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화 〉공주님의 섹스 전담 메이드: 26화
처음에는 이 새끼들이 뭔 개소리를 지껄이나 싶었다. 아틀란티아가 아무리 사이 나쁘고 배다른 여동생이라고 하더라도, ‘님 여동생이 미쳐서 궁궐을 헐벗고 돌아다니고 있음! 그것도 웬 이상한 년이랑 같이! 그리고 걔네들이 궁궐에 돌아다니기 시작한 뒤로 다른 사람들도 죄다 미쳐서 떡 치고 있음!’이라는 소리를 갑자기 듣게 된 내 얼굴은 썩어들어갔다.
아틀란티아가 마음에 안 들기는 해도 지금까지 궁궐에서 지내면서 딱히 사고 치는 일은 없이 조용히 지내왔는데... 뭐? 그 조용하던 애가 동성애적 플레이를 즐기고 있다고? 그것도 어디에서 굴러들어온 지도 모를 년이랑 둘이서, sm 플레이를? 다른 사람들은 그걸 말리기는커녕 알 수 없는 이유로 죄다 발정 나서 궁궐 바닥에 떡 치고 있다고?
이런 씨발, 그따위 말을 믿느니 차라리 윈스턴 처칠이 싸지른 ‘육군강국 프랑스가 바이에른 촌놈들에게 마지노선을 우회 당해서 6주 만에 후장까지 따이고 게르만 민족의 자지님에 앙앙거리는 암컷이 되었다’는 내용의 씹덕 망상 라노베를 믿겠다! 내가 아무리 허수아비라고 해도 이 새벽에 깨워서 한다는 소리가 그따위 헛소리라니?
“...그것이 경들이 이 새벽에 짐을 깨운 이유인가?”
시황제의 장손으로서- 루시드 제국의 괴뢰국으로 전락해버린 아틀란티스 제국의- 제위를 계승한 아틀란티스 3세는 다른 모든 이보다 높은 자리에 앉은 채로 신하들을 굽어보며 싸늘한 투로 말했고, 일요일 새벽에 긴급한 소식이라면서 다짜고짜 그를 불러세운 장본인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식은땀을 흘렸다.
“하, 하지만 폐하... 보고는 모두 사실이옵니다. 적지 않은 목격담도 있었사옵니다. 공주님의 소동으로 이미 궁궐 전체에 큰 소란이 빚어졌사오며, 한시라도 빨리 공주님을 말리셔야 하옵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궁궐에 더 큰 소란이-”
“헛소리 작작하게! 제기랄, 일요일 새벽에 달려와서 짐을 깨우기에 총독부나 루시드 제국에서 뭔가 큰 불만이라도 표했나 싶어 허겁지겁 채비를 갖추고 나왔건만... 일개 노동자들까지 다 쉬는 일요일에 이 무슨 변고란 말이던가?”
한 신하가 눈치 없이 나서자, 허수아비 황제는 옥좌의 팔걸이를 손으로 쾅 치며 그의 말을 끊어버리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적잖이 분노한 듯 욕설까지 입에 올리는 그의 태도에, 일동은 흐읍 하고 숨을 들이켜 쉬었다.
하기사 평소 동성애적 성향을 보이지 않고 조용히 살아온 자기 여동생이 갑자기 이상한 년이랑 sm 플레이를 즐기며 집안을 돌아다니고 있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면, 누구나 그와 같은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으리라. 당장에 그 소란을 자기 눈으로 보고 온 이들조차 자기가 제대로 보고 온 것이 맞는지 의심하고 있을 지경이었으니.
이건 다 당신 탓이오! 날이 밝은 다음에 알려드렸어도 늦지 않았을 일을... 혹,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오? 애초에 당신이 그렇고 그런 장면을 목격했다는 말 자체가 믿기지 않는데?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요?
제길, 이게 어떻게 다 내 탓이요! 나라고 그 장면을 보고 싶어서 본 줄 아시오? 그저 지나가던 길에... 눈에 보이는 걸 어떻게 하라고!
신하들 사이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눈치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일단 다 같이 말을 맞추고 허수아비 황제를 일요일 새벽에 일으켜 세우기는 하였으나, 개중에서도 아틀란티아가 무엇을 하는지 직접 본 이들과 그저 말로 전해 들었을 뿐인 이들로 무리가 갈리었다.
하지만 허수아비 황제가 부리는 허수아비 신하들의 보고에 거짓은 없었다. 아틀란티아는 분명 정체 모를 년을 홀딱 벗기고서 개 목줄을 채운 채 그녀를 앞세워 궁궐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었으며, 그들이 지나간 길목에 있던 모든 여성은 지나가던 사람을 덮쳐 궁중의 예법이고 지랄이고 간에 질펀하게 떡을 쳐댔다.
어차피 열이 확 올라서 다시 잠 들기는 그른 거, 허수아비 황제는 있는 대로 화를 내기로 마음을 먹었고 그로부터 장장 1시간 동안 일어선 채로 목에 핏줄을 돋워 올렸다. 그러다가 제풀에 지쳐서 옥좌에 무너져 내리듯이 앉았다.
“하아... 그래, 이리 화를 내봐야 무얼 하겠소. 직접 보고 오는 수밖에는. 하지만 감히 거짓을 고한 경우에는... 경들에게 마땅한 처벌을 내리도록 하겠소.”
아무리 내가 허수아비라고 해도 이 정도로 많은 사람이 꼭두새벽부터 나를 깨워서 전한 말이니만큼, 아주 헛소리로 치부해버릴 수만은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더러 대신 보고 오도록 하기에는 영 미덥지가 않으니, 내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와야겠다.
정말 사실이라면 제국에서 가장 은밀하고 평화로운 공간이어야 할 궁궐에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소란이 일어난 셈이었고, 더 나아가서 ‘동성애’ 라는 말 같지도 않은 이유로 아틀란티스 황실의 명예에 먹칠하게 되는 셈이었으니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허, 허허허... 경들의 말이 다 사실이었단 말인가...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로군. 아니, 이제 스무 살밖에 되지 않았거늘... 이곳은 이승이 아니라 저승이란 말인가? 그래, 이승이라면 이따위 일이 일어날 리가 없겠지. 아니면... 내가 드디어 미쳐서 헛것을 보고 있는 건가? 허허허허...”
반신반의하며 몇몇 신하를 대동하고 아틀란티아를 찾아 나섰던 허수아비 황제는 결국, 공주가 거처하는 궁 앞에 있는 실외정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방에 서서 달빛을 받아가며 어느 소녀와 함께 알몸으로 엎어진 채로 열을 내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배다른 여동생을 목격하고는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폐, 폐하... 괜...괜찮으십니까?”
“괜...찮으냐고? 글쎄... 경의 생각에는 과연 어떨 것 같나? 허허허허...”
아틀란티아는 배다른 오빠의 마음도 알아주지 않고 계속해서 자기 아래에 깔린 칼디르가 내지르는 앙큼한 신음을 배경음악 삼아 섹스라는 이름의 다이어트 운동에 여념이 없었다. 궁중 예법, 도덕, 윤리 따위의 것은 그 두 사람의 보지 사이에서 으스러져 갔다.
애비는 황태자 주제에 혁명을 꿈꾸던 악질 빨갱이요, 딸내미라는 것은 동성애자에 사디스트라. 웃기지도 않는 농담이다. 할아버님께서 최후의 순간에 자결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살아계셨다면, 이승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이 광경을 보게 되셨을 터였다.
“엇...! 폐, 폐하... 이곳에는 어쩐 일로...”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듯한 누군가의 말이 몇 분간 그 자리에 우뚝 서서 움직이지 않던 허수아비 황제를 깨웠다. 그의 얼굴에 드러나 있는 놀라움은 전혀 뜻하지 않은 시간, 장소에서 황제를 만난 일로 촉발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실외정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저 요사스러운 일을 꽤 가까이에서 목격하고 온 사람이 아니라면 가지고 있을 수 없을 물건이었다.
자초지종을 들은즉, 그는 잠시 밤공기를 쐬며 생각을 정리하고자 실외정원에 나갔다가 실외정원 한켠에서 어렴풋이 들려오는 두 여인의 신음에 의아해하며 섣불리 다가섰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현장을 목격하고 말았다.
그때는 우거진 수풀 속에서 범인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해서 혼잣말로 ‘성스러운 궁궐에서 수간 플레이라니, 쯧’하고 중얼거리고 말았지만... 황제의 반응을 보아하니 바로 저 아래에 엎어져 있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황제의 막내 여동생인 아틀란티아 공주인 듯하였다. 그따위 소리를 혼잣말로 지껄이기를 잘했다. 그는 몰래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하여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그는 무슨 말을 해서 허수아비 황제를 위로하고자 하였으나,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 무슨 말을 해도 멍한 눈을 하는 그에게 닿기는 할까? 아니나 다를까, 허수아비 황제는 그 길로 뒤도 보지 않고 침실로 돌아가서는 들어오라 할 때까지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는 엄명을 내렸다.
“하, 하오면... 저... 소동은... 어찌 진압해야 할는지...”
“아... 방법이라... 최근접 시녀의 이름이... 카넬리안이라고 했던가? 찾아내서... 어떻게든 해보라고 하게. 안 되면... 짐도 모르겠네. 알아서 하게.”
방법을 구하는 신하의 말에, 다만 그렇게 흘리듯이 대답하였을 뿐이었다.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신하들이 당혹감을 금치 못하며 방법을 구한다고 하더라도, 그 역시 답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각기 다른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던 여동생을 달랠 방법 따위, 그의 머릿속에 들어 있을 리가 없었다.
아틀란티아와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은 자신이 아니라, 아틀란티아와 같은 배에서 태어났으며 사이도 좋은- 말하자면 내게는 배다른 남동생이요, 아틀란티아에게는 작은 오라버님이 되시는- 아틀란 1세 황자가 나선다고 하더라도 이 사단을 수습할 수는 없을 거다.
그 새끼도 자기 여동생이 지금 뭐하고 있는지 알게 되면 대가리에 권총을 들이대고 방아쇠를 당겨버리고 싶어질걸. 내가 그거 하나는 장담할 수 있다. 그 새끼가 나한테서 진실을 전해 듣고 벙찌는 모습을 보고는 싶지만... 오늘은 너무나도 지쳤다. 절대로 오지 않을 것 같던 잠이 쏟아져 온다. 지금부터 다음 주 일요일까지... 죽은 듯이... 잘... 거다...
허수아비 황제가 그렇게 자포자기한 듯한 투로 내린 명령을 전해 듣지 못한 상태에서도, 카넬리안은 가슴이 꽉 끼는 메이드 복을 입은 상태에서 잘도 자신이 어릴 때부터 돌보아온 공주님을 뜯어말리러 공주님의 방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하으으으... 으으으... 난... 난... 안드로이드란 말이야... 꽉 끼는 옷을 입어서 유두가 스치는 것만으로 꼿꼿해지고... 발정나는... 암캐가 아니란 말이야... 진정해. 진정하자, 카넬리안. 너는... 참을 수 있어...”
카넬리안의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콧속에 부착된 후각 센서는 칼디르가 흩뿌리고 간 유혹 페로몬에 계속 반응하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 한 소녀의 첫 경험을 잔혹하리만치 빼앗아버린 뒤인데도 자꾸 되살아나려 하는 성욕을 도무지 주체할 수가 없었다.
공주님의 방에 가까워질수록 유혹 페로몬의 농도 역시 점점 짙어졌기에, 카넬리안이 지내는 방에서 공주님의 방까지는 그리 머지않은 거리인데도 그녀는 공주님의 방에 닿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호쾌했던 그녀의 걸음걸이는 가면 갈수록 느려졌고, 이윽고 벽을 짚고서 억지로 걸어가던 끝에 두 다리에 힘이 풀려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속옷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끝내 노브라 노팬티 상태로 길을 나선 것이 화근이었다. 옷깃에 계속 젖꼭지와 클리토리스가 스쳐서... 애액이 터져나오는 걸... 참을 수가 없어...♥ 그쯤 되자, 자신한테도 공주님을 빼앗아간 칼디르에 대한 분노는 온데간데없었다. 그저 고개를 숙일 생각을 하지 않는 정욕 앞에 온몸을 부르르 떨 뿐.
숨은 점점 가빠져오고... 섹스 외의 것은 생각할 수 없게 된다. 이러면 안 되는데... 공주님을... 구하러 가야 하는데... 딸처럼 길러온 나의 공주님이... 바로 저기에 있는데...♥ 안드로이드 주제에 성욕 따위에 패배해버리고 암캐처럼 울어 대고 있다니...
지금의 나는... 레이디스 메이드 실격이야...♥ 그녀는 신음을 내지르며 계단에서 구르고, 복도에서 넘어져도 공주님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