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Prologue(1권) (1/10)

토끼 사냥이 끝난 후 사냥개는 1권

Prologue

구세(救世)의 기사. 인간의 수호자. 신 이옐라의 사자이자 첫 번째 검. 한때 이환을 일컫던 말들이었다.

이환은 시선을 내렸다. 사람들이 살기등등한 얼굴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환의 행보에 환호했던 자들이었다.

바랐던 것은 단 하나, 사랑하는 사람이 평화로운 삶을 누리게 해 주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허망함이 이환의 눈동자를 스쳤다.

그럼에도 그에게는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이환은 피딱지가 앉은 입술을 느리게 움직였다.

“모든 죄를 인정합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

이환은 주변을 멍하니 둘러보았다. 죽음의 차디찬 손아귀가 심장을 틀어쥐었던 것이 기억에 선한데, 지금 그는 익숙한 마차 안에 앉아 있었다.

“꿈인가?”

무심코 중얼거렸던 이환이 입을 꾹 다물었다. 작년 여름, 몬스터에게 목을 공격당한 이후 듣기 싫게 거칠어졌던 소리가 아니었다.

설마. 이환은 눈을 감고 주먹을 쥐었다. 온전한 손가락의 감각이 느껴졌다. 그대로 팔을 움직여 허벅지를 툭툭 두드렸다. 환상이 아니다. 잃었던 두 팔이 고스란히 붙어 있었다. 게다가 병마에 시달리던 몸은 놀랍도록 가뿐했다.

뺨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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