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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닝-753화 (753/805)

753화

유더는 나오는 대로 신음을 내뱉으며 키시아르의 팔을 잡았다. 사내는 교차하여 어깨에 올린 유더의 발목을 놓치지 않고 단단히 붙잡은 채 그곳에 입을 맞추었다.

툭 불거진 복사뼈, 상처를 입지는 않았으나 쓸리고 구른 흔적이 남아 약간 얼룩덜룩한 종아리, 살집 없는 발등 위로 계속해서 키시아르의 입술이 미끄러졌다. 유더는 그가 허리를 쳐올릴 때마다 반사적으로 움찔 오므라졌다 펴지기를 반복하는 발가락까지 뜨거운 입술이 와 닿는 감각을 느끼며 고개를 저었다.

“거긴, 읏……!”

더럽다고 말하려던 찰나, 서슴없이 발목을 고쳐 쥔 사내가 더 강하게 허벅지 사이를 찌르면서 오므라든 발가락 끝을 보란 듯 붉은 입술로 빨아들이는 바람에 목소리가 묻혔다. 쾌감의 정도로 따지자면 맞부딪치는 중인 하복부에서 올라오는 감각이 분명 더 클 텐데도 유더는 도무지 그 광경이 주는 시각적인 충격에서 눈을 돌릴 수 없었다.

누구든 농락할 수 있는 화술을 지닌 혀가 가장 낮은 존재처럼 유더의 발을 핥았다. 느끼고 있는 쾌감을 솔직하게 드러낸 눈동자가 유더의 크게 뜨인 눈과 몸의 반응을 거울처럼 남김없이 담았다.

키시아르와 벌써 여러 번 몸을 섞어 보았고 이전의 발정기 때는 전신을 사내의 입술 아래 내주기도 했었지만 그럼에도 이런 식으로 탐닉당한다는 느낌이 든 건 처음이었다. 그때는 상태 파악과 달래려는 의도가 강했다면 이번은 그런 이유 없이 이루어지는 행위였기에 그런 것일지도 몰랐다.

키시아르가 배를 채우는 짐승처럼 눈을 내리깔고서 지금까지 중 가장 빠르고 탄력적으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몸이 파도를 이루는 거품처럼 뒤섞이며 시트 위에서 뒤흔들렸다.

여러 번 쓸린 허벅지 안쪽이 뜨거웠다. 미끈대는 향유로 뒤덮었음에도 어떤 부분은 따끔거리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그 미약한 근지러움과 자극이 기이하게도 쾌감에 불을 붙이는 데에는 더한 효과가 있었다.

유더는 제가 아픈 감각을 좋아했었던가 의심하며 신음을 삼켰다. 키시아르의 것은 간혹 유더의 성기 아래를 밀어 올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배꼽 근처까지 찌르며 예민한 감각을 불규칙적으로 들쑤셔 댔다.

그 감각이 쌓이고 쌓이자 유더는 벌써 몇 번이나 사정하여 이전만큼의 힘을 얻지 못하는 중이었던 성기 안쪽이 또다시 뜨거워지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본능적으로 그것을 참아 내려 해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키시아르의 것이 정확한 타이밍으로 다리 사이에 파고들어 회음부를 강하게 푹 찔러 올렸기 때문이었다.

“……!”

음낭이 위로 밀리며 저릿저릿한 감각이 뿌리 안쪽에서부터 뭉쳐 훅 치밀어 올랐다. 다만 그 저릿함은 평소처럼 사정의 쾌감이 되어 발산되는 대신, 조금 다른 방향을 향해 움직였다.

내보낼 만큼 내보내 그 이상의 쾌감을 만들어 내기도 힘들 만큼 비어 버린 앞이 아니라 그보다 좀 더 깊은 곳들을 향해 퍼져 나가기 시작한 감각이 터지기 직전의 둑처럼 흔들거렸다.

그 흔들거림이 빨라지고, 더 빨라지다 마침내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는 판단이 본능에 적신호를 울린 순간.

키시아르가 이를 드러내어 유더의 발뒤꿈치 위, 곧게 선 힘줄을 강하게 깨물었다. 유더는 숨을 삼키며 몸을 젖혔다.

몸 안쪽에서 터져 버린 쾌감의 둑 사이로 미친 듯 전율이 쏟아져 내렸다. 익사할 듯한 감각 속에서 그는 눈을 부릅뜬 채 입을 벌렸다. 일어선 앞쪽은 정액을 얼마 뿌리지 못했으나 느껴진 쾌감의 깊이는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강렬했다.

그와 동시에 허벅지 안에 묻힌 키시아르의 것도 사정을 시작했다. 그 또한 두 번째 사정임에도 뿌려진 액체는 거의 유더의 허벅지 사이를 넘어 다물린 골과 엉덩이 아래까지 흠뻑 젖을 만큼 흥건했다.

유더는 한참 동안 멍하니 제 몸을 휩쓸고 지나간 감각을 느끼며 숨만 몰아쉬었다. 키시아르는 과연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삽입하지 않고서 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엄청난 경험이었다.

키시아르가 드디어 겹쳐 올린 유더의 발목을 내려놓았다. 붙잡던 손길이 사라지자 허벅지가 힘없이 벌어져 엉망이 된 하복부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향유와 정액으로 젖어 범벅이 된 탓에 대단히 음외해 보이는 그곳은 마찰로 인해 생긴 붉은 자욱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유더는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았는데, 키시아르의 시선은 한참 동안 그곳에 고여 머물렀다.

“…왜 그리 보십니까?”

“세상에 태어난 이래 이토록 아름다운 것을 본 적이 있었던가 기억을 더듬어 보는 중이었지.”

……정액 범벅으로 벌어진 남의 다리가 말인가?

유더는 미간을 슬쩍 모으며 말없이 다리를 닫았다. 키시아르가 낮게 웃음을 터트리며 침대 머리맡에 엉켜 있던 긴 천을 가져와 젖은 피부를 닦아 주었다.

“혹시 아팠나?”

“어디가 말입니까?”

“아까 그곳.”

키시아르의 손가락이 허벅지 안쪽에 닿을 듯 말 듯 흔들렸다. 유더는 그것을 무심히 내려다보다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전혀.”

굳이 말하자면 오히려 쓸리는 감각을 제가 좋아했었던가 의심하던 참이었다.

“다행이군.”

키시아르는 유더의 피부를 모두 닦아 내고 나서 이마에 다시 한번 입을 가볍게 맞추었다. 아까와 다를 바 없어 보여도 이전보다 한결 시원해 보이는 태도였다. 드디어 원하던 바를 성취한 유더는 가슴 속에서부터 피어오른 깊은 만족감을 느꼈다.

목적을 이룬 덕인지 그 어느 때보다도 선명하게 열려 있던 감정의 이어짐도 이제는 도로 닫힌 듯 고요했다. 그들은 사지가 겹치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편히 누워 서로의 심장 고동을 느꼈다.

키시아르의 품 속에 있는 순간만큼은 유더의 머릿속을 초조하게 만들었던 그 어떤 생각도 범접하지 못했다. 신기할 정도로 모든 것이 고요하고 깨끗했으며 평화로웠다.

평화. 지금 상황과 가장 어울리지 않는 말임에도 분명 그랬다.

유더가 그 낯선 감각을 처음 느껴 보는 이처럼 천천히 음미하고 있을 때, 문득 곁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실 아까 묻고 싶었었던 게 하나 있었는데, 지금 물어도 되겠나? 졸리면 다음에 이야기해도 좋겠지만.”

반사적으로 눈이 뜨였다. 유더는 고개를 저으며 사내와 눈을 맞추었다.

“아뇨. 아직 잠들지 않았습니다. 말씀하십시오.”

뭘 물으려는 것일까. 여러 생각을 해 보는 사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질문이 날아와 귀에 꽂혔다.

“남국인 상인들을 상대하고 돌아온 두 사람 중 나단은 지극히 멀쩡한데, 너는 그와 반대로 힘을 상당히 소진하고 차림까지 엉망이 되어 돌아온 이유가 궁금했었거든. 그래서 아까 나단에게 들으니 남국인 상인들을 상대하던 도중 힘을 갑자기 엄청나게 사용했었다지?”

“…….”

허를 찔린 듯한 기분에 유더는 일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그게 네 상태를 그리 만든 원인이 아닐까 추정되는데, 정작 보고받을 때는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어서 말이야. 그때 그 정도로 강한 힘을 써야 할 이유가 있었나?”

아톤 놈의 얼굴을 떠올린 순간 유더가 느끼던 짧은 평화가 잠시 뒤흔들렸다.

그렇지 않아도 유더가 입은 별것 아닌 상처에도 늘 예민했던 사내다. 유더와 함께 임무를 수행했던 나단 주커만 쪽은 훨씬 뒤늦게 돌아왔으면서도 상태가 멀쩡했으니 당연히 그에 대한 의문을 품었을 텐데, 다른 일들로 인해 미처 그 부분을 신경 쓰지 못했다.

그렇지만… 키시아르에게 받은 사탕이 전부 부서지는 바람에 머리가 한 바퀴 돌아 버렸었다고 솔직하게 말하기에는 영 모양새가 안 좋지 않은가.

“그건… 보고드릴 만한 사항은 아니라 생각해 말씀드리지 않았었습니다만…….”

“다만?”

사내가 다정하게 말꼬리를 잡고 반문했다.

아무리 보아도 납득할 만한 진실을 듣기 전까지는 절대 유더를 놓아 줄 것 같은 얼굴이 아니었다.

‘…어차피 키시아르가 알아내려고만 한다면 내가 아니라 붙잡혀 있을 아톤 놈을 조사할 때 물어보면 알 수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내게 먼저 물어본 건 내 입장에서의 이야기를 먼저 듣고 싶다는 뜻일 테고.’

어차피 완전히 비밀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불쾌해지는 일이었지만 유더는 어쩔 수 없이 먼저 약간의 이실직고를 하기로 했다.

“…주커만 경의 말이 맞습니다. 남국인 상인들의 대장 격인 아톤을 상대할 때 일이 조금 있어서 힘을 많이 썼습니다. 이쪽에서도 일이 터지고 있는 줄 알았더라면 좀 자제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쉬울 뿐입니다.”

“어떤 일?”

키시아르는 귀신처럼 유더의 말속에 붙은 다른 쓸데없는 부분은 전부 피해 핵심만을 찔렀다.

“…꼭 들으셔야겠습니까? 단장님이 들으시기에는 별것 아닐 겁니다.”

“너와 관련되었는데 별것 아닐 리가. 싸울 때야말로 누구보다 시야가 넓고 냉정한 내 보좌가 앞뒤 가리지 않고 힘을 쓸 정도의 일이었던 게 분명한데 내가 모른다는 건 말이 되지 않겠지.”

그가 대충 이렇게 반응할 것이라 짐작은 했다. 하지만 알면서도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이런 말이기도 했다.

후우. 입 밖으로 한숨이 절로 흘렀다.

‘어쩔 수 없나.’

“…부서져서 그랬습니다.”

“음?”

“단장님이 마차에서 주셨던 것이, 그놈과 싸우던 도중 부서졌습니다. 그래서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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