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로피컬 아일랜드 (16)화 (16/49)

파비안은 오감을 깨워 사위를 돌아보았다. 멀지 않은 곳에서 추격대의 기척이 느껴졌다. 우선 도망갈 수 있을 만한 다른 길을 찾으려는데, 먼저 별하가 소리쳤다.

“저, 저곳이야!”

파비안은 생각도 전에 별하의 허리를 끌어안아 몸을 날렸다. 거대한 밀림에 꽉 들어찬 맹그로브를 헤치고 유유히 흐르는 백색 강물 속으로 곧장 입수했다.

“우웁……!”

“…….”

숨을 고를 새도 없이 머리끝까지 잠겨 들었다. 이전에 들어갔던 지점보다 수심이 훨씬 깊어 끝없이 가라앉았다. 별하와 파비안의 발끝이 모래바닥에 닿았을 때, 그들의 머리 위로 시커먼 그림자들이 휙휙 스쳐 지나갔다.

별하는 눈을 굴리며 수면의 좌우를 확인했다. 몇 덩어리의 그림자가 지나간 후 더는 인기척이 없이 고요했다.

간 건가?

놀란 가슴을 누르며 파비안을 돌아보는 찰나, 마지막으로 지나간 그림자가 다시 반대편으로 휙 넘어갔다. 곧이어 그림자는 곧 풍덩 물로 뛰어들었다.

“―!”

뽀로록―

별하의 입술 밖으로 작은 공기방울들이 빠져나와 수면을 향해 뽀글뽀글 올라갔다. 파비안이 얼른 별하의 입술을 틀어막으며 맹그로브의 무성한 뿌리 그늘로 천천히 몸을 숨겨 들어갔다.

“…….”

“…….”

검은 그림자는 두 팔을 내저어 수면과 그 아래쪽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러다 수면에 닿자마자 톡 터진 공기방울 소리를 듣고 대번 물속으로 잠수했다.

최대한 물살을 일으키지 않고 희뿌연 아래쪽을 살피던 인영은 물 바닥을 느릿하게 헤엄쳐 지나는 물고기를 발견하고는 재빨리 물 밖으로 사라졌다.

“웁, 웁!”

별하는 거의 질식하기 직전이었다. 파비안이 얼른 별하의 입술에 제 입술을 덮어 머금고 있던 공기를 나눠주었다. 그러고도 쉬이 진정하지 못하는 그를 토닥여 조용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숲도, 수면도 고요했다. 뒤쫓던 그림자들의 기척이 어디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별하는 수면 위로 입술을 꺼내자마자 거칠게 헐떡였다.

“하아…… 하아…… 하아…….”

새파랗게 질려서 숨을 불어냈다. 파비안이 그의 젖은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격려했다.

“잘했어. 잘 참았어.”

“하아…… 하아아…….”

흠뻑 젖은 별하는 긴 한숨을 내쉬며 웃었다.

그들은 추격대가 사라진 반대쪽 하류로 내려갔다. 은신하기에 안성맞춤인 맹그로브의 뿌리를 따라 내려가는 중에 무언가를 발견한 파비안이 뒤따르는 별하를 돌아보았다.

“뭔데?”

그가 가리키는 곳을 확인한 별하는 반색했다. 동굴이었다. 동굴이라기보다, 예전 나무뿌리로 들어찼던 공간이 시간이 흘러 뿌리가 차츰 퇴화하면서 덩그러니 남겨져 형성된, 그런 곳이었다.

안쪽에는 마른 흙과 갈잎들이 깔려 있었고, 반사광 때문인지 그리 어둡지도 않아 잠시 쉬어가기에 나쁘지 않아 보였다.

시커먼 맹그로브의 뿌리를 젖혀 먼저 안으로 들어간 파비안이 혹시 모를 위험 요소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천장을 뚫고 내려온 지저분한 나무뿌리들 사이로 큼지막한 지네가 스스르 지나간 것 말고는 딱히 문제될 게 없어 보였다. 안벽 어딘가에서 물이 똑똑 떨어졌지만 당장 무너질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그가 뒷사람을 조용히 불렀다.

“안으로.”

별하는 파비안의 도움으로 마른 땅을 밟았다.

“좀 좁긴 하지만 한동안 숨어 있을 수 있겠다.”

“조심한다면.”

“응.”

달리고, 뛰어오르고, 수영하느라 피로해진 몸은 안도감을 느끼자 금방 허물어졌다. 별하는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참았던 한숨을 길게 불어냈다.

“이렇게 무섭게 쫓아올 줄은 몰랐어. 젠장…….”

파비안은 제 셔츠를 벗어 물기를 짜내며 말했다.

“그들은 포기하지 않을 거야.”

별하는 몸을 떨었다. 지금 이렇게 자유롭고 편안하고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인데, 그들에게 붙잡혀 다시 그곳으로 끌려가는 상상을 하자 숨이 막히도록 끔찍했다.

어떻게 해야 그들에게 붙잡히지 않을 수 있을지, 이대로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 궁리하는데 별하의 시야로 옆에 있는 파비안이 들어왔다.

“…….”

젖은 바지까지 벗어 물기를 짜내는 파비안의 뒷모습을 멀거니 쳐다보았다. 미끈하면서도 탄탄해 보이는 둔부와 딱 모델의 그것인 잘 빠진 다리, 조각처럼 근육들이 짜인 등판. 웬만큼 잘생긴 알파에게서도 잘생긴 오메가에게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멋들어진 신체 비율이 새삼 그의 눈길을 끌었다.

미끈하게 빠진 근육들이 저에게 위력을 행사하며 안쪽을 파고들 때마다 솟아오르던 그 느낌들이 선연했다. 질감과 온도까지, 만지지 않고 보지 않아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039.

뜬금없이 몸이 뜨거워진 별하는 얼른 고개를 돌리고 다른 생각에 집중했다. 다른 생각, 다른 생각. 문득 파비안이 별하를 돌아보았다.

“별하, 흥분한 건가?”

“젠장.”

숨길 수 없는 페로몬이 원망스러웠다. 별하는 두 다리를 접어 가슴 앞으로 끌어안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

파비안은 별말 없이 물기를 없앤 옷가지를 마른 갈잎 위에 널었다. 그리고 별하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벗어, 물기 짜줄게.”

“괜찮아. 이대로 있을 거야.”

“금방이야.”

별하는 재차 고개를 내저으며 제 눈앞에서 적나라하게 덜렁거리는 거대한 기둥을 못 본 체했다.

“감기 들어.”

걱정하는 파비안의 목소리에는 음흉한 기운이나 꿍꿍이 같은 건 전혀 깃들어 있지 않았다. 순수하게 자신이 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괜히 미안해진 별하는 제 남방을 벗어 건넸다.

별하가 티셔츠를 훌렁 벗어 넘기자 파비안은 그것들을 커다란 손으로 가뿐하게 비틀어 물기를 없앴다. 그는 더 벗지 않고 제 팔을 긁으며 딴청을 부리는 별하를 의아한 듯 내려다보았다.

“청바지는?”

“……이건 안 벗을래.”

“어째서?”

“…….”

“발기한 것 때문에?”

보드라운 물음에 별하의 얼굴이 빨개졌다. 파비안은 낮은 코웃음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는 별하의 젖은 머리칼을 쓰다듬듯 헝클이며 몸을 낮춰 앉았다. 처음 만난 사람처럼 낯을 가리며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이를 어르듯 말했다.

“부끄러워하지 마.”

“부끄러워하는 거 아닌데.”

괜히 더 퉁명스러운 말투가 나와 별하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귀까지 달아올라 후끈거렸다.

“…….”

“…….”

파비안이 제 한쪽 무릎 위에 팔을 기대어 빤히 쳐다보자, 별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청바지를 끌어 내려 건넸다. 팬티는 검지 하나에 맥없이 벗겨졌다.

“읏.”

별하는 발기한 페니스를 손으로 슬쩍 감추고 멀리 물러나 앉았다. 옷가지들의 물기를 최대한으로 제거해 널어놓은 파비안이 젖은 금발을 쓸어 넘기며 별하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

“…….”

두 다리를 착실히 모아 앉은 별하를 돌아보며, 파비안은 상냥히 물었다.

“추운가?”

“아니.”

“입술이 새파래.”

“…….”

“안아줘도 될까? 거부하지 않는다면.”

“…….”

작은 물방울이 백색 수면 위로 똑똑 떨어질 때마다 엷은 파문이 일었다. 그것에만 눈을 두고 있던 별하가 저를 뚫어지게 응시하는 이를 돌아보았다.

“넌 왜 발기 안 해? 난 이렇게 됐는데.”

별하는 다리를 내려 제 페니스를 내보였다. 움찔거리며 발기한 페니스에서는 이미 묽은 액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파비안은 별하의 상기된 피부를 눈을 훑었다. 뺨에서부터 목덜미, 어깨, 가슴팍, 두 무릎까지 울긋불긋하게 물들어 있었다.

“…….”

파비안은 근육이 선명하게 잡힌 허벅지를 벌려 제 페니스를 보여주었다. 어느새 그의 열기둥도 허공을 향해 우뚝하게 치솟아 있었다. 당장 삽입을 원하는 모양새였다.

“네 그런 페로몬을 맡으면 나 역시도 이렇게 돼.”

“…….”

그는 부끄러운 듯 눈길을 내리며 나직이 속삭였다.

“별하, 너밖에 생각이 안 나.”

파비안의 달콤한 페로몬이 삽시에 주변을 에워쌌다. 별하는 입술을 달싹이며 얕게 헐떡였다. 거세게 밀려드는 열기와 욕구를 더 참지 못한 별하는, 그를 덮쳐 들었다.

다리를 벌려 파비안의 위에 걸터앉아서는 그의 입술 사이를 급하게 가르고 들어갔다. 순순히 입술을 열어 점막을 맞대자마자 혀들이 얽혀 들었다. 아침까지 붙어 있었는데도 오래토록 떨어져 있다 겨우 만난 것처럼 깊게 맞물려 서로를 휘감았다.

입천장과 치열을 훑다가 혀 밑을 찌르며 솟아나는 타액을 빨아 먹었다. 파비안의 목을 두 팔로 끌어안은 별하는 고개를 기울여 그의 혀를 빨았다. 턱을 타고 흐르는 타액도 아까워 혀끝으로 깨끗하게 핥아 올렸다.

“하아…….”

별하의 벌어진 허벅지를 쓰다듬던 파비안이 흐트러진 한숨을 흘렸다. 별하는 그의 목덜미에 난 긴 생채기를 일부러 소리를 내 핥으며 속삭였다.

“나도, 파비안. 하아…….”

“으음.”

“나도 네 생각밖에 못 하겠어. 네 생각밖에 안 나.”

“하아…….”

별하가 가쁘게 헐떡이며 그의 페니스를 움켜쥐듯 손바닥으로 감쌌다.

“빨리, 네 이걸로 박아줘. 내 안쪽까지…….”

파비안은 그대로 자세를 전복시켜 별하를 덮쳤다. 단내가 빠져나오는 입술을 뒤덮어 혀가 빠질 정도로 애무했다. 그가 하던 것처럼 목덜미와 귓불을 질척한 소리 나게 빨아댔다. 도드라진 쇄골을 핥다가 톡 불거져 나온 젖꼭지를 건드리자 별하는 허리를 비틀며 신음했다.

“으응…….”

파비안은 혀를 세워 금방 곤두선 살덩이를 찔러 올렸다. 아픔을 느낀 듯 신음이 끊어질 때면 다시 혀로 쓸며 보드랍게 빨았다. 별하는 제 페니스를 만지작거리며 다리를 넓게 벌렸다. 어서 파비안이, 삽입해 주길 바라고 있었지만 그는 쉬이 움직이지 않았다.

별하의 명치로 미끄러져 내려가 얄팍한 복부와 한가운데 난 작은 배꼽에 혀를 밀어 넣었다.

“읏.”

도드라진 치골을 스쳐지나 체모가 없는 아랫배에 입술을 붙였다. 귀엽다는 듯 그곳에 몇 번이나 키스하고는 체액을 흘리며 움질거리는 페니스를 입에 물었다. 별하는 몸을 들썩였다.

“아……. 파, 파비안…….”

그는 매끈하게 휘어진 별하의 페니스를 한 입에 집어삼켜 흡입했다. 천천히 밖으로 꺼냈다가 혀로 기둥을 쓸며 다시 한입 가득 집어삼켰다. 미끄러지듯 입 안에서 꺼낼 때 귀두를 빨아주자 별하의 전신이 불그스름하게 달아올랐다. 엉덩이 사이에서 애액이 뚝뚝 흘러내렸다.

“파비안…….”

“…….”

파비안은 별하의 허벅지를 잡아 벌렸다. 젖은 채로 움찔거리는 구멍 주위를 혀로 쓸다가 허리 뒤로 흐르는 체액을 깨끗하게 빨았다. 그러면서도 우므러드는 구멍은 건드리지 않았다. 별하는 발가락을 오그리며 헐떡였다.

피부 위에 달라붙은 살덩이는 잠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벌어진 허벅지 안쪽을 핥으며 무릎 뒤와 정강이에 붉은 자국들을 만들었다. 가느다란 발목과 발뒤꿈치, 발가락 사이사이, 얼룩덜룩한 발바닥까지 핥아낸 파비안은 혀끝에서 느껴지는 흙 알갱이를 옆으로 뱉어내고 쾌감에 무르녹은 별하의 육체에 다시 덮쳐들었다.

별하는 괴로운 듯 파비안에게 매달렸다. 당장이라도 터질 듯한 그의 페니스를 만지작거리며 삽입을 재촉했지만 파비안은 움직이지 않았다.

“제발……. 파비안 어서…….”

그는 흐트러진 숨을 억누르고서 별하의 입술을 뒤덮었다. 방금 전의 애무를 다시 반복하며 목덜미를 빨자 별하는 흐느끼듯 숨을 토해 내며 파비안의 등을 긁어댔다.

“미친, 파비안…….”

그를 원망하며 울먹이다 절정에 다다른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사정했다. 파비안은 별하가 정액을 쏟는 순간 안쪽을 찔러들었다.

“하으, 읏……!”

“으음.”

녹을 대로 녹은 내벽은 기다렸다는 듯 파비안의 열기둥에 밀착했다. 흥분한 성기는 맞물리자마자 다급하게 움직였다. 사정을 끝내지 못해 허리를 들썩이는 별하의 안을 파비안이 급하게 파고들었다. 지금까지 어떻게 참았는지 의아할 정도로 흥분해서는 과격한 허리 짓을 이어갔다. 퍽퍽퍽퍽―

“읏, 으읏……! 음, 윽, 하으읏…….”

“하아, 음…….”

“파비안, 파비안……. 으읏…….”

별하는 막 사정을 끝내고서 금방 다시 흥분해 페니스를 세웠다. 달아오른 두 몸체가 격렬하게 부딪쳤다. 좁은 구덩이 안이, 흥분한 신음소리와 젖은 살이 빠르게 들러붙었다가 떨어지는 소리로 가득 들어찼다.

들끓는 쾌감을 억누르며 저릿저릿하게 조여드는 내벽을 한참 파고들던 파비안은 별하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날카롭게 스치는 쾌감을 견디지 못하고 신음을 흘렸다.

“으음…….”

“흣, 읏, 파비안…….”

파비안은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얼굴로 저를 힘겹게 받아들이는 별하를 품에 끌어당겨 안았다. 과격한 허리 짓을 멈추고 유연하게 내벽을 찔러 들었다. 별하는 날 선 감각들에 몸부림치며 다시금 휘몰아치는 사정감에 들썩였다.

“파비안, 파, 읏……. 파비안……!”

그의 이름을 끝없이 부르며 절정을 향해 내달렸다. 파비안 역시 별하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뜨거운 감각을 주고받았다. 깊게 맞물렸다가 귀두가 빠지지 않을 정도로만 빠져나갔다가 다시 서로를 찾아 깊게 맞물리기를 반복했다.

스스로 제 다리를 잡아 벌려 파비안을 받아들이던 별하는 그와 입술 점막을 비비는 순간 돌연 사정했다.

“흐으읏!”

강한 압박감을 느낀 파비안이 급히 페니스를 쑤욱 꺼냈다. 꺼내자마자 별하의 회음부에 달아오른 정액을 쏟아냈다.

“음.”

“흐음……. 하아…….”

별하는 가쁘게 헐떡이며 제 회음부를 뒤덮은 열기를 더듬었다. 질척해진 그것을 손끝으로 문지르다 몸을 뒤척여 엎드렸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파비안 앞에서 엉덩이를 들어 질퍽해진 뒤를 활짝 내보였다.

“파비안……. 더……. 이번에는 밖에다 하지 말고 안에, 안에다 싸줘…….”

040.

발정기가 아니었다. 단지 파비안의 페로몬에 도취되었을 뿐인 별하는 지금 이 순간 어떤 다른 감정들도 느끼지 못했다. 부끄러움이나 창피, 수치심, 늘 그를 지배하는 도덕심조차도 없었다.

지금 당장 하늘이 쪼개지고 땅이 가라앉는다 해도 오직 파비안만을 느끼고, 파비안만을 생각하고, 그만을 원했다.

파비안은 엎드린 별하를 일으켜 세워 제 위에 앉혔다. 나긋하게 감겨드는 그에게 다시금 애정 가득한 키스를 퍼부었다. 가쁜 숨을 뱉는 입술을 삼키고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꿀물을 맛있게 핥아먹었다.

방금 전 정액을 쏟아낸 곳을 어루만지자 하느작거리던 허리에 힘이 실리며 앞으로 굽어졌다. 우람한 열기둥에 꿰뚫렸던 구멍은 그의 손가락을 쉬이 집어삼켜 빨아들였다. 벌어진 둔부가 움찔거리며 그것을 조였다. 중지를 더해 젖은 점막을 더듬어 깊숙이 밀어 넣자 내벽이 아슬아슬하게 조여들었다.

“으, 응…….”

검지와 중지를 치켜세운 손가락이 벌어진 사이를 유연하게 드나들었다. 예민하게 움츠러드는 내벽을 누르며 밀어 넣었다가 손가락을 벌려 구멍에서 빠지기 직전까지 미끄덩하게 문질러 내렸다. 그러다 다시 눌러 들며 움직임을 반복했다.

별하는 땀에 젖은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달라붙은 입술을 뗐다. 급하게 고개를 내저으며 근육이 선 파비안의 팔을 잡았다.

“이거 손가락…… 말고.”

“하아……. 손가락 말고?”

“읏, 손가락보다 더 큰 거…….”

파비안은 날카롭게 꿈틀거리는 오드아이를 별하에게 꽂은 채 눅은 피부에 붉은 자국을 만들었다. 어깨, 가슴, 목덜미 피부를 쓸며 흔적을 만들어 낼 뿐 손가락을 거두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힘을 실어 구멍을 파고들었다.

“으읏, 흣.”

뒤로 물러나는 엉덩이를 다른 손으로 우악하게 움켜쥐고서 집요하게 들락거렸다. 손가락을 타고 투명한 체액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별하는 제 다리 사이를 내려다보며 헐떡이다가 파비안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네 거, 네 페니스…….”

“하아…….”

“손가락보다 네 페니스가 더 좋아……. 파비안.”

“흠…….”

“어서, 빨리. 네 거 넣어줘…….”

파비안은 바로 손가락을 밖으로 꺼냈다. 신음을 참는 별하의 뒤쪽에 제 페니스를 이리저리 맞췄다. 움찔움찔하는 구멍에 귀두가 정확히 들어맞는 순간 안으로 힘껏 찔러 넣었다.

“으읏……!”

“음.”

뱃속이 다시 찢어질 듯 벌어지는 감각에 별하는 몸을 바르작거리며 파비안의 어깨에 매달렸다. 상기된 한숨을 짧게 불어낸 파비안은 땀방울이 쉴 새 없이 미끄러지는 별하의 등을 어르듯 쓰다듬었다.

“하아…….”

“아, 파비안…….”

“별하, 엉덩이에 힘 빼. 조금만 더…….”

“흐으, 으…….”

둔부에 들어간 힘을 가까스로 풀어내는 순간 반쯤 박힌 페니스가 뿌리 끝까지 파묻혀 들었다.

“하아, 으…….”

“으음.”

거친 숨결이 뒤섞였다. 흥분할수록 체취가 짙어지는 파비안에게 별하는 몸을 완전히 열었다. 굵직하게 뻗은 그의 목덜미를 정신없이 핥고 빨다 스스로 허리를 움직여 제 안에 꾹 박힌 페니스를 자극했다. 그와 더 깊이 맞물리기 위해 벌어질 대로 벌어져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다리와 뒤를 열심히 꼼작였다.

진땀으로 번들거리는 별하의 목덜미에 두 눈을 꽂은 파비안이 슬며시 허리를 밀어 올렸다. 솟구친 열기둥과 맞물려 있던 안쪽이 한계치까지 무리하게 벌어지자 별하는 눈앞의 어깨를 긁으며 헐떡였다. 파비안은 별하의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려 그 안쪽을 강하게 쳐올렸다.

“하으으……!”

놀라 움츠러든 안쪽에서 쑥 빠져나와 더 강한 힘으로 솟구치듯 안을 열었다.

“흣! 으읏! 으응……!”

“하아…… 하아…….”

점차 허리 짓에 위력이 실리자 부딪치던 몸체가 기립했다. 파비안과 별하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로 서로에게 들러붙었다. 솟구친 열기들이 맞부딪칠 때마다 흠뻑 젖은 마찰음과 함께 열띤 신음이 터졌다. 뜨겁게 가열된 땀방울이 후드득 후드득 떨어졌다. 쾌락에 휩싸인 육체들은 끊임없이 젖어 들었다.

탄탄한 복부 사이에 낀 페니스에서 묽은 체액이 넘쳐흘렀다. 파비안에게 한쪽 다리를 붙잡혀 한참 안쪽을 찔리던 별하는 곧 뒤를 조이며 정액을 쏘아 올렸다.

“아으읏……!”

파비안은 멈추지 않았다. 고통스러운 듯 경련하는 이에게로 더 힘차게 파고들었다. 바닥에 붙은 무릎이 떨어질 정도로 쳐올리는 위력에 별하는 그에게 매달려 속수무책으로 흔들렸다.

“읏, 천천, 히, 흐…….”

“미안, 음. 별하, 조금만 더…….”

사정없는 위력에 벽까지 떠밀려가 등을 부딪쳤다.

“파비, 안…….”

“흠.”

금세 들이치는 사정감을 느낀 파비안이 잠시 페니스를 빼냈을 때 별하는 그대로 허물어졌다. 맥없이 엎어져 얕은 숨을 불어내는 그의 위로 정액을 흩뿌린 파비안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 하아…….”

긴장한 근육들이 꿈틀대는 흰 나신은 온통 번들거렸다. 입술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눈동자에 깃든 열기는 거세게 타오르고 있었다. 젖은 금발을 느릿하게 쓸어 넘긴 그는 쓰러져 얕게 호흡하는 별하를 다시 덮쳤다.

땀과 체액에 흠뻑 젖은 나신을 핥아주며 뒤가 괜찮은지, 혹 찢어진 건 아닌지 확인했다. 마찰로 약간 부어 있을 뿐 핏기는 없었다. 제 정액에 뒤덮여 움찔거리는 구멍을 길게 핥아 올리며 등허리와 척추, 목덜미까지 미끄러졌다.

숨을 가쁘게 내쉴 때마다 도드라지는 목뼈를 혀로 누르며 엎드린 별하의 다리 사이로 파고들었다. 페니스를 삽입할 듯 삽입하지 않고 목덜미를 자근거리다가 이로 긁었다. 별하는 엎드린 채로 다리를 넓게 벌렸다. 제 목덜미에서 떨어지지 않는 그를 돌아보며 가쁜 신음을 겨우 삼켰다.

“물어줘…….”

“…….”

“목덜미 물어줘. 네 오메가로 만들어줘, 파비안…….”

“…….”

파비안은 물 듯하면서도 물지 않았다. 노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각인이 될 확률은 거의 없었지만 주저하고 있었다. 그런 행위를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별하를 원하는 마음은 어느 때보다 분명했고 또렷했다.

파비안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오메가를 비롯해 베타와 알파들에게까지 수많은 유혹들을 받아왔지만, 특별한 감정이나 욕구를 느낀 적이 없었다. 원하기도 전에 저절로 손에 들어왔고, 떠올리는 모든 건 이미 자신의 것이었다. 그 모든 것들이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한 육체의 반응이라고 여겼기에 어떤 의미도 없었다.

그랬었는데 파비안은 지금 현재 난생처음으로, 생소한 열망을 느끼고 있었다.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강렬한 소유욕을 바로 눈앞의 로우 오메가에게서 느끼고 있었다.

지켜주고 싶은 욕구를 한참 전에 초월해, 누구도 넘보지 못할 저만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상대는 지금 자신의 페로몬에 지배를 당한 상태였다.

육체에 붙은 불이 꺼진 후 자신과 짝이 되어 후회하고 원망하는 별하를 얼핏 떠올린 그는 턱을 굳게 물었다.

상냥하던 애무가 돌연 거칠어져 별하의 피부 위로 선명한 흔적이 떠올랐다. 그는 그렁그렁한 눈으로 저를 올려다보는 이의 등을 가슴으로 눌러 벌어진 사이를 다급하게 밀어 올렸다.

“읏, 으응……! 흐으읏……!”

접합된 부위에서 뒤섞인 체액이 땅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파비안은 별하의 몸이 떠밀리지 않도록 팔로 어깨를 끌어안아 안을 갈랐다. 별하는 그의 팔에 매달려 뒤를 치고 들어오는 위력을 견뎠다.

치솟은 열기둥이 무르녹은 내벽에서 몇 번이나 꿈틀거리며 부피를 더해갔다. 러트가 아닌데도 흥분한 육체가 발정기의 노팅을 흉내 내며 크게 부풀었다.

“흐으읏!”

“으음…….”

철퍽철퍽― 계속되는 마찰로 별하의 엉덩이와 허벅지 뒤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파비안이 단 한 번 사정하는 동안 수없이 정액을 쏟은 별하는 지친 몸을 부들부들 떨며 그를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자극을 당한 육체는 쾌감에 잠긴 신음과 뜨거운 정액을 뚝뚝 흘렸다.

서로를 가열하다 동시에 절정에 다다랐을 때 파비안은 서둘러 페니스를 꺼내 밖에다 사정했다.

“흐, 음.”

“아읏…….”

두 팔로 버티고 있던 별하는 고꾸라지듯 엎어졌다. 발갛게 상기된 뺨을 바닥에 붙인 채로 끊어질 듯한 숨을 벅차게 불어냈다.

“하아……. 하아…….”

목덜미가 온통 땀범벅이었다. 날개뼈 사이를 미끄러져 내려가던 땀방울이 옴폭한 등줄기에 잠깐 고여 들었다가 움찔움찔 떨리는 피부를 타고 다시 흘러내렸다.

파비안은 음란하게 물들어 울툭불툭한 제 성기를 느직이 훑어 내리며 마지막 체액을 별하의 허벅지 위에 떨어뜨렸다.

사정한 후에도 페니스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밤이 새도록, 그리고 또 수일이 지나도록 계속할 수 있었지만, 기운을 잃고 쓰러진 이의 달콤한 휴식을 강탈하지 않았다.

별하는 꼼짝도 하지 않고 가쁜 숨만 불어냈다. 겨우 열기가 빠져나간 눈을 움직여 파비안을 돌아보았다.

“억제제…….”

파비안은 말없이 숨을 누그러뜨렸다. 제 앞의 젖은 나신을 눈으로 나릿하게 핥으며 별하와 시선을 맞댔다. 별하는 제 마른 입술을 축이며 달싹였다.

“억제제 먹고 싶다.”

“……?”

“여기 어딜 가야 살 수 있을까…….”

파비안은 턱 끝에 모여 떨어지는 땀방울을 손등으로 닦아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째서? 후유증이 있을 텐데. 특히 오메가는.”

바로 대답이 날아왔다.

“마음 놓고 섹스하게.”

“…….”

“임신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하고 싶어. 너랑…….”

파비안은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었던 듯 말이 없었다. 조용히 눈길을 내리는 그의 흰 뺨이 보일 듯 말 듯 불그스름하게 물들었다.

041.

방금 전까지 그렇게 과격하게 들이대다가 새삼 저를 의식하며 겸연쩍어하는 그의 모습에 별하는 흐릿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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