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화 〉공주님의 섹스 전담 메이드: 35화
초능력자라고 해서 다 같은 초능력자는 아니다. 어떤 사람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거나, 목숨이 위급한 상황에 이르러야만 겨우 미약한 수준의 초능력이 발동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일개 행성을 단신으로 손쉽게 불태우기도 한다. 당연한 소리지만, 강력한 초능력자일수록 그 숫자도 적고 인위적으로 구현하기도 어려워진다.
초능력이란 것을 그렇게 깊게 파고들어 본 적은 없기에 우리 마키의 힘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권역의 발동조건인 ‘발동자보다 강력한 존재가 주변에 있고, 발동자가 그 존재를 진심으로 취하고자 할 것’이 충족된 걸 보면 나보다는 강한 게 분명하다. 힘의 차이가 얼마나 되는지는 몰라도 나보다 강하다면 어째서 내게 붙잡힌 걸까?
마키의 눈을 가리고 있던 검은색 안대를 거칠게 잡아 뜯어버리고 그 푸르른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본다. 이 공간 자체가 매우 음울하기 그지없는 공간이었기에, 안대를 그렇게 갑자기 뜯어낸다고 해서 밝은 빛이 눈을 때리거나 하는 일은 없다. 우리 둘은 한동안 서로 눈동자를 마주할 뿐, 이렇다 할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마키, 넌 내 종으로서 거짓이 아닌 진실만을 말해야만 할 의무가 있어. 이제 어느 정도 그걸 깨달은 모양이지만, 네 태도를 봐서는 거짓을 말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몇 가지 진실은 아직 말해주지 않은 것 같은데.”
“그, 그런... 제가 어찌 감히 주인님의 앞에서 진실을 숨기겠어요...”
“그건 좀 더 두고 보면 알게 될 일이지.”
아...? 마키가 입을 벌리고 멍청한 소리를 낸 순간, 하트 문양이 그 푸르른 눈동자에 새겨졌다. 서큐버스로서 정신 지배 능력을 사용해보는 것은 오늘이 처음인데, 그런 것 치고는 일이 잘 풀리는 것 같다. 릴리스...로 추정되는 년을 배빵 한 번으로 날려버린 걸 보면 나, 의외로 이런 쪽에 재능이 있는 게 아닐까?
절대음문이 육체 지배 쪽에 특화된 능력이라고는 하나, 육욕에 정신을 맡기다 보면 정신까지 잃게 될 수밖에 없거늘, 그 나름대로 자아를 유지하고 있던 마키도 이제 이것으로 끝이다. 이 심문이 끝나는 순간, 나는 마키의 정신마저 손아귀에 쥘 수 있게 되리라.
“그럼 이제 심문을 시작하도록 할까. 너, 나한테 따먹히기 전까지 처녀였어?”
일단 가장 중요한 걸 한번 물어본다. 한낱 음식이나 기계장치 따위도 중고품보다는 최신품의 값어치가 더 나가는 법이거늘, 하물며 평생을 함께할 여인에 이른다면 말할 것도 없다. 내가 딜도를 억지로 쑤셔 넣을 때 처녀 혈이 튀어나오는 것만 봐도 어느 정도 추측은 가능했지만, 그래도 일단 본인 입으로 처녀인지 비처녀인지 털어놓는 걸 듣고 싶다.
분명 내가 밤새 피멍이 들 정도로 쥐어박았는데도 아침에 멀쩡했던 걸 보면 그 놀라운 회복력으로 내게 처녀를 따이기 전에 제삼자에게 따이고 나한테 오기 전에 처녀막을 고쳐놓는 속임수를 쓴 것일 수도 있었으니만큼 이는 필요한 절차였다.
“처녀...였지요. 주인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앞 보지도, 뒷 보지도, 입 보지도, 젖보지도... 전부...”
이렇게 당사자에게 수치스러운 질문까지 해가면서 이년이 중고가 아니라 신품이라는 사실을 알아내는 데 성공하자, 나로서는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재건 수술이나 초능력자 특유의 회복력을 통한 속임수가 아니라, 진짜 처녀막을 내 손으로 쟁취한 것이다...! 나는 순간 이 기쁨을 어찌 표현하면 좋을지 몰라 잠시 어버버하다가 말을 이었다.
“그 다음으로, 네 신장, 몸무게, 쓰리사이즈, 브라 사이즈를 한번 털어놓아 봐. 아, 몸무게는 물론 지구 중력 기준이야.”
“키는... 160cm, 몸무게는 39kg, 쓰리사이즈는 96-59-100, 컵 사이즈는... 70f컵...이에요...”
지구 중력 기준으로 39kg이라... 뭐,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 못 먹고 살아서 영양실조는 기본옵션으로 달고 사니 그 정도라면 저체중 축에도 못 든다. 들박에 최적화된 몸무게라는 건 부정할 수 없겠지만.
그러고 보니 내가 아틀랜디에 취해서 마키 보지에 박아댈 적에 막 엉덩이를 잡아 든 채로 박아댔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하여튼, 들박 최적화 몸매라는 건 중요한 정보니까 이것도 머릿속에 저장해두자.
그나저나, 70f컵이라.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컵 사이즈 하나는 제대로 때려 맞혔네. 개인적으로는 그보다 치수가 더 컸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마키는 아직 성장기이니만큼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여기서 괜히 마음 쓸 필요는 없다.
“세 번째 질문. 네가 이 권역의 정체를 알고 있을지는 몰라도...”
“네... 저는... 이 공간의 존재를 알고 있었어요... 어떻게 하면 열 수 있는지도 알고 있었고...”
“뭐? 알고 있었다고? 으음, 뭐... 좋아. 아무튼, 우리가 여기를 비집고 들어오는 데 성공했다는 건 네가 나보다 강력한 능력자라는 증거야. 이곳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면 이야기는 더 빠르겠네. 그래서 나보다 강한 네가 순순히 나한테 붙들린 이유는 뭐지?”
일단 가장 중요한 처녀 여부는 알아냈으니까, 여기서부터는 그냥 아무래도 좋을 질문들이다. 이 암퇘지 년이 나보다 강하다면 얼마나 강한지, 내게 붙들린 이유가 마조 암퇘지라서 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질문.
내가 생각하기로는 딱히 다른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그냥 마조 암퇘지라서 내 손길에 이렇다 할 저항조차 하지 않고 처녀마저 내어준 것 같은데. 혹시 모르는 거잖나? 이미 끝까지 가놓고 ‘만약’의 가능성을 걱정하는 건 좀 웃긴 일이긴 해도, 그것이 내가 마키를 따먹는 것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면 문제는 좀 심각해질 것이다.
마키는 이 질문에 대해서, 예상하신 대로 저는 주인님보다 강력한 초능력자에요. 아마도 수천 조 분의 1 이하의 확률로 태어나는 정도의... 하지만 기척을 완벽하게 숨길 수 있어서 그동안은 평범하게 살아왔죠. 제가 막강한 초능력을 타고 태어난 건 맞지만, 그건 제가 원한 게 아니었거든요. 저는 평범하게 살고 싶었어요...라고 운을 떼었다.
“하지만 더는 무대 뒤에 숨어있을 수만 없게 된 사정이 생겼어요.”
“그 사정이란 뭐지? 기척을 완벽하게 숨길 수 있다면, 그리고 정말로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 네 꿈이었다면 그냥 계속 기척을 숨기고 살았으면 그만이었을 텐데.”
정부에서 설정한 최저 기준선을 넘은 초능력자들은 대개 중요한 전력으로서, 어렸을 때부터 강제로 징집되어 고도의 훈련을 받은 끝에 위험한 살인 병기들로 거듭나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우주는 넓고, 우리나라는 대전쟁 이전에도 중앙집권을 추구하는 나라치고는 지방 장악력이 매우 허약하여 마키처럼 정부의 손이 닿지 않은 초능력자들도 많았다.
정부에 의해 특수요원으로서 발탁되지 않은 초능력자들은 그 몸값을 노린 이들에 의해 납치를 당하거나,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상태에서 폭주를 일으켜서 역사에 기록될 만한 사건을 치거나, 아예 외국 정부에서 선수를 쳐서 스카웃해가기도 한다. 하지만 마키처럼 조용하게 살아가는 이들도 얼마든지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러한 정적을 깨고 나온 이들은 대개는 이 세상에 커다란 풍파를 몰고 오기 마련이다. 긍정적인 쪽으로든, 부정적인 쪽으로든. 너는 과연 어느 쪽일까?
“...루시드 인들이요. 저, 처음에는 정말 평범하게 살아가려고 했어요. 그렇게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도 좋기는 했지만, 하루는 제게 주어진 초능력으로 뭔가를 해내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최근 들어서 이것저것 해나가기 시작했지요.”
아, 루시드 제국이라... 섹스 외에 다른 것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 우리 제국에 총독부를 설치하고 우리를 괴뢰국으로 삼은 그들을 언급하고, 다른 이들을 위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걸 보면 보기보다 생각이 깊은 애였나 보다.
초능력은 유전되는 예도 있지만, 말 그대로 ‘그저 우연히’ 타고 태어나는 경우가 절대다수였으니만큼 ‘나는 원하지 않았다.’는 말은 믿을 만하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싶었다.’는 말도 역시 납득 가능한 범위. 그런데 보기보다 깊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마키의 대답과 그 마조히스트 본능은 얼핏 생각해서는 잘 연결이 되지 않는다.
이 점에 대해서 좀 더 캐물어 보면 내게 붙들린 이유도 알아낼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나는 서둘러 다음 질문을 꺼냈다.
“루시드 인들을 몰아내고 사람들을 위하겠다, 물론 좋은 말이지. 조국을 위하면서 섹스도 즐기고... 아주 좋은 말이지. 그것을 위해서 이곳 지구까지 행차한 것 역시 이해가 가. 비록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 방사능 황무지지만, 우리나라의 엄연한 수도행성이었으니까.”
이번 질문은 좀 길어질 것 같아서 중간에 끊고 숨을 좀 돌린다. 그리고 마키의 젖통에다가 쐐기를 박아준다.
“네 말이 정말 사실이라면, ‘국내정부’를 이끄는 제임스 애덤스 쿼크 병부대신, ‘인민정부’를 이끄는 우리 아빠, ‘구국군정’을 이끄는 그로즈니 아틀라스 비스마르크 육군원수 중 한 사람을 먼저 찾아갔어야 맞는 게 아닌가? 동성애가 행해지는 비밀 연회장에 그런 차림으로 떡하니 나타나는 건 좀 아닌 것 같은데?”
그것이 공주님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단지 식민지배자들을 몰아내고자 했다면, 그를 위해 협조를 구하고자 했다면 저항운동을 대표하는 이들을 찾아가야 맞는 게 아닌가. 나를 만나러 온 것은 번지수가 한참은 틀린 것이 아닌가.
그에 관한 한, 내가 마키에게 줄 만한 것은... 기껏해야 우리 아빠를 소개해주는 것뿐이다. ‘아빠, 내가 얘를 한번 알아봤는데 창녀처럼 생긴 것치고는 머리도 똑똑하고, 초능력도 좀 많이 세대요!’ 그러면 아빠가 얘를 데려다 쓰든 말든 하겠지.
“아, 처음에는 주인님의 아버님께서 계시는 곳에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저 혼자 가기는 좀 그래서, 지구에 갇혀 지내시던 주인님과 주인님의 작은 오라버님을 구출해서 동행하려고 했어요.”
“나랑 작은 오빠를? 큰 오빠가 이걸 들으면 뭐라고 할지 궁금해지네.”
미처 구해내지 못한 가족들을 구출해준다, 이보다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또 있을까. 말이야 다 맞는 말이다. 알몸으로 형틀에 묶인 채 뜨거운 숨결을 내뱉으며 하는 말이라서 아무리 들어봐도 설득력이 좀 떨어진다는 게 문제일 뿐이지.
“우리를 구해내서는... 함께 아빠를 만나 뵈려 했다고? 벌써 상견례까지 생각하고 있었어? 앙큼한 것... 그런데 하필이면 그런 장소에서 그런 차림으로 나를 만나러 온 이유는?”
권역에 들어와 내게 정신을 빼앗긴 상태인데도 마키는 여기서는 우물쭈물거렸다. 여태까지 해준 이야기를 내가 믿어주지 않는 것도 아닌데, 속이 다 비치는 웨딩 란제리 차림으로 누군가를 구하러 왔다는 부분만큼은 납득이 가도록 설명할 자신이 없다는 것일까.
솔직히 마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주고 있는 나도 제정신은 아닌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네가 마지막으로 내놓을 답변이 이 나를 만족하게 해줄 수 있기를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