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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닝-617화 (617/805)

617화

유더는 10년을 단장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말은 즉 10년간 세상에서 가장 많은 각성자들 사이에 묻혀 살아왔다는 뜻이었다. 그는 발정기를 겪지 않고 향도 없는 반쪽짜리 오메가 각성자였으나, 그가 알지 못하는 평범한 발정기를 보내는 수많은 2성 발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정보에 익숙했다.

발정기가 닥쳤다고 해서 꼭 잠만 자며 보내야 하는 건 아니다. 수면제를 먹고 쉬는 대신 모처럼 찾아온 발정기를 다른 2성 발현자와 보내는 데 맛 들인 이들은 숨어서 홀로 발정기를 보내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본능에 충실하게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고 나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아느냐며, 쌓였던 피로가 싹 사라져 시원한 느낌이라 예찬하는 자들도 있었다.

그리고 유더는 당연히도 그들이 언급하는 ‘기분 좋은 시간’을 이해하지 못하는 파였다.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는 게 대체 어디가 시원하고, 뭐가 좋단 말인가.

그에게 2성 발현은 고통이었고, 발현과 동시에 단 한 번 겪고 사라진 발정기는 수치였으며 자기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무력한 시간은 꿈에라도 상상하고 싶지 않은 공포에 가까웠다.

때문에 향이 없고, 남의 향에도 반응하지 않으며 발정기를 겪지 않는 오메가 각성자라 해서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으……흣.”

하지만 이제 와 처음으로, 유더는 문에 등을 기댄 채 자신을 안은 사내와 깊은 입맞춤을 나누면서 그때 들었던 말들의 의미를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느꼈다.

본능이 지배하는 몸과 머리는 극도로 단순해졌다. 막연히 상상했던 것처럼 그리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평소 머리를 무겁게 짓누르던 수많은 생각들이 씻은 듯 사라지고, 열기에 파묻힌 몸은 나오지 않는 능력이나 예민해진 감각도 전혀 불편하게 느끼지 않았다.

더없이 무력해진 상태인데도 신기할 만큼 불안하지 않은 건 지금 그가 그 무엇보다도 씹어 삼키고 싶은 상대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키시아르 라 오르. 그와 함께 있는 한 유더는 절대적으로 안전했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이 불길 위에 비를 내릴 수 있는 건 그 사내뿐임을 알 수 있었다. 그도 몸속에서 출렁이는 바다와 같은 욕망을 억누르고 있을 뿐, 같은 뜻으로 유더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본능이 소리 높여 주장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키시아르를 원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아니. 없다. 이제는 참고 싶지 않았다.

참지 않는다는 게 뭔지 아직도 잘 모르는 사내에게 그게 무엇인지 먼저 보여 줄 때가 되었다.

단순해진 사고였으나 목표는 그만큼 명확했다. 유더는 그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중얼거렸다. 제 앞에서는 억누르지 않기로 하지 않았느냐고 주장하며 모든 걸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유더를 완전히 밀어내지도, 그렇다고 받아 주지도 않은 채 시간을 끌던 사내는 결국 쓴맛이 나는 약을 먹이고 나서야 항복 선언을 했다.

그는 달라붙는 유더를 받쳐 안고서 이곳까지 오는 내내 깊은 열기를 품은 목소리로 귓가에 같은 말들을 속삭였다.

괜찮아. 조금만 기다리면 도착할 테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떨어트리지 않을 테니 힘들면 물어도 좋아…….

그런 말들이 귀로 파고들 때마다 귀 안쪽에서부터 전신으로 소름이 번지며 몸 안쪽이 부르르 떨렸다. 유더가 허락을 받은 짐승처럼 그의 목을 욕심껏 물자 낮은 신음과 함께 등을 토닥이는 손길이 느껴졌다. 아파서 흘리는 신음은 결코 아니라는 걸 그에게서 흘러나온 향이 알려 주었다.

부드러운 입술이 귀를, 뺨을, 그리고 입술 위로 달래듯이, 그러나 떨림을 품고서 내려앉았다.

그 떨림이 참지 않아도 되는 순간을 맞이하기 직전의 기대에서 비롯되었음을 유더는 아무 말 없이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흡…….”

쿵. 유더에게 얌전히 목을 내어 주던 사내가 그대로 방향을 바꾸었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유더의 등이 단단한 문에 짓눌렸다. 두 입술이 숨 가쁘게 맞물렸다. 갈증으로 메말라 가던 입에 드디어 물이 들어온 듯한 기분으로 유더는 그것을 기꺼이 맞이했다.

좋다. 정말로 좋았다. 온몸이 환희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뜨거웠던 몸이 한 치의 틈도 없이 꽉 끌어안긴 감각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았다.

겹쳐진 입술 사이로 혀가 얽힌 순간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예민한 감각들이 일제히 떨리더니, 눈앞이 별안간 훅 아득해졌다. 유더는 키시아르와 다시 만난 순간부터 줄곧 아플 만큼 곤두서 있던 몸이 드디어 한계에 도달했음을 깨달았다.

막을 틈도 없이 사정이 시작되었다.

“흐으……!”

유더는 혀를 얽은 채 눈을 흐릿하게 뜨고서 부르르 떨었다. 다리 사이가 뜨거운 액체로 젖어 드는 감각이 아찔하도록 기분이 좋았다.

“하…… 하아…….”

쾌감을 발산하는 도중 참았던 숨이 겨우 터져 나왔다.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으나 허기진 감각은 여전했다. 아직 진짜 원하는 건 하나도 얻지 못했으니 당연한 노릇이었다.

이전에는 언제나 여기저기 분산되어 있었던 감각들이 불타는 열기 속에서 한 곳을 향해 맹목적으로 모였다. 눈앞의 존재를 미칠 듯이 갈구하고 욕망했다. 유더는 맞물린 채 조금 벌어진 입술 사이로 헐떡이는 숨결을 흘리며 손을 뻗었다.

아직 부족해. 빨리. 어서. 들뜬 손으로 옷자락을 마구 벌려 대자 키시아르가 유더의 엉덩이를 받치며 얼굴을 비볐다.

“…적어도, 조금 더 좋은 곳에서 쉴 수 있게 해 주고 싶었는데…….”

낡은 오두막 안에는 사람의 흔적이 거의 없었다. 약초꾼들이 공용으로 가끔 사용하는 쉼터치고는 깔끔했으나 임시로 몸을 누일 장소와 작은 난로, 창고처럼 쌓인 잡동사니 정도가 그곳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었다.

키시아르는 그게 아쉬운 듯했으나 유더는 조금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호화로운 궁전이면 어떻고, 좁아터진 오두막이면 또 어떤가. 지금 함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데.

쓸데없는 생각은 관둬. 당신이 볼 건 나뿐이다.

유더는 제 뜻을 전하기 위하여 몸을 밀어붙였다. 그의 몸에서 흘러나간 짙은 향이 키시아르를 물 샐 틈 없이 포박했다. 맞닿은 체온이 순식간에 높아지며 숨결에 열기가 섞였다. 그들은 이내 또다시 어우러졌다. 키시아르도 그 이상은 입을 열지 않고 온전히 유더가 원하는 것에만 집중했다.

문 쪽에서부터 시작했던 입맞춤이 정신을 차리고 나자 몸을 누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 짚 침대로 이어졌다. 옷은 어느 순간 거의 사라지고 없었다. 난로에 불도 없는데, 조금도 춥지가 않았다.

몸 이곳저곳을 물고 핥으며 어우러지는 열기가 너무 뜨거워서, 배 속 어딘가에서 치솟는 불꽃이 몸을 태울 것만 같아서, 겨울의 추위 따위는 감히 파고들 틈을 찾지 못했다.

유더를 끌어안은 키시아르가 혀를 내밀어 거침없이 가슴을 핥고 물었다. 이전에도 여러 번 사내에게 빨려 본 유두는 이제 그곳에서 얻을 수 있는 쾌감을 기억했다.

“흐으, 으읏, 아…….”

한쪽이 강하게 빨려 입술 안쪽에서 뾰족하게 일어서는 동안 다른 한쪽은 긴 손가락 사이에서 비틀리는 감각에 몸서리쳤다. 짓눌리며 비벼지는 감각은 분명 통증에 가까운데, 찌릿하면 찌릿할수록 배 속에 고인 열기는 더욱 눅진해졌다. 신기한 노릇이지만 키시아르의 손 아래에서는 그런 일도 가능하다는 걸 유더는 깨달은 지 오래였다.

유더는 맞닿은 배 사이에서 아플 정도로 뻣뻣하게 일어서 있는 성기 두 개를 붙잡았다. 둘 모두를 한 손으로 쥐기에는 어림도 없었지만 욕심껏 잡아 흔들었다. 예민한 끝부분이 비벼질 때마다 눈앞이 번쩍거리고 참을 수 없는 소리가 입술을 타고 흘렀다.

“아아, 흣…… 으…….”

키시아르는 그 소리들이 바깥으로 흘러나가는 것조차 아깝다는 듯 모조리 삼켰다.

흔히, 한껏 발기한 성기를 보며 흉폭하다고들 말하지만 그 누구라도 유더가 쥐고 있는 키시아르의 성기를 보았다면 조금 다른 감상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유더는 제 손가락 안에서 뜨겁게 맥박치는 그것을 참 아름답다고 느꼈다. 아무것도 숨기지 않고서 욕망을 그대로 드러낸 그것은 매혹적이란 말 이외에는 아무것도 떠올릴 수 없었다.

그 마음이 갈수록 부풀어 올라 더 이상은 같이 흔드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유더는 숨을 몰아쉬며 다리를 벌렸다. 본능적으로 더듬어 만져 본 제 다리 사이는 이미 지속된 열로 녹아 축축하게 젖어 든 지 오래였다.

배 속 깊은 곳 어딘가에서 그 안으로 파고들어 올 무언가를 원했다. 근질근질한 허기를 도무지 참을 수 없었다.

넣고 싶다.

그러면 넣으면 되겠지.

유더는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을 느끼며 키시아르의 것을 꽉 쥐었다. 그대로 그것을 욕심껏 가져와 벌린 다리 사이로 무작정 끌어들이려 했을 때, 큰 손이 그것을 가로막았다. 기대로 움찔대던 몸이 굳었다.

“하아, 흣, 흐으. 왜…….”

“안 되지……. 준비 없이는. 아플 테니까.”

헐떡임 속에서도 단호한 목소리에 일순 허리가 저릿했다. 유더가 원망스레 바라보자 키시아르가 상체를 들었다. 어둠 속에서도 선명히 빛나는 완벽한 나신에 잠시 시선이 팔려 멈칫한 사이, 사내가 스스로의 손가락을 보란 듯이 느릿하게 입 안에 넣었다.

일부러 질척질척한 소리를 내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음탕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제 손가락을 적시는 그 모습에서 유더는 조금도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키시아르의 눈 또한 제 아래 흐트러진 채 솔직하게 사지를 벌리고 쾌감에 젖어 있는 유더에게서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마침내 만족할 만큼 손가락을 적신 사내의 입술 사이로 츄읍 하는 희미한 소리와 함께 손가락이 빠져나왔다. 유더는 기대로 들떠 크게 뛰기 시작한 가슴을 느끼며 손을 벌렸다. 곧 그것이 벌어진 다리 사이로 푹 찔러 들어왔다.

“……흣!”

키시아르의 손가락은 다른 이보다 훨씬 크고 길다. 처음 넣을 때는 손가락 하나로도 압박감이 너무 심해 배 속이 끝까지 범해지는 건 아닐까 싶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온몸이 열기로 끓어 대는 지금은 조금 달랐다. 아무런 저항감도 없이 불쑥 벌어진 점막이 두 개의 손가락을 단번에 삼키고는 절대로 놓지 않을 듯 꽉 조였다. 단숨에 뒷 목이 뻣뻣해질 만큼 차오른 오싹한 쾌감에 허리가 위로 들렸다.

아. 허기졌던 곳에 드디어 무언가가 채워진 그 엄청난 감각이라니.

소름이 돋는 감각과도 비슷한 전율이 흐르며 달아올랐던 몸속이 환희에 젖었다.

“아……!”

유더는 제 입에서 흘러나오는 신음을 듣지 못할 만큼 그 감각에 전율하며 몸을 젖혔다.

정신을 제대로 차리기도 전에 또다시 뜨거운 열이 가득 차오른 성기 끝에서 흰 액체가 엉망으로 튀어나왔다. 유더는 두 번째 사정에도 가라앉지 않은 몸을 떨며 키시아르를 끌어안았다.

끌어안은 몸은 유더와 이미 구분이 안 될 만큼 뜨거웠다. 그의 귀에 경애하듯 입을 맞추고 정신없이 혀를 밀어 넣은 사내가 숨을 몰아쉬며 괜찮냐고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것도 같았으나 인식할 수 없었다.

긴 손가락들이 서로 뒤엉켜 안을 훑고 끈적끈적한 내부를 벌릴 때마다 머리가 희게 변했다. 처음에 두 개를 삼켰던 안쪽에, 나중에는 손가락이 더 들어와 내부를 완전히 가득 채웠다. 질척대는 소리가 날 때마다 몸에 힘이 들어가며 번개가 튀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부족한 게 있다는 걸 몸은, 그리고 본능은 알고 있었다.

“아……. 흐읏, 읏…….”

유더는 제대로 언어가 되어 나오지 않는 말 대신 몸으로 뜻을 표현했다. 키시아르의 손을 밀어내고 숨을 고르며 젖은 허벅지를 스스로 붙잡자 눈길이 그곳으로 내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숨을 몰아쉬며 그대로 힘을 주어 벌리자, 잠시 후 구멍이 벌어지며 뻐끔 틈을 내주는 감각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일순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유더는 키시아르의 눈 속에서 마지막 한 점의 인내가 사라지는 순간을 탐욕스럽게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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