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공주님의 섹스 전담 메이드: 43화
일요일 새벽에 억지로 일으켜 세워져서는 자기 여동생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를 두 눈으로 보자마자 물밀 듯이 밀려온 심적 피로를 이겨내지 못한 아틀란티스 3세 황제는 다시 눈을 감은 뒤로 화장실도 한 번 가지 않고 계속 코를 골아댔다.
‘다 쉬는 일요일에 나를 깨워서는 한다는 이야기가 겨우 그거냐’는 황제의 외침은 이 나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동자, 소작농, 노예들과는 그다지 상관없는 이야기였지만, 그렇게 다시 침실로 돌아오자마자 곯아떨어지는 걸 보면 신하들 때문에 자다 깨서 괜히 못 볼 꼴을 본 게 진심으로 억울했던 모양이었다.
컥... 컥... 컥... 푸후후... 평소에는 여자를 몇 번 안아주지 않으면 도저히 잠이 들 수 없노라고 노래를 불러온 그가, 이제는 중간에 끊어질 듯 아슬아슬한 코골이를 보여주고 있다. 황제의 코골이가 잦아들고 그가 정신을 다시 차린 것은 월요일 정오가 조금 안 되었을 무렵의 일이었다. 일요일 아침부터 무려 4끼를 건너뛴 셈이었다.
끄응... 내가 얼마나 잔 거지? 내리 일주일을 자 버리겠노라고 소리는 쳐놨지만... 일주일까지는 못 간 거 같고... 내가 그... 실외정원에 가서 아틀란티아가 그 지랄을 하는 걸 보고 나서 침실로 돌아온 게... 새벽 1시쯤이었던가? 일요일 새벽 1시부터 월요일 정오까지... 와! 축하합니다! 당신의 35시간은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황제라고 말은 하지만 어차피 괴뢰국의 얼굴마담에 불과했던지라, 꼬박 하루가 넘게 자리를 비웠다고 해서 큰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권신들과 총독부가 다 어련히 알아서 했겠지. 내가 하는 일이 뭐가 있다고 그러냐... 그는 띵한 머리를 두 손으로 부여잡고 그렇게 생각했다.
잠시 일어나서 잠을 깨운 뒤부터는 여동생에 관한 생각에 골몰했다: 아빠는 같지만, 엄마는 다르다. 피가 이어져 있기는 하고, 이복남매라고 해서 반드시 사이가 좋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지만... 적어도 우리 남매에게는 해당 사항 없는 말이다. 그런 여동생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에... 내가 왜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는 거지...?
“이봐! 밖에 아무도 없나? 아무도 들어오게!”
“예... 예, 폐하. 부르셨사옵니까? 몸은 좀 괜찮으시옵니까? 그... 당장 식사를 준비해오라 전하겠사옵니다!”
끄응, 식사라... 무려 4끼를 건너뛴 다음인 데다, 이번 끼니마저 거르게 되면 5기를 굶게 되는 셈인데도 딱히 뭘 먹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보다는 아틀란티아가 벌여놓은 사단이 어떻게 잘 정리되었는지에 관심이 쏠렸다.
“아니, 됐네. 식사는 나중에 들도록 하지. 그보다는... 그, 밤중에 궁궐에 일어난 소동은 어떻게 잘... 정리되었나?”
“아, 그거라면... 예! 염려하실 필요 없이, 모두 정리되었사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 황제는 속으로 한숨을 쉬면서, 문밖에 서 있다가 자기가 부르자마자 헐레벌떡 들어와 준 이름 모를 신하- 너무 오래 잔 탓인지 아직도 복잡한 생각을 하기 힘들고 뭐가 뭔지 좆도 모르겠다-로부터 밤새 일어난 소동에 관해서 보고를 받기 시작했다.
일단 모든 상황이 정리되었노라는 결론부터 듣고 나니 보고를 듣기에 마음이 한결 편했다. 그러다가 몇 명의 여성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발정이 나서 사람을 가리지 않고 덮치고 들었으며, 그로 인해 짜인 남성은 또 몇 명이고, 아직도 대다수가 회복하고 있지 못하다는 부분에서는 눈살이 좀 찌푸려졌다.
그랬지만, 어떻게든 격렬한 정사의 흔적을 말끔히 치워내는 데 성공하고, 페로몬 피해자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모아들여 치료 중에 있는데 탈출자는 없으며, 이 일이 황궁 바깥으로 새어나가는 걸 막는 데 성공했다는 부분에서는 조금이나마 미소를 지어 보일 수 있었다.
“그 난리를 수습해냈다니, 놀랍군.”
이런 상황이 아니었더라면 상을 내리고 싶을 정도였다. 지금은... 음... 도저히 누군가한테 상을 주고 말고 할 기분이 아니다. 일단 불씨는 한 번 꺼트린 다음에도 다시 살아날 우려가 크니, 꺼진 불도 다시 보는 것이 우선이다.
“아틀란티아는 어디에 있나? 이 사달을 내놓고 지금 제 방에 돌아와 있기는 하나? 그... 같이 다닌다는 계집년에 관해서는 뭔가 알아낸 것이 있는가?”
“그...그건... 송구하옵니다... 거기까지는... 알아낸 것이 없사옵니다. 공주님께서도 방에 계시지 않고... 어디로 가셨는지 지금 궁궐 전체를 샅샅이 수색 중이옵니다.”
아틀란티아... 제기랄, 지금 이 시간까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돌아다녔는지는 몰라도, 일단 돌아오면 이 사달을 내놓고 낯을 들고 다닐 양심이나 있는지 한 번 물어봐야겠다. 내가 이 난리를 겪고도 화를 안 내면 부처다, 부처.
이번 기회에 궁궐에서 아주 쫓아내든지 해야겠다. 어차피 남남이었던 거 아예 갈라서서 더는 싸울 일도 없도록 하고... 겸사겸사 가뜩이나 세금도 잘 걷히지 않는 판에 군식구 하나 줄이면 예산을 얼마나 절약할 수 있겠는가. 눈엣가시였던 아틀란까지 어떻게든 핑계를 만들어내서 세트로 묶어 쫓아낼 수 있다면 더 좋고.
자기 큰 오빠가 자기를 궁궐에서 아주 내쫓아내려고 궁리 중일 동안, 공주님께서는 칼디르를 꽉 껴안은 채로 주무시고 계셨다. 육신의 피로가 너무나도 심했던 탓인지, 꿈속 공간에서의 섹스마저 멈추시고 아주 꿀잠을 자고 계셨다.
몸을 그렇게 험하게 놀리지만 않았더라도 정신이 그토록 빨리 꺼질 일도 없었을 텐데... 천 번째쯤 뭐가 툭 하고 끊어지면서 몽중 섹스를 더는 이어나갈 수 없게 되었다. 분명... 그때까지는 잘만 떡 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몽중 섹스를 위해서 계속 정신력을 소모하다 보니 육신의 피로를 회복할 틈도 없어서... 수면 본능이 공주님을 멈춰 세운 듯했다.
한편, 몽중 섹스 연속 천 번 업적을 달성하신 칼디르는... 역시 눈꺼풀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 꿈속에서 공주님께 계속해서 겁탈당하면서 고도의 섹스 스킬을 체득하는 뜻하지 않은 수확은 거두어들였지만, 그를 위해서 소모한 정신력은 실로 막대했다.
육신의 에너지에 이어 정신력까지 바닥이 나버린 두 사람이 코를 골지 않고 조용히 자는 모습은 아주 아름다웠다. 숲 속의 공주님 한 쌍을 보는 것 같다고나 할까. 정확히 얘기하자면, 공주님은 하나였고 다른 하나는 평민 소녀였지만... 아무래도 좋을 이야기다.
지금 칼디르의 미모를 보고 평민이니 뭐니 하며 소리 칠 사람이 있을까. 여자가 본다면 페로몬에 이끌려 칼디르에게 손을 대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게 될 것이요, 페로몬이 통하지 않는 남자가 본다고 하더라도 자지를 껄떡대기에 바쁠 터였다. 애기들처럼 볼 살이 빠지지 않은 칼디르의 얼굴은 그만큼이나 곱상했다.
그리고 여느 귀족 가문의 노친네들이 양옆으로 거느리고 다니는 첩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거대한 저 유방은 어떠한가. 게다가 쇄골과 밑가슴을 가로지르며 살갗 일부분이라도 가려주던 스트링 바디 슈트마저 벗은 상태. 유방을 슬쩍 만진다고 하더라도 그 손길을 뿌리칠 수도 없는 상태임을 감안한다면, 그야말로 엄청난 유혹이었다.
비록 지금은 공주님과 함께 밤새 뒹굴고 식물들을 눌러버리고 하면서 더러워진 상태였지만, 칼디르의 미모는 흙 속에 묻힌 다이아몬드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 옆에 누워계신 공주님은 또 어떠한가. 칼디르와는 다르게 볼살 없이 날렵한 저 턱선, 칼디르보다는 작아도 평균 사이즈는 한참 넘어선 저 유방.
아마 지나가던 마녀도 그 꼴을 보게 되면 그 둘에게 못생긴 괴물로 변하는 저주를 거는 대신 성 관념이 음탕한 레즈비언 창녀로 변하게 되는 저주를 걸어서 자기 집으로 데려가서 갖고 놀려 들리라.
다행인지 불행인지, 삐뚤어진 성 관념을 가진 마녀가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일련의 소동을 모두 정리했다고는 하나, 유혹 페로몬에 대한 금단 현상을 호소하는 여성들에게 대증요법을 시행하느라고 여전히 정신없는 황궁 측에서는 공주님 수색에 그렇게 많은 인원을 투입하지 못하고 있었다.
“으음... 잘 잤다. 역시 자기 전에 운동해서 몸을 좀 피곤하게 만들어줘야... 잠이 잘 오는 법이라니까... 마키야, 이제 일어나야지? 해가 벌써 중천에... 아니, 좀 기운 걸 보니까 월요일 오후쯤...인가보다.”
“으응... 주인님... 잘... 주무셨...나요...”
기지개를 펼치면서 먼저 일어나신 공주님께서는 그때까지도 꿈나라에 있던 칼디르의 볼살을 콱 잡아 흔들어서 깨우셨다. 이제 기나긴 섹스 타임 이후에 찾아온 현자 타임을 이용하여 대책을 논의할 시간이다.
자, 내가 원해서 궁궐에서 ‘내가 실은 레즈비언이었소’하고 커밍아웃을 하고 다니기는 했지만... 일이 좀 커졌으니까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넘어가기는 좀 힘들 거다. 반드시 책임을 추궁당하게 될 터... 이에 대비하여 내가 마련해둔 대책?
그딴 거... 없다! 무대책이 곧 대책일지니! 애당초 대책이고 뭐고 생각할 정신이 있었으면 그렇게 대놓고 커밍아웃하고 돌아다니지도 않았겠지! 일단 마키도 우리 아빠를 만나 뵙고 싶다고 했으니 이대로 사랑의 도피 겸, 아주 머나먼 곳으로 튀어버려도 좋겠지만...
마키가 말하기를, 루시드 제국을 우리나라에서 몰아내고 싶다고 하였다. 우리 아빠를 만나 뵙고자 한 이유도 그 때문. 이대로 지구를 뜨게 된다면 우리 앙큼한 마키가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서 짜냈다는 계획에 문제가 생길 것 같단 말이지. 아빠를 만나러가기 전까지 큰 오빠와의 관계도 개선하고... 지구에 좀 더 빌붙어 지낼 만한 명분... 뭐 없을까?
“마키야! 이제 일어났으면 우리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좀 생각해내 봐. 너, 나도 만들 줄 모르는 안드로이드도 만들어내고... 아무튼, 머리 똑똑하잖아!”
공주님 그 자신이 칼디르를 보고 꼴렸답시고 서둘러 덮치는 바람에 일이 이렇게 된 것을, 책임을 칼디르에게 넘기는 모습은 참으로 뻔뻔했으나... 그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주인과 노예와의 관계에서 뭔가 문제가 터졌을 경우, 그 잘못을 주인에게 돌리지 않는다. 문제를 일으킨 책임도, 문제를 수습할 방법을 생각해내는 것도 모두 노예에게 돌아가기 마련.
“에헤헤, 제가 똑똑하기는요... 섹스밖에 모르는 바보 멍청이 마조 암퇘지인데... 헤헤헤... 그러지 마시고 제 젖가슴... 더 세게 주물러주셔요...”
“아... 부드럽고... 좋다... 아, 아니... 이게 아닌데...”
칼디르가 손을 잡아끌어 자기 젖통에 가져다 대주자, 간만에 현자 타임에 돌입하신 공주님도 순간적으로 말려들 뻔했다. 야, 너도 정말 대책 없어? 이렇게 된 거, 그냥 콱 빤스런 해버려? 아니... 팬티도 안 입고 있으니까 알몸런인가? 하여튼 간에...
“사실... 대책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에요... 아마 ‘그거’라면... 사람들을 아주 간단히 설득할 수 있을 거에요...”
‘그거’...라니? 공주님께서는 여전히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계셨지만, 칼디르는 나긋나긋한 투로, 그러나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실패할 리 없다는 듯한 태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