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화 〉소꿉친구의 전용 생체 오나홀: 21화
굳게 닫힌 채로 몇 시간째 그 어떤 이의 방문도 받아들이지 않은 공주님의 방문. 쾅쾅쾅! 야심한 밤, 뜻밖에 찾아온 손님을 향해서도 문은 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지이잉... 푸화하학...! 이상한 소리와 함께 문에 레이저 검이 꽂히더니, 사람이 출입할 수 있을 정도로 큰 구멍이 뚫렸고, 직사각형으로 잘려나간 문이 안쪽으로 쓰러지며 큰 소리가 났다.
틱. 문이 열리자 공주님으로부터 초대를 받지 못한 불청객들이 곧바로 들어왔지만, 가장 먼저 진입한 로봇의 발목에 얇은 실이 걸리는 듯하더니, 앞쪽에서 단단한 쇠 구슬이 무수히 많이 날아왔다. 그러나 불청객을 위해 준비된 함정은 로봇 쪽에서 전개한 보호막에 간단히 막히며 무위로 돌아가 버렸다.
주변으로 퍼지기도 전에 허공중에서 염동력에 사로잡힌 자탄들은 후두둑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고, 다친 사람이나 망가진 로봇은 없었다.
“이런 씨발, 어디 사는 미친년이 자기 방에다가 크레모아를 깔아놓는 거지?”
자기보다 키가 큰 로봇의 뒤를 따라 방안으로 들어온 토끼 귀 소녀가 내뱉은 말이었다. 방에 불이 꺼져 있어서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발목 높이에 설치된 인계철선과 함께 실로 절묘한 위치에서 기다리고 있던 크레모아의 존재에 심히 당황한 듯했다. 아틀란티아인지 뭔지, 군필 여중생이었나? 크레모아 설치가 아주 제대로네?
“뒤로 물러서십시오, 슈가님. 아직 뭔가 더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랬다. 맨 앞에 선 것은 오로라였다. 그녀가 그렇게 말을 내뱉으면서 앞으로 한 발짝 내딛자마자 로봇 자매를 노리고 설치한 듯한 EMP탄이 터졌다. 이 역시 EMP 방호처리가 되어있던 자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타타타타-! 오로라가 코웃음을 치며 계속해서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자, 크레모아 인계철선처럼 딱 발목 높이에 설치된 선들이 걸리더니 한쪽에서는 중기관총의 세례가, 다른 쪽에서는 로켓포 탄이 날아왔다.
“아니, 이년이! 폐가도 아니고, 자기 방에서 시가전을 치르는 거야, 뭐야?”
“언니의 경쟁자로 떠오른 사람도 언니 못지않게 소유욕이 강한 모양이네...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오로라 언니야, 맨 앞에 서서 괜찮은지 모르겠네...”
오로라가 앞장서서 그 모든 공격을 맞아준 바람에 슈가, 솔트, 플랑은 여유롭게 떠들어대면서 입장할 수 있었다. 함정 한 번 살벌하군... 불은 왜 꺼둔 거야... 아, 스위치가 여기에 있었네. 팟! 슈가가 벽 쪽으로 걸어가서 불을 켰을 때쯤, 아틀란티아 공주님께서 손수 설치해두신 함정은 오로라에 의해 모두 철거되어버렸다.
불을 켜고 보니, 오로라를 향해 날아든 로켓포탄과 기관총탄은 죄다 다른 공간으로 빨려 들어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오로라는 다친 곳 하나 없이 무사했다. 문제는 이 방 안에 있을 줄 알았던 공주님과 칼디르 역시 어디로 사라진 듯,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뭐야? 방안에 없네? 여기는 궁궐에 있는 방과는 다르게 숨어있을 만한 곳도 없어 보이는데...”
“언니, 그렇게 소리 내서 말해도 되는 거야? 지금도 어디 숨어서 우리를 지켜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뭐, 지가 우리를 감시하고 있으면 어쩔 거야? 오로라가 앞장서서 그년이 설치한 함정을 다 철거해줬는데.”
솔트가 나를 걱정해주는 듯한 말에 그렇게 당당하게 대답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거니까 고문도구와 함께 트렁크에 넣어서 챙겨온 권총을 꺼내어 손에 쥐었다. 반동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기는 했지만, 음모의 소굴에 몸을 들인 이상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솔트, 너를 위해 권총을 하나 더 챙겨 왔으니까 플랑이랑 같이 문 쪽에 가서 혹시 이쪽으로 달려오는 사람이 있나 없나 살펴봐!”
오로라가 함정을 제거하는 동안 귀를 찢는 듯한 폭음이 멀리까지 퍼져 나가지 않도록 어련히 알아서 잘 조치했을 거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마치 자기가 방 안에 숨어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듯이 연기하면서 방문 쪽에서 들이치는 작전일 수도 있으니까 뒤통수에 대비할 필요는 있었다.
“플랑, 우리가 권총의 반동을 견뎌낼 수 있을까?”
“그, 글쎄요, 솔트님...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호신용 무기의 역할은 해낼 수 있을지도... 일단 문 쪽으로 가봐요!”
허겁지겁 제 위치로 뛰어가는 솔트와 플랑을 뒤로 한 채, 슈가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여기서는... 숨어있을 만한 곳이... 옷장이랑 화장실 정도뿐인 것 같다. 두 년의 젖통 크기를 고려하면 침대 밑에 숨어드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고... 오로라에게 화장실을 맡기고, 내가 옷장을 열어보기로 한다.
“어서 튀어나와, 이년아! 여기 숨어있는 거 다 알고 왔어!”
옷장이 여러 개 있는 것도 아니겠다, 자신만만하게 권총을 겨누며 옷장 문을 열어젖힌 슈가는 막상 안에 아무것도 없자 표정을 일그러뜨리고는 화장실 안으로 들어간 오로라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쪽에도 아무도 없는 듯, 오로라가 난감해 했다.
“화장실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슈가님. 옷장에도... 없나요?”
“여기에도 없어? 그러면 더 가볼 만한 곳도 없는데... 또 칼디르 찾아 외계 행성들을 떠돌아다녀야 하나?”
그건 싫은데... 용암 행성, 사막 행성, 바다 행성, 정글 행성, 얼음 행성... 그런 곳들을 다시 가보기는 싫단 말이야. 칼디르를 찾아서 스무 개가 넘어가는 행성을 돌아봤으면 충분한 거 아니야?
바로 그 순간, 슈가의 아랫배에 뭔가 큰 충격이 가해졌고 슈가는 그대로 쓰러져 버리면서 권총을 놓치고 말았다. 어째 옷장 안에 들어있던 이불이 뭔가에 눌리고 있는 듯, 반원형으로 움푹 파여 들어가 있다 했더니... 공주님과 칼디르가 몸을 투명하게 만든 채로 그 안에 숨어 있었던 것 같다. 제, 제기랄... 그걸 왜 못 본 거지...?
“아...? 이거 뭐야...? 아랫배에 문신? 나, 이런 거 새긴 적 없... 흐아아앗...!”
슈가가 자기 아랫배에 눈길을 돌리자, 거기에는 칼디르의 아랫배에 새겨진 것과 비슷한 모양의 문신이 그려져 있었다. 그 어떤 방법을 써도 지울 수 없는 절대음문은 이미 칼디르에게 사용한바, 슈가의 아랫배에 새겨진 것은 얼마든지 지울 수 있는 일반음문이었지만... 발가락 꼼지락 거리면서 풀썩 주저앉기에는 충분했다.
타인의 능력을 봉인할 수 있는 능력을 각성하고도 이런 얕은 수에 당하다니... 아아아앗...! 하지마...! 자궁 쥐어짜지 마아아...! 슈가의 아랫배에 완전히 뿌리 내린 음문이 밝게 빛나면서 슈가에게 성적 쾌락을 제공하였고,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린 솔트와 플랑은 어찌할 줄을 몰라 했다.
“뭐야, 완전 긴장해서 함정이란 함정은 다 깔아놨는데... 완전 허접하잖아?”
스르르륵... 공주님과 칼디르가 투명 상태를 풀고는 옷장 안에서 기어 나왔고, 공주님께서는 무릎을 꿇어버린 슈가 앞에 똑바로 섰다. 하아, 하아...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 능력 봉인...! 아...? 내 아랫배에 이미 새겨진 자궁문신은... 이 능력으로 해제할 수 없어...?
“이... 새끼... 당장 이거 풀엇...!”
사실 나는 적외선 센서 덕분에 낌새를 알아차린 지 오래지만... 모른 척 한 보람이 있구만. 공주님께 자궁문신을 각인 당해 온몸을 부르르 떨고 애액을 뿜어내면서도 독설을 멈추지 않는 슈가의 모습은... 뭐랄까, 굉장히 꼴렸다.
보지에 자지를 비벼대며 자기 처녀막을 빼앗으려는 배불뚝이 아저씨에게 자기 마음만은 빼앗을 수 없을 거라고 일갈하는 작은 소녀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실상은? 응~ 얼굴이 확 붉어져서 느끼고 있는 거 다 보이거든?
“뭘 풀어달라는 거야? 아... 혹시 이거?”
“흐아아앗... 개, 개 같은 년... 죽여 버리고 말겠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처음 생각대로 옷장에 숨어 있다가 슈가를 포획하는 데 성공한 공주님께서 슈가의 아랫배- 일자 복근을 자랑하는 칼디르와는 다르게 살집이 귀엽게 잡혀 있는-를 툭하고 발로 건드려 주시자, 슈가의 몸에 닭살이 일어났다.
자궁문신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능력 봉인이고 나발이고, 이렇게 방심한 틈을 타서 아랫배에 멋지게 새겨주면 그 어떤 여자라도 감히 저항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저 내가 내리는 명령에 따라 팔을 들어 올리고 맨 겨드랑이를 보여줄 수밖에는 없다.
“아주 멋진 겨드랑이네... 우리 마키처럼 깨끗하게 깎아놨네... 아, 그래. 모처럼 소꿉친구끼리 만났는데 인사해야지. 자, 마키야?”
“마, 마키라니... 그게 무슨...”
공주님의 뒤편에 서있던 칼디르가 공주님의 호출을 받고 슈가의 앞쪽으로 걸어 나왔다. 실로 오랜만에 이루어진 소꿉친구와의 만남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누구는 서큐버스처럼 날개와 꼬리를 몸에 달고 있고, 또 누구는 자궁문신 각인 당한 채로 무릎 꿇고 팔을 들어 올리고 있으니... 재회의 기쁨이고 뭐고 없었다.
“아, 안녕하세요... 슈가...님...? 아틀란티아 주인님의 봊집, 마키라고 해요.”
“칼...디...르... 너 지금 그게 무슨... 그동안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슈가는 너무 놀란 나머지 입을 떡하니 벌리고 말았다. 우리가 떨어져 지낸 지 이제 한 달도 되지 않았고, 끽해야 2주 정도 된 것 같은데... 유두에는 피어싱을 달고 있고, 아랫배에는 내 배에 새겨진 것보다 더 화려한 문양을 새겼고... 아아... 내가 너무 늦고 말았구나. 슈가는 그만 절망하고 말았다.
트렁크 안에 꽉꽉 채워 가져온 무기는 이제 아무런 쓸모도 없게 되었다. 전투에 관해서는 그다지 일가견이 없는 플랑이나, 몸집이 작은 솔트가 저년을 상대로 육박전을 벌여서 이길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그래, 오로라... 오로라가 남아있었지...!
“오로라... 아, 아니... 오로라니임...! 도와주세요... 제발...!”
“흐음... 글쎄요... 자신만만하게 옷장을 열어젖히신 건 슈가님이 아니시던가요?”
그냥 이름으로만 부르면 거절해버릴 것 같아서 오로라를 높여 부른 슈가였지만, 돌아오는 것은 냉혹한 거절의사뿐이었다. 오로라가 뜸을 뜰이고, 솔트와 플랑도 뭔가 수를 쓰지 못하는 사이 공주님께서는 슈가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서 그녀가 입고 있던 티셔츠를 뜯어서 속옷 차림으로 만들어 버렸다.
부들부들... 슈가가 수치심에 못 이겨 공주님을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았지만, 오픈 브래지어랑 가슴골 드러낸 채로 그런 표정 지어봐야 위협이 될 리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