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화 〉소꿉친구의 전용 생체 오나홀: 4화
“음, 츄르릅, 으음, 츕... 언니 피... 맛있어...”
슬슬 의무실에 단둘이 남은 슈가&솔트 자매가 뭐 하고 있나 궁금했던 대령은, 자기 언니의 손목에 메 있던 붕대를 풀고는 완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를 혀로 할짝거리며 그 맛을 음미하는 솔트의 모습을 보고는 그대로 문을 닫아버렸다. 솔, 솔트야... 너마저도... 그러면 내게 보여주었던 모습은 죄다 연기였단 말이냐. 믿을 사람이 없군.
“언니 가슴... 무척이나 부드럽네... 언젠가 내 가슴도 언니처럼 크게 될까?”
환자의 옷섶에 손을 슬쩍 넣고는 추악한 성욕을 해결하려 드는 솔트의 태도에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혼내줘야 한다거나, 당장 뜯어 말려야 한다거나 하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아직 얼굴에 젖살도 빠지지 않은 얼굴로 저러다가, 제 언니가 깨어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순수한 초딩으로 돌아와 있겠지? 소름 끼친다.
억겁과도 같은 시간이 흐른 뒤, 도저히 다시 문을 열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고, 안타깝게도 대령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깨어난 언니를 귀여운 여동생이 따뜻하게 안아주는 감동적인 장면을 보지 못했다. 덕분에 자매에 대한 요상한 선입견만 남고 말았다.
설령 그 마음 따뜻해지는 장면을 봤다고 하더라도, 아직 아물지 않아 피가 조금씩 흘러나오는 언니의 상처를 핥으며 맛을 보는 여동생의 모습이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서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터였다.
“그래서, 언니... 이제 깨어났는데... 뭐할 거야?”
“뭘 하기는... 칼디르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거지?”
흥, 역시 일어나자마자 칼디르 언니부터 찾는구나. 언니는 정말이지, 못 말린다니까. 대령이 문밖에서 감히 안으로 쳐들어갈 생각도 하지 못하고 쩔쩔 매는 사이, 자매는 모처럼 단둘이서 대화할 시간을 얻을 수 있었다.
다만 자매의 대화는 상대방의 말을 듣고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는 식의 ‘일반적인 대화’라기보다는, 그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내뱉을 뿐인 ‘소리의 만남 장’에 지나지 않았다. 여동생의 마음도 몰라주고 당장 이 자리에 없는 소꿉친구부터 찾는 언니나, 음흉한 악당의 얼굴은 싹 지우고서 순진무구한 척 연기하는 여동생이나, 참 가지가지 한다 싶었다.
“이제 막 일어났는데 칼디르 언니부터 찾기보다는 죽이라도 먹는 게 낫지 않아?”
“칼디르, 칼디르... 칼디르 빨리 보고 싶어... 칼디르... 지금쯤 어디서 뭐 하고 있을까... 내가 오늘 당장에라도 오로라한테 부탁해서... 너를 만나러 갈게...”
그래도 난 언니를 진정으로 걱정해서 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언니는 나한테 관심도 없구나? 하아...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언니가 칼디르 언니에게 하려고 했던 것처럼 확 수면제를 먹이고 언니의 몸 위에 올라타 버리는 수가 있어?
음모를 꾸미는 솔트의 토끼 귀-비록 다른 아비를 둔 자매였으나, 토끼 귀는 모계 쪽에서 유전 받은 것이기에 솔트 역시 그것을 가지고 있었다-가 의미심장하게 까닥거렸다. 슈가는 슈가대로 드디어 완전해진 얀데레 인격을 바탕으로 칼디르를 목표로 한 음모를 꾸미기에 여념이 없었다.
“방안에서 무슨 말 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니 슈가가 깨어나기는 한 모양인데... 아까 슬쩍 문을 열었을 때 본 게 있어서 도저히 문을 열고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는군.”
이 문을 열고 들어간다는 결정을 내리는 것을 숫제 무슨 잘 준비된 요새 선을 향해 자살 돌격 명령을 내리는 것처럼 버거워하는 대령의 모습은 가히 진풍경이라 할 만했다. 하기는 이 문 너머에 있는 것은 단순히 한 자매의 상봉장이 아니라, 피 튀기는 음모의 장이었으니만큼, 그토록 부담을 가지는 것도 당연했다.
원래대로라면 슈가가 깨어날 때까지는 되도록 단둘이 두었다가, 1-너무 늦어진다 싶으면 들어가서 솔트를 재우고 슈가를 보살핀다. / 2-슈가가 생각하는 것보다 일찍 일어난다면 들어가서 위로의 말을 건넨다. 이 두 가지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골랐을 터였는데... 머릿속이 순간적으로 백지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어머님과 함께 멀뚱이 서 있을 수만은 없는 일. 이왕 이렇게 된 거, 주인님이 지금쯤 어떻게 되었는지 다 말씀드릴 수밖에 없겠군. 슈가님께는 주인님과 안주인님 사이에 벌어진 일을 모두 말씀드려놓고, 저 두 분 자매의 진상에 관해서도 알게 되신 어머님께는 진실을 숨기는 것은 웃긴 일이다. 오로라는 그렇게 다짐하고는 입을 뗐다.
“어머님, 두 분 자매분의 일로 그러잖아도 큰 충격을 받으셨을 텐데 이런 말씀을 드리기는 조금 조심스럽습니다만... 지금 제 주인님께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에 부닥쳐 계시다는 것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군요.”
“응? 그게 무슨 소리지, 오로라? 돌아온 뒤로 여태까지 아무말없더니... 칼디르에게 별일이라도 생긴 게냐?”
오로라는 대령의 뒤편에 서서 그녀의 뒤통수를 가만히 지켜보면서 무슨 생각인가를 하고 있다가, 이윽고 입을 떼면서 대령님의 자랑스러운 따님은 사실 배빵 당하면서 애액이랑 침 질질 흘리는 마조 변태였고, 아틀란티아 공주님께 첫 경험을 빼앗겨 버렸으며, 지금은 그분의 시종이 되었다는 것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고하기 시작했다.
“대령님 앞에서는 잘 정돈된 검은색 정장만을 입고 다니시며 도도하게 굴어 오셨던 제 주인님께서는 그날, 귀족 가문의 아가씨들이 모이는 비밀 동성애 연회장에 속이 다 비치는 하얀색 란제리를 입으신 채로 몸이 달아올라 버린 나머지 출산도 하지 않은 몸으로 모유를 퓻퓻하고 내뿜으셨죠.”
오로라가 갑자기 말을 걸어오기에, 고개를 홱 돌리면서 그런 이야기였으면 여태 안 해주고 뭘 했느냐는 식으로 눈치를 주던 대령이 그게 무슨 헛소리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오로라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할 말만 했다.
“때마침 그 자리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고귀한 혈통이신 아틀란티아 공주님... 그러니까 지금 황제로 앉아있는 분의 여동생 되시는 분께서도 나와 계셨고, 주인님께서는 공주님을 한눈에 사로잡는 데 성공하시고야 말았습니다. 그리고 무엄하게도 공주님 앞에서 그 포동포동한 엉덩이를 흔들어대며 꼬리친 대가를 처녀 상실로 치르고 마셨죠.”
대령이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생각하거나 말거나, 오로라가 하는 말은 모두 진실이었고, 한점의 거짓도 없이 진실만을 말하고 있는 상황이 오로라에게 자신감을 더해주어 막힘없이 말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해주었다.
“주인님의 첫 경험을 가져가는 영광을 누린 것은, 물론 공주님이었습니다. 대령님은 아마도 이렇게 생각하시겠죠. 남자도 아니고 여자가 어떻게 같은 여자의 순결을 빼앗을 수 있느냐고. 그건 아주 간단한 문제입니다. 남성기를 따라 만든 딜도라는 물건을 사타구니에 붙이고서 팍! 꽂으면... 모든 일이 끝나게 되죠.”
“아으으... 언니야, 지금 그런 이야기를 다 해도 되는 거야?”
오로라는 오른손 검지와 엄지로 동그라미를 만들고는 왼손 검지로 그 구멍을 팍 찔러 보이는 저속한 손놀림까지 구사해가며 설명을 열심히 하였다. 아무리 봐도 그렇게 들떴다는 듯이 지껄여댈 건 아닌 듯한 이야기. 슈가로 하여금 상심에 빠져들어 자살을 기도하게 하였던 이야기가 이제는 대령의 귀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플랑이 그녀를 말리려고 해봤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는 일이었다. 여린 소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덜덜 떨며 이 광경을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슈가님의 성향이 타인에게 고통을 주면서 쾌락을 얻는 사디스트라면, 제 주인님께서는 그 대척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인님께 한눈에 반해서 연애니 뭐니 하는 절차를 모두 생략하고 처음부터 바로 처녀를 빼앗아버린 공주님께 억지로 개 목줄을 채워져서는, 네 발로 온 궁궐을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치부를 보여주고 다니셨는데...”
슈가보다는 덜했지만, 대령 역시 오로라의 입읕 통해서 칼디르가 지금 처해있는 상황에 대해 알게 되면서 점점 더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설마하니 대령이 이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나서 슈가처럼 자살을 기도하지는 않을 테지만, 급작스럽게 충격적인 정보가 이같이 폭포처럼 쏟아지는데 기분이 가히 좋지만은 않으리라.
“그뿐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부끄러운 체위를 취해가며 자위 동영상을 촬영할 것을 강요당하신 주제에 너무나도 적극적으로 보지를 쑤시면서 신음마저 앙앙 내지르셨습니다. 그때의 주인님의 모습은 그야말로 완벽한 한 마리의 암컷이었죠.”
요, 요 며칠간... 너무나도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머릿속에 쏟아 들어오는 것 같군. 슈가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지만, 솔트에, 이제는 칼디르인가... SM 플레이라니, 정말 고통을 받는 걸 진정으로 즐긴다는 말이더냐, 딸아? 내가 손지껌을 가한 적도 없거늘, 어찌 그리 삐뚤어져 버렸단 말이더냐...
나 역시 풋풋한 소녀일 적에는- 지금도 진짜배기 20대 처자랑 별로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는 소리를 듣기는 하지만- 남들보다 커다란 내 젖가슴과 엉덩이를 어루만지면서 정욕을 탐한 바 있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네가 숨겨온 얼굴에 관해 이야기를 듣고 보니 충격을 금할 수가 없구나.
대령은 이내 뇌를 사용하는 것을 포기해 버리고는, 오로라의 이야기를 더는 귀담아들어 주지 않았다. 그 사이 방안에서 자기네끼리 잘 떠들어대던 자매가 이야기를 끝마쳤는지, 문을 열고 나오기에 오로라 역시도 서둘러 하던 말을 끊고 말았다.
“방문 앞에 가만히 서서 뭐 하고 있었던 거야, 오로라. 뭔지는 몰라도 우리는 이대로 칼디르한테 달려가서 죗값을 물어주기로 했는데... 도와줄 거야, 말 거야?”
허허, 수혈은 무사히 마쳤다고는 해도 아직 링겔도 빼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보다 몸집이 작은 여동생분의 부축을 받아서 겨우 걸으시는 분이 입만 동동 뜨시는군. 자기 몸은 가누지 않고 대뜸 칼디르부터 찾는 그 마음, 절박함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잘 느껴진다.
“왜 대답이 없는 거야? 내 의사가 궁금한 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 나도 언니를 도와서 칼디르 언니를 혼내주는 데 동의했어!”
얀데레 특유의 광기라면 언니한테 지지 않을 여동생분이 어떻게 언니분하고 잘 합의를 봤나 했더니, 그런 비밀이 숨겨져 있을 줄이야. 아무래도 방안에서 한참 동안 하고 싶은 말만 하며 서로 엇나가는 듯한 자매는- 칼디르를 다시 되찾아오기 위해서든, 친언니를 함정에 빠뜨릴 기회를 노리기 위해서든- 극적인 타협에 성공한 모양이다.
“솔, 솔트야. 방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슈가 언니야랑 그렇게 의기투합한 거야? 나... 너, 너무 무서워...”
공동의 목표물을 노리는 두 자매의 얼굴에 한가득 담긴 광기는 로봇인 플랑조차 겁먹게 하였다. 반면 오로라는 태연자약하게 대령님은 여기서 스스로 충격에서 헤어 나오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고, 우리는 두 분이 원하시는 바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노라고 말하고는 플랑과 두 자매의 손을 맞잡고 지체 없이 워프를 뛰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