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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닝-752화 (752/805)

752화

한마디만으로 유더를 잠시 조용하게 만든 사내가 침묵을 지키다 한숨과 함께 미소를 흘렸다.

“…이렇게까지 놀랄 줄은 몰랐는데, 내가 너무 뒤늦게서야 알아차린 탓에 제대로 처신하지 못한 탓이겠지.”

“단장님 탓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저는 그저.”

눈으로만 보면 키시아르는 사정 직후 이미 모든 걸 정리하고 산뜻해진 듯 보인다. 하지만 전해지는 감정을 통해 유추해 보면 키시아르에게도 아직 유더 같은 열기가 남아 있었다. 다만 다리의 상처를 본 이후로 빠르게 그것을 접어 가고 있을 뿐이었다.

이대로라면 그의 뜻대로 될 테고, 적당히 열을 빼냈으니 편하게 잠들 수 있을 것이다. 그쪽이 이성적으로는 더 옳은 판단이겠지.

하지만 이성이 항상 옳은 답만 가리키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마음속에서 소용돌이치는 수많은 감정과 생각들을 분명히 정의하기가 어려웠으나 유더는 이대로 물러서고 싶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렇지 않아도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인 성욕조차 힘을 써서 억눌러 오는 데 익숙했던 사내다. 아마 방금 스스로 사정까지 이끌어 낸 건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지 않기 위함도 있었겠지만 유더의 앞에서는 그 열기를 일부러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까닭도 컸을 터였다.

그 고요하고도 그다운 배려가 유더의 가슴을 무겁게 만들었다.

오늘은 키시아르가 최초로 완전히 해방되었다고 느꼈던 날이다.

그 사실을 유더가 알아 주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기뻐하며 웃었던 이에게 이런 이유로 기껏 펼쳤던 날개를 스스로 접도록 만들고 싶지 않았다. 유더 자신이 어떤 상처를 입고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앞으로도 얼마든지 그와 함께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러니까 적어도 오늘 밤만은 키시아르가 완전히 날개를 펼친 채로만 있기를 바랐다.

욕심이라 할지라도, 그래도.

기쁘다고 말하며 어색하고도 환하게 웃던 그 얼굴을 보아 버렸기 때문에.

‘그래.’

그것이 유더가 키시아르에게 알려 주고 싶었던, 그와 함께하고 싶다고 바랐던 해방의 정체였다.

“…….”

유더가 머릿속에서 맴도는 말들을 정리하려 노력하면서 입술을 습관적으로 깨물려던 찰나, 다가온 손이 끼어들어 그러지 못하도록 막았다. 돌린 눈동자를 통해 서로의 시선이 마주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키시아르는 이미 유더가 하고 싶었던 모든 말을 들은 사람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침묵이 흐르고 마침내 키시아르가 눈썹을 모으며 약간 고통스러워 보이는 웃음을 흘렸다.

“…서로의 감정을 알 수 있다는 건 이런 거군. 내가 숨기고 정리하려 했던 것들이 네게 모두 전해져 버리고, 반대로 나는 네가 품은 뜨겁고도 곧은 바람을 도무지 모른 척할 수 없게 된다는 것.”

“…….”

유더의 입술 아래를 누르며 길게 문지르던 엄지손가락 끝이 조금씩 안으로 파고들었다. 유더는 잠시 망설이다 그것을 혀로 감쌌다. 소리 없이 피부가 타액으로 젖어 들기 시작했지만 키시아르는 손가락을 빼내지 않았다. 그것을 확인한 뒤 유더는 조금 더 나아가 본래 하려던 대로 지그시 턱에 힘을 주어 입 안에 들어온 손가락을 깨물었다가는 놓았다. 아프지는 않겠지만 자국 정도는 희미하게 남을 정도의 힘이었다.

자국이 남은 손가락을 내려다보며, 키시아르가 깊은숨을 내쉬었다.

“옛말에 이르기를, 가장 무서운 설득은 머리가 아닌 가슴을 두드리는 것이라고 했다는데.”

과연 그 말이 틀린 게 없어.

속삭임이 귀를 두드림과 동시에 손가락이 입술에서 빠져나가고, 키시아르가 재차 고개를 숙여 유더의 입술을 깊이 머금었다.

유더의 머리가 멍해질 만큼 깊이 키스한 사내가 한참 후에야 겨우 고개를 들었다. 사라진 줄 알았던 음외한 열기가 재차 차오른 붉은 눈동자 속에 졌다는 듯한 웃음기가 희미하게 어렸다.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유더는 자신이 키시아르가 접으려 했던 열망을 도로 반쯤은 폈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당혹했던 가슴에 안도와 기쁨이 차올랐다.

“……단장님.”

“한 번만 더 하지. 다만 이곳에 넣지는 않을 거야.”

손가락이 엉덩이를 가볍게 쥐었다가는 놓아 주었다. 유더는 불만스레 반문했다.

“왜입니까?”

“나도 눈이 있으니 내 것이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즐길 만한 크기가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네. 내일도 움직여야 할 일이 많은 이를 무리시키고 싶지는 않아. 그건 범죄 행위나 다름없어.”

스스로 말하기에는 실로 적나라한데, 맞는 말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렇지만 여길 쓰지 않는다고 그게 꼭 만족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지.”

그래도 괜찮다고 말하려던 유더의 말을 가로막듯이 키시아르가 부드럽고도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그와 동시에 손가락이 엉덩이보다 조금 더 위쪽, 허벅지의 살집이 눌리도록 지그시 붙잡았다.

그저 그것뿐인데도, 지금까지 자극당한 적 없던 살결 안쪽의 어딘가가 예민한 감각을 일깨우며 몸을 본능적으로 움찔 떨리게 만들었다. 그것을 확인한 붉은 눈이 보란 듯 눈웃음을 쳤다.

“방금은 나도 어설프게 굴었기에 아쉬운 마음을 남기게 만든 모양이지만, 이번은 그러지 않을 거야. 여길 쓰지 않고도 충분히 둘 모두 즐거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걸 지금부터 증명해 보지.”

허벅지를 쥔 손이 다리를 훑듯이 위로 올라왔다. 그가 하려는 게 무엇이든, 유더는 일단 안 되는 부분 하나만은 먼저 말해 둘 필요성을 느꼈다.

“엎드리는 건, 안 됩니다.”

“알아. 너는 얼굴이 보이지 않는 걸 싫어하지. 그 정도는 당연히 기억하고 있으니 걱정 말아.”

피부에 소름이 돋는 간지러움을 남기며 위로 올라간 손이 드디어 발목에서 멈추었다. 유더의 발목을 교차하듯이 모아 쥔 사내가 달콤하게 웃더니, 별안간 그것을 한쪽 어깨 위로 올렸다. 허벅지가 딱 달라붙을 수밖에 없는 자세였다.

뭘 하려는지 짐작할 수 없어 눈을 깜박이며 지켜보자 잠시 후 목욕탕에서부터 날아들어 온 향유가 키시아르의 손과 유더의 다리 사이를 흠뻑 적셨다. 욕탕의 열기로 따뜻하게 달아오른 미끄러운 액체 사이로 키시아르의 짙어진 향이 유더를 강하게 포박했다.

“…….”

“이 상태로 파고들 거야. 다리 안쪽에 힘을 주고… 내게 집중해.”

파고든다는 게 무슨 뜻인지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했으나 귓가를 두드리는 열기 어린 목소리에 반응한 유더는 반사적으로 몸에 힘을 주었다.

그대로 키시아르가 어깨 위에 얹은 발목을 붙잡은 손에 힘을 주며 삽입하듯이 하체를 밀어붙였다. 다리 사이로 미끄러지는 뜨거운 존재감을 느끼며 본능적으로 배 속 깊은 곳이 바짝 긴장했다. 그러나 키시아르의 것은 구멍이 아니라 그 위로 꾹 미끄러지며 교차한 채 꽉 다물린 허벅지 사이로 파고들었다.

향유에 젖은 살결이 타인의 피부에 미끄러져 마찰되는 깜짝 놀랄 만큼 낯선 감각. 벽처럼 닫혀 있던 허벅지 사이에 틈이 억지로 불쑥 벌어졌다. 회음부 위로 미끄러진 뜨거운 성기 끝이 쭉 밀고 올라와 마침내 자신의 음낭과 기둥까지 찔러 올린 순간, 유더는 저도 모르게 숨을 삼키며 놀란 눈을 크게 떴다.

“……아!”

고작 가랑이 사이를 맞대고 문질러 찌른 것뿐인데, 일순 눈앞이 아찔할 정도의 쾌감을 느꼈다.

거대한 것이 배 속으로 들어오는 순간 느낄 수 있는 몸이 열리는 감각과는 분명 달랐다. 그렇지만 그와 비슷한 압박감만은 분명히 있었다. 이전 생에도 해 본 적 없는 경험에 드물게 놀란 유더가 숨을 몰아쉬자 키시아르가 그 반응을 지그시 지켜보며 웃음을 지었다.

“…우리 둘 다 좋을 거라고 했었지?”

나눌 수 있었던 말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유더는 그대로 빠르게 찔러 올리는 허리의 움직임을 느끼며 고개를 젖혔다.

어쩔 수 없이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는 삽입 때와는 비슷한 듯 모든 것이 달랐다. 훨씬 빠른 속도로 미끄러지고 나가기를 반복하는 움직임 때문에 몸이 거칠게 뒤흔들리고, 마찰로 인해 달아오른 피부에서 낯선 열기가 느껴졌다.

“아, 흣, 읏. 아… 아……!”

하지만 분명한 건 이 낯선 행위가 키시아르의 말대로 정말 기분 좋다는 것이었다.

끊임없이, 그러면서도 가차 없이 회음부를 찌르고 밀어 올리는 성기 끝이 간혹 골과 구멍을 스칠 때마다 소름이 돋으며 허리가 저절로 비틀렸다. 힘이 들어간 허벅지 사이를 거침없이 찌른 것이 제 성기 밑을 자극하며 미끄러지는 감각은 도무지 제대로 적응할 수가 없을 정도로 자극적이었다.

유더는 나오는 대로 신음을 내뱉으며 키시아르의 팔을 잡았다. 사내는 교차하여 어깨에 올린 유더의 발목을 놓치지 않고 단단히 붙잡은 채 그곳에 입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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