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컴백 (151)화 (151/185)

151화

 “하으, 흑! 흐으, 흐... 아, 아저흐, 하윽! 윽!”

 베개를 끌어안은 채 엎드려 엉덩이만 높게 들어 올린 최홍서의 인영이 어둠 속에서 희끄무레하게 번들거린다. 무릎으로 버티고 서서 그 뒤에 바짝 붙은 이해성은 최홍서의 양 옆구리를 움키고 놔주지 않았다.

 이해성의 사타구니에서부터 굵직하게 뻗어 나온 검붉은 그림자가 최홍서의 엉덩이 사이로 푹 박혀 들어가면, 거의 동시에 퍼억, 훤히 드러낸 엉덩이와 허벅지 위쪽을 때리는 피부의 찰진 마찰음이 반복된다.

 “후우우... 후.”

 이해성은 긴 숨을 내쉬었다. 넓게 벌어진 두툼한 가슴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스스로를 강하게 억제하는 힘이 느껴지는 호흡이었다. 그는 허연 엉덩이를 바깥쪽으로 당기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오물거리는 입술처럼 벌어졌다 다물어지기를 반복하며 자신의 성기를 받아내는 연인의 애널을 눈에 담으면서 삽입을 계속 이어갔다.

 도저히 사람 몸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은 그 우악스러울 정도의 대물은 매번 최홍서의 애널을 최대치까지 늘리면서 기어코 제 몸을 욱여넣었다.

 받아들여진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에게, 간절히 갈망하는 대상에게, 감정적으로 육체적으로 모두 받아들여진다는 것.

 이제는 완전히 잃어버렸다고 체념했던 그 감각에 다시 한번 파묻힌 이해성은 가장 황홀한 환각에 취한 사람 같았다.

 “하악, 하! 하으으으, 흐으... 아, 안 돼... 안 돼...”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최홍서가 턱을 쳐들었다. 거꾸로 매달린 성기는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뒤에서 그가 퍽, 쳐댈 때마다 음경과 고환이 함부로 날뛰었다.

 흘러내리는 까만 우주 같았던 머릿속을 일순 수십만 개의 혜성들이 환하게 밝혀냈다.

 두려운 환영을 보는 사람처럼 고개를 쳐들고 왼팔을 뒤로 뻗어 허우적거렸다. 이해성이 최홍서의 손목을 꽉 붙잡았다. 손목 안에 자신의 모양을 그대로 새겨 넣으려 하는 것 같은 힘이었다. 앞으로 밀려 나가려는 몸을 바짝 당기면서, 그는 더 무자비한 힘으로 최홍서의 안을 찧어댔다.

 “가... 또, 또 가... 또, 또... 하윽, 흣!”

 머리를 마구 저으면서, 불길에 몸이 타기라도 하듯 몸서리를 치면서, 최홍서는 사정에 도달했다.

 “흐으으, 흑... 흑... 하으, 흐...”

 앞과 뒤로 동시에 절정을 맞는 기분은 전혀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여전히 쾌락보다는 두려움이었다. 전신을 벌벌 떨었고, 몸 안쪽도, 이해성의 성기를 꽉 물고 있는 속살도 경련하며 움찔거렸다. 최홍서는 쳐들고 있던 엉덩이를 낮춰 침대 위에 푹 퍼져버렸다.

 어두웠던 시야가 더 짙어진다 싶더니, 이번에는 이해성의 전신이 등 뒤를 뒤덮어왔다.

 “흐으, 흐... 음... 흑...”

 자신에게 다가올 폭력을 예감한 짐승처럼 두려워하는 눈으로 최홍서는 어깨 위에 턱을 걸친 이해성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쪽, 땀과 눈물로 얼룩진 눈가에 키스하는 입술은 조금도 거칠지 않았다. 조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는 베개 아래로 밀어 넣은 최홍서의 손을 찾아 손등을 덮어 깍지를 꼈다.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사이에 그의 손가락이 끈적하게 들러붙어 왔다.

 “사랑해.”

 “저도 사... 하으... 흑! 흐읏! 하, 안, 아흐, 응!”

 매 순간 듣는다 해도 질리지 않을 속삭임에 마음을 뺏긴 순간, 그것은 다시 최홍서를 압박해왔다.

 열을 잔뜩 머금은 채 힘차게 맥박이 뛰는 페니스가 몸속에 그대로 박혀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됐다. 그는 아직 사정 전이었다.

 엎드린 나신 위에 겹쳐 엎드린 또 다른 나신. 매트리스와 가랑이 사이에 눌려 뭉개진 고환과 양쪽으로 갈라지는 엉덩이 아래쪽의 둥근 살집. 그 위에 올라타 한 겹 더 쌓아진 또 다른 하반신. 불끈거리며 수축과 이완을 거듭하는 탄탄한 엉덩이와 팽팽하게 당겨진 허벅지 근육. 빈틈없이 꽉 찬 근육을 감싼 피부 위에서 번들거리는 땀방울. 아래에 엎드린 엉덩이 사이를 드나들며 헐떡거리는 긴 페니스. 항문과 고환 사이의 회음을 사정없이 때려대는 두둑한 또 하나의 고환.

 정사와 교접의 그 모든 생생한 이미지들이 최홍서의 머릿속에서 선명하게 펼쳐졌다. 그와 섹스하는 동시에, 이 섹스의 관찰자가 된 기분이었다. 그의 섹스는 너무나도 즉물적이고 원색적이어서 가지고 있는 모든 감각을 동원하게 만들었다.

 철벅철벅철벅철벅.

 짧게, 대신 더 빠르게 안을 채우고 비비고 늘려놓는 움직임이 속도를 더한다고 느낀 순간, 최홍서는 깍지 낀 손을 더 꽉 움켜쥐면서 그의 절정을 각오했다.

 “하윽, 핫! 하!”

 사정에 이른 것은 이해성인데, 깨물었던 입술을 놓치며 열을 토해낸 건 최홍서였다. 터질 듯 부풀어 오른 채로 펄떡거리던 음경이 뱃속에서 요동치며 정액을 퍼붓는 감각.

 베어백은 사랑하는 사람하고만 하는 주의라.

 콘돔 없이 그의 사정을 그대로 느낄 때마다 성욕의 충족 이상의 포만감을 느끼는 건 아마도 그 말 때문이었다. 깍지 낀 한 손을 풀고 엎드린 몸 아래로 손을 밀어 넣어 아랫배를 만졌다. 그의 사랑이 가득 퍼부어진 곳.

 뒷덜미에 수없는 키스가 쏟아졌고, 사정을 마친 그의 허릿짓이 잦아들었다. 완전히 까부라지지 않은 페니스가 몸속에 그대로 박혀 있었지만, 머릿속까지 징징 울리는 과격한 삽입이 중단된 것만으로도 살 만했다.

 “으으... 으읏, 흡.”

 다리 사이를 꽉 틀어막고 있던 페니스가 천천히 길게 뒤로 빠져나가는 감각에 최홍서는 뒷목을 움츠렸다. 그 감각은 너무나 생생해서 저절로 애널을 조이게 만들었다. 정액에 젖은 속살과 음경은 서로를 떼어내고 싶지 않아 집요하게 들러붙었다.

 “흐으, 후... 흐윽.”

 그가 뒤로 물러날수록 오므라드는 애널에서 체액이 주르륵 새어 나왔다. 묽지 않고 되직한 정액은 안쪽 허벅지를 따라 흘러내렸다.

 귀두의 끄트머리까지 빠져나오는 순간, 퉁, 튕기며 이해성의 음경이 몸을 떨어댔다. 상체를 세운 이해성은 손등으로 턱 끝에 고인 땀을 훔쳐냈다. 전신의 근육은 긴장으로 꽉 차 있었고, 페니스 역시 여전히 굶주려 있었다. 꽉 움켜쥐었던 자신의 손 모양이 남은 최홍서의 옆구리와 엉덩이를 훑은 시선은 자연스레 다리 사이로 향했다. 누구의 것인지도 알 수 없이 체액이 뒤엉킨 고환과 음경이 다리 사이에서 삐죽 삐져나와 늘어져 있었다. 조금 전까지 이해성의 페니스가 들락거렸던 애널은 완전히 다물어지지 못한 채 최홍서의 호흡에 따라 벌름거렸다. 어떻게 보아도 과격한 정사에 한껏 시달린 몸뚱이였다.

 마른 입안과 입술을 혀로 훑어낸 이해성은 최홍서의 왼팔을 붙잡았다.

 “홍서야, 이쪽 좀 봐. 괜찮아?”

 억지로 뒤집어 눕혀놓은 최홍서의 몸은 뒷모습보다 더 엉망이었다.

 물기가 흥건한 짓무른 눈가와 붉게 상기된 안색, 아래쪽 구멍처럼 좀처럼 다물지 못하는 입술과 입가로 흐른 타액, 뺨보다 더 빨갛게 피가 몰린 귓바퀴. 서럽게 울고 난 직후와도 닮은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는 이해성의 눈빛에는 여전히 열기가 일렁거렸다.

 “흣, 흑. 흐.”

 울음 끝을 추스르듯 신음을 흘리는 입술을 엄지로 훑어낸 이해성의 시선이 좀 더 아래를 향했다.

 욕실에서부터 끈질기게 괴롭혔던 젖꼭지는 발갛게 부어 있었고, 꼼지락거리는 다리 사이는 완전히 흥건했다. 음모와 음경의 기둥, 매끈하게 반들거리는 귀두와 허벅지 안쪽까지, 젖어 있지 않은 곳이 없었다. 단번에 푹 찔러 넣어도, 부드럽게 받아낼 것만 같은 하반신이었다.

 이해성의 시선은 정사로 인해 말 그대로 너덜너덜해져 버린 연인의 사랑스러운 나체를 구석구석 탐욕했다. 긴 애무를 받는 내내 흘려댄 쿠퍼액과 정액에 절여진 음경이 유난히 흰 허벅지 안쪽 살에 길게 늘어진 모습에는 입맛을 다셔버렸다.

 한순간 미간을 좁힌 이해성은 상체를 숙여 연인에게 다가갔다. 발그스름한 얼굴을 쓰다듬으며 입술을 포갰다. 힘겨워하는 호흡을 달래고, 단내가 풍기는 입안을 구석구석 부드럽게 녹여냈다.

 “미안. 너무 괴롭혔지?”

 최홍서는 얼굴에 붙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주는 다정한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냥... 평소 정도.”

 꽉 잠긴 최홍서의 목소리에 이해성의 눈이 커졌다.

 “평소에도 내가 이 정도로 괴롭힌다고?”

 “괴롭힌다고는 안 했어요.”

 “울었으면서?”

 “그건...”

 적당한 말을 찾아 최홍서가 눈을 굴리는 사이, 미간에 입을 맞춘 이해성의 상체가 멀어져 갔다.

 “오늘은 그만 괴롭힐 거야. 애기 우선 물 좀 마시...”

 최홍서의 다리 사이에서 몸을 물리려던 이해성이 말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늘어져 있던 최홍서가 팔꿈치로 상체를 지탱한 채 이해성의 손목을 붙잡고 있었다.

 “아저씨 아직... 다 안 했잖아요.”

 욕실에서, 침대 위에서. 총 두 번 사정을 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는 듯 그의 성기는 여전히 생식력을 과시하며 기립해 있었다.

 “유혹하는 거야? 몸도 제대로 못 가누면서?”

 이해성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연하의 연인이 던진 소극적인 유혹에 이미 성적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최홍서는 침을 삼켜 갈라진 목을 달랬다.

 “내일 모처럼 휴일이잖아요.”

 “일주일 내내 무리시켰잖아. 나름 반성한 결과인데, 이렇게 무용지물로 만드는 거야?”

 그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말할 용기가 없어 시선을 미끄러뜨리면, 그곳에는 성적 매력이 넘치는 그의 벗은 육체와 끄덕거리는 굵은 페니스가 있었다. 눈을 둘 곳이 없어 방황하던 최홍서의 시선은 결국 다시 그의 눈을 마주했다. 고민하는 그를 위해 쐐기를 박아야만 했다.

 “신혼이라면서요...”

 “......”

 아랫입술을 혀로 핥은 이해성이 다시 몸을 돌려, 다리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최홍서는 그런 그의 몸을 가득 껴안았다.

 이해성은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했다. 겨우 얕은 잠에 들더라도 악몽에 시달리는 건지 가위에 눌리는 건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몇 번이나 봤었다. 그럴 때 그는 몸을 흔들어도 잘 깨어나지 못했다. 그나마 격렬한 섹스 후에는 그래도 어느 정도 잠을 잔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최홍서는 지금 멈추고 싶지 않았다.

 “흐으, 흑... 하아, 하...”

 조금 전 빠져나갔던 자리에 서서히 다시 밀려 들어오는 성기를 느끼며 최홍서는 껴안은 등을 쓰다듬었다. 아랫배와 가슴을 꼭 맞붙이고, 최홍서의 열기 띤 뺨에 자신의 뺨을 비비면서, 이해성이 속삭였다.

 “이러고 있으면, 아무 걱정도 없는데 말이야.”

 “그럼 밤새 이러고 있어요, 우리.”

 그가 고개를 들어 눈앞에서 매력적인 미소를 보여주었다.

 “그랬다간 우리 애기 몸 진짜 망가뜨리고 말걸?”

 몸뿐이 아니라 몸과 마음, 내생의 내생까지도, 당신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망가뜨릴 수 있다고. 머릿속으로만 생각할 뿐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았다. 그가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슬퍼할 걸 알았으니까.

 이후, 언제 잠이 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격렬한 섹스로 그를 재우려던 계획은 도리어 최홍서를 잠에 빠뜨렸다. 절벽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꿈이라도 꾼 사람처럼 퍼뜩 전신을 떨며 깨어났을 때는 이해성의 품속이었다. 기억나지 않는 안 좋은 꿈을 꿨던 건지, 최홍서는 자신의 몸이 식은땀에 흠뻑 젖어있음을 깨달았다.

 으음, 음...

 고열에 끙끙 앓는 것 같은 신음이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역시나 오늘도 이해성의 수면은 힘겨웠다.

 그는 미간에 선명한 주름이 가도록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어금니를 꽉 물고 있어 턱 근육이 뭉쳐 있었다. 이런 잠은 잠이 아니었다.

 최홍서는 그의 품에서 빠져나와 가슴에 그를 안고 그의 머리를 소중히 감쌌다. 악몽에 시달리고 있지 않을 때는 품 안에서 최홍서가 조금만 꼼지락거려도 바로 눈을 뜨는 사람이었다. 이 정도로 움직이는데도 깨지 않을 만큼 깊이 잠든 게 아니라, 꿈속에서 그만큼 깊이 시달리고 있는 듯했다.

 전신이 나른하게 늪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몽롱함과 싸우면서, 최홍서는 그의 커다란 몸을 꼭 껴안고 정수리에 입술을 묻었다.

 겉으로 보이는 평화로운 일상은 실은 녹아가는 얼음 호수 위의 산책이었다. 진짜 두려움은 입 밖에 내지 않은 채 서로를 바라보고, 안고, 미소 지으면서 속으로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건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다.

 다시 돌아오게 한 이유가 뭐냐고.

 하느님이든, 부처든, 알라든, 천지신명이든, 어느 신에게든 묻고 싶었다.

 이 사람을 이렇게 피 말리려고, 그래서 그것으로 저를 벌주려고 되돌린 겁니까? 악을 쓰며 대들고 싶었다. 그냥... 그냥 나를 지옥불에 던졌으면 됐잖아요. 왜 이 사람을 통해서 저를 벌하는 건데요? 신은 사랑이 많다면서요. 왜 죄지은 사람이 아니라, 죄 없는 이 사람을 힘들게 해요, 왜.

 뜨거운 눈물이 그의 머리 위로 흘러내렸다. 지지 않겠다는 듯 손끝으로 눈물을 밀어내던 최홍서는 손에 닿은 얼굴이 눈물보다 더 뜨거움을 알아차렸다.

 섹스가 남긴 열감인 줄 알았다. 그와의 잠자리 후에는 늘 체온이 1~2도쯤 상승한 몽롱함이 오래 이어졌었으니까. 하지만 뭔가가 달랐다.

 고열과 구토감, 바닥이 빙글빙글 돌면서 몸이 푹 꺼지는 듯한 아찔함. 최홍서는 어둠 속에서 눈을 크게 뜨고 숨을 몰아쉬었다. 이 감각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이전 생에서의 강렬한 기억이 남아있는 장소가 아님에도 ‘그것’이 찾아온 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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