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2화
무엇을 할 셈이냐는 듯 바라보는 눈을 똑바로 마주하며 발목 안쪽에 입을 맞추자 어두운 눈동자 사이에서 불꽃이 튀었다.
“으… 흣!”
지금 느끼고 있는 기쁨을 전할 겸, 언제나 입을 맞추어 보고 싶었던 발에 입을 맞춰 본 것이지만 유더의 반응은 키시아르의 예상보다 훨씬 격렬했다. 손과 입술을 대어 본 모든 곳을 전부 예민하게 반응했던 그였으나 이곳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뜨거운 눈빛이었다.
“거기는…….”
“싫었나?”
“…….”
솔직하기 그지없는 유더 아일은 차마 싫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단지 이를 악물고 한마디를 중얼거렸을 뿐이었다.
“입을 대시기에는, 깨끗하지 못합니다…….”
입을 대기에는 깨끗하지 못한 곳이라. 그런 곳이 그의 어디에 있겠는가.
“그런 곳 따윈 없어.”
싫다고 말했다면 바로 놓아주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상관없었다. 키시아르는 웃음을 터트리며 다시 한번 발목에 입술을 눌렀다. 발가락과 종아리가 움찔거리며 금방이라도 내리고 싶은 듯 반응했으나, 유더는 키시아르에게서 제 발을 거둬들이지는 않았다. 그 사이에도 연결된 내부는 계속해서 부드럽게, 혹은 빠르게 움직이며 녹을 듯한 쾌감을 서로에게 전하고 있는 중이었다.
키시아르는 눈빛만으로 그를 태워 버릴 듯한 유더의 시선을 즐기며 눈을 부드럽게 휘었다. 누군가에게 요염해 보이려 딱히 애쓴 적은 없었지만, 지금과 같은 순간을 오래도록 누릴 수 있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천천히 발목을 훑으며 올라온 입술을 발뒤꿈치에 눌렀다가, 보기 좋게 솟아오른 복사뼈를 과일처럼 깨물었다. 그때마다 유더는 키시아르와 얽은 몸에 힘을 주며 눈을 꽉 감았다 뜨기를 반복했고, 동시에 내뱉는 탄성 어린 호흡이 분위기를 점차 고조시켰다.
“으, 하아. 읏… 흐…….”
“하, 아…….”
강인하고도 탄력적으로 움직이며 키시아르가 주는 자극을 탐하는 몸. 서로 얽은 손 하나를 꽉 붙잡아 당기고 깨물기를 반복하면서 몸을 흔드는 동안에도 유더의 시선은 한 번도 키시아르 라 오르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키시아르가 무엇을 하며 어떤 감각을 느끼는지, 제가 어디를 깨물고 어떻게 움직일 때 눈을 감고 탄식 같은 쾌감의 숨을 토하는지, 무엇을 해야 이성을 거의 잃을 만큼 전율할 수 있을지를 여기서 모조리 알아내려는 듯 보였다. 아니, 어쩌면 이미 반쯤은 알고 있는 듯도 했다.
그 시선.
상대가 느끼는 쾌감의 저변을 완전히 파헤쳐 씹어 삼킬 듯한 눈빛이 키시아르에게는 어떤 의미에서 결합이 선사하는 쾌감보다도 강렬하고 생생한 자극으로 다가왔다.
누군가 그가 느끼는 쾌감을 이토록 자세히, 그리고 탐욕스럽게 들여다보려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마 다른 이가 그렇게 하려 했다면 그것을 자극적으로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아무도 들여다보지 못하도록 바로 문을 닫아 버렸을 테지만, 상대가 유더 아일이기에 그는 기꺼이 문을 열고 맞이했다.
시간이 흐르며 내뱉는 숨소리가 점차 짧고 빠른 주기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유더의 몸이 느끼는 쾌감의 선이 뒤보다는 앞과 몸의 다른 신체 부위들 쪽에 더 많이 닿아 있기는 했지만, 그건 1성이 남성인 이상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착실하게 자극을 받아들이며 쾌감을 쌓은 육신이 마침내 한계에 가까워지며 상대에게 가쁜 신호를 보냈다.
키시아르는 유더의 한계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고 아직 제 어깨 위에 올려두고 있던 발목을 다시 붙잡았다.
그리고 보란 듯 벌린 입술을 열어 움츠러든 발가락에 입을 맞추고, 그대로 조금 커진 눈을 마주하면서 혀와 이로 꾹 깨물었다.
그와 동시에 허리를 움직여 여태까지 중 가장 깊은 곳으로 파고들자 반사적으로 그를 받아들이기 위해 몸을 연 유더의 내부가 매끄럽게 쭉 벌어지며 길을 열었다. 여태까지 넣었던 곳보다 약간 더 나아간 곳에 존재하는 벽까지 막힘없이 밀고 들어간 몸이 그대로 단단하게 부딪히는 감각에 전율했다.
정수리 끝에서부터 발끝까지 꿰뚫듯 지나간 열이 눈앞에 흰 섬광처럼 비쳤다.
“…….”
두 사람 모두에게 퍼부어진 뜨겁고 둔중한 충격과 쾌감 속에서 유더의 입이 소리 없이 벌어졌다. 엄청난 감각을 이기지 못한 젖은 속눈썹이 사정없이 떨리며 몸 안쪽에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힘이 들어갔다. 키시아르에게 물린 발가락들이 번개라도 맞은 듯 일제히 움츠러들었다가 펴지며, 욕망을 억누르지 않고 고스란히 드러낸 신음이 흘러나왔다.
“읏… 아아…….”
유더가 스스로의 것을 붙잡았으나, 막을 틈도 없이 경직된 손가락 사이로 사정이 시작되었다. 기세를 멈추지 못한 액체는 그의 손바닥과 다리 사이를 적시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가슴 사이와 키시아르의 몸까지 튀었다.
절박하게 젖혀져 굳은 몸이 그리는 아름다운 선. 절정에 도달한 육신이 녹아내리는 순간을 키시아르는 숨조차 쉬지 못한 채 놓치지 않고 모두 바라보았다.
땀에 젖은 목울대가 세찬 호흡을 따라 울렁이는 모습. 오랜 자극에 본래의 연한 색을 잃고 심이 선 가슴이 솟구치며 들썩이는 자태. 뜨겁고 비린 액체에 젖은 손가락들이 파르르 떨리며 움찔대는 형상.
키시아르의 모두를 쥐어 터트릴 듯 떨리던 몸이 마침내 천천히 잦아든 뒤 감겼던 눈꺼풀이 다시 열리는 기적 같은 마지막까지도.
무엇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았다. 놓칠 수 없었다.
그리고 비로소 제가 그 모든 광경을 보았음을 확신한 후에야, 키시아르는 환희로 눈을 빛내며 몸을 사슬처럼 옥죄던 힘을 풀었다. 유더의 내부에서 미끄러지듯 빠져나온 물건이 곧바로 토정하며 그의 손안에서 액을 뿌렸다. 한참 동안 이어진 사정의 쾌감에 내리깔고 있던 눈을 뜨며 긴 숨을 내쉬자, 아주 묘한 얼굴로 응시하는 유더의 눈이 보였다.
“…그냥 하시지 않는 겁니까?”
아직 다 잦아들지 않은 숨 사이로 잠긴 서늘한 목소리가 지독하게 자극적이었다.
끝나고 나서 무어라 한마디 하리라곤 생각했지만, 설마 그런 말을 하리라곤 예상치 못했기에 키시아르는 부드럽게 농담을 했다.
“발가락을 깨물었다고 항의할 줄 알았더니 처음 묻는 게 그건가?”
“그건 됐습니다. 왜 그냥 안 하셨는지가 더 궁금합니다.”
사랑스럽고 솔직한 질문에 키시아르는 기꺼이 응해 주기로 했다.
“우리의 1성은 같으나, 2성은 다르지. 벨트레일 샨 아페토의 연구를 기억하나?”
지금은 감옥에서 죽어 버린 벨트레일 샨 아페토는 자신의 몸을 고칠 방도를 찾기 위해 각성자들에게 끔찍한 짓을 자행했다.
그는 제국 곳곳에서 힘없는 평민 출신 각성자들을 납치에 가까운 방식으로 모았다. 처음에는 자신의 피를 각성자들의 피로 바꾸어 각성자가 되고자 하는 방법을 찾으려 했던 모양이나, 그러다가 실패하자 다음으로는 2성을 발현한 각성자들을 모아 강제로 아이를 낳게 만들고 그 과정을 관찰하려 시도하기까지 했다. 어떤 아이가 어떻게 태어나는지 알아야 자신의 ‘저주받은 피’를 물려받지 않을 자식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 자행된 참혹한 범죄 행각이었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이들이 죽거나 처분되었고, 겨우 살아남은 이들은 반은 마병단이 구출했으나 나머지 반은 나한 측이 데려갔다.
키시아르는 그 벨트레일이 작성한 연구 일지를 모두 읽었다. 마병단으로 온 그때의 생존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며 그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2성 발현자들 사이에서 아이가 생길 확률은 극히 낮고, 생기더라도 무사히 태어날 확률은 그보다 더 적은 것 같더군. 벨트레일은 자신의 일지에서 제대로 태어난 아이를 본 적이 없다고 적었어. 확인한 모든 경우가 유산, 혹은 실험 희생자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끝이 났지.”
각성자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2년여. 벨트레일이 연구를 본격적으로 진행한 건 1년 정도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제대로 된 상황에서 이루어진 일이 아니니 무사히 태어난 아이가 한 명도 없었다 해서 모두가 그렇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키시아르는 이 사항과 유더 아일을 연관지어 모험을 하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그는 자신을 묘한 얼굴로 올려다보고 있는 유더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희미하게 웃었다.
“그러니까 이해해 주게.”
“……단장님께서는, 음. 그러니까.”
유더가 평소의 그답지 않게도 몹시 어렵게 말을 골랐다. 그가 무엇을 묻고자 하는지 알 것 같아 키시아르는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내가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몸인지, 아닌지는 확신하기 어려워. 이전이라면 확실히 불가능했었지만, 각성자가 된 이후로는 모르겠더군. 그렇다고 누구와 시험해 볼 수도 없는 문제고 말이야.”
본질을 볼 줄 아는 믹 슈덴조차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확답하지 못했다. 그가 볼 수 있는 본질이 아이를 낳을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와 관련되어 있지는 않기 때문이었다.
“…….”
“그보다, 같이 눕고 싶은데 이리로 오지 않겠어?”
그는 유더의 곁에 누워 그를 제 몸 위로 끌어들였다. 멈칫하면서도 반발하지 않고 얌전히 그의 몸 위로 올라와 엎드린 유더가 눈을 한 번 바라보고는 가만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가슴 위에 뺨을 얹었다. 완전히 겹쳐진 체온 속에서 깊은 안정감과 반쯤 살아 움직이는 쾌감의 여파가 적당히 기분 좋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