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0화
유더는 몸을 일으켜 무너지듯 키시아르의 목을 끌어안았다. 사내 또한 기다렸다는 듯 유더를 품으로 받아 내며 고개를 묻었다. 물이 거세게 출렁이며 넘쳐흘렀으나 누구도 거기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입술이 맞부딪쳤다.
이전과 같은 느릿한 나른함 대신 영혼이 뒤섞여 빨려 들어가는 듯한 강렬한 감각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물에 젖은 피부가 맞부딪치고 혀가 얽힐 때마다 유더는 때로 언어가 아닌 감정들이 튀어 오르는 물방울처럼 머릿속을 두드리는 것을 느꼈다. 그건 두 사람 모두의 갈구가 얽혀 만들어진 감정의 공유 통로와도 같았다.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 말보다 깊고 비밀스러운 것들이 위에서 아래로, 다시 아래에서 위로 쉴 새 없이 흘렀다.
타인의 감정이 제 안으로 스며드는 순간의 기분을 무어라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전 생의 유더는 그것이 자신의 감정인지, 키시아르 쪽의 감정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때가 훨씬 많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알아차리지 못하는 게 이상할 정도로 키시아르 쪽에서 넘어온 감정이 너무나 크고 거대했던 탓이다.
유더는 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강렬하고 깊은 환희와 심장이 빠듯할 정도로 벅찬 감각을 넘겨받으며 얕게 전율했다.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감정은 때로 고통과 비슷하게 느껴지고는 한다. 그건 유더가 알고 있는 감정의 종류가 그리 많지 않고, 개중 가장 다양하며 익숙했던 것이 고통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픔과 비슷한 것이 모두 고통은 아니다. 키시아르와 함께할 때마다 느껴지는 엄청난 감정들의 이름을 아직 다 알 수는 없어도 그 사실을 지금은 분명히 알 것 같았다.
그는 숨을 쉬기 힘들 만큼 먹먹한 감정을 밀어 내지 않고 어떻게든 소화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호흡을 계속했다.
이것이 키시아르가 지금 제게 느끼고 있는 감정이라면 단 하나도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어떻게든 삼켜 제 것으로 만들어야만 했다.
거의 몸이 터져 나갈 정도로 쏟아진 감정을 받아들이느라 어깨를 붙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고 얽혀 있던 혀끝마저 부르르 떨렸다. 키시아르는 그것을 거침없이 감싸 얽으며 유더의 엉덩이를 쥐고 더욱 깊이 끌어안았다. 너무나 깊이 안겨 숨을 쉬기가 조금 어려울 정도였으나 그래서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가능하다면 더 많은 피부가 닿아 있기를, 부서져도 좋으니 더 꽉 끌어안기를 바랐다.
“흐으…… 윽.”
통로를 통해 감정의 공유를 전달받고 있는 건 이쪽만이 아니었기에, 유더가 그렇게 바란 순간 키시아르 또한 속눈썹을 거세게 떨며 반응했다. 유더는 바랐던 대로 곧 더욱 세게 허리를 안는 팔을 느끼며 억눌린 쾌감의 호흡을 내뱉었다.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거대한 감정의 파도 앞에 선 기분은 두렵고도 황홀했다. 휩쓸리는 순간 곧바로 머리까지 잠겨 다시는 물 밖으로 나오지 못하리라는 예감이 드는데도 결코 피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홀로 모래사장에 선 작은 존재처럼 온몸을 열고 저를 덮치는 파도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아…….”
유더는 공격적으로 얽히는 입맞춤 너머로 흘러 들어오는 타액을 달게 삼켰다. 입술을 떼지 않은 채 맞붙은 하복부와 다리를 움직여 물에 잠겨 있는 사내의 허리에 힘껏 감자 철벅이는 물소리와 함께 덥힌 물보다 더 뜨겁고 단단한 두 개의 성기가 맞붙은 배 사이로 미끄러졌다.
타액을 삼키기 위해 목구멍이 움직이는 감각조차 내부에 불을 붙이는 쾌감처럼 느껴졌다. 선연한 쾌감에 물에 잠긴 하복부가 본능에 따라 들썩거렸다. 뜨거운 것이 배 사이에서 문질러지는 것만으로도 이미 머리가 희게 타는 기분이었으나, 상대의 것과 만나 잠시라도 닿을 때는 그보다 더한 감각이 신경을 불꽃처럼 터트렸다.
유더는 몇 번이나 미끄러지고 닿았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하복부의 감각에 신음하다 결국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두 개의 성기를 손으로 움켜쥐었다.
“읏…….”
“하…!”
두 개를 한 손에 쥐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 그저 붙여 두고 들썩이게 된 정도에 가까웠지만, 그것만으로도 이전보다 훨씬 높은 쾌감이 올라왔다. 참지 않고 입 밖으로 흘려보내는 소리들이 수증기를 타고 욕실의 벽에 반사되어 마치 동굴에라도 들어와 있는 것처럼 울려 대는 것이 지독하게도 음란하게 느껴졌다.
유더는 예민한 끝부분들을 손가락 끝으로 문지르며 키시아르를 응시했다. 몽롱해진 시야 너머로 똑같이 제게 푹 빠져 있는 붉은 눈동자가 보였다.
붉은 눈동자 속에 비친 제 얼굴은 사랑하는 상대를 바라보고 있다기보다는 마치 금방이라도 사냥감을 덮쳐 누를 것 같은 사나운 사냥꾼처럼 보였다. 달콤함보다는 화가 나 보이는 사람 쪽에 더 가까워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사실 그건 키시아르 쪽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유더 쪽에서 흘러나가는 감정들을 받아들일 때마다 눈을 내리깔고 낮게 신음하며 엉덩이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간신히 빼기를 반복했다. 목덜미에 입술을 문지르며 뜨거운 호흡을 토하고 가슴을 빨아들이는 움직임 모두가 지독하게 관능적이었다.
애틋한 열망에 사로잡혀 유더 아일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키시아르 라 오르. 이보다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존재가 또 있을까.
유더는 그가 쾌감을 숨기지 않는 모습을 더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성기를 쥐고 문지르는 손에 더욱 힘을 주며 허리를 밀어붙이자 키시아르가 유더의 쇄골 아래 묻은 입술 사이로 떨리는 호흡을 흘렸다.
마치 웃음처럼도 느껴지는 그 호흡을 따라 그의 감정이 또다시 유더에게로 왈칵 흘러 들어왔다.
가득 찬 무언가를 쏟아붓고 싶어 참을 수 없는 고통스러운 아우성.
육신 전체가 빨려 나가는 듯한 전율.
하지만 그 모든 감정들보다 가장 큰 건 심장을 뒤흔들어 찢을 것만 같은 알 수 없는 감정이었다.
목 안을 꽉 막히게 만드는 그 감정 앞에서는 어떤 쾌감도 그보다 커질 수 없는 작디작은 존재처럼 여겨졌다.
너무나 벅차 숨이 막혔다. 눈 안쪽이 불타는 듯 뜨겁게 달아올랐다.
더는 전해지는 감정들을 제 안에 눌러놓을 수 없었다.
오직 키시아르만 가득한 세상이 터질 것만 같았다.
아니, 어쩌면 벌써…….
“헉…….”
유더는 호흡하는 것조차 잊은 채 허리를 비틀었다. 잡고 있던 성기가 꽉 부풀어 오르는 듯한 감각이 치밀더니, 잠시 후 정액이 쭉 치솟아 올랐다.
“아…!”
눈앞이 흐려질 정도로 엄청난 감각의 폭발 속에서 일순 소리가 멀어졌다.
“하아… 하…….”
“…괜찮나?”
잠시 후, 조금 멀게 키시아르의 목소리가 들렸다. 유더는 천천히 돌아오는 시야를 느끼며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 사정하던 순간 힘이 빠지며 미끄러졌는지, 그는 키시아르의 몸 위에 얹혀 있었다. 끝까지 성기를 움켜쥐고 있었던 손 쪽을 내려다보자 물과 정액으로 범벅이 된 모습이 보였다.
한 번 내보냈음에도 유더의 것은 아직 반쯤 숨이 죽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아직 사정하지 않은 키시아르의 물건이었다.
유더가 사정하기 전보다 더욱 부풀어 오른 그것은 끝부분만으로도 손안을 꽉 채우고도 남을 정도로 커진 상태였다.
이전에도 대단한 부피를 자랑하기는 했었지만 이 정도로 커진 모습은 처음이었다.
“거기가 아니라 이쪽을 봐 줘야지.”
유더가 하복부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으려니 다가온 손이 그의 뺨을 붙잡아 시선을 위로 올리도록 만들었다. 무서울 정도로 부풀어 있는 아래와 달리, 물에 젖어 들어 상기된 흰 얼굴은 넋을 잃을 만큼 색정적으로 사람을 홀렸다.
“…뭐라고, 말씀하셨었습니까.”
“괜찮냐고 물었어.”
“네… 괜찮습니다.”
아직도 사정 직전 영혼 깊은 곳이 터지도록 흘러 들어왔던 감정들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제 안에 남은 감정만으로도 머리가 멍하고 몽롱해 생각을 이어 나가는 것이 힘들 정도였다.
어쩌면 이 감각이 진짜로 술에 취한 감각과 비슷할까. 그럴지도 몰랐다.
유더가 멍하니 그 감각을 곱씹고 있으려니 키시아르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여 물었다.
“씻고 나갈까?”
“…그만하자는 뜻이십니까?”
아래가 아직 저렇게 되어 있는데 혹시라도 제가 조금 지쳐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그만해도 좋다는 소리를 한다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솔직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유더의 눈에서 번득이는 각오를 보았는지, 키시아르가 잠시 멀뚱히 얼굴을 바라보다 웃음을 터트렸다. 젖어 있어서인지 그조차도 평소보다 훨씬 더 성적인 무언가를 자극했다.
“솔직하게 말하라고 한다면… 물론 그만하고 싶지 않지. 다만 여기서 하면 몸이 식을 테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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