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화 〉소꿉친구의 전용 생체 오나홀: 9화
감히 내 허락도 받지 않고 지 마음대로 남의 집 섹스 전담 메이드로 취직해버린 칼디르를 다시 붙잡아와 내 전용 생체 오나홀로 만들어버리고 매일 같이 밑에 깔아놓고 겁탈하며 여생을 즐긴다는 일련의 계획은 초장부터 어긋난 것만 같았다.
처음에는 제법 자신 있게 칼디르가 있을 만한 위치를 추측해내던 오로라의 목소리는 갈수록 수그러들어 갔으며, 칼디르와 15년을 함께 하면서 못 볼 꼴도 본 나도 칼디르 이년이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오로라의 손을 잡고 워프를 뛰어 도착한 행성에서 칼디르의 사진을 들고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일일이 물어보기까지 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오로라의 통역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오로라가 없었더라면 말조차 걸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저기, 혹시... 이렇게 생긴 여자아이를 못 보셨나요? 이름은 칼디르 아스트라라고 하구... 젖통이랑 빵댕이가 많이 커요. 막... 이렇게...”
슈가는 그 엄청난 소유욕으로 인해 칼디르의 모습을 외간 남자들에게 보여주기 싫다는 감정과, 어느 정도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칼디르를 되찾아와야만 한다는 감정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그 결과, 칼디르의 얼굴만 나와 있는 사진을 사람들 앞에서 흔들어 보이면서 손으로 칼디르의 엄청난 굴곡을 묘사하기에 이르렀다.
“글쎄... 그런 이름을 가진 여자아이는 본 적이 없는데.”
“그래, 얼굴도 처음 보는 것 같고 말이야. 이건 이 근방 행성계에서는 흔치 않은 생김새 아닌가? 이곳보다는, 그... 태양계 쪽 사람 같아 보이는데.”
“응? 칼디르? 내가 아는 칼디르라면... ‘칼디르 칵테일’밖에는 없는데. 그나저나 사진이 참... 예쁘구나.”
슈가가 솔트, 오로라, 플랑에게 심부름을 시켜가면서까지 수소문하고 다니면서 얻어낸 성과는 진짜로 별 것 없었다. 끽해야 칼디르의 이름을 따온 것만 같은 마약이 요즘 이 바닥에서 핫하다는 정보만을 얻을 수 있을 뿐이었다.
아니, 나도 칼디르가 마약과도 같은 여자라는 걸 인정하는 부분이지만, 칼디르가 이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었던가? 혹시나 그 최신 마약에서 단서를 찾아낼 수 있을까 싶어서 오로라를 시켜서 하나 얻어오게 하여 주사기 뚜껑을 열고 냄새를 맡아본 결과...
“흐응... 응... 그래, 이 냄새야. 칼디르의 몸에서 풍겨나오는 것보다는 연하긴 하지만, 이건 분명 칼디르의 체취야.”
칼디르의 페로몬에 흠뻑 취해서 실신까지 해본 경험자로서 이거 하나는 장담할 수 있는데, 이런 물건이 마약 거래 시장에 풀렸다면, 그러잖아도 막장이던 치안이 더더욱 안 좋아질 것만 같았다.
“제기랄, 최초 제작자가 누구인지는 관심 없으니까 빨리 본국으로 제조법을 전송하기나 하시오!”
“제 정신이오? 이 마약을 우리 총독부에서 꽉 붙들고 있으면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이 얼마인데... 그동안 본국에서 우리 총독부를 위해서 해준 게 뭐가 있다고 그러시오?”
슈가의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고 있었다. 단순히 치안이 좀 더 안 좋아지고 말고 하는 수준이 아니라, 가뜩이나 수입이 안 나오던 식민지에서 새 돈줄이 생겼다는 소문에 아틀란티스 총독부와 루시드 제국 본국 정부의 사이가 악화될 정도로 ‘칼디르 칵테일’의 존재감은 어마어마했다.
총독부는 아틀란티스의 유력 귀족들과 협력하여 이 물건을 팔아서 자기네들이 부리는 사치에 보태기를 바랐고, 본국 정부는 공황에 빠진 경기를 조금이나마 일으켜보고자 했다. 이 문제를 시발점으로 하여 곳곳에서 이해관계를 놓고 충돌이 일어나기 시작했으며, 두 조직 간의 심리적 거리는 그 물리적 거리- 은하와 은하 사이 수백만 광년-만큼이나 멀어져 갔다.
“아저씨들... 칼디르 언니야를 찾는 데 협조해주시면... 제 귀여운 엉덩이, 한 번 대드릴게요... 도와주실 수 없을까요?”
“도와줄 수 없겠느냐고? 안 될 게 뭐 있냐! 사람 하나 찾는 것쯤, 어려울 것도 없지!”
그 두 조직이 눈앞의 돈줄에 멀어 국정운영과 치안유지를 뒷전으로 미루면 미룰수록, 슈가 일행은 좀 더 대담한 수단을 쓸 수 있었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벌써 뭔가를 깨달아버린 솔트는 로리 엉덩이를 아재들 앞에서 까보이며 칼디르 탐색에 협조를 끌어냈고, 그건 이 나라의 치안이 좋았더라면 고를 수 없었을 선택지였다.
“솔, 솔트야... 아무리 그래도 네 엉덩이를 저런 우락부락한 아저씨들에게 대주겠다니... 그게 무슨 뜻인지는 알고 하는 말이야?”
“쉿. 언니는 그냥 나만 믿고 따라와. 이렇게라도 해야 조금이라도 빠르게 칼디르 언니를 찾아낸 다음 두 발 뻗고 쉴 수 있지!”
솔트는 이 정도쯤은 나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다는 듯이 굴었고, 순간 내 마음도 뭉클해졌다. 그래... 피로 이어진 가족도 도와주는데, 칼디르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체면이 서지 않겠지!
문제는 뒷골목 아재들의 손을 잡는다는 악수를 각오했는데도 어떤 사람을 찾아내기에는 이 우주가 그저 너무나도 넓었다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솔트의 엉덩이를 보고 자지를 껄떡대며 다가왔던 페도필리아들도 수색범위가 답이 안 나올 정도로 넓어질 것 같으니까 빡이 쳤는지 얼굴이 험악해졌다.
“자, 이 빛을 보고 나면 최근 1시간 동안의 기억은 완전히 삭제됩니다. 짠!”
물론, 우리에게는 오로라가 있었으므로 그 답 없는 배불뚝이 변태들이 망가에서 보던 걸 실제로 해보려고 달려들어도 걱정이 없었다. 그냥 기억을 싹 지워버린 다음 다른 행성으로 튀어버리면, 지들이 우리를 어떻게 잡을 건데?
“후, 어떻게 도망을 치긴 했는데... 이 행성에서도 주인님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군요. 그런 의미에서... 플랑, 이번에는 솔트님 대신 네가 한 번 희생해라.”
“내...내가 희생을...? 그게 무슨 말이야, 오로라 언니야?”
“뭐긴 뭐야! 네 엉덩이를 발라당 까서 도와줄 만한 사람을 물어오라는 거 아니야!”
솔트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성과를 거두어들일 수 없었던 행성에서 빠져나와, 그길로 넘어온 외딴 행성. 이 행성의 홍등가는 이전의 행성에서 떠나오기 전에 봤던 뒷골목의 분위기와 다를 바가 없는 마굴처럼 보였다.
이런 곳에 플랑 같은 로리형 안드로이드가 숨어들어 가서 보여주는 말랑말랑한 엉덩이를 보면서 남정네들이 발기한다? 실제로 보면 더없이 좋은 구경거리일 것 같았다. 그리하여 오로라는-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음에도- 플랑을 선수로 내보냈고... 끌어오는 사람의 숫자만 보면 대성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그들이라고 칼디르인지 뭔지, 이름도 처음 듣고 얼굴도 본 적 없는 년을 찾아내는 일에 솜씨가 있을 리는 없었다. 그들이 유일하게 두각을 드러내는 분야는 우리처럼 호위병 없이 떠돌아다니는 여자들을 은근슬쩍 납치하여 비싼 값을 받고 성 노예로 팔아넘기는 것뿐이었다.
그들이 접근해온 목적 역시 별다른 무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슈가 일행을 어떻게 해보려는 것이었고, 만일 슈가 일행 속에 전투 능력을 보유한 오로라가 섞여 있지 않았더라면 그들의 사악한 수작은 성공했을 터였다.
“흑흑... 거, 거봐... 오로라 언니야... 내가 뭐랬어... 이런 거 다 소용없을 거라고... 말했잖아...”
치이익... 칙... 누가 홍등가의 사람들 아니랄까 봐, 그들은 슈가 일행에 손을 뻗쳐 오면서 중화기까지 꺼내왔고... 특수한 재질로 만들어진 플랑은 다행히 어디를 다치지는 않았지만, 정신적으로는 많이 다친 듯 보였다. 아무리 겉으로 보기에 다친 곳이 없다고 해도 온몸에서 연기가 막 피어오르는 데 멀쩡할 수 있을까.
“아니야, 플랑. 소용이 없었다니? 모처럼 좋은 구경거리였어.”
“좋은 구경거리라니, 그게 할 소리야? 좀 더 빨리 구해줄 것이지... 언니 미워...”
“끝까지 가기 전에 구해줬으면 됐지, 뭐... 너는 그래도 솔트님과는 다르게 자력으로 빠져나올 힘도 가지고 있었으면서 엄살이 왜 이리 심해?”
일이 다 끝났을 때쯤, 플랑이 입고 있던 옷은 거의 다 해져서 거적때기와 다를 바가 없게 되었고, 그나마 오로라가 마지막 순간에 구해주어 실제 성교까지 가지 않았을 뿐... 배불뚝이 아저씨들의 우람한 손길에 둘러싸여 하마터면 위험할 뻔했다.
슈가는 플랑과 오로라 자매가 뭐라고 하든 간에 칼디르 생각에 골몰하느라 귀를 닫고 눈을 감은 채로 걸어 다녔다. 칼디르... 이것이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버렸을까? ‘칼디르 칵테일’에서 단서를 잡아내는 건 실패한 것 같고... 평소에 칼디르가 내게 해준 이야기에서 뭔가 단서를 찾아낼 수 있을까?
아틀라인 1세... 그래, 칼디르가 분명 평소에 그 사람 이야기를 많이 하긴 했지. 그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면 항상 루시드 제국을 향한 증오심 역시 드러냈고. 칼디르가 그 사람을 만나러 갔을 거라는 추측은 꽤 그럴싸했다. 그런데... 아틀란티아라는 개년의 아버지 되시는 분이 이 넓은 우주 어디에 있는지는 어떻게 알아낼 건데?
“씨발... 내 아빠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데... 그 개년의 애비가 어디에 계시는지 내가 알 바가 뭐냐고...”
슈가 자매에게 토끼 귀를 물려준 얄미운 엄마는 여러 남정네와 돌아가며 떡치고 다니느라 바빠서 자식들은 뒷전인 막장 부모였다. 아 제길, 괜히 이 이야기를 꺼내서 기분만 팍 나빠졌네.
어쨌거나...
총독부가 가장 성가셔한다는 인민정부의 임시 서기장씩이나 되시는 분이 지내시는 거처라면 분명 철저히 비밀로 감춰져 있을 터...였지만, 오로라가 일부러 태업하지만 않는다면 진작에 거기가 어디 있는지 알아낼 수 있었을 거라는 건 꿈에도 모르는 슈가였다.
“야, 오로라! 자신 있게 앞장섰으면 이제 슬슬 대책 좀 내놔보지? 아틀라인인지 나발인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잖아!”
“글쎄요오... 조금만 더 있으면 좋은 생각이 날 것 같기도 하고, 아닐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그렇게 몰아붙이시면 후자에 가까울 것 같은 그런...”
이렇게 노닥거리면서 플랑과 솔트님의 로리 엉덩이 쇼를 감상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는데? 그리고 이렇게 시간을 끌어서 안주인님과 주인님이 기왕에 선을 넘은 거, 거기서 좀 더 치고 나가도록 두어야 슈가님과 마주쳤을 때 생길 낙폭이 커지지 않겠나. 로봇 주제에 사람을 골리면서 쾌감을 얻는 오로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