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화 〉공주님의 섹스 전담 메이드: 46화
그래, 여태까지 조용하게 지내온 아틀란티아가 갑자기 반 루시드 투쟁에 뜻을 두고서 나를 해하려는 수작을 부린다고 해봐야 얼마나 수준 높은 수작이겠나. 그리고 이렇게 대놓고 선물이랍시고 건네준 물건이 독극물일 경우에는 그 자신이 가장 먼저 용의자로 지목되고 말 터... 그리고 그 결말은 일국의 공주가 자살‘당하는’ 거로 끝나게 되겠지.
이 주사기를 사용할 적에 뭔가 문제가 생길까 봐 겁부터 집어먹을 이유는 하나도 없는 거다. 나를 암살하기 위한 수작치고는 너무나도 허술하다. 그러니까 이건 진짜로 순전히 ‘선물’로서 건네준 물건이라고 보는 것이 옳았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찝찝한 기분을 떨쳐낼 수 없었다.
여태껏 저 선머슴 같은 여동생한테 선물을 받아본 일이 한 번도 없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뭔가를 받은 탓일까. 내가 이 주사기를 실험해보기에 앞서서 누구라도 대신 나서준다면 참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총리대신 빌뇌브가 어떻게 소문을 접했는지 황궁에 찾아왔다.
“밤새 궁궐 안에 큰 소란이 있었다고 하여 이렇게 찾아왔사옵니다, 폐하. 신이 듣기로 일단 급한 불은 껐다고 하니 다행이지만... 혹 잔불이 다시 큰 화재로 번지는 일이 있다면... 신이 비록 불민하나, 폐하의 명을 받들어 기꺼이 황실을 보위하겠사옵니다.”
“그러한가. 마침 총리대신을 호출하려고 하기는 하였으나, 어떻게 그대가 먼저 알고 이렇게 와준 것에 감사를 표하는 바이네. 이것은 좋은 일이 일어날 징조가 아니겠는가?”
아니, 보고를 듣기로는 분명히 궁궐 바깥으로 소문이 퍼져나가는 걸 막았다고 그랬는데... 저 양반은 지구 안의 다른 도시도 아니고 아예 화성의 저택에 있었는데, 도대체 어떤 경로로 이 냄새를 맡고 온 거지? 그래도 일단 당황하지 않은 척, 침착하게 대꾸한다. 나는 아직 저 양반이 갑자기 여기로 기어들어 온 이유를 모른다.
허수아비 황제여, 네가 내게 정보의 출처에 관해서 물어본들 알려줄 것 같나. 공주님과는 다르게 좀 더 공식적이고 품격 있는 절차를 밟아 황제와 독대할 기회를 얻은 빌뇌브는 총리대신이라는 신분에 걸맞게 일단 겉으로는 무릎까지 꿇어 보이면서 짐짓 예의 바른 척 굴었지만, 속내는 시커멨다.
이미 지난 대전쟁 당시부터 아틀란티스 황실에 대한 충성심을 접어두고 루시드 제국에 비밀리에 접촉하여 아군의 기밀을 팔아넘기고, 아틀란티스 제국군의 군비 확장에 훼방을 놓으며, 마지막에는 황제의 옥쇄마저 훔쳐내 굴욕적인 종전협정을 멋대로 체결해버리는 등, 새로운 주군을 섬긴 지 오래다.
루시드 제국에 적극적으로 부역한 대가로 아예 아틀란티스 황실을 몰아내고 그 자신이 황위에 오를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까닭은, 순전히 너무 눈에 띄어 표적이 되기보다는 적당히 허수아비를 세워놓고 막후에서 실권을 휘두르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여 그렇게 한 것일 뿐, 진실로 황실에 대한 충성심이 남아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역사기록에 천하의 역적으로 기록될 것을 각오하고서 이미 온갖 반역행위를 저질러온 그가 허수아비 황제의 곁에 자기 심복을 심어놓는 것은 아주 당연한 수순이었고, 입막음을 완벽히 했다는 보고를 황제에게 올린 신하마저도 빌뇌브의 심복 중 하나였다.
그자는 황제에게는 거짓 보고를 올리고 빌뇌브에게는 쪼르르 달려가 모든 일을 상세히 보고하며 허수아비보다는 실권자에게 충성하기를 마다치 않았으며, 그자 덕분에 궁궐에서 일어난 소란에 관해 알게 된 빌뇌브는 전형적인 사업가의 감각으로서 이것이 엄청난 돈을 벌어다 줄 사업임을 알아차리고 지구 행을 서둘러 온 것이었다.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신이 듣기로 이번 소란은 공주님께서 바깥에서 데리고 들여오신 계집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하였사옵니다. 그에 관해서 좀 더 정보를 캐내고자 하는데...”
“아, 정보라면 여기에 있네. 내 동생이 한 번 써보라고 주고 가더군.”
마침 너 잘 만났다는 심정으로 황제는 빌뇌브에게 자기 카드를 꺼내 보였고, 빌뇌브는 황제의 손에 들린 상자 속의 주사기들을 보고는 눈에 이채를 띄었다. 페로몬의 성분 분석 결과를 보고받기는 했지만, 그것을 상품화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로 생각하고 왔는데... 이렇게 빠르게 완제품을 만나보게 될 줄이야?
빌뇌브는 저것이 뭔지 알 것 같았다. 그... 칼디르인지 뭔지 하는 평민 계집이 풍기고 다니는 야릇한 냄새를 약제화한 제품. 저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졌는지는 천천히 알아보면 될 문제고, 당장 필요한 것은 저 약품의 효과가 얼마나 강력할지 알아보는 절차다.
그저 자연 상태의 페로몬을 흡입하는 것만으로도 여인들로 하여금 극심한 성적 흥분감, 온몸에 열이 나고 간질처럼 발버둥을 치게 되는 금단현상 따위의 증세를 불러일으켰는데, 약제화 과정까지 거쳤다면야... 그 효과는 일단 떼놓은 당상이요, 금전적 가치는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고전적인 마약으로 손꼽히는 필로핀이나 헤로인은 말할 것도 없고, 요즈음은 모르핀보다 800배는 더 강하다는 체내 생성 마약인 엔도르핀의 인공 합성물도 값비싸게 거래되는 시대이니만큼, 기존 약물보다도 더욱 약발 좋은 것을 시장에 풀어놓는다면 약물 섹스를 즐기는 흑우들이 얼마든지 값을 치르고 사려고 들겠지.
실험 결과 약물의 효능이 최상급품이라는 결론이 나게 된다면... 그때는 판매자의 입장에 서서 이것을 얼마에 팔지, 얼마나 팔지, 언제 어디서 팔지를 모두 결정하고 구매 희망자들을 쥐락펴락할 수 있게 되리라.
“공주님께서 이것을 가져오셨단 말입니까...! 저, 폐하께서 허락해주신다면... 신이 이 물건을 몸소 실험해보고 싶습니다만...”
“자네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도 그리할 참이었네. 나와 함께 실험에 동참해줬으면 좋겠네. 실험대상이 되어줄 계집년들은... 내 이미 대령했네.”
황제는 그가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을 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을 끝마치고 미리 약속해놓은 대로 신호를 주었다. 그 신호란 박수를 두 번 치는 것. 황제가 박수를 치자, 그 뒤편에 있는지도 몰랐던 천막이 거둬지더니... 아리따운 노예들이 전라의 상태로 묶여 있었다. 그것도 세 명씩이나.
나 또한 괜히 서론을 길게 늘어뜨릴 생각은 없었는데, 이토록 빠르게 본론을 이야기해줄 줄은 몰랐군. 빌뇌브는 이미 120살을 넘긴, 그러니까 황제보다 6배는 많은 늙은이라는 자신의 체면도 생각지 않고 황제가 친히 준비한 먹거리들의 생김새를 살펴보았다.
아틀란티스 제국의 고위층은 대개 유방이 그리 크지 않고 적당한 슬랜더형 몸매를 갖춘 여인들을 소비해왔는데, 오늘 황제가 준비한 먹거리들은 제국 고위층의 보편적인 취향을 벗어나 있었다. 이게 얼굴인가 수박인가 싶을 정도의 거유에, 만만찮게 큰 엉덩이라니. 빌뇌브가 알기로, 이들의 생김새는 황제의 평소 취향과도 다소 맞지 않는 이들이었다.
“그... 이런 자리에서 괜찮으시겠사옵니까?”
그동안 황제에게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대놓고 물어볼 수는 없었던 빌뇌브로서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딴청을 피웠다. 일단 황제가 공주를 독대할 때처럼 다른 사람들은 다 어디론가 자리를 비켜주기는 했지만... 여기는 황제가 신하들과 아침, 저녁으로 조례를 하는 공간일진데, 그런 곳에서 그런 짓을...?
“오히려 이런 자리라야만 제대로 일을 치를 수 있는 법이네, 총리대신. 성역으로 여겨지는 공간에서 해서는 안 될 일을 해버리는 쾌감... 그것이 얼마나 큰지 그대 또한 아주 잘 알고 있지 않소?”
“신은 그에 관해서 그다지 잘 아는 것이 없지만은...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는지는 알 것 같사옵니다.”
황제가 노골적으로 그를 떠봐도, 빌뇌브는 계속해서 능청을 떨며 혹시 모를 함정을 피해 나갔다. 결국, 황제는 그의 속을 떠보는 것을 포기하고 두 번째 손님을 불러 모시기로 했다. 이것으로 주사기도 세 개, 실험자와 피실험자도 세 명씩 모이게 되는 셈이다.
“그다지 아는 것이 없다니, 겸손도 지나치시군. 아, 여기에 손님을 한 명 더 모셔왔으니 부디 우리 셋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하오.”
손님이 한 명 더 있었다고? 과연, 갑자기 불이 훅하고 꺼지더니 저 구석의 문 위에 달려있던 스포트라이트가 예상치 못한 손님을 밝혀주었다. 그는 일전에 괴뢰 아틀란티스 제국의 총독에 취임해온 발틱 유니온 워싱턴 제독이었다.
“이런 장소에서 다 만나게 되는군요, 총독.”
“저도 여기서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총리대신.”
두 사람이 가면 뒤에 본래의 표정을 숨기고 여유롭게 인사를 나누는 동안, 황제는 뒤에서 벌벌 떨고 있던 노예 소녀 중 하나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끌어내었다. 그리고는 계단 아래로 내던지다시피 했다. 아아아악-! 갑자기 바닥에 쓰러진 노예 소녀가 비명을 내질렀고, 그것을 본 나머지 둘은 눈을 질끈 감았다.
“두 분 중에서 누가 먼저 이 물건을 사용해보시겠습니까?”
“신이 먼저 사용해보겠사옵니다. 혹여나 독극물일 염려가 있으니...”
빌뇌브는 황제에게서 주사기를 하나 건네받고서 수갑과 족쇄를 짤랑거리는 노예 소녀를 향해 다가섰다. 가까이서 자세히 보니 이년 이거... 그 칼디르라는 계집과 제법 비슷하게 생겼지 않은가.
칼디르라는 계집은 보고서에 붙어있던 사진으로만 본 처지지만, 금발벽안에 거유 백마 미소녀라니, 저 허수아비가 무슨 생각으로 평소 취향과 맞지 않은 이 노예 계집들을 구해왔는지 알 만했다.
빌뇌브는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칼디르를 닮은 소녀의 팔뚝에 주사기를 꽂고 칼디르의 몸에서 나온 유혹 페로몬을 원료로 삼아 칼디르가 만든 약물을 밀어 넣었다. 주당들 사이에서 흔히 쓰이는 급속 알코올 분해제도 주사를 놓고 나서 약효가 돌기까지는 몇 분은 걸리는데, 이건 놓자마자 바로 반응이 팍하고 왔다.
“아으으으... 으으으... 몸이 타는 것만 같아... 살려줘... 살려...주세요...”
정체 모를 약물 주사를 당한 노예 소녀는 불과 10초 안에 볼과 귀를 붉히고는 야릇하게 눈물을 흘리며 살려달라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소녀는 흥분감을 못 이겨내고는 여기서 순결을 농락당하다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마저 잊고서 자신의 젖가슴을 손으로 끌어모아 거대한 골을 만들어냈다.
필로폰이나 헤로인도 이 정도는 아닐진대, 아주 제대로 된 물건을 발견했다...! 빌뇌브는 흐뭇하게 웃으면서 노예 소녀가 그 자리에서 남들 눈치 안 보고 벌이는 자위 쇼를 감상하였다. 나머지 두 사람도 바지 속에서 자지를 껄떡대며 그 광경을 지켜보는 것은 마찬가지.
꿀꺽. 결국, 황제와 총독은 거기서 더 참지 못하고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남은 주사기를 하나씩 나눠 가지고 나머지 소녀들을 향해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