 칼디르였다. 아니, 기뻐하는 것을 넘어서 슈가의 팔을 잡아끌어 침대로 향하기까지 했고, 슈가의 뇌는 순간적으로 너무나도 많은 정보를 받아들인 탓에 멍하니 있다가도 칼디르의 유혹에는 제때 반응하여 못 이기는 척 끌려가 주었다.
“이번에는 두 사람이 나만 빼고 떡을 치려는 거야? 기껏 합의까지 했는데, 이, 이런 식으로 나오면... 헤, 헤으윽...!”
공주님이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마침 오늘은 슈가가 칼디르의 몸을 차지하기로 한 요일이기도 하겠다, 공주님께서 그 이상 토를 달 수 없도록 플랑이 그녀의 목에 밧줄을 걸어버리더니 질질 끌고 아예 방을 나서버렸다. 그들이 문을 닫아주자마자 틈새로 새어 나올 정도로 큰 신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큰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