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2화
“으음…….”
“뭔가 특이한 부분이 보이십니까.”
“공자님의 위장에… 뭔가가 보이는군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선즈가 눈을 가늘게 떴다가 도로 크게 뜨기를 반복하며 극도의 집중을 시작했다. 유더는 그의 눈가에서 피어오른 희미한 아지랑이가 더욱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마에서 땀이 주룩주룩 흐르고 전신의 근육이 굳을 정도로 힘을 쓴 끝에, 선즈는 겨우 원하는 것을 파악한 듯 긴 숨을 내쉬었다.
“휴우…….”
“이제 끝난 겁니까.”
“네. 일단 보려던 건 전부 확인했습니다.”
그렇게 말한 뒤 선즈는 2공자의 시체 복부 부위를 가볍게 가리켜 보였다.
“이곳. 2공자님의 위장 내부에 바다 물풀과 샬로아 새우가 몇 개 들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풀과 샬로아 새우라고?”
기사들이 웅성거렸다. 손수건으로 입을 막고 있던 마이라의 표정 또한 묘하게 변했다.
“남부 출신이라면 다들 익숙하시겠지만 샬로아 새우는 샬로인에서 주로 나고, 머리와 등껍질 부분 모양에 특색이 있지요. 저도 그 부분 때문에 겨우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해당 부분에 약한 독성이 있기 때문에 여간해선 통째로 요리하지 않는 재료이기도 합니다. 물풀 또한 평민들은 자주 먹으나 2공자님 정도 되시는 분이 드시기에는 그다지 좋은 식재료가 아니죠.”
그렇게 말한 뒤 선즈는 신중하고도 날카로운 얼굴로 결론을 말했다.
“제가 보기엔 2공자님께서 살해당하신 장소가 마병단이나 그 근처는 결코 아닐 것 같습니다.”
“그 말, 책임질 수 있습니까?”
“2공자께서 어제 저녁으로 그것들을 드시고 가셨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아니. 그럴 리 없어요. 아쉴라브는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웅성대던 기사들 사이로 마이라의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들어온 이래 처음으로 목소리를 낸 1공녀에게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마이라는 창백한 얼굴로 2공자의 시체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아쉴라브는 어릴 적 상한 해산물을 먹고 큰 병이 났던 적이 있어요. 때문에 공적인 자리에서는 몰라도 개인적인 자리에서는 결코 먹지 않았죠. 혼자 머물던 저택에서 식사를 하고 나갔다면 당연히 식탁에 올라오지조차 않았을 거예요. 그것도 샬로아 새우 같은 위험한 음식이라면 더욱 그렇겠죠.”
그렇게 말한 뒤 마이라는 기사들을 향하여 명했다.
“2공자 아쉴라브가 어젯밤 무엇을 먹고 나갔는지 시중들던 하인들은 모두 알고 있을 테니 그들을 불러요. 확인하면 확실해질 테니까.”
“…알겠습니다. 2공자님의 하인을 불러와라.”
헤른 가의 기사들이 빠르게 2공자의 하인을 데려왔다. 2공자가 머무른 저택에서 내내 주인을 기다렸다는 나이 든 하인은 몹시 비통한 기색으로 들어왔다가 마이라를 보고 깜짝 놀랐다.
“1공녀님…? 1공녀님이 여기에 왜 계십니까? 서, 설마……?”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도록. 1공녀님께서는 2공자님을 살해한 범인을 찾는 걸 돕기 위해 와 주셨을 뿐이다. 어젯밤 2공자께서 마지막으로 드신 음식이 무엇인지 기억하는가?”
“아……. 예. 물론입니다.”
“혹 샬로아 새우와 물풀이 들어간 해산물 요리였나?”
“예? 아뇨. 아닙니다. 어찌 그런 음식을.”
늙은 하인이 빠르게 고개를 내저었다.
“저희 아쉴라브 공자님께서는 어젯밤 몸 상태가 좋지 않으시다며 묽은 수프만 한 그릇 겨우 드시고 나가셨었습니다. 하지만 평범한 식사를 하셨더라도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으셨으니 그런 건 입에 넣지도 않으셨을 겁니다.”
마이라의 말과 정확히 일치하는 하인의 말에 모두가 침묵했다.
하인에 의하면 2공자는 샬로인까지 급히 오느라 체력이 떨어져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고 했다. 본디 소화기가 약한 편이었기에 위장에 탈이 날지 모를 음식 대신 소화하기 편한 수프만 먹었다니, 그 말대로라면 위장에 해산물이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주장의 설득력을 얻은 선즈가 그 틈을 타 입을 열었다.
“사실 저는… 2공자님께서 바다에 빠졌었고, 그래서 그것들을 삼켰던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요리해서 먹었다기에는 너무 원형이 확실하거든요.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으셨다니 더욱 확실해지네요.”
“하지만 발견되었을 때 2공자님의 몸은 젖어 있지 않았습니다.”
“젖어 있지 않았다는 것과 물에 젖은 적이 없다는 건 다른 얘기 아닐까요. 2공자께서 발견되고 신원을 확인하기까지 시간도 제법 걸렸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2공자님의 몸에 난 상처가 번개 같은 능력에 의한 것임을 생각해 보십시오. 번개에 맞은 사람을 본 적이 있으십니까? 몸에 불이 붙은 사람보다도 더 새카맣게 타 버립니다.”
그 때문에 2공자의 시신에 그리 검은 자국이 많이 남은 게 아니던가. 그렇게 말하며 선즈가 2공자의 시신에 손을 뻗어 머리카락을 살짝 만졌다. 그의 손에 하얀 가루가 조금 묻어 나왔다.
“죽은 이후 물을 끼얹어 바닷물을 씻어 냈는지, 어쨌는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제 눈에는 흔적이 보입니다. 이건 흙처럼 보이지만 바닷물이 말라서 생긴 겁니다. 맛을 보면 더 확실하겠습니다만…….”
“되었습니다!”
기사들이 파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내저었다.
“선즈 대장의 말이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찾아야 할 건 정해진 셈이군. 샬로아 새우와 물풀을 삼킬 수 있을 만한 바닷가 근처를 찾아보는 것.”
키시아르가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알기로 마병단 남부 지부에서 가장 가까운 건 셔펜 항구일 텐데, 샬로인의 어민들은 바다에 그물을 쳐서 새우나 조개, 물풀을 키워 판다지? 그런 곳에 사람이 빠진 흔적이나 수상한 일이 없었는지 우선적으로 조사해 보게. 쿠르가, 그리고 라델 경.”
“네!”
“……예.”
“마병단과 헤른 기사단을 동일하게 다섯 명씩 보내어 확인시키게. 한시가 급하니 지금 바로.”
쿠르가와 라델이 동시에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키시아르는 남은 이들을 둘러보았다. 그의 시선이 2공자의 하인에게 꽂혔다.
“아쉴라브 공자의 충성스러운 하인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았군. 이름이 어떻게 되지?”
“예? 저, 저는……. 무조라고 합니다.”
“좋네. 무조. 2공자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 줄 수 있겠나? 자네의 도움이 더 필요할 것 같거든.”
난생처음 보는 펠레타 공작이 스스럼없이 다가와 이름을 부르며 요청하자, 2공자의 늙은 하인은 얼이 빠졌다. 나름대로 공작가에서 잔뼈가 굵은 이였으나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높으신 분은 처음 본 탓이었다.
그가 눈을 굴리자 마이라가 나서서 그를 안심시켰다.
“아쉴라브를 위해 하는 일이니 괜찮다. 따르도록 해. 걱정된다면 헤른 가의 기사들을 붙여 주마.”
“…….”
어제까지만 해도 모시는 이의 경쟁자였던 공녀. 그렇지만 2공자가 죽은 이상 그녀에게 감정적으로 구는 건 멍청한 짓이었다. 늙은 하인은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고맙네, 1공녀. 그러면 자리를 옮기지. 이곳에서 이야기를 계속할 수는 없으니까.”
유더는 키시아르의 뒤를 따르며 2공자의 시신을 마지막으로 흘긋 보았다.
자연스럽게 움켜쥐고 있는 그의 주먹 속에는 아까 시신을 살피면서 몰래 조금 잘라 낸 옷조각과 머리카락이 들어 있었다.
‘이거라면 칸나도 읽어 낼 수 있겠지. 돌아가는 대로 보내야겠다.’
키시아르가 조사를 이유로 라델을 먼저 보내 버린 건 정말 잘된 일이었다. 여기서 가장 목소리 큰 놈이 사라지고 나니 그들을 막을 자가 없었다.
치안대 내부의 빈방으로 들어온 뒤 키시아르는 능숙하게 마석 난로에 불을 붙였다. 나단 주커만은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차와 주전자를 가지고 나타나는 신기를 선보였다.
공기가 훈훈해지자 분위기가 한층 풀렸다. 키시아르는 긴장한 늙은 하인, 무조를 상대로 말을 걸기 시작했다.
“2공자는 어떤 사람이었나?”
2공자의 전날 행적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먼저 물은 건 무조도, 뒤따라온 마이라도, 그리고 헤른 가의 기사들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무조는 몇 번이나 목이 메어 입을 열지 못하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쉴라브 공자님께선… 좋은 분이셨습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제 아내가 공자님의 유모였지요. 몸은 조금 약하셨지만 기개가 있으셨어요. 아플 때도 드러내지 않고 헤른 가를 위해 늘 열심히 활동하셨습니다. 그런 분이 이런 식으로 떠나시리라곤…….”
무조가 침울하게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떨었다.
“어느 놈들이 공자님을 해쳤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늙은이는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
잠시 침묵이 흘렀다. 키시아르는 그가 마음을 가다듬을 시간을 준 뒤, 몇 가지 질문을 더 던졌다. 하나같이 아쉴라브 2공자의 사람됨이나 주변의 평을 알 수 있을 만한 질문이었다.
그런 질문을 통하여 분위기를 누그러뜨린 뒤, 그는 비로소 제대로 된 본론을 입에 올렸다.
“그랬군. 그런데 실은… 여기까지 오는 동안 가장 중요한 사실을 듣지 못했네. 어제 2공자를 따라갔다는 하인은 어떤 이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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