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3화 〉소꿉친구의 전용 생체 오나홀: 41화
슈가에 의해 구석까지 몰리는 와중에 ‘우연히’ 정신을 차린 뒤에도 기회를 엿보며 섣부르게 공격하지는 않는 공주님과, 자기 가랑이 사이에 기어들어간 공주님이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그녀의 애무를 즐기는 슈가와, 슈가의 뒤편에 기어가서 애널을 탐하고 있는 칼디르나 모두 ‘감독’이 아니라 ‘배우’에 지나지 않았다.
말인즉슨, 저들이 지금 그 자신의 성욕과 자유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실상은 이 두 초월적 존재의 손아귀 안에서 움직이는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저들은 아마 자기네들의 현란한 레즈비언 섹스에 우리의 입김이 서려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으음, 아니다. 다른 두 년은 몰라도 칼디르라면 우리의 존재 정도는 알고 있을는지도 모른다. 내 본체를 그 앞에 드러낸 적은 없지만, 그 대신이라고나 할까, 분신체를 칼디르의 앞에 드러낸 적은 있었으니까.
아리아와 버스터라 이름하는 두 관객은 저 아래 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무대 뒤편에 여전히 앉아 그 모든 광경을 여유롭게 감상하고 있었다. 개중에서도 버스터는 이번 연극을 설계한 관객 겸 감독, 아리아의 답이 안 나오는 밸런스 패치 솜씨를 보고는 조금 심기가 불편해진 듯 보였지만, 아리아는 그저 생글생글 웃고 있을 뿐이었다.
밸런스야 뭐, 내가 보기에 재미있으면 어떻게 되는 상관없는 이야기가 아닌가? 밸런스 붕괴는- 적어도 그녀의 생각에 따르면-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진정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머꼴 vs 노꼴.
이데올로기라는 것에 심히 집착하는 인간들은 어떤 문학작품의 작가가 공산주의자인가, 파시스트인가, 아니면 제국주의자인가 하는 문제로 왈가왈부하기를 좋아한다지만, 나는 감히 선언한다. 이 세상 모든 작품은 꼴리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구분할 수 있노라고.
“거참, 어느 한쪽을 답이 안 나올 정도로 너프하거나, 버프하는 방식의 밸런스 패치 방식으로는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연극’을 오래 이끌어나갈 수 없다는 걸 아는 건가, 모르는 건가?”
“글쎄, 이렇게 하면 엎치락뒤치락 피 튀기는 복수극이 이루어지는 걸 볼 수 있어서 나는 엄청 재밌는데?”
“악취미로군. 저 아래 세 사람은 자기가 누군가에게 조종당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을 텐데...”
작품 창작 면에서 아리아보다는 좀 더 바람직한 관점을 가진 버스터가 그 문제를 짚어주었지만, 그에 응수하는 아리아의 목소리는 여전히 여유로웠고 버스터는 그녀의 뻔뻔한 태도에 질렸다는 듯이 혀를 내둘렀다. 자기 보지가 꼴리기만 하면 저 아래에 있는 이들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것인가?
버스터, 표정을 보아하니 굉장히 꼬와 보이는군. 응~ 꼬우면 너도 우주 하나 따로 파서 저기서 놀든가~ 설령 내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들, 버스터와 같은 일반 관객 ‘따위’에게는 불만을 제기할 권리 같은 것은 없다.
아리아가 생각하기에, 어떤 작품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관한 문제에서는 해당 작품의 감독이 무한한 권력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지 않는다면 후원자나 배우들에 의해 휘둘려서 작품이 사분오열되고 말 테니까.
아리아의 성격을 고려한다면 쉬이 묵살해버릴 수는 없는 후원자가 존재했다고 하더라도 의식의 흐름대로 연극을 밀어붙였겠지. 그리고 지금은 어차피 상업적 이익을 얻기 위해 연극을 펼치고 있는 건 아니기도 하니, 내가 혹평을 가한다고 하더라도 자기가 손해 볼 것은 없다... 뭐 이런 건가? 버스터의 눈초리가 살짝 날카로워졌다.
아리아는 자신의 권능으로 현실 우주를 창조하여 그 거대한 공간을 무대로 삼고 거기에서 살아가는 지적 생명체들을 배우로 올린 다음 감독의 권리를 앞세워 갖가지 횡포를 부리는 것을 즐겨왔고, 칼디르가 여주인공으로서 열연을 펼치고 있는 이번 우주 역시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가장 먼저, 정해진 운명에 따르면 최고 등급의 초능력자가 아니라 그보다 한수 처지는- 그 역시 비 능력자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강력한 건 마찬가지지만- 능력자로 태어나야 했을 칼디르가 제 어미의 배 속에 들어있을 적에 초능력 에너지를 주입해주어 운명을 뒤바꾸어버린 것은 아리아였다.
뭐, 칼디르가 친어미가 아닌 양 어미 아스트라 대령의 아래에서 자랐다는 사실을 되새김질하고 보면 아리아의 행위가 그녀에게 어떤 문제를 일으켰는지는 짐작할 만할 것이다. 비능력자의 연약하기 짝이 없는 몸으로는 내가 주입해주는 초능력 에너지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겠지.
그다음 친구들과 함께 조용히 잘 지내고 있던 칼디르의 젖가슴 깊은 곳에 잠재해있던 마조 본능을 일깨워 공주님이 있는 지구로 향하게 한 것도, 칼디르와 공주님 사이의 어마무시한 초능력 격차를 메꾸어 공주님이 칼디르의 육신에 이어 정신마저 (한때나마) 손에 쥘 수 있게 했던 것도.
서큐버스로서의 정체성을 각성한 공주님과 비능력자인 슈가를 그대로 맞붙이면 슈가가 너무 불리할 것 같다면서 그녀가 대 능력자용 능력을 각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도, 또 지금은 공주님이 너무 불리해 보인다며 슈가를 향한 관심을 다시 거두어들일 듯 말 듯한 낌새를 보이는 것도.
그 모든 것은 아리아에 배후에서 조종하여 일어난 일들이었다. 아리아의 작품 설계란 대개 그러했다. 양쪽 모두가 대등한 대결을 펼칠 수 있도록 적절한 균형점을 찾기보다는, 하향평준화나 상향평준화를 거듭하면서 배우들 간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는 것을 보며 아리아는 희열을 느꼈다.
악취미. 버스터의 말에는 한 점 틀림이 없었다. 아리아가 그저 지루한 삶을 일깨워줄 만한 재미를 얻고자 배후에서 모든 일을 조종하는 동안, 아무것도 모른 채 덤터기를 쓰고, 심하면 목숨을 잃기까지 하는 것은 하위차원의 생명체들이었다.
“자, 이제는 저 슈가라는 아이에게도 충분히 시간을 주었으니까. 이제는 공주님께서 활약하실 시간이다. 잠에서 깨어나라, 공주여!”
아리아의 외침을 들었는지, 약물과 알코올에 취해 해롱거리던 공주님의 정신이 완전히 깨어났고 아랫배에 새겨졌던 자궁 문신도 말끔히 지워졌다. 자기 몸에 대한 통제권을 완전히 되찾으신 공주님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슈가의 보지를 향해 날려 보낸 감상평은 이러했다: 으윽, 나는 여태 이런 걸 좋다고 빨아대고 있었던 거야?
역겹다. 어떻게 한 건지는 몰라도- 이제 내 몸의 통제권을 완전히 되찾은 것 같은데 복수는커녕 너무 역겨워서 토가 나올 것만 같아. 우욱... 숲처럼 수북이 난 보지 털 곳곳에 묻은 땀, 냉, 오줌, 애액, 그외 각종 체액의 냄새 앞에 공주님은 헛구역질을 참지 못했다.
씨, 씨발년... 보빨을 시킬 거면 나처럼 왁싱이라도 하고 다닐 것이지... 이런 털 지갑을 무식하게 사람 입에다가 가져다 댈 생각을 하다니. 술과 마약에 쩔어 있던 상태라면 모를까, 맨정신으로는 이 따위 것을 도저히 빨 자신이 나지 않는다.
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아, 그, 그래... 이제야 새록새록 떠오르는 기억의 파도- 칼디르에게 이별 통보를 받았던 일, 강제 질내사정을 당하고 나서 몇 번이고 보지에 덮쳐졌던 일, 레즈비언 바에 가서 몸을 팔았던 일, 일을 잘 마친 뒤에 저 설탕년한테 칭찬받아 좋다고 꼬리 쳤던 일- 앞에 머리가 깨어질 것만 같았다.
슈가는 공주님이 자기 클리토리스를 간질여주다 말고 혀를 멈춰 세우고 나서야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한참 껄떡이던 고개를 아래로 내리고 공주님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이년이 지금 나하고 장난치는 건가? 암 노예 주제에 재빨리 혀를 놀리지 않고... 뭐하...?
조금 전까지만 했어도 공주년의 눈깔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던 하트 문양을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처럼 날카로운 눈동자에서는 오직 경멸의 감정만을 읽어낼 수 있었다.
‘제, 제길...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내 몸에 깃들었던 능력의 기운이 사라졌어?’
안전장치마저 제거된 이상, 여기서 저 요물이 나를 덮친다고 하더라도 막을 방법은 없다. 슈가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져서 공주님의 머리 끄댕이를 잡고 자기 보지에서 떨어뜨려 놓으려고 했지만, 공주님이 더 빨랐다.
“아아악! 이 미친년이 겁대가리를 잃었나! 이빨로 보짓살 깨물지 마!”
위기감을 느낀 슈가가 팔꿈치로 공주님의 정수리를 마구 쳤지만, 그녀는 슈가의 보짓살을 놓치지 않고 두 팔로 다리를 꽉 붙들고는 그대로 밀어붙여 쓰러뜨렸다. 우물우물... 내가 너한테 당한 게 얼만데! 놓칠 것 같아!
“어? 갑자기 이게 무슨... 슈, 슈가야...? 악!”
“으아악, 미친 공주년아! 미, 밀지마! 쓰, 쓰러진다앗! 조심해, 칼디르!”
우당탕...! 슈가의 뒤에 있던 칼디르는 얼떨결에 그녀의 밑에 깔려 기절해버렸고, 슈가의 무효화 능력이 사그라졌는지 공주님이 새겨둔 자궁 문신에 다시 빛이 들어왔다. 공주님께서 칼디르의 육신에 뻗쳐둔 통제권도 다시 그녀의 손에 돌아온 것 같았다.
그뿐이 아니었다. 슈가가 공주님의 흔적을 지운답시고 해놓은 짓거리들- 공주님의 자궁 문신 위에 덧새긴 자궁 문신이라든지-이 하나둘씩 사르르 녹아 없어졌다. 꿈만 같은 일이었다. 남아있는 것은 쓰러진 상태에서도 여전히 소리치며 저항하는 설탕년뿐이었다.
“으으윽... 한창 좋을 때였는데 갑자기 정신을 차려서는... 너도 좋다고 내 보지 마구 빨아댄 주제에 인제 와서 마음 바꾸고 저항하는 거냐!”
“닥쳐... 닥치라고...! 감히 내 뱃속에 그따위 더러운 씨앗을 집어넣다니... 이제 그 대가를 치를 시간이다!”
뿌드득... 공주님께서 이빨을 단단히 깨무시는 소리가 들렸다. 내 처녀막에 손을 댄 저년도 저년이지만, 멋대로 나를 차서 미치게 한 칼디르도 간단히 용서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 저 두 년을 한데 묶어서 벌을 줘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
“크윽, 나는 절대로 너한테 간단히 당하지는 않을...”
큥... 큥... 큥...♥ 슈가의 아랫배에 진한 핑크 빛깔을 띤 음문이 각인되었다. 장엄한 투로 말한 것과는 다르게 슈가는 너무나도 쉽게 당하고 말았다. 이제 자궁 깊은 곳에서부터 섹스가 고파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햐으으윽...?! 헤응...?! 뭐, 머야아, 자궁 너무 뜨거워서, 참을 수가 없...
슈가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저항하려 했지만, 아리아의 가호가 사라진 이상 서큐버스 특유의 능력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그녀의 눈꺼풀은 무겁게 가라앉았고, 다시 떴을 때쯤에는 공주님의 처절한 복수극이 시작된 뒤일 것이었다. 이제 리벤지 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