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화 〉공주님의 섹스 전담 메이드: 44화
칼디르가 말한 ‘그것’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자기의 몸에서 발산되는 페로몬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인공 약제를 말하는 것이었다. 칼디르의 손에서 탄생한 이 약제는 칼디르의 몸에서 샘솟아나오는 그것보다는 효능이 약했지만, 단지 그것만으로도 현존하는 그 어떠한 마약보다도 강력한 효과를 담보할 만했다.
“그 똑똑한 머리로 왜 그런 걸 연구하고 다녔어?”
공주님께서 칼디르에게 그 약제에 관한 말을 듣고서 보이신 반응은 딱 그러했다. 사람들을 위하고 싶다면 그 머리로 만들 수 있는 물건들이 정말 무궁무진하게 많았을 텐데, 신형 최음제 내지는 발정제쯤 되는 물건은 만들어서 어디에다 쓰나?
아,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것’도 ‘사람들을 위하는 행동’의 범주 안에 들어가니까 아예 방향이 틀린 연구는 아닌 셈인가. 그 효능이나 중독성은 피험자인 내가 보증하는 바이니, 가뜩이나 살벌한 세상에 자극제를 좀 꽂아주는 겸 이걸 팔아먹으면 공업화를 위한 자금도 벌어들일 수 있을 테니, 애널 좋고 보지 좋은 일이다.
“응... 이건 주인님께 처음 말씀드리는 건데, 저도 사실 어릴 때부터 이렇게 야한 냄새를 흩뿌리고 다니거나... 핑크 유두로 모유 퓻퓻하고 뿜고 다니지는 않았어요.”
어쨌거나 공주님의 질문에 대해, 칼디르는 딱 15살이 되는 해, 그러니까 올해 초에 들어서 갑자기 자신의 젖가슴에서 모유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고... 소꿉친구인 슈가가 자기를 돌아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아졌다고 답하였다.
사람들을 위해서 행동에 나서기는 해야겠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자기 몸에 뭔가 이상을 생겼음을 알아차린 칼디르는 거기서 더 미루지 못하고 실제 행동에 나서는 동시에 자기 몸에서 갑자기 풍겨오기 시작한 야한 살 냄새에 관한 연구에도 착수했다고 한다. 그 결과물이 몇 종류의 인공 약제인 거고.
“네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겠지, 뭐. 그런데 그걸 가지고 약을 몇 종류씩이나 만들었다고? 네 페로몬으로 약을 만들면 펨돔이나 양산하고 다닐 것 같은데,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여자를 유혹하는 페로몬. 여느 남자들이 부러워할 무형의 능력. 그것을 남자가 아니라 여자인 칼디르가 소유하고 있다는 것만 해도 충분히 골때리는 사실인데, 그 어떤 여자든 자기를 보자마자 따먹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들 페로몬을 가지고 약을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를 만들었다는 칼디르의 말에 공주님은 그만 정신이 아득해지고 말았다.
현재 시판되는 마약들도 소비자들이 지겨워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새 시리즈를 출시하고는 했으니, 그거랑 비슷한 거로 생각하면 되나? 아니, 그래도 이거 하고 그거는 좀 다른 것 같은데. 이거는 우리 마키가 자기 몸을 마루타 삼아서 발명품을 낳은 셈이잖아.
“그거라면 걱정하실 필요가 없을 거예요... 그 부분은 제가 적절히 고쳐놨으니까요. 아무튼, 이걸 주인님의 큰 오빠 되시는 분에게 드리면... 주인님께서 궁궐에서 쫓겨나는 일은 없을 거에요.”
두 발이 아닌 네 발로 서 있는 칼디르의 앞에 작은 상자 하나가 떡하니 나타났다. 아직은 정확한 효과를 알 수 없는 그 약물은 주사기 형태로 되어 있었다. 이거면... 적어도 사용법만큼은 확실하네.
“그래, 좋은 게 좋은 거겠지. 아무튼, 고맙다.”
그 인간이라면 이 선물에 넘어올 것 같기도 하고, 아닐 것 같기도 한데... 일단 뭐든지 부딪혀 봐야 아는 거겠지. 일단 지금쯤이면 내 방이 다 정리되고도 남았을 테니, 잠깐 들렀다가... 그 인간을 만나러 가볼까? 내가 해놓은 짓이 있으니까 내가 먼저 보러 가지 않더라도 지금쯤 궁궐 전체를 이 잡듯이 뒤지고 있겠지만...
“그러면... 상으로... 제 엉덩이를 한 번만 걷어차 주시면...”
“옛다, 이것아! 그런데 엉덩이 한 대로 되겠어? 반대쪽 엉덩이까지 대!”
공주님께서는 한창 잘 나가다가, 포상으로 자기 엉덩이를 발로 차달라는 칼디르의 애원에 응하여 양쪽 엉덩이를 모두 한 번씩 걷어차 주었다. 칼디르는 이에 진심으로 감격했다는 듯이 간드러지게 울부짖었다.
이런 구제 불능 마조 암퇘지를 자기를 만들어준 주인님이랍시고 모셔야만 하는 기구한 운명의 안드로이드 친구, 오로라는 같은 시각에 행성 칼디르로 돌아가기에 앞서서 일반적인 우주지도에는 표시되지 않는 행성에 들렀다.
아직 우리를 제외한 다른 이들에게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공간. 들어오는 길목조차 베일에 싸여 있는 공간. 주변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빛도, 생명도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 오로라는 자기 주인님이 알몸으로 큰절을 올리면서까지 해온 ‘부탁’을 이행하고 있었다.
자기가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이에 주인님은 그 안주인님이라는 계집과 이상한 작당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여주지 심히 궁금해진다.
로터로 보지 고문당하던 플랑은 어떻게 됐느냐고? 지금은 잘 풀려나서 오로라 언니를 도와드리고 있었다. 물론 처음에는 자기 보지를 괴롭힌 언니가 자기를 도와달라는 말에 저항했지만, 딜도를 가져와서 스마타로 참교육을 해주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해졌다.
“흐아아앗... 그만... 오로라님... 도와드리겠습니다아아... 그러니... 제발... 그만... 보조연산장치주제에 까불어서 죄송합니다아아...”
“그래, 네 주제를 알았으면 됐어.”
아마 플랑이 끝까지 오로라의 부탁을 빙자한 명령을 거절하고 들었더라면, 그날로 플랑은 언니의 손에 처녀막을 잃게 되었으리라. 정말이지, 주인님과 새로 뵙는 여자분이 떡치는 장면은 유해하다고 못 보게 했으면서 이제 와서 이렇게 가혹하게 구는 건 너무하지 않나.
인간의 몸이 아닌 안드로이드의 몸이라고 할지라도 사랑하지 않는 이의 손에 처녀를 잃게 되는 경험은 그리 유쾌하지 않은 법. 플랑은 강제로 벗겨진 옷을 주섬주섬 주워입으면서도 긍정적인 것만 생각하려고 했지만, 자꾸만 울먹이게 되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다.
“힝... 오로라 언니야... 너무 못 됐어...”
“계획의 마지막 부분부터 실행에 옮겨라... 그건 곧 계획에서 가장 치명적인 부분부터 역순으로 계획을 진행하라는 의미겠지.”
플랑의 말을 가볍게 무시해준 오로라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자신의 주변에 놓인 정체 모를 상자들을 하나씩 손으로 집어 안에 들어있던 것을 털털 털어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칼디르가 만들어낸 또 다른 발명품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칼디르가 만들어낸 것 중에서 가장 위험한 발명품이 바로 그것이라 할 수 있었다.
이 발명품은 나노 미터 이하의 크기로 제작되어 상자 안에 수북이 쌓여있는 것을 허공에 흩뿌리면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작았지만, 크기가 작다뿐이지, 엄연히 인공지능이 탑재된 안드로이드였다. 오로라와 플랑이 1+1세트로 만들어진, 눈에 확 띄는 인간형 안드로이드라면, 이것들은 나노 바이러스라고나 할까.
“자, 이걸 가능한 한 널리 퍼뜨리려면 네 도움이 필요하니까... 잔말 말고 거기에 서 있어.”
“뭐... 뭐하려고 언니야... 응...응핫... 언니야... 이렇지 않겠다고 했으면서... 또... 응... 응...”
오로라가 주연산장치라면, 플랑은 보조연산장치 겸 보조 배터리라고 할 수 있었다. 평상시에는 오로라의 연산능력과 자체 동력원만으로도 충분히 작업을 수행할 수 있지만, 순간적으로 더 많은 연산능력과 에너지가 있어야 하는 일이 생길 때는 플랑과 오로라를 ‘연결’하는 식으로 효율을 꾀했다.
그 연결방식이 굳이 그렇게 팬티를 벗기고 손가락을 보지 속에 집어넣는 형태일 필요는 없었지만, 긴급 사태를 대비하여 에너지를 비축한다는 핑계를 대면서 안드로이드 주제에 하루에 12시간씩 쳐 주무시고는 했던 플랑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오로라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실이었다.
“이제... 퍼져 나간다. 그래, 멀리멀리 퍼져 나가거라. 너희가 열심히 일을 해줘야 내가 할 일도 그만큼 적어진다.”
“그래, 오로라 언니야 말이 맞아... 너희가 못 해내면... 내가 그 못된 짓을 당하게 될 테니까... 열심히 해야 해!”
쓰읍! 못된 짓이라니! 언니로서 여동생을 훈육하는 과정을 그런식으로 깎아내리면 곤란하지... 일이 끝나는 대로 또 참교육에 들어가 줘야 되려나. 오로라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플랑의 그곳에서 손가락을 빼내 주었다.
오로라와 플랑은 이것들과 마찬가지로 칼디르의 손에서 탄생한 발명품이었으니만큼 이것들이 얼마나 흩어지든지 간에 어렵지 않게 감지해낼 수 있었지만, 이 나노 바이러스의 목표가 될, 아틀란티스 제국의 적들에게는 ‘매우 안타깝게도’ 이것을 감지해낼 만한 기술이 없었다.
감지해낼 방법도 없는데, 여기에 워프 엔진을 부착하여 우주역병으로 자체적으로 번질 만한 잠재력이 있으면서, 인터넷망을 통해서도 전염이 가능하고, 기계나 무생물조차 감염시키며, 세균의 이분법보다도 월등히 빠른 속도로 자가복제까지 한다?
어찌 생각하면 이것은 인공 블랙홀탄 따위의 전략 병기들 보다도 더더욱 무서운 무기라고 할 수 있었다. 일반적인 전략 병기들은 그래도 한 방에 사람을 죽여주고 끝나지만, 이것은 사람들을 ‘죽음만도 못한 운명’으로 몰고 갈 테니.
그게 내 운명은 아니고 우리 적들의 운명이니까 내가 걱정해줄 이유는 하등 없지만 말이야. 오로라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육신의 조국이 다시 패권국으로 거듭날 수 있게 하려고 자신의 주인이 선택한 방법은 매우 잔혹한 것이었지만, 그만큼 강력하다고 할 수 있었다.
제 주인이 의도하는 바를 모르는 것이 아니었기에, 오로라는 이것이 어떤 결과를 몰고 오게 될지는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연산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냈다.
이제 막 전원이 켜진 나노 바이러스들을 일일이 움직여 적재적소로 이동시키고, 컨트롤하는 작업은 일반적인 슈퍼컴퓨터들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물론 오로라와 플랑은 ‘일반적인’이라는 수식어가 앞에 붙기에는 너무나도 비범한 존재들이었다.
그 아리따운 디자인에 걸맞은 뛰어난 성능. 에너지원과 연산장치의 이원화를 통한 효율성의 극대화.
삣삣삣... 하루에도 수십만 대에 달하는 함선들이 오가는 어딘가의 초대형 워프 게이트. 이곳의 시스템을 해킹하려는 ‘누군가’의 시도는 그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와중에 왕왕 발생하고는 하는 ‘사소한 오류’로 간주되어 책임자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말았다.
워프 게이트를 지나쳐오면서 나노 바이러스를 옮아온 워프 수송함들은 나노 바이러스들의 자제적인 워프 능력으로는 닿을 수 없는 더더욱 먼 곳까지 편안히 바이러스님을 모셔다드렸고, 함선의 자체적인 감지 시스템이나 행성의 출입국 시스템들은 이들의 움직임을 전혀 잡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설령 감지해낸다고 하더라고 상관없었다. 그 확률도 지극히 낮을뿐더러, 킬 코드가 발동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런 증세도 발현되지 않고 그저 무한히 전염되기만 할 뿐이니까. 뒤늦게 깨닫고 치료를 시도해봐도, 생체조직에 완전히 녹아들어 가 환자의 몸을 헤집어놓아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쯤이면... 이미 모든 것이 끝나있으리라.
삐리릭... 또 다른 워프 게이트의 통제권을 획득하였다. 시스템 접근 허가. 이곳도 넘어왔다. 해킹 성공. 저곳도 우리 품 안에 들어왔다. 워프 게이트들을 해킹하는 몇 분 사이에 수십 배로 불어난 나노 바이러스들은 새로 생긴 일자리에 우악스럽게 달려들었고, 철 들지 않은 어린아이들처럼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어찌 보면 워프 게이트망보다도 더더욱 치명적인 전염경로가 되어줄 수도 있는 인터넷망의 통제권 역시 획득하는 데 성공. 이제 곧 서버 컴퓨터에 달라붙은 나노 바이러스들이 바이러스 프로그램을 이식하고, 적당한 장소에서 다시 현실공간으로 역전사되는 과정을 반복하며 확산되어주리라.
내가 생각하기로는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연합국’이 우리 주인님네 나라에 한 짓이 많다고 하니까... 나는 우리 주인님의 판단을 믿어! 우리 주인님이 틀렸을 가능성 같은 거... 고려조차 할 수 없어! 플랑은 열일하는 자기 언니를 올려다보면서 주인님 생각을 했다.
플랑이 알기로는, 자기를 만들어준 주인님이 되시는 칼디르는 루시드 제국과의 대전쟁이 끝난 직후에 태어난 ‘전후세대’에 해당했다. 그리고 그런 칼디르의 손에서 태어난 것이 자신이었으니만큼 대전쟁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주인님이 말씀하신 바가 모두 사실대로라면 ‘연합국’은 이렇게라도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민주주의 국가를 자처하며, 세계평화를 부르짖던 제국주의 열강들은 루시드 제국이 선전포고조차 하지 않고 아틀란티스 제국을 침공해왔을 당시 아틀란티스를 도와주지 않았다. 그리고 제국은 외로운 투쟁을 무려 7년 넘게 이어가야만 했다.
루시드 제국군이 ‘자칭’ 민주주의 국가들이 만들어낸 ‘제네바 협정’을 무시한 채로 무차별적으로 전쟁포로와 민간인들을 그저 재미로 학살하고, 자기네 군인들을 ‘위안’한다는 명목으로 성 노예를 징발하며, 점령하는 데 힘이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대행성 탄을 투하하여 행성을 우주지도 상에서 아예 삭제해버리는 만행을 숱하게 저질렀음에도... 그들은 도와주지 않았다.
대전쟁과 대전쟁 이후 10여 년간 이어진 잔혹한 식민통치로 인해 발생한 누적 사망자가 4천 조 명을 넘어서고, 수천 조에 달하는 생존자들이 노예 노동을 강요당하며 죽음만도 못한 삶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그들은 애써 제국에서 빚어진 비극을 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제국을 도와주지 않은 거라면 모를까, 제국주의적 야심까지 드러내어 ‘거 같은 제국주의 국가인 우리끼리 싸우지 말고 아틀란티스인지 뭔지 하는 나라를 잘 갈라서 노나먹고 사이 좋게 지냅시다’라는 제안을 받아들여 제국의 정당한 영토를 빼앗아가기까지 했다.
비겁한 자들... 그러면서 도덕이니 윤리니 잘도 떠들어대다니... 우리 주인님께서 사실은 마조히스트 본능을 숨기고 다니던 분이라고 하더라도, 나는 주인님의 판단을 믿어. 그런 자들은 마찬가지로 ‘죽음만도 못한 운명’에 처해봐야만 한다. 플랑의 믿음은 굳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