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8화 〉소꿉친구의 전용 생체 오나홀: 56화
칼디르와 공주님의 화해 떡과는 다르게 슈가와 플랑의 떡은 분위기가 그다지 좋을 수 없었다. 애초에 형벌로서 시작한 행동이었으니까. 그래도 후타나리라는 끔찍한 소재를 계속해서 끌고 갈 정도로 잔혹한 성품은 못 되었던 플랑은 법봉 대신 챙긴 딜도를 슈가의 머리맡에 놓고는 자기 보지를 슈가의 보지에 찰싹 붙였다.
“으에에, 칼디르도 정신 차리고 일어났는데... 왜 계속... 하으, 자궁구 삽입 당해서 불 난 보지... 그렇게 비벼대지 마, 플랑...”
“딜도를 뺀 상태에서도 제 주인님께 못된 짓을 많이 하셨을 분이, 감형해드린 것에 감사해 하지는 못할망정 불평을 해대다니요...? 안 되겠네요, 보지 비비기 형을 속행하는 부분입니다!”
아무려면, 레즈비언이라면서 후타나리에 집착했던 슈가와 공주님 쪽이 오히려 이상한 거지. 그렇게 생체 연동형 딜도가 좋으면 레즈비언 행세는 집어치우고 술집에 가서 아무 남자나 붙잡은 다음 생자지에 처박히든가?
저는 그래도 슈가님과는 다르게 딜도도 빼드리고, 보지로만 비벼댈 거니까 훨씬 자비로운 거 아닌가요? 이는 제 주인이 깨어나고 신변의 안전 역시 확보된 이상, 최종 선고를 내리기 전에 감형하여 집행하는 1차 형벌이라 할 수 있었다.
바로 옆에서 두 사람이 실로 오래간만에 대등한 위치에 서서 부드러우면서도 격렬한 화해의 떡을 쳐대는 사이, ‘플랑과 슈가의 섹스’라는 그림의 화폭은 점점 일방적인 강간의 형태로 변질하여갔다.
공주님과 화해 떡을 시작한 칼디르가 더 많은 양의 유혹 페로몬을 분출하면서 플랑의 연산회로를 천천히 마비시켜나가는 탓일까, 은발의 소녀... 이제는 은발의 미녀라고 불러줘야 할 것 같은 플랑의 움직임은 점점 대담해졌다.
플랑이 슈가가 받을 형벌의 강도를 그렇게 완화해준 데는 후타나리 플레이와 스너프 필름 촬영으로까지 타락해버린 슈가를 다시 순수한(?) 레즈비언 보빔 섹스의 영역으로 되돌아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 역시 깔려 있었다.
적어도 알게 모르게 칼디르의 유혹 페로몬에 지나치게 피폭되어 연산회로가 마비되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분명 그랬다. 그러던 것이 연산회로의 오류가 누적되면서 제 언니 오로라를 닮은 성욕의 화신이 되어가는 것이었다.
“흐극, 내 예쁜 눈 토끼 보지를 사용하는 여자가 벌써 세 명째라니...”
칼디르의 경우에는 슈가의 보지를 사용했다기보다는 역으로 자기 보지를 사용당했다고 해야 맞는 말이겠지만, 어쨌거나 그녀는 한낱 로봇 따위에게 자신의 세 번째 경험을 내어주게 되었다.
한탄할 새도 없이, 오줌과 애액으로 얼룩진 슈가의 보지 털이 플랑의 사타구니에 쓸리면서 슈가를 자지러지게 만들었다.
연약하기 그지없는 그녀의 모습은 플랑의 마음속에서 큰 물결이 되기에 충분했다. 크으윽, 고무 딜도로 쑤셔 댈 때는 아무 느낌도 안 들었는데, 막상 내 보지를 슈가님의 보지에 들이대니 나까지 기분이 이상해져 버리는 것 같아...!
“딜도를 쓸 때는 몰랐는데... 이게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일 줄이야... 앞으로는 섹스 놀이 잔뜩 할래애...!”
고무 딜도가 제아무리 크다 한들, 한낱 고무 쪼가리에 불과한 이상 생체 좆처럼 착용자의 기분까지 좋아지게 만드는 기능 따위는 들어있지 않았다. 그리고 미처 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살갗을 맞부딪히는 형태의 새로운 전장이 열리게 되자, 플랑은 서서히 본래의 목적- 형벌 집행-을 잊고서 섹스 그 자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아! 아! 오로라 언니야가 이래서 주인님의 엉덩이에 눈독을 들이신 걸까...! 주인님의 소꿉친구 되시는 분의 보지도 너무 좋아아!”
플랑은 처음으로 몸이 붕붕 뜨는 기분을 느끼며 아무 말 대잔치를 벌였다. (플랑에게는 이게 첫 경험이라 더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지금이라면 상당히 짙은 레즈 끼를 자랑하던 오로라를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렇게나 기분 좋은 거 한 번 하고 나면, 두 번 다시는 헤어 나올 수 없어어...!
이렇게 된 이상, 한 번으로 끝나도 좋으니까 나도 주인님의 보지에 손을 대보고 싶다. 소꿉친구분의 보지도 이렇게나 기분 좋다면, 인간님들이 최상급 보지라고 극찬을 마다치 않은 주인님의 보지는 또 얼마나 기분이 좋을 것인가?
그렇다. 섹스를 아예 안 한 연놈은 있을지 몰라도, 딱 한 번으로 그치는 연놈은 이 우주 전체를 샅샅이 찾아봐도 없을 터였다. 고성능 인공지능인 플랑이 유기체들의 심정을 사상 처음으로 절절히 깨닫는 순간이었다.
하필이면 초딩 수준의 정신연령에 첫 경험의 기억을 이토록 강렬한 것으로 메모리에 새겨넣어서 성 관념이 왜곡되는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다 됐지만, 한창 야무지게 보지 비빔밥 비벼지는 중인 슈가에게는 다 소용 없는 소리였다.
“헤윽, 이, 이거 형벌이라면서어... 너까지 그렇게 동심 잃고 그런 말 하면 안 댕...”
“형벌 맞아욧! 아가리 닥치고 목 졸리면서 신음 새어 나오는 소리 내봐욧...!”
플랑의 손에 의해 슈가의 목이 졸려 그녀의 입에서 하얀색 거품이 쏟아져 나오는 순간, 형벌을 집행하는 집행관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어지게 되었고, 또 하나의 레즈 변태만이 남게 되었다. 예의 바른 태도를 지켜온 은발 미녀의 입에서는 이제 욕설까지 나왔다.
끄르르륵, 끄륵...! 칼디르의 손에서 태어났다는 아이에게 목 졸려져서 그런가... 공주님께 보복당할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 드는 것 같아...! 헥, 헥, 헥... 칼디르, 너도 나한테 당할 때 이런 기분 느꼈던 거야? 슈가는 이제야 역지사지의 과정을 거쳐 칼디르에게 했던 짓에 대해 사과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괴롭나요? 슈가님, 괴로우냐고 여쭤보고 있잖아요! 제 주인님께서 슈가님께 당할 때는 이것보다 몇 배는 더 괴로웠을 거라는 것만 알아두세요!”
큭, 케헤으윽...! 플랑의 선언 앞에 슈가가 무슨 말인가를 하려 했지만, 목이 졸리는 상태에서는 당장 그만두라는 말조차 하기 힘들었다. 하다못해 그보다 내뱉기 쉬운 신음조차 한 조각도 새어 나오지 않고 있는데, 하물며 사람의 언어에 이르면 어떻겠는가?
질식 섹스가 시작되고 나서 한 5분쯤 되었을까, 플랑은 슈가의 위에서 인공 씹물을 거하게 싸지르고 나서 섹스의 여운까지 다 즐기고 난 다음에야 그녀를 풀어주었다. 아, 아... 이것이 오르가슴이라는 단어가 지닌 뜻이구나. 사전에 등재된 단어로만 알고 있던 것을 체득하니, 막연하기 그지없던 것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올 것 같다.
이제 플랑에게 남은 것은 왜 나까지 이런 짓을 벌이게 됐느냐 하는 진한 현자타임이었다. 이, 이래서는 나도 공주님이나 슈가님, 오로라 언니야 같은 성욕의 괴물이 될 뿐인데... 처음에는 그저 주인님께서 당한 것을 대신 갚아드리려 한 것일 뿐인데, 나, 왜 이런 짓을 저지른 거지...?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 주, 주인님이 당한 것을 그대로 갚아주려고 한 건 맞지만... 나까지 본격적으로 즐기면 안 되는 거였는데...!”
고성능 인공지능으로서 느끼는 자괴감. 플랑은 두 발로 선 채 어찌할 바를 몰라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보았지만, 그런다고 자기도 섹스를 즐겼다는 사실까지 가려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아는 걸까, 모르는 걸까?
“후우, 하아... 공주님. 슈가와 플랑도 섹스 한 바퀴를 끝낸 것 같은데... 이쯤에서 제가 가서 저 둘을 달래놓고 올게요.”
“마키, 할 수 있겠어? 왠지 위험해 보이는데... 저 플랑이라는 애마저 네 유혹 페로몬에 이성을 잃고 너를 덮쳐 버리면 어떻게 할 거야?”
“플랑은 제 손에서 태어난 아이니까 제가 가장 잘 알고 있어요. 오로라라면 모를까, 플랑이 저를 덮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어쩌면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흘러나오는 이 체취 때문에 가슴살 정도는 살짝 터치할지도 모르겠지만... 칼디르가 보기에는 이쯤에서 저 둘을 말릴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공주님과 막 화해의 섹스를 끝내고서 잠시 뜨거운 숨을 고르고 있다가 저쪽도 때맞춰서 섹스를 끝낸 것 같기에 먼지를 털고 일어난 것이다.
“플랑... 그래, 플랑 맞지? 처음에 만들 때는 분명 귀여운 소녀였는데, 어느 틈엔가 이렇게 훌쩍 커버리고 말았네.”
“앗, 주인님... 어느 틈에 제 뒤로 오신 건가요... 브래지어도 차지 않은 채로 맨가슴을 그렇게 제 등에 가져다 대시면... 저, 저도...”
플랑이 한창 자괴감에 겨워하는 틈을 타서 칼디르는 은발 미녀의 등에 붙어서 백허그를 해주었다. 오로라의 영향도 받았고, 가뜩이나 칼디르의 페로몬에 흠뻑 취해 섹스까지 한 판하고 난 다음인데 제 주인에게 그만하면 되었다는 듯이 백허그까지 당한 플랑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린다.
여기서 칼디르는 자기가 범한 ‘실수’를 후회하는 은발 미녀의 마음이 이 이상으로 흔들리지 않도록 위로의 말을 건네주었다. 너는 잘못한 것이 없다, 이건 다 슈가가 잘못한 것이다... 뭐 그런 투로.
“이만하면 됐어. 다 나를 위해서 한 거지? 네가 이런 일로 고민할 필요는 없어. 그리고... 나는 슈가를 다 용서했으니까... 그만해도 돼. 형벌 놀이는 이쯤에서 끝내자, 응?”
“주인님, 그렇게 심한 짓을 당하시고도 결국 공주님과 슈가님을 모두 용서해주시기로 한 건가요... 정말이지, 주인님께서는 가슴 크기만큼이나 마음씨가 넓으신 분이에요...”
플랑이 칼디르 쪽으로 빙그르 돌더니, 이내 자기 손에 칼디르의 젖가슴을 물컹 쥐었다가 화들짝 놀라면서 뗐다. 공주님과 슈가를 그토록 매몰차게 몰아붙였던 것이 다 위선이었던 듯, 그 자신도 무형의 유혹에 넘어가 그만 칼디르의 몸에 손을 대고 만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가슴살에 저도 모르게 손이 올라가고 홍조가 붉어져 오는 것은 어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이 힘은 성욕을 가진 존재라면 그 누구에게나 불가항력이었다. 슈가가 몇 번이고 자신의 잘못을 부정할 때는 그러한 논리를 인정해주지 않았는데,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칼디르의 유혹 페로몬이 불가항력이라는 논리를 인정해주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주인님께서도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어쩔 수 없죠. 그렇다면 이쯤에서 최종 판결을 내리는 부분입니다...”
비록 공주님과 슈가의 잘못이 크다 하나, 당사자의 용서를 받았으므로 본 법정은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그리고 세 사람이 앞으로 가정을 꾸려나가는 문제에 관한 한, 칼디르를 중심으로 하여 나머지 두 사람이 기회를 공평하게 나눠 가져야 하므로 월~수요일은 슈가가, 목~토요일은 공주님이 칼디르의 몸을 점유하되 일요일에는 쓰리 썸을 즐기라는 플랑의 최종 판결이 떨어진 직후 딜도(법봉)가 슈가의 보지에서 땅땅땅하고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