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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닝-751화 (751/805)

751화

“솔직하게 말하라고 한다면… 물론 그만하고 싶지 않지. 다만 여기서 하면 몸이 식을 테니까 말이야.”

그렇게 말한 뒤 키시아르는 유더의 아랫입술을 부드럽게 꾹 깨물며 빨아들였다가는 도로 놓아 주었다. 아프지 않으면서 자극은 분명히 전달되도록 만드는 교묘한 접촉이었다.

유더는 깨물리고 빨려 부어오른 제 입술을 응시하는 키시아르의 시선 속에서 꺼지지 않은 열기를 읽어 냈다.

그가 이 행위를 끝낼 생각이 아직 전혀 없다는 걸 확신하기에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알겠습니다. 나가죠.”

유더의 답을 들은 키시아르가 빙긋 웃으며 손을 올렸다. 문 근처에 곱게 쌓여 있던 커다란 흰 천들이 순식간에 허공을 날아 우아한 몸놀림으로 그의 손바닥 위에 착지했다.

키가 큰 성인 남성도 몸 전체를 두르고 남을 만큼 크고 부드러운 그 천은 귀족들이 목욕 후 몸을 닦거나 감쌀 때 사용하는 수건의 역할을 하는 물건이었다.

“자, 일어나 볼까.”

능숙한 손길로 천 하나의 끝을 잡아 쭉 펼친 키시아르는 그것을 그대로 한 바퀴 돌리더니, 별안간 앞에 있던 유더까지 끌어당겨 두 사람의 몸을 한 번에 감싸 버렸다.

“잠깐…….”

수건 하나를 두 사람이 덮는다는 사실에 뭐라고 말할 틈도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키시아르가 그를 침실 쪽 문으로 이끌었다.

욕실을 나서고 등 뒤로 문이 닫힐 때까지 그는 평소와 하나도 다를 바 없이 보였다. 그러나 침실 안에 발을 들이고 희미한 빛을 내는 등불과 마주한 순간, 분위기는 완전히 일변했다.

“유더.”

이름을 불려 뒤를 돌아보자마자 다가온 입술이 유더의 것에 그대로 겹쳐졌다.

“흣…….”

기세에 밀려 뒤로 넘어갈 뻔한 고개를 받쳐 준 건 키시아르가 손에 휘감아 끌어 올린 천이었다. 머리까지 뒤덮은 천이 만들어 낸 작은 그늘 안에서 이어진 입맞춤은 욕실에서 했던 것보다 훨씬 은밀했고, 서슴없이 깊은 곳을 건드려 왔다. 유더는 비틀거리며 키시아르의 목을 끌어안았다.

한 장의 천 속 어둠에 몸을 숨긴 채 이루어지는 행위는 이상하게도 해서는 안 될 일을 하는 것처럼 비밀스럽고 배덕하게 느껴졌다.

한참이 지난 뒤 키시아르가 고개를 들고 천을 도로 내렸을 때, 유더의 것은 언제 사정했냐는 듯 다시 단단히 힘을 얻은 상태였다.

“단장, 님.”

유더의 중얼거림을 들은 키시아르가 입꼬리를 올려 소리 없이 환하게 웃었다. 그와 동시에 유더의 가슴 속에도 감정들이 또다시 스르르 흘러 들어왔다.

온몸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외치는 듯한 맹목적인 감정.

그 새하얀 빛 앞에 모든 것이 색을 잃고 사라졌다.

“아…….”

무게에 짓눌리듯 숨을 삼킨 순간 키시아르가 유더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입술을 눌렀다. 유더는 키시아르를 끌어안은 채 모든 것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들은 다급히 뒤엉킨 채 이리 돌고, 저리 부딪치면서 서로의 몸을 탐닉했다. 제대로 걸어갔다면 열 발자국 정도나 되었을 거리를 한없이 돌아가면서도 불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느끼지 않았다. 보이는 게 상대방뿐이었기에 다른 건 아무래도 좋았던 탓이었다.

유더가 다시 주변을 인식할 수 있게 된 건 협탁에 다리가 덜컹대며 걸려 키시아르와 함께 그대로 침대 위에 쏟아지듯 눕게 된 뒤였다.

“흣…….”

몸이 출렁이며 침대 깊이 파묻히는 감각마저 아찔한 저릿함을 선사했다. 유더는 침대의 흔들림이 잦아들기도 전에 벗은 다리 사이에 뒤엉켜 들어온 키시아르의 몸을 망설임 없이 감아 끌어당겼다. 장소가 어디든, 자세가 어떻든 그런 건 이미 상관없어진 지 오래였다.

‘어서, 빨리.’

이 뜨겁기 그지없는 열기의 해방을, 그리하여 눈앞의 존재와 함께 더욱 자유로워지기만을 원했다.

익숙한 향과 존재 앞에서 그 사실을 확신하며 가볍게 전율을 느끼는 사이, 유더만큼이나 갈망에 찬 긴 손가락이 드디어 양 무릎 아래 오금을 붙잡아 올렸다.

유더는 곧 들어올 무언가를 예상하며 숨을 몰아쉬었으나, 왜인지 키시아르는 그 상태에서 금방 움직이지 않았다. 땀이 맺힌 이마와 뜨거운 몸을 보면 그 또한 도달이 멀지 않은 건 분명한데, 별안간 생각에 잠기다니. 알 수 없는 행동이었다.

“단장님…?”

유더의 부름에 키시아르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아니. 아무것도.”

부드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뭔가 더 묻고 싶었지만 잠시 후 안을 비집고 들어오는 손가락 때문에 모든 생각이 일시적으로 사라졌다.

“후욱, 읏…….”

빠듯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몸을 겹치는 일이 발정기 이후 오랜만이기는 해도 한 번 끝까지 열려 본 경험이란 건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유더는 그 빠듯함이 곧 사라지리라 확신했다. 그리고 그 예상대로 손가락이 움직인 지 얼마 되지 않아 곧 아래에서 물기 어린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오메가 각성자의 몸이 상대를 원하며 변화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번 발정기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로 빠르게 몸이 젖지는 않았었지….’

확실히 그 이후로 무언가가 달라졌다. 유더는 그 변화의 기점이 아마도 자신의 본능과 타협한 순간부터가 아닐까 추측했다.

그가 2성 각성자로서의 본능을 거북하게 느끼지 않게 된 건 그때가 처음이었으니까.

그래서인지 예전이라면 쓸데없고 구역질 난다 여겼을 것들이 이제는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 부끄러운 것도, 수치스러운 것도 없었다.

몸을 겹치지 않아도 키시아르를 향한 마음은 변함없고 살아가는 데에도 지장이 없겠지만, 그렇다고 맨몸을 맞댔을 때만 얻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지금의 유더에게는 그것들 모두가 똑같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유더의 안에서 움직이는 손가락이 어느새 늘어났다. 그저 손가락이라고 무시하기가 어려운 크기인 덕에 내부가 계속해서 빠듯함을 호소했으나 그때마다 대응하듯 더 많은 물기가 배어 나와 이내 해결되었다.

하지만 넓히기에는 충분하고도 남는 수준의 손가락을 넣고 시간이 흘렀음에도 키시아르는 어쩐지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아, 흣, 으읏… 아!”

유더는 내부에서 평소보다 사납게 움직이는 손가락을 조이며 고개를 젖혔다. 예민한 점막 사이로 거침없이 파고들었다 빠져나가는 움직임에 삽입하지 않았는데도 삽입한 것처럼 배 속이 울렸다. 질퍽이는 소리가 날 때마다 투명한 점액이 골 사이를 타고 흐르고 눈앞이 번쩍였다.

그가 입술을 깨물며 허리를 비틀자 키시아르가 달래듯 입을 맞추어 주었다. 그런데도 아래의 마찰 소리는 변함이 없었다. 유더는 숨을 삼키며 키시아르에게 무어라 말하려다가, 급격히 치솟은 쾌감에 고개를 젖혔다. 본능적으로 앞을 쥐고 흔들자 허리가 저절로 함께 흔들렸다. 저릿한 아랫배 안쪽에서 절정이 밀려왔다.

“아……!”

유더가 두 번째 사정을 토해 냄과 동시에 그의 배와 허벅지 사이에도 뜨거운 액체가 튀었다. 유더는 그것이 어느샌가 토해 낸 키시아르의 사정액임을 알아차리고 눈을 크게 떴다.

몰랐는데, 이제 보니 그는 유더의 내부를 손가락으로 꿰뚫으며 동시에 스스로의 것을 쥐고 있었다.

묻지 않아도 그가 일부러 넣지 않고 사정했다는 게 분명히 보였다. 당혹스러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단장님. 대체 무슨……?”

“음? 꼭 이것까지 넣어야만 행위가 되는 건 아니니까.”

키시아르가 사정 후의 나른함이 묻어난 얼굴로 대답해 주었다.

“평소와 조금 색다른 맛도 좋지 않나? 나는 아주 좋았는데.”

그야 이전에도 삽입 없이 몸을 부딪친 때가 없는 건 아니다. 좋았느냐 아니었느냐를 따진다면 당연히 좋았다. 하지만 오늘은 그때와는 뭔가 달랐다.

유더는 키시아르가 분명 중간까지는 끝까지 할 마음이 있어 보였다고 생각했다. 중간에 갑자기 판단을 바꾼 건 이유가 있어서일 것임이 분명했다.

‘아까 무릎을 들었을 때부터 뭔가 이상했어. 대체 왜지?’

유더는 다리 사이를 정리해 주려는 듯 다가오는 키시아르를 저지하기 위해 손을 들었다. 의구심 가득한 눈빛이 키시아르를 훑다가, 제 다리 쪽으로 내려갔다.

“유더.”

“잠깐. 건드리지 마십시오.”

서슴없이 제 다리 사이를 들여다보는 유더를 말리려는 듯 키시아르가 손을 내밀었다가는 거부에 막혀 우뚝 멈추었다. 그는 눈썹을 누그러뜨린 채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그 표정을 보니 역시 다리 쪽에서 뭔가를 발견하고 마음을 바꾼 게 맞다는 확신이 들었다. 유더는 제 무릎 안쪽을 살피기 위해 능력을 가볍게 사용했다. 바람의 힘에 이끌려 날아온 작은 거울을 잡아챈 순간, 키시아르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거기에 상처가 있어.”

‘상처?’

“그리 큰 흔적은 아니야. 목욕할 때도 발견하지 못했을 정도로 작은 자국들이 몇 개 남아 있더군.”

키시아르의 설명에 의하면 육안으로 보기 어려운 오금 안쪽 허벅지에 점처럼 찍힌 미세한 피멍이 조금 남은 모양이었다. 오늘 입은 부상이 손목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언제 입은 거지? 몬스터를 상대할 때인가… 아니면 남국인 상인 놈들과 붙었을 때인가?’

아톤을 상대하다 땅을 굴렀던 때가 생각났다. 그놈 때문에 사탕도 전부 잃고 나름 고생을 했으니 모르는 사이 그런 상처가 남았었다 해도 이상하진 않았다.

‘하지만 아프지도 않고… 자세히 봐야 겨우 보일 정도로 작은 상처인데.’

“진짜 그것 때문에 안 하신 겁니까?”

“그것 때문에라니.”

“정말 하나도 안 아픈데, 정말 그것 때문에…….”

“무엇에 입은 상처인지 본인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게 오히려 더 위험한 부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걸 알지 않나?”

가능성은 낮지만 말이다.

한마디만으로 유더를 잠시 조용하게 만든 사내가 침묵을 지키다 한숨과 함께 미소를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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