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화 〉공주님의 섹스 전담 메이드: 28화
지구는 모든 인류의 고향이자, 아틀란티스 제국의 자랑스러운 수도행성’이었다.’ 이 문장은 과거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루시드 제국과의 대전쟁 당시에 융단 핵 폭격에 의해 찬란했던 문명을 잃어버리고, 제국 최대의 도시행성에서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로 변하고 말았으니 제2의 도시행성이자 경쟁자 사이이던 화성에 수도의 자리를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지구와의 크기 차이를 고려한다면 화성에는 지구 못지않은 인구를 자랑하는 도시행성이요, 지금 총리대신으로 있는 빌뇌브가 이끄는 페르세포네 가문의 심장이었다. 총독부는 그러한 화성의 수위권을 인정하였으며, 수많은 행성이 잿더미로 변한 가운데 유일무이하게 대규모 행정업무를 취급할 수 있는 행성으로서 어렵지 않게 제2의 수도가 될 수 있었다.
지구에서 화성까지. 빛의 속도로 가도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서 닿을 수 있을 만큼 가까우니, 워프 엔진이 일상화된 요즈음 시대에는 그야말로 앞마당을 오가듯 왕복할 수 있는 거리라 할 만했다.
하지만 거기서 은하 정반대 편에 있는 아틀랜드 지역까지 워프 엔진으로 순식간에 닿을 수 있느냐 하면, 그 답은 ‘아니올시다.’였다. 오늘날 ‘넓은 의미의 아틀랜드 지역’은 우리 은하의 1/4을 차지하는 광활한 영역이었으나, 그 범위를 ‘아틀라인 1세 임시 서기장이 이끄는 아틀란티스 인민정부가 지배하는 영역’으로 줄인다면 그곳에 닿기까지 가야 할 거리가 더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만큼, 일이 뭔가 제대로 됐으면 화성에서 태어난 칼디르가 그렇게나 머나먼 곳에 떨어져서 어린 시절을 보낼 일은 없어야 할 터였다. 지금이 오직 ‘비정상’이 지배하는 시대였기에, 이제 막 세상의 빛을 본 칼디르가 그 춥고 먹을 것도 없는 얼음 행성 칼디르에 떨어지게 된 것이다.
칼디르가 그저 연약한 마조 암퇘지는 아니요, 아주 막강한 초능력자라고는 하더라도 몇만 광년 떨어진 행성에 불시착한 우주선에서 부모도 없이 홀로 발견된 것을 보면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을지 짐작할 만도 했다.
전쟁통에 부모가 죽었는데 쓸모가 있겠다 싶었던 자들에게 납치되었거나, 피난 중에 뭔가 크게 잘못되기라도 한 것이 아닐까.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었다. 아니, 감히 물을 수 없었다. 대령은 불타오르는 우주선 근처에서 발견된 갓난아이에게 그런 것들을 물을 수 있을 정도로 잔혹한 여인이 못 되었다.
“그래, 우리 칼디르를 만나러 간다고? 만나게 되면 이곳 소식을 꼭 좀 전해주려무나. 네 친구가 너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고. 나도 그렇지만...”
“예, 물론이지요. 제가 어찌 감히 주인님의 어머님 되시는 분의 부탁을 거절하겠습니까?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플랑, 이제 출발하자.”
“우웅... 조금 더... 자고 싶어...”
“어허! 그러면 못써요! 내리 12시간이나 푹 쳐 자놓고는 이제 주인님을 찾으러 가는 길인데 더 퍼질러 자겠다니!”
“악! 아악! 알겠어, 오로라 언니! 지금 깨어났잖아! 내 발로 걸어갈 테니 그만 때려!”
“허허... 참으로 사이 좋은 안드로이드 자매로구나... 그래도 언니가 동생을 이해해줘야지. 자자, 꿀밤은 그만 때리고 이제 슬슬 가봐야 하지 않겠니?”
칼디르가 발견된 장소에서, 보호자로 보이는 이는 없었다. 그나마 우주선 안쪽에서 한때 사람이었을 시체를 발견하였으나, 화끈하게 타오른 뒤였기에 그의 신상을 캐낼 도리는 없었다. 칼디르에게는 다행스럽게도, 행성 칼디르가 속한 카디스 행성계에서 왕초 노릇 하던 대령은 그 갓난아이에게 연민을 느끼고서 양딸로 거두어들여 주었다.
수술실에서 자신을 낳다가 죽은 친어머니를 대신하여 양어머니가 되기를 자처한 이 여인, 아스트라 대령. 남존여비가 절대적인 법칙으로 자리잡은 이 나라에서는 딸에게 이름을 붙여주지 않는 일도 흔했으므로, ‘아스트라’란 곧 그녀의 성씨였다. 그 성씨에 행성의 이름을 그대로 따다가 ‘칼디르 아스트라’라는 이름이 탄생하게 된 것이었다.
유아용 노란색 원피스가 잘 어울리고, 퉁퉁한 볼살이 콱 꼬집어주고 싶었던 칼디르는 순식간에 사춘기의 소녀로 자라나서는, 어디서 배워왔는지 모를 솜씨를 부려서 두 채의 안드로이드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첫 번째는, 튼실한 젖통을 두꺼운 메이드 복 아래에 감춘 흑색 장발의 아가씨, ‘오로라’. 두 번째는, 초등학생 정도의 키에 그 나잇대의 어린아이들이 입을 만한 옷을 입고 알비노처럼 새하얀 장발을 자랑하는 소녀, ‘플랑’.
칼디르를 내가 직접 낳은 딸처럼 소중히 기르기는 하였으나, 그런 나라도 칼디르가 무슨 생각으로 이 안드로이드를 만들어냈는지는 모르겠다. 얘네들 말고도 뭔가 잡다하게 만들어준 게 좀 많았는데, 모든 것이 부족한 이 행성에서 나름대로 요긴하게 쓸 수 있었다.
이 안드로이드들 역시 칼디르의 손에서 만들어진 뒤에 우리에게 큰 보탬이 되어주었다. 고혹적인 미모의 메이드처럼 보였던 오로라라는 아가씨는 무거운 짐을 나르거나 도시행성까지 나가서 식량을 가져오는 등 사실상 행성의 살림꾼으로 자리매김했고, 둘째인 플랑은... 안드로이드 주제에 잠이 많기는 했어도 워낙에 귀여웠기에 아이돌로 대접받았다.
안드로이드란 기본적으로 인간에 봉사하기 위한 존재라고 그 누가 말했던가? 그 역할에 걸맞게도 일단 그들의 생김새부터가 사람들의 호감을 살 만해 보였다. 오로라 쪽은 다 큰 남정네들에게, 플랑 쪽은 아직 동심을 지키고 있는 아이들에게.
사실, 두 안드로이드의 미모를 한눈에 살펴보던 대령의 미모 역시도 만만찮았다. 이 나라의 여군 중에서는 유일무이하게 그 지위에까지 오른 대령의 미모는 우선 40대라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20대 처녀처럼 피부에 주름이 없었다. 아니, 20대 처녀‘처럼 보이는 게’ 아니라, 그냥 20대 처녀 그 자체였다.
양딸인 칼디르가 웨이브 펌을 넣은 단발을 하고 다니는 것과는 다르게 아름답게 기른 장발은 찬란한 황금색으로 빛났으며, 흉부에 부착한 아가 맘마통(칼디르가 어릴 적에 애용했던 물건이었다.)은 사람 머리통보다 크기가 커서 딱딱한 디자인의 군복을 입고 다녀도 그 윤곽이 다 드러났다. 그러면서도 허리는 잘록하고 군살은 없는 초절세의 미녀였다.
도저히 군문에 있을 여인으로 보이지 않았다. 보통 군문에 든 여자 중에서 ‘예쁘다’는 평판을 듣는 이들조차도 보통은 군문 밖의 여인들과 비교하면 게임이 되지 않는 법이거늘, 대령의 미모는 소위 ‘미스~진’이니 아이돌이니 하는 년들과 비교해볼 법도 했다. 그런 미녀가 군복을 입고 있으니, 군인이 아니라 군인 코스프레 걸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누구라도 눈길을 주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는 경국지색, 예로부터 그녀를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고자 하던 남정네들은 많았으나, 그녀를 손아귀에 집어넣는 데 성공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조국을 위해 군문에 들기는 하였으나, ‘나’는 ‘나’일뿐, 누군가의 소유물이 아니다. 그 ‘누군가’가 설혹 그녀의 조국이라고 할지라도 마찬가지.
그것이 그녀의 지론이었고, 대저택을 하나 내어줄 테니 첩이 되라는 어느 귀족의 제안마저도 거절해버렸다.
뭐, 이미 지나간 일을 계속 얘기하고 있어 봐야 한도 끝도 없다. 칼디르가- 나도 그 존재를 말로만 들어봤던- ‘지구’라는 곳에 볼일이 있다기에 떠나보냈던 것이 며칠 전의 일. 칼디르를 배웅할 때는 몰랐는데, 몇만 광년이라는 거리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버리니 벌써 그리움에 사무쳤다.
그러던 참에, 칼디르가 만들어낸 두 안드로이드가 자기 주인을 찾으러 나서겠다며 발 벗고 나서자 아스트라 대령은 답지 않게 반색했다. 나 정도 되는 초능력자라고 하더라도 그 빌어먹을 루시드 군 병사들로 꽉꽉 들어차 있을 수만 광년의 거리를 단신으로 돌파할 수는 없었는데, 이들에게는 그것을 극복할 방법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안드로이드인지 뭔지 하는 물건은 인간의 명령을 거절할 수 없게 설계된 것 아니었느냐? 칼디르가 너희더러 여기서 기다리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랬기에 약간의 짐만 싸서 이 행성을 떠나려던 그녀들을 웃는 얼굴로 배웅해 주려다, 문뜩 그런 생각이 들어 그렇게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아, 그거라면 상관없습니다. 주인님께서 저희 둘을 만드실 때 완전한 자아를 이 금속 몸체에 불어넣어주셨기에... 저희는 원한다면 주인님께서 뭐라 하시건 저희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답니다.”
아스트라 대령의 질문을 받은 오로라가 잠시 멈칫거리더니 얼굴만 뒤로 돌린 채 그렇게 대답하였다. 그러고는 대령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목소리로 덧붙였다.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고 하셨는데... 후후후, 아무래도 메이드로서 약속이나 어기는 주인님께 벌을 줄 필요가 있을 것 같군요. 저는 이미 주인님께서 마조 암퇘지라는 사실을 파악했답니다. 숨기시려고 하셨던 모양이지만... 제 눈은 속일 수 없지요. 다시 만날 순간이 고대 되네요. 후후후... 후후후후후후...”
칼디르는 오로라와 플랑을 창조할 적에 후각 센서를 친히 달아주었다. 카넬리안을 통해서 ‘안드로이드라고 할지라도 후각 센서와 인간의 감정을 보유한 개체라면, 칼디르의 유혹 페로몬에 이끌리게 될 수밖에 없다.’는 실험결과가 도출된 후에 오로라의 그 사악한 웃음을 보고 있노라니 소름이 다 끼쳤다.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주인님의 어머님! 친구들도 빠빠이!”
“그래! 잘 다녀와! 가서 지구에 뭐가 있는지 보고 우리한테도 말해줘야 해!”
“올 때 뭐라도 사와! 안 사오면 절교다!”
스팽킹으로 자신의 주인님을 교육해줄 생각에 사악한 웃음을 짓던 오로라에 대비되게, 플랑은 대령을 향해 그저 때 묻지 않은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한 손을 흔들어 친근감을 표했다. 참으로 안드로이드라고는 믿기지 않게도 인간적인 아이들이다. 플랑의 인사에 화답하는 아이들도 순진무구함 그 자체다.
플랑의 손인사를 마지막으로, 두 안드로이드의 모습은 행성에서 사라졌다. 행성 칼디르에서 인간 칼디르가 있을 지구까지는 6~7만 광년. 그 정도 거리를 순식간에 뛰어넘는 것은 건물 한 채만 한 최신식 워프 엔진 수십 개를 도배해놓은 전함이라고 할지라도 불가능한 일이었으나, 칼디르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은 현 인류의 기술력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휴... 정말로 둘이서 훌쩍 떠나버렸구나. 우리 행성에는 변변찮은 학교도 없는데 칼디르는 도대체 어디서 저런 걸 만드는 방법을 배워왔는지...”
대령은 두 안드로이드가 서 있던 자리를 허망이 바라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양어머니로서 칼디르를 지극 정성으로 보살폈던 대령조차도 칼디르가 수많은 지식을 태어날 때부터 ‘그냥’ 알고 있었다거나, 이제는 공주님께 붙들려 앙앙거리는 암컷이 되었을 것이라는 상상은 하지 못했다.
나는 군문에 들기 전에는 제 이름도 제대로 못 쓰는 까막눈이었는데 말이야. 내 딸이라고는 해도, 참 알 수 없는 아이란 말이지. 친부모와 자식 간에도 비밀이라는 게 있고,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는 법인데, 하물며 양부모와 입양 딸에 이른다면야 말할 필요도 없다.
“어이쿠, 슈가야. 괜찮으냐?”
“끄으응... 대, 대령님... 칼디르... 돌아왔나요?”
“약속시간은 지났는데... 아직인 것 같구나. 그래서 오로라랑 플랑이 무슨 일이 생겼나 보고 오기로 했단다.”
이대로 여기에 가만히 서 있을 수만은 없어서 털레털레 집무실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칼디르와는 아기 때부터 가장 친한 소꿉친구로 지내온 슈가- 슈가 아루미나-가 집무실 앞에 쓰러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대령은 서둘러 소녀를 향해 뛰어갔다.
소녀를 품에 안고 상태를 살펴본다. 갈색 머리카락 사이로 돋아난 토끼 귀가 오늘따라 유달리 기운을 잃고 바닥을 향해 축 쳐져 있었고, 열이 오른 듯이 얼굴에는 붉은 기운이 감돌았다. 이마에 손을 대보니... 병원도 없는 얼음행성에서 이 정도의 열이라니!
대령은 보기와는 다르게 의무부대 출신이 아니라 전투부대 출신이었던지라, 이 아이가 무슨 병을 앓고 있는 건지 알 도리가 없었고, 치료법 따위는 더더욱 몰랐다. 여기 카디스 행성계에서 병원이 있을 만한 곳이라고 해봐야 드넓은 사막에 중소도시 몇 개가 흩뿌려져 있는 카디스 하나 정도... 그나마도 암흑가의 불법 병원뿐, 제대로 된 병원은 없다시피 했다.
“칼디르... 칼디르가... 보고 싶어요... 칼디르... 데려와요... 어서...”
“응? 칼디르? 너... 설마...”
슈가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던 대령은 소녀가 칼디르의 이름을 계속해서 부르자, ‘설마’하면서도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 상사병인 건가...? 남자친구를 어디 멀리 떠나보낸 것도 아니고, 동성 소꿉친구와 잠시 떨어진 것뿐인데...
칼디르... 밤중에 악몽을 꿨어... 네가 내가 아닌 다른 년한테 처녀막을 상실하고... 그 개년의 암 노예가 되는 꿈을... 으으... 나... 너무 아파... 네가 내가 아닌 다른 년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니... 그런 꼴을 보느니, 나... 차라리 죽어버리고 말 거야... 넌 분명 내 여자였을 텐데 어째서... 그 악몽에서는... 다른 년과... 그... 짓을...
이를... 어쩐다? 상사병을 호소하는 슈가를 두고 대령이 쩔쩔매는 사이, 두 안드로이드가 공주님과 칼디르가 한창 메탄올 질내사정 섹스를 즐기고 있는 방에 도착하기까지는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눈 깜작할 세에, 그들은 은하 정반대 편에 떡하니 나타났다.
이건 또 뭐야? 도착하고 보니 웬 빨간 머리가 주인님께 컴벳 나이프를 들이대려 하기에, 일단 목을 쳐서 기절시켜버리고 상황을 파악해본다. 음, 아무래도 진탕 해댄 모양이네. 그것도 100번 넘게.
“호오, 주인님... 제게는 분명 일 때문에 지구에 홀로 가셔야만 했다고 말씀하셨으면서... 어째서 그 아틀란티아라는 분에게 안겨서 앙앙대고 계시는 거죠?”
이제 후배위에서 체위를 바꿔서 공주님께 안긴 채 팔로는 공주님의 목을 휘감고 다리로는 허리를 꽉 붙들고서 그 자신의 의지로 엉덩이를 공주님의 딜도에 처박으며 앙칼지게 신음을 내지르고 있던 칼디르에게 오로라의 독설이 닿을 리 없었다.
“응? 뭐가? 뭐가? 오로라 언니야~ 나도 보고 싶어~ 주인님이 뭐하고 계시는지~”
이런 건 어른들이나 보는 거야, 플랑. 오로라는 플랑의 얼굴을 뒤로 돌린 채 두 손으로 플랑의 귀를 틀어막고는 혀를 쯧쯧 찼다.
제 주인이 마조 암퇘지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알았으면 진작에 그 순결을 내가 취했을 텐데... 어째 오로라가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