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화 〉소꿉친구의 전용 생체 오나홀: 20화
자기 딸이 자기를 구해줬다는 소녀와 같은 방에 들어가서 지금쯤 잘 쉬고 있겠거니 생각하며 일에 집중하는 서기장이었지만, 실상은 달랐다. 그는 자기 딸이 방 안에서 소녀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가하고, 그 소녀의 소꿉친구가 자기 딸에게 칼빵을 멕여 주려고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 사실을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서기장 동지, 어쩐 일로 이렇게 다 연락을 주셨습니까? 오늘은 정기 연락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아, 육군원수. 실은 긴급한 일이라 이렇게 연락을 드리게 되었소.”
그리하여 서기장은 정말로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화면 너머, 임시 서기장에게 육군원수라 호명된 남자, 그로즈니. 그를 수식하는 별칭은 참으로 많았다: 카이저의 소방수, 전선의 수호자, 방어전의 마스터, 방어의 사자, 마법사... 방어전에 특히 뛰어난 듯하면서도 공세에서도 환상적인 기동을 선보이는 그에게 걸맞은 별칭들이었다.
“긴급한 일이라... 혹시 전쟁 수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소식은 아니겠지요?”
“병부대신, 그 점이라면 걱정할 것이 없소. 오히려 그 반대요, 반대. 내가 지금 전해주려는 소식은 향후 우리의 전쟁 수행에 크나큰 도움이 될 만한 소식이오.”
전(前) 병부대신 쿼크가 급작스럽게 이루어진 서기장의 연락에 우려를 표했지만, 서기장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고 쿼크 역시 그것을 보고는 안심할 수 있었다. 쿼크 역시 육군 장성 출신으로, 그로즈니와는 다르게 야전에서는 그다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군수물자 생산이나 보급 등의 분야에서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 바 있었다.
군사에 관한 한 서기장 본인보다도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그들에게 칼디르의 설계도 파일들이 넘어갔다. 쿼크에게도 같은 자료가 넘어갔고, 두 사람은 그 설계도의 정밀함과 테스트 자료의 존재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것들이 다... 어디에서 난 자료입니까? 제삼국의 자료입니까? 아니면 서기장 동지 휘하의 병기국에서...”
“전부 다 아니요, 육군원수. 카테스 제국 외에 우리나라에 호의적인 나라가 어디 있다고 제삼국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겠소? 그리고 우리 병기국은 전선유지에만 급급할 뿐, 신병기 개발에 투자할 만큼의 여력은 없는 상태요. 이것들은 전부 15살짜리 소녀가 만들어낸 설계도다, 이 말이오. 믿을 수 없겠지만, 이게 사실이요.”
이어서 서기장이 칼디르가 해준 말들을 쭉 풀어서 설명해주자, 두 사람은 그 나잇대에 보기 드문 애국자라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런 그들에게 서기장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테스트용 무기를 생산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이미 우리 측 병기국에서는 이 설계도를 바탕으로 하여 성능 테스트용 분량만큼의 병기를 생산해내는 작업에 착수했소. 그 칼디르라는 소녀가 실험 데이터를 건네주면서 50조 명의 병력을 완전 무장시킬 수 있을 만큼의 병기를 즉시 공급할 수 있다는 말까지 했지만, 그 말을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지... 우리 쪽에서도 실험해보는 것이 좋지 않겠소?”
“서기장 동지의 의중은 잘 알겠습니다. 이 설계도를 바탕으로 당장 모든 생산라인을 개편하기는 어렵지만, 테스트용 병기 생산 정도라면... 생산라인에 큰 무리를 주지 않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보급과 부대 편성의 명수라는 쿼크가 먼저 긍정적인 의견을 표했고, 그로즈니 역시 이게 사실이라면 좋고 거짓이라고 해도 테스트 정도는 한 번 해볼 만하다고 답하였다. 살면서 이 정도 도박은 해 볼 만하지 않겠는가?
“음? 서기장 동지, 병기 설계도 외에도 다른 물품의 설계도도 섞여 있군요. 이것들 역시도 칼디르라는 소녀가 전해준 설계도입니까?”
칼디르는 사람들을 죽이기 위한 병기만을 만들어내지는 않았다. 수많은 사람을 살려낼 수 있는 물품들- 백신, 치료제, 의료기기, 테라포밍 장치, 신종 벼 등등- 역시 만들어냈고, 금전적 요구는 일절 없이 그 모든 것을 서기장에게 넘겨준 바 있었다.
말 위에 탄 군인은 적군을 쓸어 없앨 수 있어도, 굶주리고 병들어 죽어가는 제 백성을 살려낼 수는 없는 법. 그로즈니는 이에 100년이 넘어가는 군 생활 동안의 소회- 더 많은 사람을 구해내지 못했다는-를 털어놓았고, 쿼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의욕이 차올라서 이것들의 테스트 역시 진행해보겠노라고 말했다.
“그리하는 편이 좋을 것이오. 총칼로는 당장 죽어가는 우리 인민을 살릴 수 없는 법이니까. 나는 칼디르라는 소녀를 전적으로 믿소. 설혹 내 믿음이 잘못된 것이었다는 것이 훗날에 밝혀지더라도, 작금의 일은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할 것이오.”
서기장의 당부를 마지막으로, 그로즈니와 쿼크는 연락을 끊었다. 두 사람 모두 이제는 ‘황태자 저하’라는 호칭보다는 ‘서기장 동지’라는 호칭에 익숙해진 듯, 연락을 끊으면서도 황태자니 뭐니 하는 소리는 입 밖에도 내지 않았다.
“후우, 우리 공학자들과 과학자들이 하루빨리 성과를 내야 할 텐데... 한 번 마음을 급하게 먹으니 너무 서두르게 되는군.”
서기장은 두 사람과의 연락을 끊은 뒤에도 집무실을 돌아다니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단 하루라도 빠르게 우리 인민에게 휴식을 주어야만 한다... 단 하루라도 빠르게. 그리하여 줄일 수 있는 인명피해가 얼마나 될 것인가?
도저히 안심되지 않아 병기국과 연구실에 또다시 전화를 걸어대는 서기장의 집무실에서 눈을 돌려 조금 걸어가면, 공주님과 칼디르가 머무르는 방이 나온다. 자기 아빠가 이 나라의 명운을 건 진지한 고민에 휩싸여있는 동안에도, 공주님께서는 칼디르와 섹스를 이어나가느라고 정신없이 바빴다.
이제는 칼디르가 자기를 복상사시키려 했다는 이유로 폭행을 가하던 것도 멈추고 칼디르의 옆에 누운 채 숨을 고르고 계셨으니 한참 달릴 때보다는 덜 바쁘다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도 온몸에 피멍이 든 칼디르의 몸을 감상하느라 바쁘셨다.
“이제야 속이 시원하네... 우리 마키, 섹스 최적화 겸 임신 최적화 몸매인 줄로만 알았더니... 줘팸 최적화 몸매까지 겸하고 있었네?”
섹최몸, 임최몸, 줘최몸. 그것은 공주님께서 칼디르를 위해 바칠 수 있는 최고의 찬사였다. 공주님이 찬사를 날리거나 말거나, 칼디르는 뚜드려 맞는 동시에 공주님의 보지로 자기 보지를 겁탈당한 여운에 겨워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공주님께서 딜도를 장착하고 계셨을 때는 이쪽에서 오히려 주도적으로 허리를 흔들어댔는데, 딜도를 빼내고 나서는 바로 구석까지 몰려서... 체술과는 그다지 인연이 없어 보이는 공주님으로부터 믿을 수 없는 파워로 얻어맞아 몇 번이고 절정하고 말았다.
섹스를 즐기는 와중에 목이 졸리는 것만으로도 오줌보를 터뜨리는 칼디르에게 실시간으로 가해지는 폭행은 새로운 경험이라고 할 수 있었다. 흐에에에... 쿨럭, 쿨럭... 기침에 피까지 묻어나오는 걸 봐서는 겉에 피멍만 든 게 아니라, 안까지 상한 것 같았다. 나, 정말 심하게 얻어맞기는 했구나.
“엄살 부리지 마. 마음만 먹으면 이렇게 되지 않도록 신체를 강화할 수도 있고, 그것도 싫으면 스스로 몸을 고칠 수도 있었잖아? 다 네가 자초한 거야, 이 암퇘지 년아.”
“흐으윽... 주인님... 키스해주세요...”
공주님께서 자기를 매도하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칼디르는 키스를 요구해왔다. 염치도 없고 자존심도 없는 암 노예의 요구에 공주님께서는 기꺼이 반응해주셨고, 칼디르의 혀에 새겨져 있는 하트 문신에 혀를 가져다 대어 넘쳐흐르는 음기를 흡입하셨다. 칼디르가 자기 몸에서 음기고 양기고 죄다 빨아들인 데 대한 복수였다.
하트 문신. 음기를 흡수하기 쉬운 부위 중 하나. 다만 공주님께서는 거기만 건드리지는 않고, 칼디르의 혀를 전체적으로 쓸어 담으시면서 키스의 즐거움 또한 충분히 만끽하셨다. 하트 문신에 가만히 혀를 대고만 있는 건 영 심심하지. 칼디르의 음기... 이렇게 먹으니까 더 맛있어...
하지만 칼디르는 체내의 음기가 마를 일이 없는, 무한동력 배터리나 다름없었다. 초능력자의 신체는 참으로 경이로웠다. 퍼올려도, 퍼올려도 항상 가득차 있는 우물. 칼디르에게 이동식 모유통에 음기 배터리를 겸하게 한다면, 앞으로 배고파 죽을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내가 역으로 빨려 죽을 수도 있다는 부분에서는 조심해야겠지만 말이야... 딜도를 쓸 때 쓰더라도, 생체 에너지를 사용하는 딜도는 절대로 쓰지 말자. 머릿속에 저장. 여학생 역할을 맡은 건 칼디르인데, 정작 오늘밤의 섹스에서 뭔가를 배워가는 것은 공주님이었다.
“푸하아... 방금 너를 죽일 뜻이 팬 내게 먼저 키스를 요구해오다니... 사랑스럽게 대해주는 것보다 억지로 겁간해주는 걸 더 좋아하는 거야?”
“네에... 주인님... 저, 억지로 당하는 게... 더 좋아요... 흐으읏...!”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의 혀를 일방적으로 농락하는 강압적인 키스를 끝내고 칼디르가 말하기를, 억지로 당하는 게 더 좋다길래 공주님은 피멍으로 물든 소녀의 아랫배에 배빵 한 방을 추가해주셨다. 동시에 애액 한 바가지가 침대 매트리스 위에 덧입혀졌다. 너처럼 그렇게 막 싸대다가는, 애액 코팅이 침대 두께보다 두꺼워지겠다, 응?
“그나저나 내가 너랑 그렇게 진탕 즐겨대고... 너를 후드려 팰 동안에도... 그 슈가인지 뭔지 하는 네 친구는 코빼기도 안 보이네... 여기에 오기는 오려나?”
공주님께서 딴청을 부리며 침대에서 상체만 일으킨 채로 문을 바라보았지만, 문은 여전히 열릴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바깥에서 무슨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하긴 이 행성 기준으로는 다들 잘 시간이니까, 어지간해서는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을 수밖에 없었지만.
“네? 슈가라니요...? 그게... 누구지요, 주인님? 제게는 주인님밖에 없는데... 제게 소꿉친구가 있었나요...?”
스르륵... 어느샌가 스스로 몸의 상처를 회복하고 공주님의 품에 안겨오는 칼디르도 영 엉뚱한 말을 했다. 아무리 철저히 조련 당했다고 하더라도 15년 지기 친구를 잊어버렸다니? 네 친구가 들으면 슬퍼하겠다.
그런데 내 알 바는 아니지. 공주님께서는 손을 뒤로 돌려 칼디르의 풍만한 엉덩이를 주물럭거리셨고, 칼디르는 잠시 흠칫거렸을 뿐 그 손짓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이러고 있으니까 복상사 당할 뻔해서 팍 나빠진 기분도 다시 좋아지네... 마음이 다 따뜻해지는 것 같아.
“흐음, 보통 내가 이런 말을 하면 그년이 내 앞에 떡하니 나타나 주는 게 클리셰 아니던가... 혹시 모르니까 옷장 속에 숨어있을까?”
공주님의 직감은 정확하게 들어맞고 있었다. 슈가 일행은 이제 칼디르의 행성요새에서 챙겨온 여러 고문도구들과 흉기를 들고서 행정청 정문을 통과하여 그녀의 방이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와 있었고, 공주님께서도 불청객을 맞이하기 위해 불을 끄고 몽마의 권역에다 넣어온 시가전 종합 선물 세트를 꺼내 드셨다. 바야흐로 전쟁의 서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