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화 〉공주님의 섹스 전담 메이드: 50화
또다시 끈적끈적한 하룻밤이 지나간 후, 황제가 마음을 고쳐먹고서 공주와의 구두계약을 깨버리거나, 궁궐 바깥으로 쫓아내 버리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하다못해 계약의 조건을 자신에게 좀 더 유리하게 만들고자 하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다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가 너무 숙이고 들어간다 싶자 한마디를 덧붙이기는 했다.
“오늘도 가면을 쓰고 있는 걸 보니, 나랏일은 내팽개치고 또 한탕 하실 모양이네. 근데 왜 또 나를 부른 거야? 벌써 약이 다 떨어진 거야? 그 트렁크 가방에 약물의 제조법에 관한 힌트도 들어있었을 텐데? 나는 우리 마키를 메이드로 들인 뒤로 보지랑 애널에 애액이 마를 새 없이 바쁘단 말이야.”
“뭐, 네 말대로야. 네가 은근슬쩍 넣어준 그 힌트 덕분에 여기 모인 똑똑한 친구들이 약물을 생산해내는 속도가 좀 더 빨라질 수 있었지. 오늘은 그런 이야기나 하려고 부른 게 아니고, 다 좋은데 앞으로 그 계집을 계속 메이드로 데리고 다니고 싶다면 지금처럼 야한 차림만 시켜서 다니라고.”
“그거야 당연한 말이지. 이렇게 불러내면서까지 말하지 않았어도 그럴 참이었는데. 마키는 앞으로 카넬리안 대신 내 최근접 시녀로서 나를 위해서만 봉사할 거야.”
“카넬리안이야 너 알아서 하고, 그거 듣던 중 희소식이로군. 나중에 가서 말이나 바꾸지 말고, 이만 네 볼일이나 보러 가. 나도 하던 일이나 계속해야겠다.”
황제가 공주님께 한 말은 다른 것이 아니었다. 어차피 이른 시일 내로 칼디르를 자신의 물건으로 넣기는 요원한 일, 공주님이 거처하시는 궁궐에 뺀질나게 들락날락거리면서 칼디르를 눈요깃거리 삼아 딸딸이나 칠 계획을 세우고서 이에 협조해줄 것을 청한 것이었다.
이에 공주님께서는 코웃음을 치면서 ‘1+1=2’처럼 당연한 말을 왜 굳이 사람을 불러내 가면서까지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 1+1의 답은 2가 아닐 수도 있겠네. 여자끼리 아기를 가지기 위해서 각자 난자를 하나씩 떼어내서 뒤섞은 뒤에 자궁에 착상시켜버린다면... 그 경우의 1+1의 답은 4가 될 것이다.
“주, 주인님... 제 의사는... 물어보지 않으시는...”
이번에는 바니걸 복장이 아닌 메이드 컨셉의 마이크로 비키니를 강제로 착용한 채로 끌려온 칼디르가 눈동자를 일그러뜨리며 멋대로 계약을 밀고 나가시는 주인님께 항의해보았지만, 조금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여기서 내 암 노예에 지나지 않는 너 따위의 의견이 중요하니?”
그렇게 울먹이는 목소리로 얘기해봐야, 모두가 보고 있는 이 자리에서 너를 따먹어주고 싶다는 생각 말고는 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단다, 마키야. 너도 지금은 그렇게 눈물을 흘리는 척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눈물을 흘린 것보다도 많은 애액을 바닥에 뚝뚝 흘리고 다닌 사실을 나는 다 알고 있단다. 누구 눈을 속이려고? 내 눈은 못 속여.
아무튼, 황제의 이러한 판단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도 한목소리로 칭송하였다. 자기네들끼리 칼디르를 놓고 싸우다가 찢어져 버리는 웃기는 상황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서 칼디르를 어찌 처리해야 할지에 관한 문제를 회의의 주제로 올려놓고 있지는 않았지만, 이대로 칼디르에게 찝쩍댈 기회를 영영 잃어버리는 것은 뭔가 아쉬웠기에.
“역시! 황제 폐하께서는 영민하십시다! 앞으로도 이 제국을 이끌어가실 재목이십니다!”
“황제 폐하의 올바른 결단에 따라서, 엄청난 재정원을 마련하게 된 셈이니... 어찌 아니 그 은덕을 칭송할 수 있겠나이까?”
어차피 황제가 공주님과의 계약을 중단하고 싶었다고 할지라도, 총독과 빌뇌브에 이어서 태양계 유력귀족 수십 명이 이번 최음제 판매 사업에 붙어먹기로 마음을 먹은 뒤였기에, 그 많은 협조자의 의견을 무시하고 상품의 최대 공급책인 공주님을 내칠 수도 없었다.
“여러분이 지겨워지셨을까 봐, 오늘은 새로운 시리즈를 들고 와봤습니다. 여러분께서 지금까지 써오신 물건은 ‘알파(α)’랍니다. 익히 알고 계신 대로, 계집들의 몸을 후끈후끈하게 데워서 수컷에게 먼저 달라붙어 오게 하는 효능을 지니고 있지요. 그리고 오늘 가져온 ‘베타(β)‘는 이와 정반대되는 효능을 지니고 있는데...”
공주님께서는 영리하게도 고객들이 계속해서 자신과의 거래를 이어나갈 수밖에 없도록 기존 상품에 새로운 상품을 섞어서 자신의 궁궐 체류를 대가로 귀족들에게 팔아넘기셨고, 모두의 찬사를 받을 수 있었다.
암컷을 극도의 흥분상태로 몰고가서 자신을 겁탈하고 들려는 수컷을 뿌리칠 수 없는, 무기력의 상태로 만들어버린다는 ‘베타’는 첫 번째 상품인 ‘알파’와 함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시장에 편입될 수 있었다.
아니, 첫 번째 상품인 알파보다는 후속 시리즈인 베타 쪽이 오히려 더 높은 가격에 시장에 풀렸다. 그만큼 싫다고 저항하는 암컷을 무력하게 만든 다음, 강제로 겁탈하는 것에 환상을 가진 수컷의 숫자가 상당했던 것이다..
알파와 베타, 그리고 그 이후 시리즈들의 통칭으로는 ‘칼디르 칵테일’이 낙점받았으며, 칼디르 칵테일은 그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발을 뻗고 있는 귀족들의 장사에 힘입어 기존 약물들을 꽤 빠르게 대체해나간다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
최초 협력자들이 멋대로 정한 가격을 지급해가며 써야만 하는 흑우들과는 다르게 샘플을 공짜로 사용해볼, 귀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최초의 협력자들은 판로를 개척해나가는 와중에도 자신들이 팔아먹을 상품을 요모조모 써보면서 그것이 가진 성질들을 낱낱이 밝혀냈다.
“내 살다 살다 이렇게 효과가 좋은 약은 처음 보는구만. 여태까지 인생 헛 살은 기분이네. 네 인생을 이것을 알게 되기 전과, 알게 된 뒤로 나눌 수 있겠어.”
“혹시나 싶어서 여태까지 내게 건방지게 굴어온 마누라 년에게도 실험해봤는데, 10여 년 만에 그것을 보고 내 자지가 벌떡 서버려서는, 그길로 10번이나 박아대지를 않았는가.”
“그래, 효과도 쎄고. 중독성도 이보다 강력한 건 일찍이 본 일이 없네. 엔도르핀 인공 합성물 사업도 사양길로 접어들어 버리겠어. 암흑가의 떨거지들이 뭐라고 하지는 않을지 걱정까지 되는구만.”
“그런 또 그렇군. 엔도르핀은 말할 것도 없고, 그보다 약발이 덜한 약품들은 완전히 명줄이 끊기게 될 텐데.”
“암흑가의 친구들에게도 이 사업에 뛰어들 기회를 준다면, 하이에나와 같은 그것들은 기꺼이 끼어들려고 들 것이네.”
“그치들과 우리 몫을 나눠 먹어야만 한다는 건 좀 아쉽게 됐지만, 어차피 이 정도의 거액은 우리끼리만 처먹기에는 벌벌 떨리는구만. 겨우 주사기 하나에 수백억 CED라니, 그 돈이면 노예가 도대체 몇 명인가?”
그랬다. 사업을 시작한 지 이제 며칠째였건만, 그새 모인 돈이 벌써 100조 CED를 넘어서고 있었다.. 물론 이 자리에는 그 정도는 껌값으로 아는 거대 귀족도 여럿이었지만, 고작해야 주사기에 액체 10ml정도 채워 넣어 만든 물건을 팔아먹어서 100조명의 노예 노동자들의 석달 치 임금을 합한 것 이상의 수익을 남길 수 있다면... 거저 먹는 장사나 다름없었다.
“암흑가의 친구들도 막상 받아놓은 상품을 자기네끼리 돌려쓰기에 바빠서 제대로 팔아먹지는 못할 것 같군. 어디, 효과에 중독성만 뛰어난가? 수컷에게는 통하지 않으면서 암컷에게는 극단의 금단현상을 일으키지 않는가. ‘너무, 너무 괴로워요... 제발 저에게 그 주사를 놓아주셔요...’하고 암컷이 보채면서 내 자지를 자기 입으로 빨아오는 그 경험은... 안 해본 사람은 모를 것이네.”
“아, 그거라면 나도 아주 잘 알고 있네. 그래서 끼니도 거르고 몇 번이고 귀여워해 줬는데... 흐흐흐... 그리고 같은 년에게 몇 번을 주사해도 그 엄청난 효과는 처음 그대로 나타나더군. 내성이 생겨나지 않는다는 장점까지... 뭐 하나 모자람이 없네.”
이들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이와 같았다: 첫 번째, 효과가 강력하다. 두 번째, 중독성도 대단하다. 세 번째, 여자에게만 통한다. 네 번째, 일정기간 투여하지 않았을 경우 곧바로 금단현상이 일어난다. 다섯 번째,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
그래, 내가 잘한 거야. 이 마약보다도 더욱 강력한 마약에 푹 빠져든 친구들이 벌써 수십 명으로 불어나 버렸는데, 여기서 괜히 뭐라고 말해서 계약이 파토나버리는 날에는... 쿠데타라도 당할 일이 있나?
황제는 그가 만약에 어리석은 선택을 했을 경우, 귀족들이 자신들에게 극상의 즐거움과 상상도 못 할 정도의 금전적 수입을 안겨다 줄 사업을 짤라버린 자신을 몰아내고 새 황제를 옹립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폐위의 이유가 다른 것도 아니고 그렇고 그런 이유라면, 그보다 쪽팔리는 일은 또 없으리라. 그런 운명은 절대 사절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번 계약을 물리기는 더더욱 어려워지겠지. 앞에서는 고귀한 척, 뒤에서는 퇴폐적인 난교 파티를 즐기는 위선적인 귀족들 사이에서 이 상품의 인기가 올라갔으면 올라갔지, 떨어질 일은 없을 거다.
당장에 이 상품의 생산을 담당할 주식회사를 세웠다 하면 곧바로 세계 굴지의 기업이 될 법한데... 아, 그래. 세계 굴지의 기업. 국경 바깥에도 이걸 알게 되면 제발 더 팔아달라고 애원할 놈들이 한둘이 아닐 텐데, 판로를 확대하면서 온갖 핑계를 대면서 값을 올려받으면... 내 지갑 사정도 좀 더 넉넉해지겠지.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군.
황제가 머릿속에서 장밋빛 미래를 그리느라 정해진 계약시간을 제하고 나면 자신에 관한 관심을 거두어들인 사이, 공주님께서는 자신의 궁궐 안에서만큼은 절대적인 지위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허수아비 황제를 내세운 채로 막후에서 실권을 휘두르는 페르세포네 가문과 총독부조차 그를 묵인했는데, 메이드들 따위가 말리고 말고 할 자격이나 있겠는가?
“어차피 마키 너도 지구에 와서 나를 만나는 일 말고는 해야 할 일이 몇 가지 더 있지 않았어? 그러니까, 상견례를 가기 전에 며칠 동안은 이대로 내 궁궐에서 지내자고.”
“저, 저는 그저 주인님의 충실한 시녀로서... 주인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행할 뿐...”
“그래, 네 주제를 알고 있구나. 그런데 그렇게 잘 알고 있었으면서, 큰 오빠 앞에 섰을 때는 왜 그렇게 울먹인 거야?”
“그... 부, 부끄러워서요...”
“웃기지 마. 울먹이는 척하면서, 너무 기쁜 나머지 입꼬리를 슬쩍 들어 올리던 거, 내 눈으로 나 봤어.”
우리 엄마 아빠에게 마키를 보여주기 전에, 나랑 그다지 사이도 좋지 않았던 큰 오빠에게 먼저 보여준 꼴이 되었지만, 상견례를 제하고 따져봐도 마키에게는 우리 아빠를 만나 뵈어야만 할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반 루시드 저항운동에 대한 협조.
다만 그 만남이 지금 당장 이루어져야 할 이유는 없었으므로, 공주님께서는 칼디르를 정식으로 레이디스 메이드로 임명하여 같이 궁궐을 돌아다니시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