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8화
길고 큰 손 두 개가 허벅지를 붙잡은 유더의 손 위에 그대로 겹쳐졌다. 손가락과 손등 위로 미끄러지듯 뒤덮이는 피부의 감촉에 잠시 숨을 삼킨 그 순간,
“흐읏…… 헉……!”
하반신이 위를 향해 밀리며 크게 부푼 성기가 벌어진 틈 사이로 거침없이 파고들어 오기 시작했다.
그 순간만은 온몸의 모든 감각이 오직 연결을 위해서만 사용되는 듯했다. 앞을 볼 수 있어도 인지할 수 없었고, 귀로 들려오는 소리도 의미를 갖지 못했다. 하체가 들린 자세로 인하여 짓눌린 가슴이 보내는 숨찬 호흡의 욕구도, 생각도, 자신이 누구인지조차도 모두 잊었다.
유더는 오직 구멍이 한계까지 벌어지는 순간의 빠듯함을, 그토록 기다렸던 것을 맞이한 내부가 안쪽으로, 더 안쪽으로 순식간에 쭉 길을 내는 오싹오싹한 감각만을 온몸으로 느끼며 깊이 전율했다.
시간이 느려진 것만 같았다. 몸 안쪽으로 받아들이는 성기의 굵기와 모양, 그 위로 돋아난 핏줄 하나와 고동치는 맥박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미칠 만큼 선명하게 인식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것이 배 속을 가득 채우다 못해 내부에 존재하는 벽의 끝을 두드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을 때, 유더는 또다시 배와 가슴으로 거칠게 튀는 사정액을 느끼며 벌린 입 사이로 흘러나온 제 탄성을 멀게 들었다.
“아-……!”
몸 안쪽에 존재하는 벽의 끝.
이번 생에 몸을 처음으로 겹쳤을 때 키시아르는 한 번도 그 벽을 넘지 않았다. 넘을 수 없어서 넘지 못한 게 아니었다. 끝까지 밀어 넣었다면 분명 그 이상을 넘을 수 있었을 테지만, 그는 유더의 한계를 유더 자신보다도 더 잘 알았다. 절반 정도만 넣어도 벽의 끝에 상당히 가까워져 숨이 턱 막히는 걸 귀신처럼 알아차리고는 정확하게 한계를 느끼는 앞쪽 즈음에서 움직임을 멈추고 숨을 고르고는 했다.
그러나 일부러 더 넣기 위해 굳이 애를 쓸 필요는 없었다. 이후로 몸을 겹친 경험이 더 쌓이자 유더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는 신기하게도 알아서 조금씩 늘어났다.
그리고 지금.
조금의 통증도 없이 벌어진 내부는 입을 벌리고 요동치면서 기어이 벽의 끝을 꾹 누를 만큼 깊이 들어온 성기를 환영하는 중이었다.
“흐으, 하, 아아…….”
배 속을 꽉 채운 물건 때문에 숨을 쉬기가 버거웠다. 배꼽까지 불룩해진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짧은 호흡을 가쁘게 반복할 때마다 벽 끝이 성기 끝에 닿아 짓눌리는 감각에 머릿속이 짧게 아득해졌으나 유더는 그 감각이 오히려 기껍다고 느꼈다. 드디어 원하던 것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유더는 버거울 만큼 많은 음식을 삼킨 짐승처럼 헐떡이다 이를 악물고 한 손을 내려 연결된 곳을 더듬었다. 그 짧은 움직임만으로도 배 속이 뭉그러지며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온갖 액체로 범벅이 된 손가락 사이로 아직도 끝까지 다 들어오지 않은 성기의 기둥과 부드러운 음모 끝이 걸렸다.
역시.
예상이 확신으로 변했다. 벽의 끝까지 닿았음에도 저쪽은 아직 끝이 아니었다. 그것을 확인하고 나니 부푼 배 안쪽에서 또다시 전율과 환희가 동시에 일었다.
그리고 그제야 키시아르 쪽에서도 긴 숨이 흘러나왔다. 지금까지 중 가장 깊이, 그리고 가장 단숨에 들어온 첫 삽입 후의 충격적인 감각을 아주 긴 시간처럼 느끼며 음미하고 있던 건 유더뿐만이 아니었다. 결합부를 더듬는 유더의 손을 떼어 내어 깍지를 낀 사내가 고개를 숙이고는 손끝을 제 입술 쪽으로 끌어당겼다.
장갑이 벗겨져 드러난 거친 손가락 끝에 닿은 짧은 입맞춤.
그와 동시에 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 흣, 읏, 앗. 아……!”
전에 없이 거친 움직임이었다. 전처럼 몸을 함께 움직여 박자를 맞출 틈조차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거부감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평소라면 빠듯하다 느꼈을 만한 감각이 지금은 오히려 좋았다. 할 수 있다면 저와 얽힌 사내가 더욱 깊은 욕망에 사로잡히기를, 저와 같은 감정으로 움직이기를 오히려 더 종용하고 싶었다.
그래서 유더는 고개를 젖힌 채 제 입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들을 나오는 대로 튀도록 내버려 두었다. 단 하나도 참거나 억누르려 노력하지 않았다.
가로막는 울타리가 모두 사라진 길을 자유롭게 달리는 말처럼, 두 사람의 몸이 겹쳐진 채 요동을 쳤다. 내부가 쉴 새 없이 채워지고 빠져나가는 감각에 몸서리쳤다.
“흐으으……!”
이걸 원했다.
이것이야말로 막연히 계속 원했던, 바로 그 감각이었다.
식혀 줄 이 없이 메마른 갈증 속에서 치솟기만 하던 불길이 내리는 세찬 비에 환호하며 해갈되기 시작했다. 얼마 움직이지도 않은 것 같은데 또다시 강렬한 절정감이 정수리 끝까지 훅 치솟았다. 유더는 배에 점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벌렸던 다리에 힘을 주어 사내의 허리를 감았다. 박자를 맞춰 움직일 수는 없어도, 그것만으로도 삽입이 훨씬 깊어지며 두꺼운 귀두 끝이 전보다 한층 더 깊이 벽을 찔렀다.
“아윽…….”
유더는 전율하며 고개를 저었다. 땀방울이 튀어 머리칼을 적셨다. 드러난 목에 이가 박히는 감각마저도 지독한 쾌감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들쑤셔시던 내부가 마침내 한계에 다다랐을 때, 유더는 또다시 눈앞이 희어지며 다리 사이가 젖어 드는 감각을 느꼈다. 흔들리는 성기 끝에서 튄 사정액은 이전에 비해 묽어졌음에도 기세만은 여전히 똑같았다.
그러나 이번의 절정은 앞쪽에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앞에서 정액이 떨어지는 동안, 거대한 성기를 꽉 문 뒤쪽 또한 마구 비틀리고 조이며 배 속이 훅 뜨거워지는 감각이 함께 찾아들었다. 그것은 오메가 각성자가 극한의 절정에 다다랐을 때 일어나는 내부 점액의 폭발이었다. 그가 절정을 맞이하는 순간 폭발하듯 흘러나온 투명한 점액이 결합부 사이로 튀고 흐르며 엉덩이 사이를 적셨다.
“아, 아… 아아……!”
그건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쾌감이었다.
눈앞이 아득하도록 검어졌다 희어지기를 계속 번갈아 반복했다.
유더는 배 속의 벽을 깊숙하게 찌르고 빠져나가는 뜨거운 것을 조이며 멍하니 생각했다.
‘더, 더. …더…….’
그의 바람에 응답하듯이 키시아르는 유더가 절정에 몸서리치는 동안에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유더의 바람이 곧 그의 바람인 것처럼 움직이며, 사내는 유더를 깊이 끌어안았다.
그의 입술이 유더의 뺨과 눈, 코와 입술을 훔치기를 정신없이 반복했다. 유더만큼이나 여유가 없는 움직임이었으나 거기에는 마치 상대의 몸 일부를 입에 머금지 않으면 죽기라도 할 듯 애틋한 느낌이 있었다.
유더는 그 입맞춤에 할 수 있는 한 응답하며 키시아르의 등을 껴안았다. 그것 외에는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땀이 배어 나온 손끝은 내부를 쳐올리는 움직임을 느낄 때마다 번개라도 맞은 듯 움찔움찔 오므라들었다 펴지기를 반복했다. 때로는 쾌감을 이기지 못하고 미끄러지는 바람에 등을 긁어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키시아르는 결코 유더를 끌어안은 팔을 풀지 않았다.
유더는 안에서 움직이는 성기가 점점 더 부풀어 오르는 감각을 느꼈다. 더욱 빠듯하게 채워진 배 안쪽이 터질 것 같으면서도 머리가 녹을 것처럼 좋았다. 움직임을 맞출 새도 없이 움찔거리며 엉덩이를 들썩이고 허리를 조여 매달린 다리에 힘을 주자 사내의 입술이 유더의 아랫입술을 강하게 빨아들였다.
반사적으로 입술을 벌리자 다가온 혀가 유더의 입 안쪽을 그 어느 때보다도 깊숙이 침범해 들어왔다.
아찔한 쾌감에 저도 모르게 엉덩이를 위로 들썩임과 동시에, 뒤로 물러났던 키시아르의 허리가 지금까지 중 가장 강한 힘으로 푹 박혀 들어왔다.
“……!”
두툼한 귀두 끝이 배 속의 벽을 마침내 꿰뚫는 흉포한 쾌감.
그대로 심장까지 불쑥 찔리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아찔하고 격렬한 감각의 폭풍 속에서 내부가 자신의 것이 아닌 열기로 젖어 들었다. 유더는 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작살에 꿰인 듯 전율했다.
그리고 그 순간, 어둠 속에서 미간을 찌푸린 채 절정의 쾌감을 느끼고 있는 사내의 얼굴에 시선을 빼앗겼다.
쾌감마저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억눌러 지나치게 거칠지 않도록 표출하는 데 익숙했던 키시아르 라 오르의 얼굴은 지금 여기에 없었다.
유더는 밤의 어둠과 땀에 젖어 든 금빛 머리칼 사이로 비친 사내의 눈이 사정의 순간 솔직하게 허물어지는 모습을, 그리고 그 속에서 본능적으로 드러나고 만 거친 숨결과 감정을 일순 숨길 듯했다가는 저와 눈이 마주친 순간 스르르 토해 내는 것을 모조리 놓치지 않고 지켜보았다.
그건 키시아르가 여태 몸을 섞으며 유더에게 한 번도 보여 주지 않았던 얼굴이었다.
‘하…….’
검게 변한 머릿속에서 본능이 고요히 꿀꺽대는 소리를 들은 듯했다.
갈증으로 타들어 가던 대지가 드디어 물을 마시는 그 기분을 어떤 육체의 쾌감과 비교할 수 있을까.
“…….”
어마어마한 만족감 속에서 유더가 긴 숨을 흘렸을 때, 눈을 내리깔았던 사내가 다시 눈을 떴다. 몸 아래 꿰뚫린 채 만족감으로 웃고 있는 유더를 바라보던 사내가 마찬가지로 입술을 끌어올려 사납게 웃었다.
그 순간 평소 습관처럼 배어나던 우아함도, 웃음 아래 숨겨져 있던 모든 가면도 그의 얼굴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사내가 힘이 풀린 유더의 다리를 끌어당겨 제 어깨 위에 올렸다. 사정하고 나서도 조금도 풀이 죽지 않은 성기가 유더의 배 속에 또다시 거세게 박혀 들기 시작했다. 유더는 그 움직임을 환영하듯 사내의 목을 끌어안았다.
두 번째는 첫 번째보다 더욱 격렬했다. 한번 벽을 뚫은 성기는 거칠 것 없다는 듯 반복하여 벽 끝을 넘어 드나들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엄청난 충격과 함께 온몸에 힘이 들어갔지만 그만큼 쾌감도 엄청났다. 배어 나온 땀에 유더의 다리가 미끄러지며 어깨에서 떨어질 뻔할 때마다, 키시아르는 몇 번이나 그것을 붙잡아 본래대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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