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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5화 〉소꿉친구의 전용 생체 오나홀: 53화 (115/225)



〈 115화 〉소꿉친구의 전용 생체 오나홀: 53화

모처럼 어른의 몸이 된 플랑은 솔트와 손을 잡고 세 사람이 있을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숨막히는 광경과 마주해야만 했다. 플랑이 지금 보고 있는 장면을 이루는 요소 하나하나가 모두 주옥같아서 도대체 어디에 눈을 둬야 할지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꺄아아... 이, 이게 다 뭐야아... 여기가 무슨 전쟁터도 아니고, 왜 이렇게 피가 많이 튀어있는 거야아...”

“오오, 머릿속에 메모해뒀다가 나중에 슈가 언니를 상대로 써먹어야겠다.”

오로라의 부품을 그대로 가져다가 강화할  사용한 덕분에 어른의 몸을 가지게 되기는 했어도 정신연령은 그대로였던 플랑은 방 안에 펼쳐진 참혹한 광경에 경악심을 표출하였고, 솔트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식으로 굴었다.

형벌을 포상으로 여기는 마조히스트를 상대로는 아무리 극심한 고통을 가한다고 하더라도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어들일 수 없는 법. 차라리 나와 같은 사디스트인 언니를 상대로 이와 같은 고문도구들을 사용한다면, 언니는 분명 나를 향해 매섭게 저항하면서 나의 추악한 성적 욕구를 채워주지 않을까?


나, 언젠가 그런 순간이 오게 되면 언니가 보여줄 모습이 너무나도 기대돼. 아니, 내가 그런 순간이 오게  수밖에 없도록 모든 것을 세팅해둘 거야. 언니가 칼디르 언니에게 행한 모든 행위는 내가 언니에게 행할 행위의 밑거름이  테니, 어디 한  지금처럼 놀아봐. 나중에 그 모든 것을 배로 당하게 될 테니까. 헤헤헷헤...


다행인지 불행인지, 너무나도 놀란 플랑의 눈에는 태연자약을 넘어서 마치 이 상황이 즐겁다는  이야기하는 솔트의 얼굴이 들어오지 않았다. 플랑은 가장 먼저 자기 주인님의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서 그쪽으로 달려갔다.

“휴, 주인님. 주인님의 회복력으로도 고칠 수 없는 상처를 입지는 않은 것 같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그래도 그렇지, 설마하니 저 두 분께서 주인님께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공주님을 데리고 행정청에 돌아올 적에 이 방을 그냥 지나치지 말  그랬어요.”


칼디르의 몸에는 상처 하나 없었지만, 그들이 오기 전에 제법 많은 피를 흘린  방바닥에 붉은색 웅덩이가 있었다. 아으... 보기만 해도 내가  아프네. 이건 안 봐도 뻔하지. 왜인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저 두 분이 주인님의 신체 내구도, 회복력을 핑계 삼아 갖가지 고문을 가했겠지.


주인님께서 두 분에게 고문당한 것을 전제로 깔고 보니 도무지 용도를 알  없는 수레바퀴와 삼각 목마, 거열형에 쓰는 형틀 따위의 것들이 어째서 이 방 안에 있는지도 짐작해볼 만했다. 아무리 우리 주인님께서 초능력자라고 해도 그렇지, 그 몸을 한낱 인체실험용으로 소모해버리다니!

플랑은 칼디르가 sm 플레이의 수비수를 넘어서 스너프 필름 피해자의 단계에 이르기 전에 분명 자기가 말릴 기회가 있었는데도 단지 슈가의 명령을 얼른 수행하고 자리를 빠져나가고 싶다는 생각에 골몰하여 그렇게 하지 않았노라 깊이 자책했다.


플랑은 살면서 처음으로 ‘깊은 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가 무엇인지를 체득하였다. 공주님... 그리고 슈가님. 꽤 멀리까지 나가떨어지셨는데 별달리 다친 곳은 없는  보면 주인님이 순간적으로 전개하신 보호막에 튕겨 나가신 게 아닐까. 하지만 우리 주인님을 상대로 이런 짓을 저질렀으니, 마땅히  죗값은 치러 마땅하다.

주인님을 대리하여, 주인님께서 받은 만큼 두 분에게 돌려드리면 되겠지. 아니, 여기에 놓여있는 고문도구의 가짓수만 보면 주인님이 당한 것의 반의반만 두 분에게 행한다고 하더라도 금세 패배 선언을 받아낼 수 있으리라. 플랑은 초딩의 정신연령에 걸맞지 않게 머리를 굴려 보복 계획을 세우면서 이빨을 빠득거렸다.

그에 반해 솔트는 여전히 평화로운 표정을 유지한 채로 칼디르가 흘린 피 웅덩이에서 찰박거리며 방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솔직히 나도 9살이면 다 컸는데, 야한 건 물론이고 잔인한 것도 봐도 무방한 부분, 인정? 소녀의 속마음은 그러했다.


“이번 범행 현장... 증거가 너무 확실해서 뭐라 따질 말도 없네. 플랑, 네 눈빛을 보니까 두 사람에게 뭔가 해주고 싶은 눈치인데... 내가 잠시 자리를 비켜줄까?”

“네, 그렇게 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솔트님.”


10여분 동안 방을 돌아다니면서 볼 것을 다  솔트는 지나가는 투로 플랑에게 말했고, 다리를 쭈그리고 있다가 읏차 일어나서는 그대로 자리를 비켜주었다. 언니의 운명을 여동생 루트로 몰아가기에는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았으니, 지금은 플랑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흐으음... 지금 알몸이라는 걸 말해줄  그랬나? 아니다.  다 끝내고 나오면 그때 말해줘도 되겠지. 내 몸도 아닌데, 뭘.”

솔트는 문을 닫고 나온 뒤에야 플랑에게 건네주려고 가져온 오로라의 메이드 복이 여전히 자기 품 안에 들려있고 플랑은 지금쯤 속옷조차 걸치지 않은 완전한 알몸 상태일 거라는 사실을 떠올렸지만, 급할 거 있나 싶어서 귀띔해주지 않았다.

방안에 세 사람과 함께 남게 된 플랑은 이 상황을 어떻게든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자기가 알몸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로 형틀에 묶여있던 칼디르를 풀어주고, 증거는 보존 가능한 상태로 만든 뒤에 모조리 사차원 주머니에 쓸어담고, 검은색 사슬을 소환하여 두 사람을 역으로 묶은 다음 나란히 앉혀놓고 전기충격을 가해 깨웠다.


“으아악! 존나 따가워! 뭐, 뭐야, 이거! 그, 그만둬! 나,  또 묶여있는 거야?”

“시, 시발,  깨어났...! 악! 그만 지져... 으악! 아프다고!”

앞의 것은 슈가의 말이었고, 뒤의 것은 공주님의 말이었다. 사람이 감전사하기에는 충분한 220v의 전류를 교묘히 몸속에 흘려 넣어 정말로 죽어버리지는 않겠지만, 아마도 눈을 번쩍하고 뜨기에는 충분했을 거다.


하, 아프니까 그만둬 달라고? 사랑한다는 핑계로 주인님께 그런 심한 짓을 해놓고서, 자기네들 몸이 ‘조금’ 아프니까 바로 자비를 구한다고? 웃기지도 않는 소리! 두 사람의 고통스러운 비명 앞에서도 플랑은 여전히 싸늘한 표정을 유지했다.

“아으으... 그 은발머리... 설마... 플랑이니...? 아, 아닌데... 플랑은 로리인데  새끈한 거유 미녀가 눈앞에...”


“저 플랑 맞아요, 슈가님. 짧은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거든요.”


슈가는 지금 자기 눈앞에 서 있는 성숙한 미녀가 급속도로 자라버린 플랑이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플랑과  번 마주친 적이 있는 공주님 역시 할 말을 잊어버렸다. 잠시 뒤에 뭔가 말하려는 듯 입술을 뻥긋거리기는 했지만, 자기네를 이렇게 묶어놓은 게 플랑이라는  눈치채고는 다시 오므리고 말았다.


은발의 소녀는 두 사람이 합죽이가 된 틈을  그들의 죄를 소상히 나열하기 시작했다: 칼디르에 대한 수십 수백 건의 윤간, 강간, 성추행, 성희롱, 노예계약 강요, 특수 폭행에 중상해, 동영상 및 사진 촬영 등등... 정의감에 불타오르는 플랑의 입을 통해 듣고 보니 그 두 사람이 저지른 짓거리가 참 많기는 많았다.

“피고 아틀란티아 아틀라스 아틀레노스, 그리고 피고 슈가 아루미나.  사람은 상기된 죄를 인정하시는 부분입니까?”

이제 플랑은 그들을 경칭으로 부르지도 않고 있었다. 대신 너무나도 확실한 증거를 놓고 그들을 중범죄자로 확정해버린 채 ‘피고’라는 이름으로 그들을 부르고 있었다. 은발의 소녀와  더 오래 알고 지낸 슈가는 플랑이 이렇게 싸늘한 태도를 보인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금치 못하다가 이내 반론을 제기했다.

“죄라니, 이건 칼디르도 동의한 일이야! 너는 처음부터 끝까지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칼디르는 분명 내가 자기 몸을 애무하고, 때리고, 물어뜯는 걸 좋아해줬단 말이야! 너야말로 뭘 믿고 이런 일을 벌이는... 아아악! 으아아아악!”

그것은 플랑이 원하는 반응은 아니었고,  그녀의 몸에 전류가 흘러들어 갔다. 치지직... 직... 슈가의 토끼 귀가 바짝 들어 올려지더니, 전기충격의 순간이 지나간 뒤에는 다시 축 처져 버렸다.

“아무래도 이 즉석 재판장에서 반드시 준수되어야 할 규칙을 말씀드려야겠군요. 유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저는 판사 겸 검사로서 두 분에게 질문하고, 여러분은 그저 대답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스스로 유죄를 시인하는 것뿐입니다. 기억하기 참 쉽죠?”


공주님은 슈가가 먼저 그렇게 당한 것을 곁눈질로 흘끗 바라보시고는 오금이 저려 플랑에게 무슨 말도 하지 못했다. 덜덜덜... 설탕도, 칼디르도 아니고 또 다른 누군가에 의해 속박당한 채로 이런 꼴을 당하게  줄은 몰랐는데... 무, 무섭다... 으으... 덜덜 떨리는 공주님의 다리 사이로 노란색 오줌이 찔끔 흘러나왔다.


전기 충격에 두 번이나 당한 슈가의 입에서는 침이 줄줄 새어나왔고, 오줌보 역시 공주님보다도 더 크게 터져 버려서 팬티조차 걸치지 않은 맨엉덩이가 흥건하게 젖어버렸다. 그러나 플랑은 봐주지 않고 계속해서 판사 겸 검사로서 심문을 이어나갔다.


공주님은 순순히 자기 잘못을 시인하여- 비록 칼디르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혹 페로몬 때문에 불가항력이었다는 변명이 따라붙기는 했어도- 강제 기상 이후로는 별달리 고문을 받지 않았지만, 슈가는 영 학습효과가 없는지 계속해서 자기 잘못을 부인하면서 인간의 몸이 어느 정도의 전압까지 견뎌낼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실험의 마루타가 되어주었다.


“판, 판사  검사라니... 네년은... 인공지능 로봇 주제에 근대 형법의 원리조차 제대로 모르는 거냐...! 변호사 불러와...! 그리고 나는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재판장은 성립조차  수 없어! 유죄추정의 원칙이라니, 제기랄...”

“유언은 그것뿐인가요, 피고 슈가 아루미나?”

아아아아악! 바로 옆에서 울려 퍼지는 슈가의 비명에 공주님은 그만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말았다. 한때의 적대자이자, 지금은 불완전한 동맹관계에 있는 그녀가 칼디르를 자신의 전용 생체 오나홀로 삼으려 한 것에 대한 죗값을 치르는 모습을 보고는 원초적인 공포에 빠져 눈물까지 흘렸다.

“피고 아틀란티아 아틀라... 아니다. 풀네임은 너무 기니, 그냥 피고 아틀란티아로 칭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쨌거나, 피고는 도대체 뭘 잘했다고 눈물을 흘리시는 거죠?”

슈가에 대한 전기충격은 딱 그녀의 숨이 끊어지기 직전까지만 지속하였고, 검게 타버린 그녀의 몸은 플랑의 손길이 닿자마자 순식간에 나아버렸다. 보아하니 여기서 죽거나 할 일은 없을  같지만, 여태까지 모든 질문에 협조적으로 응해왔는데도 매섭게 따져 묻는 플랑 앞에 공주님은 눈물을 뚝 그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보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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