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화 〉공주님의 섹스 전담 메이드: 21화
칼디르가 공주님의 몸에 묻은 물기를 말려드린 뒤, 칼디르의 몸을 말려준 것은 다름 아닌 공주님이셨다. 주인님으로서 애완견에게 지나치게 많은 친절을 베풀어주시는 것이 아닌가 싶어졌지만, 여기에는 다른 속셈이 있었다. 공주님께서는 칼디르의 몸에 닿은 수건에 코를 대고 흐으으음...하고 야한 소리를 내시며 향긋한 내음을 즐기셨다.
공주님께서는 이제 뽀송뽀송해진 칼디르를 보고서 겨우 잠재운 줄로만 알고 있었던 성욕이 다시 일어나는 것을 느꼈지만, 여기서 떡을 더 쳤다가는 한숨도 못 잘 것 같아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칼디르를 생체 다키마쿠라로 삼아서 꿈나라로 떠나기로 하셨다.
“벌써 이렇게 됐네... 1번만 더 떡 치자고 드러누웠다가는... 그 1번이 10번으로 늘어날 것 같아. 이러다가 아침 먹을 시간이 되어버리겠어... 이만 자자...”
섹스에 미쳐서 이성을 잃어버리신 줄로만 알았는데, 공주님께서는 생각 외로 이성적인 결론을 내리고 계셨다. 대신에 칼디르의 모든 것을 취하고자 하는 욕구가 어디로 날아가지는 않아서... 토실토실한 허벅지 위에 자기 다리를 떡하니 얹고, 부드러운 젖통은 팔베개 삼아서 팔을 툭 걸쳐 놓고, 맨 겨드랑이에서 풍겨 나오는 페로몬을 맡으며 잠을 청하셨다.
“으음... 마키... 넌 내 옆에서 자... 화장실 가고 싶어지면 꼭 나한테 말하고...”
공주님께서 칼디르의 보드라운 볼살에 가볍게 키스를 하셨고, 칼디르 역시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공주님께 화답했다.
“네, 주인님... 주인님도... 안녕히... 주무세요...”
그들이 뒹굴었던 큰방의 침대에는 정사의 흔적이 가득했기에, 두 사람은 하는 수 없이 큰방에 붙어있던 작은방의 침대에서 함께 잠이 들었다. 그때가 새벽 2시 무렵이었고, 두 명의 미소녀가 새끈새끈 숨 쉬는 소리가 침대를 장식했다.
아침에 먼저 눈을 뜬 것은 칼디르였다. 벌써... 아침이야...? 내가 주인님보다 먼저 일어났는데 뭔가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으려나... 이 방 안에는 당장 우리 둘밖에는 없고, 바깥에는 메이드들이나 가사 도우미 로봇들이 많이 있겠지만, 지금 부르기에는 좀... 그렇다. 완전한 알몸으로 잠에 들어서, 지금도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있으니...
방 안에 뭔가 있는지 살펴보자. 음... 이제 보니 이 공간은 공주님이 주로 거처하시는 큰방에 작은 방 여러 개가 덧붙어서 비로소 완성되는... 이를 테면 ‘연방제 국가’와도 같은 공간이었다. 화장실에 어제와 같이 들어가 본 목욕탕은 물론이고 별다른 장식을 해다 놓지 않은 간단한 샤워실, 주방, 와인 냉장고... 있을 건 다 있었다.
자체적인 전기, 가스, 수도 시설까지 갖춘 걸 보니... 어쩌면 이 공간을 방이 아니라 집이라고 불러야 맞을지도 모르겠다. 문 바깥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혼자서도 몇 달이고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공간 안에 있는 것 중 무엇을 활용해야 내 페로몬에 취해 깊은 잠에 빠져드신 주인님께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본다. 내 초능력은 제삼자를 치유하는 데는 그다지 쓸모가 없고, 주인님만 내버려둔 채 순간이동으로 어디를 다녀올 수는 없으니 곰곰이 생각해본다.
모처럼 어젯밤에 처음 만나서 오늘 아침까지 함께한 사이이니만큼, 내 손으로 요리를 해드리기로 마음을 먹는다. 역시, 예상대로 냉장고와 냉동고에서 평민 출신인 나는 보지도 못했던 고급 식재료들이 튀어나온다.
으, 그전에... 갈아입을 옷이 없으려나? 주인님께서 마구 풀어헤치시는 바람에 구멍도 좀 났고 헤어졌는데 말이지. 그렇다고 허락도 없이 주인님의 옷을 빌려 입을 수는 없는 몸이니, 완전히 헝클어진 하얀색 란제리를 벗어 던지고 주방에서 발견한 앞치마나 걸쳐본다.
완전 알몸에 앞치마만 걸쳐서 목 뒷부분에서부터 시작해서 어깨, 등, 허리,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가 완전히 노출된 차림새가 된다. 주인님께서도 내가 제대로 갖춰 입는 것보다 이런 쪽을 더 좋아하실 것 같으니, 이 차림새 그대로 요리 도구들을 잡아본다.
“읏... 또 모유가 새어 나와... 어젯밤에 주인님께서 그렇게 강하게 흡입하셨는데도... 이래서는 도무지 요리할 수 없는데...”
앞치마의 가슴께가 조금 축축하게 젖어드는 것을 느낀다. 일단 주인님께서 아침에 막 일어나시자마자 마실 것이 필요하니만큼 유리병을 하나 꺼내 내 가슴 한쪽을 집어넣고 양손으로 짜낸다. 아읏, 으흣...
이러고 있으니까 완전히 젖소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니, 젖소 ‘같은 게’ 아니라, 젖소 그 자체라고 해야 맞으려나? 한번 짜낼 때마다 많으면 리터 단위로 나오는 게 어디 젖소지, 사람인가. 출산 직후의 산모들도 모유를 칼디르 그 자신처럼 많이 내뿜지는 않을 터였다.
그래도 이번에는 양쪽 가슴을 차례대로 짜냈는데도 500ml 유리병 한잔을 채우고 끝나서 다행이다. 이제 요리에 집중할 수 있겠다. 내 눈에 비치는 것은 생전 처음 보는 식재료들과 요리 도구들뿐. 하지만 나는 이것들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초능력자들은 대개 비능력자보다 신체 능력이나 지능 면에서도 뛰어나다. 그리고 개중에서도 나는- 믿거나 말거나- 태어날 때부터 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지식을 ‘그냥’ 알고 있던 몸. ‘아카식 레코드’를 자칭하고도 남았지만, 평소 그 지식을 다 써먹을 곳이 없어서 그냥 평범하게 살아왔다. 그러나 처음 보는 식재료들을 다루는 것쯤은 문제도 아니었다.
왠지 주방에 놓여있던 자동 조리 기구를 써서 만들어낸 음식에서는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아서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지식을 십분 활용해 주인님께 손수 요리를 만들어 바치기로 한다.
밤새 몇 번이고 떡을 쳐버리다가 그대로 뻗어서 잠이 들고 말았으니, 힘을 회복하는 데 고기만 한 게 또 없겠지. 스테이크나 구워보자 싶어서 불을 올리는 한편 미리 양념에 푹 재워둔 것 같은 소고기를 꺼내고, 스테이크와 곁들어 먹을 채소도 썰어본다.
접시에 고기와 채소만 덩그러니 놓여 있으면 좀 섭섭하겠지. 랍스타도 한 마리 꺼내 손질하고, 치즈 조각도 꺼내서 접시 위에 올린다. 어후, 주인님께서 직접 요리하시는 것도 아닐 텐데 무슨 냉동고랑 냉장고에 식재료가 이렇게 많이 들어있는 건지...
디저트에, 커피(내 모유를 한가득 집어넣은 커피 라떼)까지... 아주 제대로 한 상을 차려드릴 수 있겠네! 후후후... 주인님께 바칠 식사를 손수 만들고 있노라니 나까지 기분이 좋아진다. 어째서일까? 그분을 뵌 건 어젯밤이 처음이었고, 내 몸을 강압적으로 취하려고 드신 분인데...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 걸까?
“주인님께서 뭘 좋아하는지 여쭤볼 걸 그랬나... 스테이크를 어느 정도로 구워드리면 좋아하실지 모르겠네.”
레어는 너무 질기고, 웰던은 너무 바싹 구운 것 같고... 이것은 행복한 고민이다. 주인님의 생각을 읽는 것쯤은 어려운 일도 아니지만, 언제까지고 이렇게 행복한 고민을 계속하고 싶으니 그분의 생각을 읽어보지는 않는다. 어느덧 즐거운 콧노래까지 흘러나온다.
칼디르는 이제 공주님께서 잠에 빠져 계실 때조차 그분을 ‘주인님’으로 지칭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칼디르는 이미 한 마리의 충실한 암컷이요, 그분의 전용 생체 오나홀이요, 섹스 전담 메이드였다.
콧노래와 함께 주방에는 섹스 전담 메이드의 손질이 가미된, 향기로운 고기 냄새와 신선한 해산물 냄새로 가득 들어찬다. 스테이크는 적당히 구워졌다 싶을 때 접시 위에 올려서 소스를 뿌리고, 준비해둔 치즈와 채소들을 올린다. 데코레이션 또한 잊지 않는다.
랍스타 안에는 리소토를 채워 넣어 스테이크 옆에 조심스럽게 놓는다. 이걸로 메인 요리는 준비 끝. 디저트 준비 역시 순조롭게 되어가고 있다. 케이크로 재탄생할 빵이 때마침 오븐에서 다 구워진 모양이라, 재빠르게 꺼낸다.
주인님의 취향이 뭔지 모를 때는 초코케이크가 가장 무난하겠지. 초코케이크를 싫어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내 머릿속에 저장되어있는 정보였다. 그리고 입안을 상쾌하게 만들어줄 과일도 준비한다. 칼을 잡아보는 건 오랜만이지만, 걸리는 것 없이 매끄럽게 깎아지는 사과 껍질을 바라보며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술을 드실지는 모르겠는데, 와인 냉장고에서 백포도주와 적포도주를 한 병씩 꺼내서 와인잔에 따르고, 그러는 동안 카페 라떼가 잘 되어가고 있는지 염탐한다. 와인잔과 커피잔을 스테이크 접시 옆에 놓고, 디저트는 저기에, 수저도 놓고...
꺅-! 그렇게 한참을 아침 준비에 여념이 없었는데, 누군가가 내 뒤에서 다가와서 앞치마 속에 손을 집어넣어 브래지어 없이 무방비로 드러나 있는 내 맨가슴을 콱 잡으신다. 주인님을 처음 만난 순간, 그분께 엉덩이를 잡아 채인 일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우리 사랑스러운 마키... 아침부터 주방에서 뭘 하는 거야? 이 주방은 나도 한 번 써본 일이 없는데... 혹시 나를 위해서 아침을 만들어주고 있었던 거야?”
“네... 네, 주인님... 마음에 들어 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충분히 마음에 들어. 마음에 들지 않을 리가 없잖아. 우리 마키가 나를 위해서 손수 음식을 만들어준다고 하는데... 사랑해, 마키.”
주인님께서 주방에서 풍겨오는 음식 냄새에 잠을 깨셨는지, 어느덧 뒤에 다가오셔서는 나긋나긋한 투로 귀에다 대고 사랑의 말을 속삭여오신다. 그리고는 한 손으로 내 볼을 잡고 뒤로 돌리셨다.
그 방향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주인님의 입술과 내 입술이 정면으로 충돌한다. 어젯밤에 공주님의 주도하에 즐겼던 딥키스보다는 훨씬 가벼운, 그러나 연인 사이에 아침을 맞아 가볍게 사랑을 나누기에는 충분한 키스...
“나, 너를 보고 나서야 사랑이 뭔지를 깨달았어. 이제 남자들이 청혼을 해오든지 말든지, 오로지 너만을 바라볼 거야. 그러니 너도 언제까지고 내 곁에 남아있어야만 해.”
“네... 공주님... 공주님과... 영원히 함께할 게요...”
우리는 가벼운 키스를 끝마친 뒤에 서로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며 사랑을 약속했다. 주인님께서는 어젯밤에 그러하셨듯이,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순수한 연애 감정을 교류하는 것도 좋으셨는지 만족스럽다는 듯한 웃음을 지어 보이셨다.
“이건... 웬 우유야? 혹시 네 가슴에서 짜낸 거야?”
“그건... 주인님을 위해서 제 가슴에서 직접 짜낸 신선한 모, 모유에요.”
주인님께서는 더 말을 들을 필요 없다는 듯이, 자신이 발견한 유리병을 집어 들고 벌컥벌컥 들이키셨다. 모유에 꿀이나 설탕을 탄 것도 아닌데 주인님께서는 한 번에 유리병을 털어버리시고는 달콤해서 좋다고 칭찬해주셨다.
“제 모유로... 카페 라떼도 한번 타봤어요.”
“흐음... 네 모유를 커피에 탔다면... 그건 그냥 카페 라떼가 아니라... 카라멜 마키아또나 헤이즐넛 라떼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데...”
아! 모유에도 내 페로몬에 녹아있어서 달콤하게 느껴지는 걸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주인님께서 마음에 들어 하시니 나도 기분이 좋다. 내가 준비한 식사도 맛있게 드셔주셨으면 좋겠는데.
주인님께서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나신으로 그대로 의자에 앉아 내가 식사 준비를 끝마치기만을 기다려 나와 함께 포크와 나이프를 드셨다. 나는 알몸 에이프런 차림 그대로 4인용 탁자에서 주인님과 마주 보는 자리에 앉아 나이프로 스테이크를 썰기 시작했다.
“음, 마키... 맛있는데? 평민 출신이라고 했으면서 이런 요리는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낸 거야? 몰락 귀족... 뭐 그런 거야?”
“후훗, 비밀이에요.”
주인님께서는 내가 정성껏 마련한 스테이크를 한 조각 입 안에 넣으시더니, 넣자마자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 없어지는 것만 같다며 극찬을 해주신다. 함께 준비한 랍스타의 풍미 역시 훌륭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신다.
“비밀, 비밀이라... 아랫배에 낙인이 새겨졌는데도 자아를 유지할 수 있는 거야?”
“알고 싶으시다면 알려드릴 수도 있겠지만...”
“음식이야 어떻게 만들었든지 간에 맛있으면 그만이지. 됐어. 안 알려줘도 돼.”
주인님께서는 나를 자신의 말에 완전히 복종하는 꼭두각시로 만들 요량으로 내 아랫배에 낙인을 새기신 건지, 조금 아쉽다는 투로 말씀하셨다.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이기는 하지만, 그런 것에 의지할 정도로 우리의 사랑이 옅지는 않은데 말이지.
처음 써보는 능력이니 불완전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지금처럼 튕기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니 아무래도 좋겠지... 아마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시지 않을까. 나도 순수한 내 의지로 주인님께 뭔가를 해드리고, 또 기쁘게 해드릴 수 있는 쪽이 더 좋았다.
“자, ‘아’해봐.”
주인님께서 자신의 접시 위에 놓여있던 스테이크 조각을 포크로 집으시더니, 내 입에 넣어주신다. 그에 대한 답례로 나 또한 주인님께 내 스테이크 조각을 넣어드린다. 메인 요리를 다 먹고 난 뒤에 케이크를 먹을 때도 그렇게 했다.
와인잔이나 커피잔은 들어 올릴 적에 반드시 커플샷으로만 마셨고, 과일은 빼빼로 게임을 즐기듯이 한 사람이 입에 물고 있으면 다른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서 함께 먹어 없애고는 마지막 순간에 찾아오는 키스 타임을 즐겼다.
참으로 행복한 순간이었다. 주인님께서 나를 보시고 나서야 사랑이 뭔지를 깨달으셨다고 했듯이, 나 또한 주인님께 푹 빠져버린 것만 같았다. 아주 친하게 지내왔던 소꿉친구, 슈가에 대한 기억마저 잠시 뒤로 미뤄둘 만큼... 주인님과 함께하는 이 순간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이 순간이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아침을 대접받았으니 나도 한 가지 알려줄게. 나, 네 아랫배에 음문을 새긴 뒤로... 너를 침대 위로 끌고 올 때 빼고는 한 번도 음문을 발동한 적이 없었어. 그런 장치 없이도 내게 잘 대해주는 네가... 너무 기특해...”
아앗... 아아... 여태 주인님께서 내 아랫배에 새겨넣으신 자궁 문신... 때문에 아헤가오 더블피스로 느껴버린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냥 내가 원래 그렇게 잘 느끼는 하드 마조 암퇘지였던 거야? 아아, 부끄러워... 공주님께서는 칼디르가 얼굴을 붉히는 것을 보시면서 흐뭇하게 웃으셨다.
우리의 첫날밤은 이렇게 마무리되었고, 이제 이 궁궐 안에서 주인님과의 사실혼(?) 관계를 어떻게 이어나가느냐 하는 문제만이 남았을 뿐이다. 과연 이 둘의 사실혼(?) 관계를 사람들이 가만히 두고만 보고 있을까... 아니면 깨부수려고 달려들까... 아직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